립스틱 정글 1
캔디스 부쉬넬 지음, 서남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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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많이 시청하는 편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정규방송보다는 캐이블 채널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아마도 'sex and the city' 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시즌6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를 재방송까지 챙겨볼만큼 좋아했었다. 등장하는 네명의 주인공들은 서른 후반의 전문직 여성이고 인생을 즐기고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랑을 갈망하고 찾아가는 내용에서 공감이 갔다. 특히, 마지막 시즌에서 한 단계 성숙한 그녀들의 모습도 훈훈했지만 미하엘 바리시니코프를 만난 순간 그에게서 풍기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백야'의 추억이 되살아 났던 감동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sex and the city' 가 30대 독신 여성들의 사랑찾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립스틱 정글은 40대 여성들의 '성공'을 주제로 한 점이 다르다. 유명 디자이너인 빅토리 포드, 잡지사 편집장인 니코 오닐리, 영화제작자 웬디 힐리 그녀들이 나타나는 곳에는 항상 주위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들은 이미 성공한 여성으로서 부와 명예를 모두 가졌지만 아직 이루지못한 꿈이 있고 해결해야할 문제들로 가득하다. 사회적인 지위로 본다면 그들과 나 사이엔 엄청난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직장내에서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과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느끼는 고민은 비슷하다는 점이 이 책에 빠져들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기자가 빅포리 포드에게 묻는다. "일이 가정과 아이를 포기할 만큼 가치있다고 생각하나요?" 라고. 여자는 일을 더 사랑하면 안되고 남자보다 더 부자이면 안되는 것인지 억만장자 애인과 사랑에 빠진 빅토리의 의문이다. 웬디의 문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녀는 일생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고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다. 철없는 남편은 그녀가 벌어들인 돈을 물쓰듯 쓰고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 없으면서도 그녀가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한다. 니코의 경우를 보자. 솔직히 할말이 없다. 거침없는 당당함이 멋져 보이지만 남자든 여자든 외도하는 사람은 이해못한다. 무미건조한 남편과의 사랑없는 결혼생활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결코 방어막은 될 수 없다.

문제는 그녀들의 고민이 과연 남자였다면...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같이 맞벌이를 하면서도 남편들은 친구를 만난다든지 모임에 참석하는 것. 귀가 시간이 늦은 것에 대해 자유롭다. 반면 여자들은 정신없는 아침시간부터 퇴근후에도 아이를 찾아오고 저녁준비하고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만난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공연을 관람하고, 미술관에 가는등 문화생활은 사치일뿐 원치않는 회식자리로인해 늦은 귀가는 가족에대한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기는 경우는 더하다. 이것저것 챙겨오라는 것도 많고 다달이 견학에 소풍에 준비물 하나라도 빠뜨리면 정말 몹쓸엄마 취급받는다. 그런 비난은 부부가 함께 겪는 것이 아니라 웬디의 경우처럼 오로지 '엄마 ' 한테만 해당되는 것들이다.

직장의 경우, 입사동기인 남녀가 있다. 비슷한 업무를 하고 경력을 쌓은 두사람이 수년이 흘러 나란히 승진 대상에 올랐을 때, 여성이 모든 면에서 좀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고 해서 승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노우~ 약간의 성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여성이 승진하는데 필요한 것은 50% 이상의 월등한 성과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빅토리와 니코가 이룬 성공이 빛나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때문이다. 그리고, 또한가지 지나칠 수 없는 사실, 여성이 배우자 보다 년봉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경우에도 외조를 기대하기는 커녕 남편의 자격지심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해심을 요구한다는 것. 이것이 현실이다.

<립스틱 정글>, 사실 작가의 이름만 믿고 무조건 읽어보리라 마음먹은 책이다. 그만큼 'sex and the city' 의 성공이 엄청난 것이었고, 그 성공은 작가가 평생 뛰어넘어야 할 큰 산이 되어버렸다. 어쩜 그녀가 어 떤 책을 내놓던지 책의 수식어는 항상 성공한 드라마의 이름으로 장식될 테고 내용또한 비교될테니 말이다. 내 멋대로 부제를 정해 보았다. '빌딩숲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이것이 캔디스 부쉬넬 풍이다. 두깨가 얇지 않은 책임에도 순식간에 읽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공감대 형성이다. 성공과 사랑 두가지를 모두 꿈꾸는 현대 여성의 심리를 만족시켜준 세련됨이 느껴진다. 저마다의 색깔로 '립스틱'을 바른 여성들이 '정글'같은 사회에서 분투하는 모습, 세명의 주인공이 떠오르고 저자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거기에다 나 자신의 이미지도 살짜기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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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 세계를 빛낼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 명진 어린이책 6
신웅진 원작, 김경우 글, 가랑비 그림 / 명진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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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장관님이 유엔사무총장님이 되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격이 느껴집니다. 그 전에 언론에서 많이 언급하긴 했지만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불리우는 그 자리에 정말 우리나라분이 되실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답니다. 우리 옆에는 유엔에서 한입김 하는 일본이라는 경제 강국이 있고, 아시아의 강국 중국도 있으니까요.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중이었던터라 미국과의 관계도 냉냉하고 괜히 우리나라 언론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반기문 총장님은 결국 해내셨네요.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너무나도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혹자는 '세계의 대통령'이란 말은 허울뿐이고 실권은 그에 못미친다고도 하더군요. 그러나, 지구상에는 아직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나라도 많은 것이 사실이고 반기문 총장님이 어느 나라를 방문 하시던지 국빈 대우를 받는 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닌가요. 이쯤에서 반기문 총장님의 어린시절은 어떠하였고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유엔사무총장님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 책은 마치 그런 궁금증을 답을 해주기라도 하는듯 발빠르게 출간된 책이네요. ^^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의 어린이판 이랍니다.

책의 앞부분에는 태몽이 나와요. '위인전'의 느낌이 나는 책, 주인공이 한국인인 경우엔 꼭 태몽이 등장하죠. 약간은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수 없는 것 같아요. 저두 가끔 울 아들한테 태몽이야기를 해주면서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고 말해주거든요. ㅎㅎ 요즘도 주위에 누군가 아기를 가졌다고 하면 태몽을 묻는 것은 한국인이기때문에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반기문 총장님은 어린시절에도 참으로 반듯한 어린이였네요. 어머니가 공부하라고 말해본적이 한번도 없을만큼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좋았다고 해요. 모르는 것을 배우는 기쁨, 열심히 공부해서 1등 했을때의 즐거움을 알았던 것이랍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기쁨을 나누는 사람이 되라고 1등할 때마다 떡을 해서 친구들과 함께 먹었대요.

이 책이 어린이판이긴 하지만 사실 1등에서 1등으로 계속 이어지는 내용이어서 우리 아이한테 읽히기는 겁이 납니다. 그러나, 머리가 좋아서 맨날 놀면서 1등 한것은 아니거든요. 어떤 일을 잘했을 때는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보아야 해요. 주산대회에 나가기 위해 몇날 몇일을 독(?) 하게 연습했던 일, 영어 교재를 만들기위해 용기내어 외국인 부인에게 도움을 청한일, 총장님의 공부 방법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즐겁게 공부 하는 것' 뿐이었대요.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통하는 방법 아닐까요? ^^

저는 반기문 총장님의 이야기를 읽고 무조건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든지 한가지는 잘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믿거든요. 반기문 총장님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셨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한가지 잘 하는 것이 꼭 '공부' 라는 법은 없지요. 누구든지 자신을 하고 싶은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해요. 반기문 총장님도 초등학교때 외교부 장관의 강연을 듣고 막연하게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어요. 그렇지만 '외교관'이 되겠다고 구체적으로 결심한 것은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죠. 그동안은 막연했던 꿈을 위해 준비했던 단계였어요. 어른이 되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를 위해서 지금의 생활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랍니다. 어린이들이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어린시절부터 꿈을 가지게 도와주어야 해요.

반기문 총장님도 존경스럽지만 부모님들도 참 대단하신 것같아요. 넉넉치 않은 형편이었지만 자식들을 위해 책을 사는데 아끼지 않으셨던 점이나 부모님의 꿈(두분은 공부 잘하는 총장님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셨대요)을 강요하지 않고 아들의 꿈이 외교관이라는 사실을 아신뒤로는 무조건 믿고 지원해 주셨다고 해요. 그외 일화를 통해 알게된 두분 의 인자하신 성품을 그대로 닮은 총장님, 제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도 바로 반기문 총장님의 성품에 대한것이에요. 총장님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인도에서 처음 외교관의 임무를 수행하시면서 겸손함부터 배우셨다고 해요. 늘 아래 사람을 보살피는 온화한 성품으로 모시기 좋은 상관이셨다고 하지요. 그런 성품이 바로 유엔사무총장직을 맡는데 중요한 장점이 되었다고 해요.

제가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입니다. 주위에 따르는 사람이 많으면 반드시 시기하는 무리가 생깁니다. 아무리 반듯한 연예인도 안티팬이 생기는 것 처럼요. ^^ 그런데 간혹 안티팬이 없거나 그 세력이 약한 연예인도 있지요. 바로 그사람이 진짜 인간성 좋은 사람이에요. ㅎㅎ 반총장님은 중립적이면서도 무난하고 주위 사람들은 편안하게 대하는 그런 분일거에요. 유엔의 궁극적인 목표가 '세계평화'인 점을 생각한다면 제대로 적임자를 뽑은 것이지요.

반기문 총장님이 총장직을 수행하기 시작할 무렵엔 북한의 핵문제가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였어요.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요즘 그 부분에 있어서 긴장이 많이 풀려 총장님의 어깨가 좀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기분이 좋네요. 사실 이제 시작이죠. 부디 총장님의 임기동안 유엔을 잘 이끌어 주시고 훌륭하게 임수를 수행하셨다는 평가를 받는 사무총장님으로 이름을 남기시길 바래요. 그 후에는 직접 쓰신 자서전을 발간하셔서 더욱 세세한 이야기 많이해주시길 바랍니다.



ps. 반기문 총장님 어떤 분이셨을까 궁금해 하다가 이 책을 만나서 무척 반가웠어요. 이제야 반기문 총장님에 대한 궁금증이 좀 풀리는군요. ^^ 이 책을 읽으려는 어린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총장님은 맨날 1등만 하셨구나 하면서 부담스럽게 읽지 마시고, 한국인 최초의 유엔사무총장님이 이런 분이셨구나 하는 마음으로 읽으세요. 중요한 것은 총장님이 제대로 보여주신 "겸손" 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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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네야 테르시 지음,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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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예전엔 몰랐다. 아이가 세돌쯤 지났을 때, 밤에 잠을 자다가 갑자기 발목과 무릎이 아프다고 울기 시작했고 한 30여분을 주물러주면 다시 잠이 들곤 했다. 이름하여 성장통, 정확한 원인은 없지만 '설'은 많다. 뼈가 자랄때 성장점이 자극되어 그렇다는 주장이 많은데 칼슘제를 먹이라는 권유에 따라 종합영양제 한통을 구입했다. 그 후로 지금도 아프다며 간혹 나를 깨운다. 전에는 울면서 짜증도 내고해서 다리 주무르랴 아이 달래랴 여간 속상한 것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엄마, 나 또 키크고 있는 거야?" 하며 눈물만 주르르 흘린다. 이제 겨우 여섯살인 아이도 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녀석... 근데 엄마 마음 아냐? 입술을 꽉 깨문 그 모습이 더 가슴 아린다는 것을.

"아빠는 죽지 않았다. 다만 아주 먼 여행을 떠났을 뿐이다. " 이 책은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소년 가브리엘 2세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가족들에게 소중하지 않은 아빠의 존재란 있을 수 없겠지만 가브리엘에게 있어서 아빠는 더욱 특별한 존재다. 일때문에 바빴던 엄마를 대신해서 어린 가브리엘을 돌봐주셨던 아빠,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때 쓰는 것이겠지. 15년 세월동안 아빠와의 추억들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기억을 더듬어 일기를 씀으로써 미래를 위한 추억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일기장이 두꺼워 질수록 아빠에 대한 사랑, 믿음...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도 아빠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아. 엄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쩜 아빠가 떠난 것이 엄마 때문인지도 몰라. 아빠의 이기적인 선택, 엄마의 석연치 않은 태도는 주인공의 갈등을 점점 키우고 마침내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너무나도 충격적인 진실로 되돌아 온다. 아빠를 사랑했던 그 깊이만큼 텅 빈 가슴이 원망으로 채워진다. '가정'은 분명 모든 이에게 가장 안락하고 평안한 장소여야 하지만 성장소설에서는 인생에서의 첫시련을 겪는 곳, 내적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가정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밑거름을 제공해 주어야하지만 때론 미성숙한 어른들로 인해 오히려 생채기를 내는 일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실 뒤에 가려진 진실을 볼 줄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은 바로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도. 거기에 남은 자들의 사랑의 합쳐져 성큼 자라려는 주인공에게 튼튼한 장대가 되어준다. "아빠는 누구나 어른이 되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또 결정을 내려야 하고 자신의 실수를 책임져야 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어른들도 잘못 생각할 때가 있는 거라고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굳건한 의지와 이성과 상식을 가지고 노력할 뿐이라고 하셨죠. p.124

어린시절 내게 있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돈을 벌고,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룰 수 있는 그런 완벽한 모습을 갖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어릴 때 내가 기대하던 그런 모습은 아니다. 나 또한 아직도 진정한 내 모습을 찾지 못한 아직도 찾고 있는 어른일뿐이다. 신입 때, 직장 선배가 해 준 조언이 생각난다. 인생이란 것이 마음먹은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한 계획적으로 살아라 하는 것이다. 단기계획과 장기계획을 세우되 서른이 넘으면 반드시 단기계획도 10년은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30대는 40대의 내 모습을 위해서 살고, 40대가 되면 50대의 내 모습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 그 나이에 가장 어울리는 사고를 하고, 가장 멋진 모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어쩜 모든 인간은 연륜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기 위해 죽을 때까지 성장이 필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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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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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비오는 날 등교길에 하수구 덮개가 열린(이유는 알 수 없지만 ) 곳이 간혹 눈에 띄었는데 뻥 뚫린 하수구 위로 엄청나게 굵은 물줄기가 솟아 올랐다. 아이들 서넛이 둘러서서 실랑이를 벌인다. 솟아 오른 물줄기 위에 올라타면 만화에서 처럼 튕겨 올라갈까? 아니면 하수구로 빨려 들어갈까 하고 말이다.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그중 젤 어리숙해 보이는 아이에게 물줄기 위에 올라타 보라고 부추긴다. 단지 체구가 작다는 이유때문에 가장 적합하다며 아이들의 재촉은 계속된다. 만약 그 때 하수구로 뛰어들었다면...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나'의 존재는 없으리라. 일곱살 어린나이 였지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생각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즉, 물 위에 올라타는 신나는 경험이나 물에 빠졌을 때 두 가지 경우 모두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옷이 젖을 것이고, 몸에 하수구 냄새가 배일지도 모른다는 점. 그리고 가장 큰 두려움은 최종적인 결과로 엄마한테 혼난다는 것이었다.

<빠지다>는 사랑에 대한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미성숙한 어른들, 사랑에 서툰 어른들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도피여행을 떠나고, 애욕에 빠지고, 또다른 사랑을 위해 사랑을 배신하고, 서로를 가학함으로써 사랑을 확인하고, 불륜에 빠지는 슬픈 사랑이다. 책을 덮은 후 잠시 멍~한 상태에 빠졌다.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내용에 공감하지 못하고 책의 주변에서 겉돌기는 처음이다. <빠지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책 속에 빠지고 싶었는데... 딱히 어떤 말로도 책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저 안타깝다고 해야하나. 사람이 사람을 강요하고 사랑이 사랑을 부추기는 습하고 서늘한 감성 소설집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책 읽는 내내 습하고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개운하지 못하고 책과 내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 진정 이것이 작가가 원했는 것일까? 참으로 묘한 책이다.

사랑을 몰랐던 시절, '내게도 사랑이라는 것이 찾아올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나의 첫사랑은 이러이러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면서 사랑을 주제로 습작글을 끄적이기도 하고 이왕 사랑을 할바에는 처음 보는 순간에 전율을 느끼는 운명적인 사랑, 미친듯이 빠져드는... 그러면서도 때론 슬프고도 아름다운 드라마틱한 사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사랑에 대한 환상은 그 시절 나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후로 오랜뒤에 현실이 될 때까지 '어른 세계'에 대한 동경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금지된 사랑'은 누구에게나 달콤한 '금단의 열매'일 수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통틀어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보고픈 욕심은 누구나 품음직 하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독자가 공감할 수 있을만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기엔 지면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매회마다 전후 스토리는 짧게 서술되고 주인공들의 현재 상황만 습하고 서늘하게 표현되었다. 사랑에 풍덩 빠져 유영하는 모습이 아니라 허우적 거리는 모습, '수렁'에 빠진 모습만 보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우중충한 회색빛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젊은 시절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행복과 아픔을 겪은 기억이 있다. 지금은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지만 사랑은 여전히 내게 핑크빛 설레임이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어~' 서로를 품에 안은 연인들만큼 이 말이 절실한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시간은 멈출 수 없고,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현실속에서의 감정일뿐. 사랑은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의 결과에 책임지며, 두 사람의 미래를 함께 고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그 의미가 있다. <빠지다>의 주인공들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 에 가깝다.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대책 없는 사랑, 그래서 더욱 서늘하다. 절제되지 못하고 책임감 없는 사랑은 우산을 들고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어린 아이의 유치함과 다 르지 않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빠지고 싶지 않은, 빠져서는 안되는 사랑에 대한 경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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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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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아이가 너무나도 간절히 소원을 말했던 적이 있다. 유아채널에서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뮤지컬 공연에 대한 광고가 나올때마다 팔짝팔짝 뛰면서 보러 가고 싶다고 졸라대는 것이었다. 내 새끼여서 그런게 아니라 지금까지 마트에서 뭐 사달라고 징징거린적 한번 없을 만큼 성격이 차분한 아이다. 어린이집 입학식때, 엄마들과 아이가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30여분이 지나자 다른 아이들은 돌아다니고 눕고, 뒹굴고 여하튼 난리가 났는데 1시간 반이 넘도록 내 앞에 앉아서는 "엄마! 언제 마쳐?" 이 말만 세번인가 묻고는 꿋꿋히 자리를 지킨 아이다. 그런 아이가 그 광고를 보고는 얼마나 졸라대는지...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서울에서 공연하고 있었고 입장료만 우리 가족 세명분 10만원이 넘었다. 뮤지컬이니 관람료는 그렇다 치고 당일 교통비에 식비까지 합치면... 헐~ 도저히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너무 멀고, 값도 비싸고 도저히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고 말이다. 다섯살 인생에서 그토록 간절히 바랬던 일인데 부모로써 들어주지 못하게 되어 얼마나 아픔 아팠는지 모른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 는 말이 있다.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알수 없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의 꿈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 한자리 하사받아 임금계시는 곳 가까이(지금의 강북) 살고 싶어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서울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다. 사실 나 자신은 30여년 넘도록 지금 살고 있는 지방을 떠나 본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서울로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절실히 해본적도 없다. 단지 내게 있어 서울이 좋아보이는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 부러움이 때론 질투가 되고 서운함이 된다. 때문에 서울은 이기적인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문화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등 모든 분야에서 독식하고 비대해진 도시며, 그늘이 많은 도시다. 문학속 서울의 모습은 산업화로 인한 서울의 이면, 꿈을 찾아 서울로 온 이들의 아픔과 좌절을 그린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이 저려왔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갔던 경제력의 핵은 우리 누이들의 희생과 피땀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벽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한때는 권력자들에게 말이 통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 결국 분신을 통해서 '진실'을 알리려 했던 그는 노동자들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다. 그러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시대의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우리 누이들이 고통받던 그자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더 나은 노동 환경으로 대체된 것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채워졌다. 사업주들은 요즘의 젊은이들이 힘들고 고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하고,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의 일자리마저 빼앗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서울은, 대한민국은 더이상 과거만을 되내이며 살 수는 없다. 아픈 과거를 묻어둔 채 세계를 품는 넉넉함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을 펼쳐들 때에는 자랑스러운 서울, 화려한 서울의 모습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문학속에 비친 서울의 모습은 회색빛이다. 조용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오는 창밖을 내다보는 풍경이랄까 좀 심할 땐 황사비를 맞으며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었다. 문학 속의 서울은 도대체 왜 이렇게 서울을 홀대하는가? 내가 아는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심이면서 불과 수십년만에 전쟁의 흔적을 몰아내고 세계속에 우뚝서게 한 자랑스러움을 간직한 곳이 아니던가? 문제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와진 만큼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메말라졌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어느새 물질의 가치만를 최우선으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문학속에 비친 서울은 그점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대중이 볼수 없는 곳을 비추고, 잊혀 져 가는 것들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을 상기시킨다. 문학 속의 서울이 회색빛인 이유는 서울에 대한 애증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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