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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2 ㅣ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12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매일 모짜르트 음악을 1회 이상 듣는다." 라는 문구를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설사 약간의 과장이 들어간 주장이라고 해도 전혀 설득력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 클래식 음악을 1회 이상 듣는다." 라는 문구로 바꾸어 생각해 보자. 적어도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이 들기까지 드라마나 CF, 라디오, 영화, 뮤지컬, 혹은 길을 걷다가도 셀수없을 만큼 많은 클래식 음악에 노출됨에도 자연스러게 일상에 녹아 있어 느끼지 못할 뿐이다.
말하는 지휘자, 클래식의 전도사를 불리는 금난새님은 1994년부터 시작된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로 유명해지신 분이다. 방학숙제로 음악회를 다녀와서 감상문을 써야만했던 학생들, 혹은 단체로 음악회 관람을 갔던 청소년들 중에는 클래식이란 낯설은 분야에 대할때 단순히 두 가지로 분류되었으리라. 의무감으로 최선을 다해 듣는 쪽과 음악회를 포기하고 잠을 청하는 부류. 그때까지만 해도 대중들은 클래식이란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휘자가 청중을 향해 입을 여는 순간 클래식은 우리 모두의 음악이 되었다. 당시로서는 지휘자가 청중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획기적인 구상이었다고 하니 종잇장같은 벽을 허무는 것이 그리도 힘이 드는 것이었나보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2)>에서는 총 14명의 음악가가 등장하는데 대부분이 민족적이고 대중적이며 정치색을 띠는 작품도 눈에 띈다. 체코의 민족적 요소와 교향적 전통을 잘 조화시킨 드보르작과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메타나의 이야기와 "교향곡은 세계를 담아야 한다"라는 말을 내세우며 교향곡 안에 자신이 체험한 모든 것을 담아내려 했던 말러의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민속적인 요소부터 선술집의 거친 정서까지 심지어 민요나 동요, 대중음악등 거리의 음악들까지 재료로 삼았던 말러의 교향곡은 '음악으로 쓴 자서전'으로 불리운다고 한다. 그리그와 시벨리우스,스트라빈스키와 바르토크등 많은 작곡자들이 19세기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유럽 각지에서 민족적 각성이 일어난 영향을 받은 작곡을 하였다.
스탈린 시대를 살았던 쇼스타코비치는 작품으로 인해 탄압을 받았던 인물로 밤에 느닷없이 비밀경찰이 들이닥치지 않을까하는 공포속에서 작품 활도을 하였다고 한다. 그의 다섯번째 교향곡 <혁명>은 이례적으로 당국의 환영을 받은 곡이나 아이러니 하게도 쇼스타코비치가 작품에서 나타내려고 했던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공포 정치의 폭력 속에서도 살아 꿈틀대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라고 한다. 음악의 추상성 덕분에 빚어진 한 편의 블랙 코미디인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88올림픽 전까지 우리나라는 소련과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의 작곡가들처럼 연주가 금지되었는데 실은 그의 작품 대부분이 소련 정부와 다른 생각으로 작곡된 것들이라고 한다.
프랑스 음악가 비제와 생상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비제가 <카르멘>을 선보일 무렵 당시 파리에는 오락성 있는 오페라 즉, 요즘 영화로 치면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형이나 로맨틱 코미디형 오페라가 유행이었다. 그런데 <카르멘>의 경우 '비극적 사랑'을 그린 내용이라는 점, 주인공이 살해당하는 장면만으로도 상당히 반사회적인 작품이었다고 한다. 비제는 충격적인 장면을 완화시켜 극적으로 재창조해냈다. 작곡가 생상을 떠올리면 가장먼저 <동물의 사육제>가 떠오른다. 그러나, 생상 본인은 이 곡을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생상이 유럽 연주여행을 망치고 기분전환삼아 휴양지에 갔다가 가볍게 쓴 곡으로 진지함과 깊이등 작품성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렴풋이 떠오른 생각인즉 우리 민요의 경우 고어체,구어체로 되어있어 내용을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고 대중에게 많은 거리감이 있다. 금난새님의 클래식 여행처럼 설명을 곁들인 판소리와 민요, 혹은 가야금,거문고등 옛악기들의 연주회에 있어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분이 나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민족적인 색체를 띤 작곡가들이 많이 등장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홍난파의 <봉선화>라는 가곡이 떠올랐다. 팬을 든 지식인들이 글을 통해서 대중을 선도했듯이 음악가들은 음악을 통해 애국심을 호소하였다. <봉선화>라는 곡 이후에 친일행적으로 인한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이 작품을 쓸 무렵에는 작곡가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순화하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어려서 클래식을 많이 접한 아이들은 사고가 깊어지고 감성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모든 음악에는 나름의 장점이 있으나, 책에도 고전이 있듯 세기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클래식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는 이제 그만 버리자.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모짜르트나 베토벤같은 유명한 음악가들이 주로 궁중에서 왕이나 귀족을 위한 작곡을 했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는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추구했던 음악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클래식은 정해진 누군가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즐기고자 하는 사람의 음악이다. 이 책은 조금은 길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을 들어주고, 감동받는 것이야말로 작곡가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바일 것이다.
덧붙임 :
CD가 같이 오는 줄 알았는데 안 보여서 실망할 뻔 했다. 두번째로 책을 펼쳤을 때 맨 뒷장에 CD를 발견했다. ㅎㅎ 나름 고상한 척 하면서 ^^;; 클래식을 들으며 독서를 했다. 책에 등장하는 14명의 주요 작품을 한가지씩이라도 실어주셨더라면 하는 투정을 해본다. 네~ 저는 욕심쟁이 입니당~
클래식은 어쩜 알다가도 모를 분야가 아닐까 싶다. 예를들어 누군가 그리그 작곡 <솔베이그의 노래>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음악을 직접 들어보면 지금까지 수도없이 들어왔던 낯익은 '음악'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늘 접하고 살면서도 작곡가나 제목을 연결짓지 못하는 음악, 이럴땐 클래식을 안다고 해야할까 모른다고 해야할까 아리송하다. ^^;;
분명한 것은 누구에게나 클래식이 막막하게 낯선 음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