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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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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눈을 뜨니 좀처럼 붓지 않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몸은 천근만근이나 되는 것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딱히 뭘 잘못 먹은 것은 없는데 며칠 동안 새벽까지 책을 읽느라 기력이 쇠한 탓인지 '눈이 붙었다'는 표현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고3때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지금의 나와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요즘들어 자주 한다. 저질 체력 탓에 아무리 중요한 시험이 있어도 밤샘 한번 해본적 없고, 자정이면 무조건 잠자리에 들었던 내가 나이 서른이 훌쩍 넘어 뒤늦게 '책바람'이 들어 날이면 날마다 새벽까지 독서삼매경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소설이야 원래부터 좋아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재미가 붙은 인문학 관련 책들은 확실히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키워준다. 하지만 책 읽기가 재미있어 질수록 '책 고르기'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결혼생활 초기에는 책 한 권 맘편히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수년 전부터 여유가 좀 생기니까 말 그대로 닥치는대로 읽었었다. 그리곤 활자를 읽는다는 것 자체에 스스로 감격해하는 요상스런 독서를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이젠 한 권을 읽어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서, 한 권을 가지더라도 소장가치를 따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와 같은 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솔직히 궁금했다. 남들은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은 어떻게 고르며, 소장 가치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등 책을 읽고 관리하는 것까지 많은 것이 궁금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솔직히 처음엔 사람들을 통해서 정보를 얻었지 독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에 대해서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라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할지라도 섣불리 추천하거나 선물하는 것이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하고,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하면 그런 조언이 독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맞아떨어질까 회의적이었다.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독서를 위한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 정보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우선 '감히' 독서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을 내려면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권수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지식과 노하우는 그냥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정도를 열정과 노력,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음을 말이다. 읽은 책을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고 문단의 평론과 독자들의 반응,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지 등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독서에세이'가 문학이라면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는 인문학에 가깝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 중에 두 번 이상 읽는 책을 늘려야 한다, 서점을 사랑하고 작가를 사랑하라, 어려운 책에 도전하라, 책에서 책으로 지식을 확장하라...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조언들이 많아 역시나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면서 보니 나중에 주문해야지 하며 따로 적어둔 책들이 정말 빼곡하다. 신기한 것은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책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었고 이미 장바구니에 담긴 책도 더러 있다는 것을 볼 때,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가치와 통하는 스테디셀러라는 것이 확실히 있긴 있나보다 싶었다. 독서에 있어서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독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론 타인의 독서, 특히 고수들의 비법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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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빠>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쁜 아빠 - 신화와 장벽
로스 D.파크 & 아민 A. 브롯 지음, 박형신.이진희 옮김 / 이학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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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러기 아빠'라는 단어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자녀들을 위해 나 하나만 희생하면 된다는 아버지들이겠지만 지인 중에는 마지못해 등떠밀려 기러기가 된 경우도 있다. 말인 즉 방학을 맞아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냈는데 처음엔 몇달만 하던 것이 반 년이 되고, 그 다음은 1년, 2년... 그렇게 한국에 돌아올 생각을 않더라는 것이다. 자녀들은 한국의 답답한 교육 환경이 싫어 돌아오기 싫다고 하고, 아내는 아이들의 뜻을 존중해서 남편에게 조금만 더 고생해 달라고 한다.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에게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가족이란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나쁜 아빠> 이 책은 제목처럼 나쁜 아빠에 관한 사례들로 넘쳐난다. 가정 파탄자로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아이를 방치하는 아버지, 이혼 후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아버지등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버지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어쨌거나 정말 악한 감정으로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는 아버지는 극소수라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내용 자체가 외국의 경우라서 이혼율이나 범죄율 등 우리 실정과는 조금 다른 환경을 고려해가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저자는 나쁜 아빠들이 전통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와 실제로는 사회에서 매장될 만큼 나쁘지 않으며, 자녀에 대한 학대 등 어머니들이 악행도 만만치 않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솔직히 앞부분은 좋았는데 어머니를 끌어다 붙힌 것 때문에 조금 반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데 어쨌거나 점차 고립되어 가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정도 공감은 갔다. 세상에 어떤 아버지도 자녀들에게 나쁜 아빠가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잘 하고 싶고, 나름 최선을 다하긴 하는데 아내와 가족들이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몰랐다, 라는 정도의 아버지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과거나 오늘날이나 아버지란 존재는 참 외롭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낀다. 칠순이 넘으신 내 아버지도 평생을 가족들에게 군림하면서 살아오신 분이지만 요즘은 '종이 호랑이'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경제 활동을 책임지는 사람이었고 말그대로 울타리 역할에만 온 힘을 쏟았기 때문에 정작 자녀들과의 소통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셨다. 어릴 때 부터 엄마와 모든 것을 상의했고 아버지가 알아야 하는 부분까지도 엄마를 통해서 전달되었다가 답을 얻곤 했지만 그런 환경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살아왔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어떻게 해 왔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자녀 문제에 있어서 부부는 동등한 책임과 의무를 진다는 것, 자녀 양육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방관자로 만들지 말 것, 여기에서 남편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라는 내용이 있는데 어느 가정이나 남편이 큰 아들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소리는 아니다. 결정적으로는 남편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뒷받침해 주는 것인데 아직은 여성 근로자도 출산휴가, 육아휴직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직장이 많은지라 현실화되고 보편화 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가 태어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분명 어머니가 된다는 기쁨 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문제는 전통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과 그 아들들에게 어떻게 아버지의 역할을 해야하는지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들이 배운대로 하다보니 또 다시 문제가 생기는 것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부모교육'이나 '아버지 교육'에 관한 프로그램이라든지 관련 책도 많아서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아버지로서 해야할 것들에대해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나쁜 아빠는 없다, 단지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미숙한 아빠가 있을 뿐... 그렇게 믿고 싶다.

 

 "아내가 신기하게 당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가정하지 마라. 그녀가 아이 양육에 대해 알고 잇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녀는 - 다근 것들과 마찬가지로 - 실행함으로써 터득했다. 그리고 당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그것들을 실행함으로써 터득하는 것이다.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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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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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을 읽다보면 특히 철학과 사상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서양 중심의 서술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에 살짝 기분이 나빠질 때가 많다. 마치 서양 사상이 인류의 보편적인 사고라도 되는 듯, 서양 사상이 세계를 지배해도 족하다는 뉘앙스를 접할 때면 도대체 동양 철학에 대한 연구는 왜 이리도 더딘 것인지 어쩜 서양의 것에 견줄만한 사상이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헌데 남을 탓하고 투덜거리기 전에 나 스스로가 동양의 사상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었으며, 조금이나마 배워보려 노력했던가 자문하는 순간 더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사실상 동양의 사상이라하면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 사상가들의 이름만 떠올려도 머리가 아파지지 않는가! 우리 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갖추었다고는 하나 유교니 성리학이니 조선을 말아먹은 케케묵은 생각이라 밀쳐두다보니 제대로 마주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 같다.

 

 <노자 강의> 이 책은 노자의 사상을 집약한 '도덕경'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강의 형식으로 풀어 쓴 책이다. 우선은 노자의 사상이 서양인에게 성서 다음으로 많이 출간된 책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서양의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도덕경'은 노자가 주나라의 쇠퇴를 안타까워하며 서방으로 떠날 때, 그 중간의 문지기쯤 되는 사람이 간곡하게 부탁하여 남긴 글로써 약 5천자 정도의 분량이지만 우주와 인간사의 모든 지혜가 담겨진 놀라운 책이다.

 

 <노자>의 원문은 직설적이지 않아서 각자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는데 도가의 기본 사상만큼이나 탄력적인 면이 있다. '노자'라는 이름에서 처럼 도인적인 느낌을 풍기는 노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철학자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려 했던 것 같다. 따라서 노자의 사상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약한 것이 가장 강하고, 강한 것이 때론 가장 약한 것' 그리고 '세상만사 물 흐르듯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삶'을 강조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이 바로 '하지마', '안 돼!' 하는 부정적인 용어다. 노자 강의 곳곳에는 노자가 갓난아이의 순수함과 자연 친화적인 부분, 세상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놀라움을 극찬한 부분이 있다. 어느 경지에 도달한 예술가가 끝끝내 터득하는 경지가 '어린아이 처럼 천진하고 순수한 세계'라는 것을 떠올릴 때, 노자는 진정 득도한 사상가였음에 틀림없다.

 

 요즘의 청소년들이 입을 모으기를 정직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맘에 걸린다. 아이들을 탓해 무엇하랴. 어른인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현실이 그런것을 말이다.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고,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위치에 오르고 싶은 것은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노자는 돈을 벌기에 앞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가르치고,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황폐해져 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추스리는 방법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노자 강의>를 통해 만난 21세기형 노자는 시대에 뒤쳐짐없는 위대한 사상가였다. 무엇보다 '도가 사상'이라는 자체가 머리 위에서만 맴도는 이론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떠올리고 되뇌여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사실이 큰 성과라면 성과다. 물질적 가치에 앞서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설사 세상의 한 쪽에 그늘이 걷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의 행복과 가치를 재는 기준이 '선'과 '참됨'이라는 사실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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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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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넘기다 보니 올 초에 영화 <아바타>를 봤던 감동이 다시금 되살아 난다. 가까운 미래,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로 황폐화 된 지구와 원시림의 상태를 유지한 아름다운 행성 판도라가 대비되면서 그곳의 자원을 빼앗기 위한 지구인과 나비족의 대결... 그리고 인간과 외계인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범우주적 사랑 등 한 편의 영화에 이토록 많은 철학적 메세지가 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에서 보여준 아바타의 특징은 지금까지 가장의 공간에서 나를 대변하는 '평면적인 아바타'가 아니라 '입체적인 아바타' 다시말해 나와 아바타가 하나가 되는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것에 있다.

 

 특히 3D 영화산업의 발달을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조만간 머그게임의 방식도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영화에서 인간이 아바타를 조종하는 것과 마찬가지도 직접 보는 것 처럼 보고, 직접 만지는 것 처럼 느끼고 일정부분 통증도 느끼는 그런 게임이 생긴다면 다들 열광하지 않을까? 지금도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충돌이 가끔씩 기사화 되는 것을 보는데, 오감을 교감하는 아바타가 생긴다면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이 생기겠지. 

 

 <싱커>는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잇는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성장소설, 판타지 형식의 전작과는 달리 SF적인 성격을 가진 소설이다. 서기 2068년, 환경문제로 인해 야기된 제3차 세계대전과 연이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인류는 '시안'이라는 거대 지하도시를 중심으로 지상과 단절된 체 살아간다. 시안에 소속된 시민들은 초국적 제약회사에서 제공한 약을 제공받아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장수를 누리지만 상대적으로 시민권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지하세계의 또다른 공간에서 난민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주인공 미마는 학습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약을 구하기위해 125층의 지하도시의 떠나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위험을 감수한다. 그곳에서 만난 꼬마를 따라갔다가 이미 멸종된 줄만 알았던 동물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살아있는 물고기를 시안으로 몰래 들여와 키우기도 한다. 미마는 꼬마의 형을 통해 '싱커'라는 게임을 알게되는데, 게임에 접속함으로써 아마존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인 '신아마존'의 동물들과 교감하는 재미에 푹 빠진다. 미마는 특유의 호기심과 순수함으로 아마존의 동물들에게 동화되고, 그녀의 친구들과 싱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시안의 정치, 경제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거대한 음모에 부딪하게 된다.

 

 분량이 그렇게 두꺼운 것도 아니고 내용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라서 순식간에 읽은 책이다. 우선은 SF적인 내용이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하게 와닿지는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의 발행 시점이 영화 <아바타> 직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2009년 11월에 수상작으로 발표되었으니 아바타 개봉 전이긴 한데 결정적인 부분이 비슷하게 느껴지다보니 감동이 반감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주제에 있어서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나 자연의 치유력이라든지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을 그린 점도 흔히 접하는 메세지다.  

 

 하지만  '생명'과 '게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작품 속에서 조화롭게 공존시켰고 거부감없이 빠져들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점 만큼은 인정할만 하다.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머그게임을 비롯해서 특정한 게임에 빠져 본 경험이 있을 것이기에 낯설지 않은 설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요양원에 있는 미마의 엄마를 통해 생명 연장에 관한 부분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날로 고령화되는 사회속에서  얼마나 인간답게, 행복을 추구하며, 품위있게 사는가 하는 것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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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 캐나다 - 순수한 열정으로 캐나다를 훔쳐버린 당찬 20인의 이야기
임선일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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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캐나다하면 가장 먼저 붉은 단풍잎이 생각난다. 어릴 때 부터 세계 여러나라의 국기들 중 캐나다의 것이 가장 이쁘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하얀 바탕에 양 옆선은 대성양과 태평양을 상징하며 그 가운데 붉은 단풍잎은 캐나다의 국목으로 심플하면서도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상징성이 있다. 캐나다는 얼마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나라이기도 하다. 당시 개,폐회식을 시청하면서 VIP석에 인디언 복장을 한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었다. 북아메리카라는 이유로 단순히 백인의 나라일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캐나다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라이다.    

 

 <20인 캐나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여행서와는 조금 다르다. 저자가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캐나다에서 만난 인연을 중심으로 캐나다를 직접 경험한 20인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한국인으로 캐나다에 이민와서 수년동안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6개월 혹은 1년 정도의 단기 어학연수 차원에서 들린 사람들도 있다. 거기다가 일본, 이란, 베트남, 홍콩, 케냐 등에서 캐나다로 날아온 사람들까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고 다른 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캐나다를 이야기를 하고 있어 확실히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많이 변화시키는지 아마 상상도 못할걸? (p.234)" 

 

  인터뷰어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다섯 번째로 소개된 전서연 님이다. 전 강원랜드 F&B 매니저, 호텔경력 15년의 경력직으로 남부럽지 않게 돈도 많이 벌었지만 가정 형편과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고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캐나다로 왔다고 했다. 살다보면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인것 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최근들어 문득문득 그런 기분이 밀려들곤 하는데 그녀를 통해 많이 공감하고 힘을 얻었다. 

 

 또 한 사람은 어학연수를 온 대학생 고성은 님이다. 대학에서까지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싫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젊은이들의 취업문제가 참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선생님이 될 그녀를 통해 캐나다와 너무나 비교되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 씁쓸해하면서 읽었다. 거리화가 프랭크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바닥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린다. 하루만 지나면 사라져버릴 파스텔화를 그리면서도 '지워지니까 다시 그릴 이유가 생긴다.' 고 말하는 여유라니. 날마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자신에게 감탄하는 사람들로인해 힘을 얻는다는 그가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를 비롯한 20인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꿈과 열정,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 '답'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들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캐나다를 택했고, 열정이 있었기에 어려움을 감수하고 헤쳐나갈 수 있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도 친구들과 수다떨 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은 이야기는 그 어떤 소설보다 재미있기 마련이다. '20인 캐나다'는 단순히 여행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캐나다가 아닌, 캐나다를 제대로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현실성과 실용성을 고루 갖춘, '사람 냄새 나는 여행서'여서 더욱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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