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에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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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도 꿈을 꾸면 어릴적 살았던 한옥집이 배경으로 나온다. 지붕에서 내려다 보면 'ㄱ'자를 좌로 돌려 놓은 모양이었는데 가운데 마루가 있고 큰방과 건넌방이 마주보고 있었다. 'ㄱ'자의 양 끝에는 방이 하나씩 더 있었고 대문 옆으로는 창고, 욕실, 화장실이 나란히 위치했다. 아마 이 구조가 한옥집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통으로 떠올리는 모양일 것이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한옥이 하나 둘씩 허물어지고 반듯한 양옥이 들어서던 시절인지라 불편한 한옥집이 부끄럽기도 했다. 

 

 한밤중에 화장실 한 번 갈려면 잠든 언니를 깨워 잔소리를 들어가며 볼일을 봐야 했고, 여름철 마당을 풀쩍 거리며 뛰어 다니는 귀뚜라미도 도무지 정이 가질 않았다. 당시만 해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때라 해마다 겨울이면 연탄가스 때문에 긴장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와 유년을 돌아보니 한옥집을 떠올리지 않고는 어린시절을 이야기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에 전원주택이나 친환경에 관심이 많아지면서는 그 시절이 더욱 그립다. 나무 냄새 솔솔 풍기던 마루도 그립고 너른 마당에 화단이며, 여유롭게 공상을 즐겼던 다락방도 너무나 그립다.

 

 <서울, 북촌에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서울의 북촌과 북촌 사람들에 관한 내용을 글로 엮은 것이다. 솔직히 서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63빌딩 같은 고층 건물이나 화려한 야경 처럼 번화한 도시의 이미지라서 과연 서울에도 전통이란 것이 남아있긴 한 걸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북촌의 한옥촌을 중심으로 여전히 전통의 멋을 간직한 곳이 있고,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뜻밖이었다. 

 

 북촌은 청계천을 중심으로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조선시대 세도가들, 왕실의 종친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왕조가 막을 내리면서 넓은 평수의 집들이 조각으로 팔리기 시작하고 북촌의 영화가 막을 내리는가 싶더니 일제 강점기때 주택회사가 땅을 사들여 대량으로 분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전통적인 한옥과 비교하면 구조부터 많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전통의 멋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것도 사실이다. 북촌 한옥의 특징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인 것이다.  

 

 <춘향뎐> <서편제> <취화선> 이 영화들의 특징이 무엇일까?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것.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한국적인 내용이라는 사실이다. 다시말해서 한국의 미를 영상예술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고, 한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일 것이다. 그렇다고 북촌에는 한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에는 북촌만의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서울의 상징물,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유적지 및 종묘 대제, 영산재 같은 무형문화에 이르기까지 북촌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하지만 전통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지도 개발의 유혹 앞에서는 참으로 무력하다. 개인이야 사유 재산이라며 큰 소리 친다지만 전문가들조차 경제적인 면에 치우친 의견을 내놓음으로써 전통을 훼손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니 안타깝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라는 가치는 지금 당장의 경제적 이익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것이다. 한번 허물어진 것은 복원에 성공한다고 하여도 원래의 '그것' 과는 결코 같은 것일 수가 없기에 매사를 결정함에 있어 신중 또 신중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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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교양강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손자병법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2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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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대문 밖으로만 나가면 '전쟁통' 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직장인들의 불안한 고용관계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처세술이 넘쳐나고 말이다. 한편에서는 인생은 아름답다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살기 힘든 것이 인생사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다른 사람을 따라다니기에 급급하기 보다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소신, 중심을 잡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손자병법 교양강의> 이 책은 그 유명한 손무의 '손자병법'을 마치 강의하는 것 처럼 정리한 것이다. 지난번에 같은 출판사의 <사기 교양강의>를 읽고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던터라 이번에도 은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21세기에 캐캐묵은 병법서라니 오늘날의 전쟁은 과거와는 너무나 달라서 첩보전, 기술전 이라고들 한다. 진법을 펼칠 결흘도 없이 첨단 무기로 판가름 날 뿐 아니라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저자의 말처럼 '손자병법'을 오늘날의 전쟁에 이용하려 했다가는 아마도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쟁의 주체가 인간이라면 그 원초적인 욕망과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전쟁의 승패와 향방을 가늠한다고 보아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손무는 전쟁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지혜를 제시해줍니다. (p.31) "
 
 어떤 전쟁이든 승자와 패자가 나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양쪽 모두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고통 다시말해 가족을 잃어야 하는 슬픔,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전쟁 후의 상실감 등은 결코 패전국만의 것이 아니다. '손자병법'의 기본적인 가르침 또한 전쟁이란 무조건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지휘관 이상의 직위를 가진 사람이 알아두어야 할 자세 위주로 되어있고, 후반부는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전략, 전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스위스에 대한 설명이다. 스위스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을 피해갈 만큼 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 나라처럼 전쟁이 잦았던 나라는 국방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학문을 논하는 것만 중하다 여기고 다른 분야를 배척하였을 뿐 아니라 배운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사리사욕을 채우기에만 급급했으니 그 댓가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치러야 했던 것이다.
 
 또 한가지는 120여년간 유지되어 온 코카콜라 제조 비법에 관한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철저하고도 치밀하게 비밀을 유지해 왔는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 오랜 세월동안 가능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전은 기술의 전쟁이다. 정보와 기술이 곧 국력인 것이다. 우리의 핵심 기술을 국외로 빼돌린 산업스파이에 대한 기사가 가끔씩 보도되곤 하는데 절대로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술을 보호해 주고 범법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왜 '난세를 이기는 지혜와 통찰을 최고의 병법서에서 배운다' 라는 멘트를 달고 나온 것인지. 비록 먹고 살기 힘든 때라고는 하지만 병법서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문구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분명한 사실이라도 혼자서 푸념처럼 늘어놓을지언정 다른 사람을 통해 확인받고 싶지는 않은 심리인가 보다. 독자층을 보다 넓게 확보하려는 의도였다면 손자병법을 있는 그대로 강의해주고 그 시대에 그런 전술이 먹힐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분위기 라든지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고에 대해 덧붙여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이란 국민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삶을 통째로 뒤흔드는 것임으로 부디 정치를 하는 이들은 역사를 거울삼아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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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밥상 - 자연을 통째로 먹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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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친환경적인 삶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이야 말로 친환경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슬로우 푸드의 대명사인 간장, 된장, 김치를 비롯해서 철마다 산에 들에 지천으로 널린 나물들이 밥상을 채웠고, 지금이야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사람의 배설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천연 비료로 사용했으며, 어쩌다가 마을에 소 한마리 잡을라치면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버릴 것이 없다고 하였다. 비록 끊이지 않았던 전쟁으로 국토가 피폐해 지고 가뭄과 홍수에 대비할 시설 부족, 의술이 발달되지 못한 점 때문에 현대인들 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점은 맞지만 적어도 숨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 만큼은 오늘날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깨끗했을 것이다. 삶이 곧 자연의 일부였을테니 말이다.

 

 마크로비오틱은 '매크로'(macro, 크다)와 '바이오틱'(biotic, 생명의)이란 말에서 따온 것으로 어원을 찾아보면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조건을 의식주 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절실한 것은 먹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마크로비오틱은 건강한 삶은 바람직한 식생활에서 온다고 믿으며 친환경적인 식재료와 음양론을 바탕으로한 조리법으로 식탁을 차리는 방식이다.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설탕, 유제품, 계란 사용을 지양하면서도 충분히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고기를 금한다는 면에서 채식주의자의 식습관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칙을 보면 채식주의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을 알수 있다.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칙

신토불이(身土不二) 사람과 환경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 지역에서 수확되는 제철 음식을 먹자.

일물전체(一物全體) 하나의 식품은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 하며, 껍질이나 뿌리도 버리지 않고 요리에 이용한다.

자연생활(自然生活) 인공적인 것, 화학적인 것은 피고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지키며 살자

음양조화(陰陽調和) 중용의 밸런스를 지키며 치우치지 않게 먹자. (본문에서 가져옴)

 

 솔직히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바나나 구경은 소풍 때나 겨우 했었는데 바나나가 이렇게 싼 과일이 되는 날이 올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바나나를 재배되어 동네 마트까지 오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아프리카 농장에는 겨우 예닐곱살의 어린 노동자들이 농약비를 맞아가며 바나나를 수확하고 엄청난 자원을 들여가며 운송되어 오는 것이다. 태국에서는 새우를 양식한 바다가 환경파괴를 앞당기고 있고 그 새우가 미얀마 노동자들의 손을 거쳐 전세계에서 소비된다. 맛있는 것은 맞지만 굳지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식재료라면 신토불이 우리 것을 먹는 것이 환경도 살리도 몸에도 이롭다는 것이다.

 

 과일 껍질에 영양분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껍질을 까서 먹고, 콩나물 대가리 버리고 뿌리도 잘라낸다. 귤껍질차, 파뿌리가 감기 예방에 좋은 것은 알지만 습관처럼 모조리 버리게 된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식품을 통째 먹는다. 소개된 일화중에 요리 클래스에서 어시스턴트가 친절을 베풀어 식재료를 미리 준비하여 넣어준 적이 있는데 식재료의 껍질까지 모두 까서 준비해준 덕분에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 후에 서로 대화하면서 웃고 넘겼다는데 당연한 것을 거부하는 것이 마크로비오틱이다. 어쩌면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일수도 있겠다.

 

 친환경 요리인 만큼 유기농, 무농약 식재료는 기본이다.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는 것이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고기 요리를 한 번쯤 줄인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기운(에너지)를 가지는데 음양의 기운이 균형을 이룰 때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몸의 기운이 균형을 이룰 때 최상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균형이 깨지는 순간 질병에 노출이 된다. 식재료가 가지는 고유한 음양의 기운을 통해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마크로비오틱의 기본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며 살다 보면 고정관념이 커지겠지만, 언젠가 어딘가에서 고정관념을 깰 기회를 맞닥뜨릴 때 그것을 즐길지 거부만 할지에 따라 앞으로의 자기 세상 넓이가 달라질 것이다. 나는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하면서 고정관념이 많이 없어졌다. 보통의 조리법에서 동물성 식품을 빼고, 설탕을 빼고, 그렇게 또 빼면서도 오히려 나의 요리 세상은 놀랍게도 더욱 넓어졌다. (p.97)"

 

 마크로비오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깐깐하고 편협한 사람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의 요리법을 연구하는 모습이 멋지다. 우유 없이 화이트소스를 만들고 계란없이도 튀김옷을 입힌다. 화이트 소스 만들때는 유제품 대신 두부를, 맛국물 낼 때는 고기대신 수수, 튀김옷은 달걀물 대신 밀가루 갠 반죽을 이용한다고 한다. 도토리 묵의 경우 일본에는 없는 식재료라고 하는데 그냥 양념장에 찍어 먹기보다 구울 생각을 할 정도로 요리법에 있어 시도하지 못할 경계는 없어 보인다.

 

 <마크로비오틱 밥상>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마크로비오틱'을 설명하는 부분이 앞부분에 짧게 등장하고 이어 레시피가 주를 이루는 요리책이다. 요리법에는 음식을 더 맛나게 하는 팁과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에세이로 분류해도 좋을 만큼 재미있는 일화들이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마크로비오틱 마니아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성장기의 아이가 있어 더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 <우유의 역습>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유제품 섭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일주일에 몇 회 정도라도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젠 우리 부부도 건강에 신경써야할 나이인데다 특히 채식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맛뵈드리고 싶은 요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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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타임 - 당신의 두뇌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시간
베레나 슈타이너 지음, 김시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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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형 인간' 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어느 때 부턴가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것 같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 라는 속담 부터 학창시절 공부를 하더라도 저녁 늦게까지 하는 것 보다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말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나처럼 아침잠이 많은 사람에겐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말들이 그렇게 솔깃하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을 때, 결국은 또다른 부담이 되고 의기소침해 지는 악순환이 될 뿐이었으니 말이다.

 

요즘처럼 시간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고 사는 경우에는 아침 시간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가하며 더욱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프라임타임>에서는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억지로 애쓰지는 말라고 말하고 있다. 굳지 그러지 않아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말이다. 최근들어 자기계발서는 거의 읽지 않았었는데 표지는 보는 순간 나한테 꼭 필요한 책인 것 같아 만사를 제치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프라임타임>의 요지는 한 마디로 업무 능률이 최고점인 시간대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계획한 시간(프라임타임)'에 일을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는 세 가지 내용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키지 못할 계획표에 집착하기 보다는 '오전 시간'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마음에 들었다. 전에는 출근과 동시에 업무에 파묻혀 하루 일과의 2/3 이상을 오전 시간에 처리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습관처럼 메일, 쪽지부터 확인하는등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이란 것이 기사 한 두개만 클릭해도 멈추지 못하고 연관된 검색을 하게 되니 완전 시간 잡아먹는 도둑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점심시간까지 쫓기듯이 일을 마무리해야 하고 오전에 처리하지 못한 일이 오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 '무엇이 내 인생에서 제일 큰 돌인가?' 바로 그 돌을 인생이라는 여러분의 항아리에 최우선으로 채워 넣으십시오! (p.94)" 

 

 노교수가 항아리에 테니스 공만한 크기의 돌을 차곡차곡 넣고는 항아리가 가득 찼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이 가득찼다고 대답하자 노교수는 조약돌 크기의 돌을 항아리에 집어 넣어 흔든다. 다시 항아리가 가득 찼느냐고 묻자 이번에 사람들은 가득차지 않았다고 대답하고 노교수는 항아리에 모래를 넣는 장면을 보여준다. 실험의 참가자는 이 실험을 통해 아무리 시간이 없는 것 처럼 보여도 계획과 계획 사이에 짧은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음을 배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교수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장 큰 돌을 먼저 채워넣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사실임을 지적해 준다.

 

 지난 금요일 책을 읽다가 생긴 일이다. 자정을 넘기자 적당한 때에 그만 읽어야 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결말을 봐야 겠다는 욕심에, 더구나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 새벽 늦게까지 계속 책을 읽다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엄밀히 말해 당일) 눈을 뜨니 거의 정오가 아닌가! 남편한테 왜 깨우지 않았느냐하니 며칠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던 말을 꺼내며 더 자라고 하는 것이었다. ^^;; 아이가 학교가는 토요일 이었는데 챙겨주지도 못하고 컨디션은 더 엉망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주말 내내 다른 책도 못 읽는 등 그 다음날까지 죽~~ 영향을 받게 되었다. 전날 저녁 나의 우선 순위는 '건강'이 되었어야 했고 '휴식'을 실행에 옮겼어야 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건강이 따라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토록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직접 깨달은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이 불공평하게 돌아간다고 느낄 때, '시간' 만큼은 공평하게 주어지니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말이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높은 직위를 가진 자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아닌가. 스스로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하루 스케줄을 늘어 놓을 필요는 없다. 저자의 말처럼 꼼꼼히 살펴보면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없다고는 말 못할테니 말이다. 너무 바빠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핑계만 대기 보다는 가진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프라임타임'을 이용한 계획표 대로 실천해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끝으로 "불행의 근원은, 실명이 아니라 실명을 참아낼 수 없는 데 있다. - 밀턴 (p.176)" 라는 말과 "바보들은 언제나 핑계만 댄다. 일단 해보라. 의심하지 말고 도전하라. (p.172)"는 말로 맺음말을 대신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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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곤충 왕국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
강의영 외 지음, 박지숙 그림 / 일공육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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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 아이와 함께 수목원에 갔다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마당에 화단이 있었고 담벼락 따라서 꽃을 심었기 때문에 꽃이 한창일때면 다양한 종류의 나비를 많이 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수목원이 아니면 나비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잘 없구나 싶었죠. 며칠전 비가 촉촉히 오던 날에는 사무실 입구 화단에서 새끼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달팽이를 보았어요. 달팽이의 몸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그 큰 집이 좌우로 까딱 거리는데 앙증맞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것이 왠종일 기분이 좋더라구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과 개체수를 자랑하는 생명체가 곤충이라고는 하지만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들이기도 해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라고 해봤자 개미, 파리, 모리, 벌, 잠자리, 매미... 이런 식으로 손에 꼽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주변에, 특히 학교라는 공간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곤충들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답니다.

 

 먼저 표지에는 놀라움과 신기함을 머금은 아이들의 표정이 보여요. 특히 하늘소를 들고 있는 아이는 울 아들과 표정이 너무나 비슷해서 한참을 웃었답니다. 곤충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일반적인 책들이 백과사전처럼 곤충을 나열하거나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반해 이번 책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곤충들 위주로 나와있어서 더욱 친근해요. 곤충들은 늘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제부터는 학교 운동장을 덮고 있는 모래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곤충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었지만 우리 학교의 세종대왕 동상에 흙더미도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겠지요. 학교 연못에는 황금빛 잉어와 소금쟁이 말고도 수많은 곤충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채기가 나있는 나무들도 유심시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사실 저는 곤충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일단 발이 여섯 개 이상이거나 아예 없는 곤충들, 더듬이가 있거나 등껍질이 딱딱하거나 색이 검은 종류도 아주 싫어한답니다. 어릴 때 부터 도시에서 살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내 아이는 이상하게도 곤충을 엄청 좋아합니다. 인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덩치도 작고 약하지만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고,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합니다. 

 

 주변에 살고 있는 곤충들의 종류를 살펴보면 환경이 어떤지도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곤충들은 대체적으로 인간에 의해 그들이 살아가던 환경이 파괴되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곤충들은 인간을 귀찮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보다 더 오래전부터 지구상에서 살아왔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아이가 곤충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환경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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