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색 편식잡는 엄마표 건강 레시피 - 먹지 않는다고 싸울 필요없는 마법레시피
김성희 외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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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 유아기 때 부터 편식없이 밥 잘 먹는 아이가 있을까요?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먹지 않으려는 음식은 대부분 채소류를 비롯한 파, 당근, 양파, 마늘 등과 같이 비슷한 범위안에 있어요. 울 아들도 어릴적에 편식이 심해서 양파를 볶아 밥 속에 숨겨서 떠먹인적이 있었는데 한참동안 삼키지 않고 입을 오물오물 거리면서 작은 손가락으로 끄집어 내더군요. 아무리 내 새끼지만 그땐 얄밉기도 하고 속도 많이 상했어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편식하는 아이만 탓할 것이 아니더라구요.

 

 저의 어린시절만 해도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었던 것은 아니거든요. 제가 아이를 혼내키고 있으면 친정엄마가 혀를 끌끌 차면서 저를 닮아 그렇다고 말씀하세요. ^^;; 문제는 얼마만큼 아이의 입맛에 맞추어 음식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다는 것이지요. 그 시절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까지 너무나도 많은 식구들이 한 지붕아래 살았었기 때문에 도저히 아이들을 위한 음식을 따로 장만하지 못하셨다고 해요. 요즘은 엄마들이 조금만 신경쓰면 아이의 입맛에 맞춘 레시피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요.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 이 두가지면 충분한 것 같아요.

 

 <4인4색 편식잡는 엄마표 건강레시피> 인터넷을 뒤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레시피인데도 이상하게도 요리책에 욕심이 나요. 특정 음식 한 가지에 대해 검색한다면 인터넷이 편하지만 요리에 자신이 없는 분이나 체계적인 실습, 계획적인 식단을 짜고자 한다면 확실히 책을 보고 연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답니다. 특이한 것은 4인의 저자가 공저한 요리책이라는 점인데 요리 전문가들 이라서 그런지 비슷한듯 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이 나요. 아이들을 위한 레시피인 만큼 한 끼 요리 뿐만 아니라 간식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좋아요.

 

 편식을 극복하고 영양만점의 요리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간혹 생각지도 못했던 비법이 나오기도 하는데 감자를 오븐에 구워 과일 소스에 찍어먹게 한다든지 떡볶이에 돼지고기나 베이컨을 넣은 것도 좋았어요. 매운맛을 싫어하는 아이를 위한 우유떡뽁이는 정말 파격적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김밥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죠. 베이컨이나 치즈, 멸치, 젓갈 등 원하는 재료를 김밥에 넣기만 하면 김밥의 이름이 바뀐답니다. 여러가지 재료를 갈아서 전을 부치거나 볶음밥을 이용하는 것은 편식을 바로잡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지만 요리법을 조금만 바꾸어도 색다른 맛이 나요.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두뇌와 체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과랍니다. 그리고 식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에서서 생존과 관련된 매우 강력한 욕구이지요.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거나 식사 시간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욕구를 충족시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은 냄새, 모양, 맛으로 결정된다고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것에 앞서 엄마의 정성이라고 생각해요. 학습지 광고에 보니 '엄마는 최고의 선생님' 이라는 카피가 있더군요.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는 언제나 '최고의 요리사' 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겠어요. 이 책은 엄마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비법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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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30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라 쿠트너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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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인생사 '세옹지마'라고 좋은 일이 있을 때면 궂은 일을 대비하고 불행이 닥칠때면 좋은 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가끔씩은 좋은 일이 몰아서 올 때가 있는 것 처럼 불행도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밀려 올때가 있다. 좋은 일이야 복에 겨워 까무라친다해도 원은 없겠으나 불행이 겹칠때면 엎어진데 밟힌다고 정말 죽을 맛인거다.  

 

 주인공인 카로의 경우도 연이은 불행을 겪으면서 인생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경우다. 한때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가지고 있었고 솔로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남자 친구도 있었다. 무슨 일이든 가슴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라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한다는 점 때문에 가끔씩 주위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적도 있지만 그래도 멋진 커리어우먼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었다.  

 

 위태하게 지속해오던 남자 친구와 결별하고 직장도 그만두게 되자 인생의 작은 균열들이 돌이킬 수 없는 틈이 되어 삶을 무너뜨리고 만다. 그 결과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던 성격은 더욱 심해졌고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녀는 이제 우울증이라는 병까지 얻게 된 것이다. 실타래가 엉키듯 꼬여버린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해야할까. 카로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인가, 책 소개를 보고 해피앤딩이라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마음이 졸여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나름 어려움과 고민이 많은 것처럼 카로의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어린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과 비이성적으로 엄하기만 했던 엄마와의 관계(거의 학대 받았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 삼촌때문에 겪은 일들이 카로의 내면에 깊은 상처가 되었다. 그녀는 모든 것이 지난 일이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입에 담기도 했지만 오히려 상처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극복하려는 계기를 차단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는 어른은 대부분 어린 시절 상처받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고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으며 그로인해 대인관계, 이성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 사실은 카로의 경우처럼 수많은 소설속 주인공들을 통해서 혹은 현실에서의 끔찍한 범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세상에 자식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느 있을까만은 카로의 엄마처럼 스스로를 추스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양육을 한다는 것은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불행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카로가 혼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주위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한 것이다. 병원 치료도 받고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엄마에게도 도움을 청해 모녀관계가 그 어느때 보다도 돈독해졌다.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던 넬슨의 경우 아무리 편한 친구라고는 해도 하필 가정이 있는 남자친구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프랑스식 사고라서 이해가 힘든 것인지. 어쨌거나 순수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서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최근에 연인과 헤어진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당장은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겠지만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결정이나 새로운 사랑을 찾겠다는 조급함이 아닌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사랑하라는 말이 있듯이 '다시 사랑할 대상'도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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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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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유명 배우라면 꼭 찍어야 하는 광고가 '아파트 CF'라고 한다. '당신이 살고 있는 곳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준다.' 라든지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참 행복하다' 라는 이 비슷한 광고가 넘쳐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도 아빠가 어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지 만큼이나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해 졌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에 연말 모임에 갔더니 초등 5학년인 뉘집 딸아이가 그러더란다. "우리반 누구는 주택에 살아~ 정말 웃기지?" 라고 말이다. 어릴 때 부터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 생활해 온 아이들인지라 '집=아파트' 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왠지모를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셸터>는 '집'이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인 질문에 대해 그리고 직접 집을 짓는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우선 셸터 shelter란 비바람이나 햇볕 등을 막아주는 임시 주거형태를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사람이 짓고 사는 포괄적인 건축물을 의미한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동굴에서부터 오두막, 천막, 통나무집, 건초집, 목조건물 등 주거 형태별로 건축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인류가 살아온 방식이 그러하듯 건축에 있어서도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와 기후같은 환경적인 특징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건축을 통해 각대륙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솔직히 처음엔 집을 직접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는데, 지금 당장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있다고 해도 이 책만 가지고 집을 지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시말해서 실용서라기 보다는 '손수 지은 집 개론'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1973년도에 첫출간된 책이라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건축의 역사와 문화에 중점을 두고 읽어서인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단지 건축 재료나 기타 비용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내용면에서 추가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굳이 '손수 짓는 집'이 아니더라도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집을 꾸밀 수 있는 노하우를 좀 더 알려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책의 저자처럼 직접 망치들고 못질하면서 내 집을 지을 형편이 못되는 나로서는 전원주택을 지을 때 건축하는 분들께 꼭 요구해야 할 사항이나 주의점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태양열을 이용한 집의 경우 실용화가 된지는 꽤 된 것 같은데도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 같아 그 이유가 무엇이고 보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등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그리고 손수 집을 짓는 집이 당장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지 몰라도 목공일 정도는 배워두면 확실히 유용할 것 같다.  

 

 시대에 따라서 집에 대한 개념이 많이 변화해 왔다. 오늘날 도시 생활에서는 비바람 막아주고 짐승이나 해충들로부터 보호받는 주거 개념은 찾아 보기 어렵다. 내집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때는 집값 폭등에대해 정치인들을 욕하고 투기꾼을 욕하지만 막상 집을 소유하는 순간 값이 올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누구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이 대출금으로 지출되는 것을 떠올릴 때, 그 금액이 경제활동으로 이어진다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주거공간이 본래의 의미에만 충실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히 쉴 곳이 되는 본래 의미로 자리잡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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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한국의 풍속 배움가득 우리 문화역사 4
박영수 지음, 승문정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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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에는 수많은 나라와 민족이 저마다 다른 문화를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생김새나 언어만 다른 것이 아니라 음식, 주거형태, 예절, 명절도 다르답니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옛 것을 구식으로 여기고 새로운 것만 찾는 생각들이 보편화 되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을 곰곰히 따져 보면 의외로 절기와 풍습을 따르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예를들면 설날에 떡국을 먹고 새배를 드린다든지 추석에 송편을 먹고,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결혼이나 장례식의 경우도 현대화되고 간소화 되긴 했지만 예로부터 내려오던 방식이 많이 남아 있지요.

 

 <어린이를 위한 한국의 풍속> 이 책에서는 우리 나라의 풍속과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모든 풍속에는 유래가 있기 마련이고 깊은 의미가 있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봤을 "왜?" 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해 주고 있어요. 각각의 질문과 대답은 2페이지에 걸쳐서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짚어주는 내용으로 서술되어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먼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보기' 중에서 답을 고르도록 하는 퀴즈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오른쪽 하단에 답이 나와있으니 너무 당황하지 않아도 되요. 대략은 짐작이 되는 내용이지만 아리송한 내용도 있어 아이와 함께 문제를 내고 맞추면서 읽으면 좋겠어요.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농사철에 농부들이 논에서 식사를 할 때, 첫술밥을 던지면서 '고수레' 하고 외치는 경우가 있어요. 옛날에 고씨 할머니라는 분이 평생을 고생만하고 노년에는 끼니조차 잇지 못하다 죽었는데 허기진 채 죽은 고씨할머니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사를 하게되면 친척이나 친구들을 초대하는 '집들이'를 하게 되는데 본래는 이사하는 날 저녁에 고사를 지낸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이사할 때, 초대받은 사람들은 선물로 성냥, 양초, 세제, 휴지 등을 준비하는데 새집에서의 운이 불길이나 거품처럼 번성하고 휴지처럼 일이 술술 풀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요즘도 혼기가 찬 미혼 남녀에게 언제 국수를 먹게 해줄거냐고 묻곤 하지요. 예전에는 결혼식에서 하객들에게 국수를 대접한 것에서 나온 질문이랍니다. 밀가루가 귀하던 시절에 잔치날 만큼은 후하게 손님 대접을 하기 위해서 국수를 삶았다고 하네요. 제사 때 피우는 향은 시체가 부패하는 냄새를 막기위해 유래되었다고 해요. 예전에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집에서 치렀기 때문이랍니다. 줄다리기는 운동회때 빠지지 않는 단체 게임이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대보름날 줄다리기를 했는데 줄의 모양이 빗줄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행사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풍습의 유래는 조상님들의 생활과 밀접과 관계가 있고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것임을 알 수 있어요. 특히 농경 문화에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절기를 따라서 파종을 하고 곡식을 가꾸는 것이 꼭 필요했답니다. 그런데 두레나 품앗이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결혼이나 장례 같은 큰 일을 치를 때에도 노동을 거든다든지 음식이나 현물을 주고 받았지 돈을 주고 받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돈을 주고 받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죠. 돌반지나 새배돈은 20세기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풍습이라고 해요.  

 

 전통과 풍속을 지킨다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이 땅을 지켜오신 조상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절기때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어떤 놀이를 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특별한 하루' 만큼은 가족이 둘러앉아 별미를 즐기며 조상들을 떠오릴 수 있고, 친척들에게도 문안을 드리는 계기가 된답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어가는 풍습은 과거의 것에 비해 많이 변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우리 후손들에게는 훌륭한 전통이 될 것입니다. 어떤 것은 물려주고 또 어떤 것은 개선해야 할까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전통의 계승자이면서 전통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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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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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추워지니 아들 녀석이 귀가 시리다고 난리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내 아이의 귀는 좀 오목하면서도 쫑긋(?)하다. 시끄러운 곳에 가면 보통 사람들은 손 바닥으로 귀를 막는데 내 아이는 귀로 귀를 막는다. --; 아가때 귀를 만질때마다 도대체 누굴 닮은건지 궁금증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귀에 대한 미스테리는 아이가 돌이 훌쩍 지나서야 밝혀졌다. 어느날 남편의 외가쪽 어른들을 뵈었던 자리가 있었는데 시어머니의 작은아버지 되신다는 시할아버님의 귀가 울 아들이랑 같은 것이 아닌가! 그날 저녁 우리 부부는 완전 배잡고 쓰러졌다. 거봐~ 조사하면 다 나와 하면서... ㅋㅋ  

 

 우리의 몸 속에 특정한 피가 흐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김새와 성격, 정체성까지도 규정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으로 거슬러 올라가 운명처럼 마주대할 수 밖에 없는 본성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바보의 피'는 무엇이란 말인가? <유정천 가족>이라는 책을 받아들고는 "우리 몸속엔 주체할 수 없는 바보의 피가 흐릅니다"라는 카피를 한참동안 바라 보았다. 일본 에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고양이 버스를 연상시키는 표지부터 왠지 이 가족에겐 뭔가 엄청난 것이 있을 것만 같은, 뭔가 빵~ 터지는 것을 기대하고픈 마음이 솟아났던 것이다.

 

 '유정천'이란 보통의 경우 불교에서 말하는 구천 중에서도 가장 높은 하늘을 말하며 욕계와 색계의 윗 단계를 말한다. 하지만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유정천 가족은 즐겁고 행복한 가족이거나 그런 삶은 추구한다는 의미가 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참 다양한 종이다. 우선 유정천 가족은 너구리고 너구리 가족의 스승은 늙고 힘없는 텐구이며, 텐구가 좋아하는 이성은 바로 인간 여자다. 너구리들은 인간이나 짐승, 사물을 가리지 않고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원한다면 인간들과 자연스럽게 섞여서 살아갈 수도 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너구리들의 세계뿐 아니라 텐구들에게도 인정받는 훌륭한 너구리였다. 그런 아버지가 뜻하지 않게 '너구리 요리'가 되는 운명을 맞이하자 너구리 사형제들에게는 험난한 앞날이 펼쳐진다. 때론 강하게 때론 사랑으로 형제들을 감싸주시는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운명이 얼마나 더 참혹했을지...  큰형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고의 너구리가 되고자 하는 야심을 키우지만 오래전부터 아버지와 갈등을 빚어왔던 작은 아버지와 사촌들의 방해가 만만찮다. 거기다 스승님의 애정을 등에 업은 텐구가 된 인간여자의 횡포와 예고없이 불쑥 나타나 면박을 주는 파혼한 약혼녀 때문에 주인공의 일상이 참으로 다사다난하다.  

 

 출판계에 불어닥친 일본소설의 파워에 대해서는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작년에는 어느 해보다도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설정이나 전개가 너무나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독특한 맛이 있어도 자주 대하면 익숙해 지기 마련인지 올 들어서는 좋아하는 일본 작가의 책만 선별해서 읽었는데 모리미 토미히코의 경우는 예외의 경우가 되었다. 전작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대한 평이 '기발하고도 독특한 상상력' 이었다면 이 책은 작가가 데뷔 초기부터 구상하고 쓰고 싶었던 내용인 만큼 더욱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유정천 가족>은 지금까지 읽었던 일본 소설 중에서도 가장 황당하고 파격적인 설정인 책이다. 우선은 캐릭터들 부터 독특하기도 하고 내용면에서도 실없이 웃음이 나는 장면들과 심각한 장면, 그 와중에도 깊이가 느껴지는 문구들과 마음이 숙연해지는 장면들이 적절하게 녹아 있다. 인생이 고달프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단정짓기에 앞서 과한 욕심과 집착이 원인은 아닐지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쩜 저자가 원한 것은 깊이 있는 의미 전달 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웃음을 주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끝으로 사형제의 아버지이자 위대한 너구리 소이치로의 유언으로 글을 마무리 하련다. "재미있는 건 좋은 거야." 

 

 

밑줄 친 문장

 

 "이 세상에 널린 '고민거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어찌 되건 별 지장 없는 고민. 또 하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고민. 이 두 부류 고민의 공통점은 괴로워하는 만큼 손해라는 사실이다. 애써서 해결될 일이라면 고민할 시간에 노력하는 것이 최고다.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노력해 봤자 헛수고다. (p.71)"

 

 "너구리는 원래 태평천하를 사랑하는 동물이다. 특히 따뜻한 물에 들어가 앉아 있다 보면 욕조에서 넘치는 뜨거운 물처럼 태평천하에 대한 사랑이 넘쳐흐른다. 너구리들에게 태평천하란 무엇일까. 그것은 시모가모 강둑에 누워 푸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p.285)"

 

"작년에도 여러가지 소원이 있었지만 일단 모두 살아 있고, 일단 즐겁게 지낸다. 올해도 여러 가지 일이 있을 테지만 일단 다들 살아 있고, 일단 즐거우면 그만이다. 우리는 너구리다. 너구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재미있게 사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교토에 우글거리는 너구들이여, 분수에 맞지 않는 모든 소망을 버려라.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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