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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2월
평점 :
나는 '슈테판 츠바이크' 라는 이름에 어느 순간부터 끌리기 시작했다. 이 분의 책을 한번도 읽어 보지 못했지만 다른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름인 걸로 봐서 꽤 괜찮은 작가가 아닐까 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읽자고 마음 먹고 나면 이 분의 책들이 대부분이 전기 작품이라 지루하지 않을 까 걱정이 되서 주저하곤 했는데 마침 [어제의 세계]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가 아닌 본인의 이야기라고 하니 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절대 쉬운 책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맘에 든다. 이 책은 한 개인에 대한 신변 잡기 글이 아니다. 츄바이크는 1881년에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1942년 브라질에서 사망했다. 태어나고 죽은 해도 심상치 않고 장소는 더더욱 흥미롭다. 츄바이크는 유럽이 왕정, 제국의 근대의 끝자락에서 민주, 공화정의 현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제국주의와 국가사회주의 재앙인 양대 세계 대전으로 좌절하고 좌초하는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것도 범인이 아닌 천재로서, 거기다 유대인으로서 말이다.
츠바이크는 어린 시절 근대 유럽 왕정 시대를 평범하기 그지 없는 수준 낮은 세계로 치부하면서 자신들만의 - 빈에 거주하는 유대인 천재들 - 예술적 교양과 문학적 소양을 고양시키는데만 열중 했다. 하지만 여러 유럽 지식인, 문학인들과 교류 하면서 청년 시절의 치기와 열정을 작별하고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성찰한 후에 보다 깊은 학문의 세계로 매진 하게 된다. 하지만 1차 세계 대전에서 유럽의 분열과 탐욕을 경험하고 2차 세계 대전 직전 유럽의 폭력과 광기 - 물론 독일 나치, 히틀러 - 그리고 부질없는 희망과 무지 - 영국, 오스트리아와 같은 유럽 국가들 - 에 실망한 나머지 세계와 인간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버리고 일본이 진주만 폭격 직 후 부인과 함께 타국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책에서 슈테탄 츠바이크는 절대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참여 문학인이나 진보적 사상가가 아니다. 그는 단지 순수 학문의 열정과 창조의 희열을 추구 했던 천재였고 예술인 었다. 예민한 감수성과 순수한 영혼의 소지자였기 때문에 자신과 자신의 국가, 그리고 유럽, 세계 전체에 들여오는 국가사회주의의 폭력과 공포를 감당 할 수 없없을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삶과 그가 만난 여러 작가, 화가, 음악가, 지위자등의 예술인과의 교류 보다는 그가 살 아온 유럽의 시대 상황과 역사가 더 흥미롭고 인상 적이 었다. 나의 단편적인 생각의 편린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의 유럽 연합은 양대 세계 대전의 역사적 경험의 반성과 성찰에서 만들어진 정치 공동체이어야 한다. 단순히 영국의 탈퇴 문제를 경제적 문제로만 국한되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유럽은 개별 강대국들의 탐욕과 욕망으로 두 번 씩이나 페허가 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유럽 연합이라는 정치적 공동체를 유지해야만 한다.
둘째, 지금의 독일 주도의 유럽 연합은 위험해 보인다. 지금은 독일이 난민 문제에 총대를 메고 있지만 슈테판 츠바이그가 지적하고 있듯이 독일은 질서와 안정을 사랑, 아니 집착하는 민족이기 때문에 난민 문제로 인한 무질서가 커질 경우 엉뚱한 곳에서 극단적인 우파 - 국가사회주의의 악령이 살아 날 수도 있다 - 의 결집을 가져 올 수 도 있기 때문이다. 1차 세계 대전 패전 이후 극도의 혼란과 무질서에 등장한 히틀러와 이에 환호한 독일 국민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이 충분히 과거사를 반성했고 현재는 충분히 극단적인 세력이나 사상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유럽 연합의 모든 주도권을 독일이 가지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내 생각은 전혀 근거 없고 쓸데 없는 생각일 수 있지만 하여튼 난 반대다.
셋째, 마지막으로 '국가' '민족' 이라는 는 매우 위험한 단어다. 과거 독재 국가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욕망을 위한 폭력과 억압의 면죄부로 '국가'와 '민족'을 앞세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개인) 는 더 이상 국가나 민족의 불명확한 개념의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슈테판 츠바이크이 삶이 이를 증명한다.
넷째, 유태인은 똑똑한 사람이 많다. 물론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섯째, 슈테판 츠바이크는 멋진 이름이지만 너무 어렵다. 한글로 발음하기도 쓰기도 어려운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