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연수의 [세상의 끝 여자 친구] 리뷰를 쓰는 데 그것도 글이라고 잠을 설쳤더니 (사실은 중간에 한번 19층에서 내려가 담배 2대를 연달아 피기까지 했다, 제대로 작가 놀이 했다)
오늘 하루 종일 멍하다. 하지만 나른하고 편안한, 마치 어린 시절 옆집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친구 침대에서 스르르 잠이 든 것처럼, 뭐 그런 싫지 않은 느낌이라는 말이다.
오늘은 회식이 있어서 안되고, 내일은 숙취와 여독으로 역시 건너 뛰어야 할 것 같고, 천상 목요일이나 되야 김연수의 최신작 [원더보이]를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부터 기분이 묘한 게 길에서 우연히 대학 동창을, 나는 알지만 상대방은 내 존재를 전혀 모르는 여자 동창을 만날 것 같은 기분이다. 서로 대충 아는 사이여서 형식적으로 이런 저런 궁금하지도 않은 근황을 물어 보는 것 보다는 이 경우가 가슴이 두근거리던 기억에 '내 가슴이 아직 뛰긴 하는 구나' 라는 안도감으로 기분이 좋을 듯 싶다.
김연수와 안녕을 고하면 다시 밀란 쿤데라의 [불멸]과 [느림]이 기다리고 있다. 그 이후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은 아닐 것 같다. 소설을 더 읽으면 이 세상에서 과거나 미래로 너무 멀어질 것 같아서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