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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박사의 섬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과학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과학은 편리함을 줄수도 있고
모든 것을 파괴할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복제인간이니 뭐니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모로 박사의 섬은, 외딴 섬에서 동물들을 인간화시키기 위한
생체실험을 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표범과 하이에나를 합성하여 인간으로 만들고, 갖가지 동물들의
조합으로 가장 인간스럽게 만들고 그들을 교육해서, 직립보행하게 하고
말을 사용하게 하고, 생고기를 먹지 않게 하는것이다.
있을법한 이야기이기에 더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H.G. 웰스가 이 소설을 영국사회에 내 놓은 것은 1896년이니, 백년이 더
지난 지금 세상에서는 더더욱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생물학을 공부한 작가의 상상력과, 그의 생생한 글재주 때문에
책내용이 꿈에 나올까 염려가 되어 침대에 누워서는 책장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에드워드 프렌딕은 레이디베인호를 타고 해항을 하다, 배가 침몰하고
소형보트를 타고 떠다니던 중 다행히 지나가던 배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구조되게 된다.
그 배에는 동물원처럼 여러 동물들이 실려 있고 몽고메리라는 이와,
그와 동행인 이상한 생김새의 사람(?)이 승객으로 타고 있었는데,
이들의 목적지인 섬에 도착하자, 악독한 선장은 프렌딕을 그 섬에
같이 내버려두고 돌아가게 된다.
일년에 한번 배가 지나갈까말까 하는 그 곳에서 배를 기다리며 체력을
회복해 가는 프렌딕은, 섬에서 들리는 처절한 신음소리에 기겁을 하게 되고
점차 섬에 비밀을 알게 된다. 모로박사는 영국에서 10년정도 생체실험을
하다가 학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이 섬에서 자리를 잡고 11년째 실험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동물인간들은 동물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100여명이나 되어 숲속에서
모로 박사를 신격화하며 고통스럽게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모로박사의 집은 고통의 집이며 재탄생의 공장같은 곳이리라.
괴로움을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인지 몽고메리를 하루하루를
술없이는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술을 한모금도 마시지 못하는 프렌딕은
제정신으로는 살아내기 힘들 섬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동물인간들은 아무리 금기시되는 노래를 부르고 교육되었지만
섬에 있는 토끼를 잡아죽이고, 물은 개울에서 핥아서 먹는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던중, 모로박사가 동물인간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고, 상심한
몽고메리가 술을 마시다가, 그 또한 동물인간에게 죽게 되는데,
마지막 남았던 희망인, 배까지, 몽고메리가 모닥불로 사용해버린 뒤었다.
이제 법을 잃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퇴보..아니..본성으로 돌아가는
동물인간들 사이에서 프렌딕은 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렌딕은 다시 사회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그는 돌아와서도 사람들 중에 동물인간이 숨겨져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혼자 생활하는 것을 더 편안히 여기며 살게 된다.
그가 섬에서 겪은 일을 사람들에게 말해봤자, 그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수일것이다. 마음이 강하지 못한 내가 만약 모로박사의 섬에
들어갔다면 나는 제 정신으로 돌아올수 있었을까?
현대문명의 잔인함과 과학만능주의의 어리석음을 경고하는 모로 박사의 섬은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던져주고 있는것일까?
아마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소설일
것이다. 생명을 좀 더 소중하게 여기고, 그 살아있는것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인간의 잣대에 맞추어 다른 생명의 삶을 변종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