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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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관련하여 누군가의 생각이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가?

곰곰 생각해보니 이제껏 한번도 없었다. 대통령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 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뽑던 그렇지 않던 알아서 잘 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솔직히 혼란스럽다. 대통령 후보라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딱 그 말을 생각했다. ‘ 그 밥에 그 나물’

나는 ‘지도자’라는 사람은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결과를 낳는지 깊이 생각해서 행동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 강물이 얼마나 세게 흐르는지 알려면 강둑에 앉아 바라만 봐선 안된다. 양말 벗고, 신발 벗고 들어가 봐야 한다. 물살의 세기는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방법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경험은 반드시 나중에 도움이 된다. ” (p248)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p249)


나무만 보지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근시안적이기보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라는 말인데 책을 읽으며 참 많이 떠올린 말이었다. 그의 생각은 많은 부분에서 내 생각과 겹쳤다. 멋지다. 가끔 방송에 나오셔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참, 괜찮은 분이라 느껴졌는데, 책을 읽고 보니 더 멋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하나의 의문은 남는다. 이처럼 훌륭한, 그렇지만 너무 당연한 생각을 주위의 반대에도,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펼쳐나갈 힘을 그가 가지고 있는가...

그걸 확신할 수 있겠는가.

내가, 누군가를 끝까지 비난하지 않고 믿어줄 수 있겠는가.


복잡하고 고약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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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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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구? 하고 고개를 갸웃댈지 모르겠지만 <카모메 식당>이며 <안경> 등 영화 제목을 말하면 아! 하고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분의 첫 번째 소설이 나왔다. 닥치고 읽을 일이다. 얇은 책의 두께가 안타까울 뿐이다. 좀 더... 좀 더 많이 쓰시면 안될까요? 책을 바라보며 그러고 있다.

영화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의 도전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느껴졌던 ‘뻔뻔함’이 글에서도 느껴진다. 그 뻔뻔함이란 것은 너무도 당당해서 당연히 존재할지 모르겠다 믿게 되는 존재, 상황... 모든 것에 적용된다.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하얀 거짓말’처럼 이런 뻔뻔함은 기피하고 싶어진다기 보다 우리의 생활을 좀 더 흥미진진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윤활유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엔 분명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사람을 알아보는 고양이가 있을 것이다.

세상은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며 살아야 행복한 곳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피를 나눈 존재만이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얇은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 생각들은 참으로 많았다.

책읽기의 즐거움으로 오랜만에 씨익 미소가 지어진다.


<모리오> <에우와 사장> 두 단편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제목으로 사용된 <히다리 포목점>이다. 하지만 따로 따로 읽어도 전혀 상관없다. 히다리 포목점이나 그 곳의 말없는 아주머니나 마음을 꿰뚫는 검은 고양이가 정말 그곳에, 적절한 시기에 존재해 줄 것만 같다.


p72-3 소중한 무엇이 있다면 그건 분명 지금일 것이다. 흙과 풀의 뜨뜻한 냄새, 조용히 우는 벌레 소리, 통통한 붉은 달, 땀이 살짝 밴 소녀의 손, 스커트 속으로 들어오는 여름밤의 바람. 나는 두근대는 가슴으로 하나하나를 느끼고 있었다.


원단가게나 천가게, 동대문이 아니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포목점’이란 단어가 주는 아련함이 있다. 감독으로 뿐 아니라 작가로서도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따사로움, 아련함, 푸근함,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좋은 감정이 남는다. 살아가는게 외롭지 않다.


<히다리 포목점>은 세상을 향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아직... 세상은 아름답고, 반짝이고 있다. 마음에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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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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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이라니,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인가!

잠시 고등학교 때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 때는 도시락을 두개씩 가지고 다녔었다. 점심 도시락 뿐 아니라 저녁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에 가기보다는 학교에서 자율학습이란 걸 했다. 특히나 겨울이면 보온 도시락 두개를 가지고 다녀야 했는데 가방 보다 큰 도시락 가방을 들며 ‘ 먹으러 학교에 가나?’ 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먹는 도시락은 정말 꿀맛이었으니 힘들게 가져간 보람이 컸었다. 아, 이제는 미소 지으며 떠올리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도시락의 시간’은 그런 도시락과 관련된 이야기책이다.

제목만 듣고서는 ‘도시락 싸는 법’과 같이 요리책이 아닐까 짐작했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시락’과 그 사람에 관한, 직업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말이죠, 단순 반복 작업이라 해도 즐거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나는 그걸 발견했죠. 그래서 이 일이 참 좋아요. (p32)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행운도 따라오나 봐요 (p184)


도시락의 주인(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진기를 바라보는 사진이다. 그런데, 참 뭐랄까 미소지으며 정감이 간다.), 맛있는 도시락 사진이 담긴 페이지를 넘기면 도시락의 주인이 나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시락을 싸준 사람이 누구인지, 왜 이런 도시락이어야 했는지, 혹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왠지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도시락’이란 소재가 주는 뭉클한 감동이 있기도 했다. 아, 이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도시락을 준비해서 다닐 정도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구나! 부러운 감정이 일기도 한다.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집에 있는 반찬을 담아왔을 뿐인 도시락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이 가족이, 혹은 스스로가 정성을 담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도시락 하나에도 이렇게 진심을 담는 사람들은 역시나 인생 역시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보기 좋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선 도시락 쌀 일이 없어졌는데, 괜시리 도시락을 싸서 근처 공원에라도 가서 먹고 오고픈 충동이 인다. 밥알을 꼭꼭 씹으며, 맛있는 반찬을 먹으며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에 진심을 담고 싶어졌다. 너무 거창한가?

하지만 마지막 담는 글 속의 ‘도시락을 통해서 느림의 관계가 시작됐다’는 저자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일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믿는다. 그걸 ‘도시락의 힘’이라 부르던, ‘인생의 진리’라 부르던 상관없이 일상이 가진 작은 힘을 믿고 싶어지게 하는 책, <도시락의 시간>이 내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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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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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사랑’이었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작품을 눈여겨보게 된 것은.

아니다. 솔직히 눈여겨보지 못했다. 그녀의 작품은 내겐 너무 버겁다. 무표정하게까지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가 부담스럽다. 가슴에 와닿는 대사가 무겁기만 하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아마도 나는, 드라마는 그저 가볍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보여주면 된다 생각했던 나는 그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녀의 작품에 누가 나왔고, 어떤 내용인지는 알게 된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그녀가 책을 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란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어떤 내용을 지녔는지 항상 궁금해했지만, 정작 올해에나 읽게 되었다.

좀 더 진지하고,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았으면 싶었는데, 내 느낌을 그대로 말하자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하게 되는 건, 내 눈에 띈 몇 몇 문장들 때문이다.


“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


“ 작가는 상처 받지 않는다.

모두가 글감이다. “


“ 작가란 단어를 풀이하면 ‘만드는 자’란 뜻이다. 다시 말해 창조하는 자란 뜻이다. 창조를 하지 않으면 그는 작가가 아니다. ”


어디 사랑 뿐이랴.

인생도, 여행도 내주지 않으면 내려놓지 않으면, 비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깨닫게 된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작가’에 대한 그녀의 의견을 어디서 알 수 있었을까. 이 책에는 그 것이 담겨 있다는 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생각된다.


누구나 다 코미디를 쓰고, 누구나 다 로맨스를 쓰는 것보다, 나는 노희경처럼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다른 캔버스에 자신만의 그림을 남길 수 있는 작가들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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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길을 걷다 - 펜 끝 타고 떠난 해피로드 산티아고
김수연 지음 / 큰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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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순례길. 장장 800km의 길이를 온전히 두 발로 걸어내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야기는 언제 보아도 즐겁다. 길에 등장하는 마을이며 다리, 기념물 등은 이제 하도 봐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까지 했다. 이런 상태로 길을 걸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어서 오히려 실망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다. 그렇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건 나의 걱정은 그저 걱정일 뿐이라는 것.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다들 다른 이야기를 전해온다. 어차피 사람을 만나고 어차피 길이 주는 깨달음을 적는 것이지만, 참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웹툰으로 ‘비바 산티아고’를 보는데도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구나, 느꼈다. 신기하다. 그게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진 힘일지도 모르지만.


보통 여행 에세이는 사진과 글이 주를 이루지만, 이 책은 글과 그림이 주다. 마치 오기사의 일러스트를 연상시키는 산티아고의 그림에서는 정성이 느껴진다. 잘 찍은 사진만큼의 효과를 지녔다. 길을 걸으며 고비 때마다 자신을 지켜준 건 같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었다는 이야기는 뭉클하다. 아, 사람이 언제나 힘이다. 여행책을 보며 요즘 내가 느끼는 건 바로 이 사람의 힘이었다.

순례길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 역시 그랬다.


책의 에필로그엔 ‘망설이는 꿈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나에게 건네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 여전히 나는 망설이고 있다.

언젠간 꼭, 이라며 다음으로 미뤄두고만 있는 순례길 여행.

아직은 망설이는 꿈으로 남겨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부적처럼 그렇게 위로받는 상태여도, 아직은 괜찮다. 비록 언제까지 괜찮을지 확신은 없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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