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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구? 하고 고개를 갸웃댈지 모르겠지만 <카모메 식당>이며 <안경> 등 영화 제목을 말하면 아! 하고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분의 첫 번째 소설이 나왔다. 닥치고 읽을 일이다. 얇은 책의 두께가 안타까울 뿐이다. 좀 더... 좀 더 많이 쓰시면 안될까요? 책을 바라보며 그러고 있다.
영화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의 도전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느껴졌던 ‘뻔뻔함’이 글에서도 느껴진다. 그 뻔뻔함이란 것은 너무도 당당해서 당연히 존재할지 모르겠다 믿게 되는 존재, 상황... 모든 것에 적용된다.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하얀 거짓말’처럼 이런 뻔뻔함은 기피하고 싶어진다기 보다 우리의 생활을 좀 더 흥미진진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윤활유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엔 분명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사람을 알아보는 고양이가 있을 것이다.
세상은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며 살아야 행복한 곳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피를 나눈 존재만이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얇은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 생각들은 참으로 많았다.
책읽기의 즐거움으로 오랜만에 씨익 미소가 지어진다.
<모리오> <에우와 사장> 두 단편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제목으로 사용된 <히다리 포목점>이다. 하지만 따로 따로 읽어도 전혀 상관없다. 히다리 포목점이나 그 곳의 말없는 아주머니나 마음을 꿰뚫는 검은 고양이가 정말 그곳에, 적절한 시기에 존재해 줄 것만 같다.
p72-3 소중한 무엇이 있다면 그건 분명 지금일 것이다. 흙과 풀의 뜨뜻한 냄새, 조용히 우는 벌레 소리, 통통한 붉은 달, 땀이 살짝 밴 소녀의 손, 스커트 속으로 들어오는 여름밤의 바람. 나는 두근대는 가슴으로 하나하나를 느끼고 있었다.
원단가게나 천가게, 동대문이 아니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포목점’이란 단어가 주는 아련함이 있다. 감독으로 뿐 아니라 작가로서도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따사로움, 아련함, 푸근함,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좋은 감정이 남는다. 살아가는게 외롭지 않다.
<히다리 포목점>은 세상을 향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아직... 세상은 아름답고, 반짝이고 있다. 마음에 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