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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평점 :
김영하 작가님의 에세이를 참 좋아하는데 소설은 종종 힘들어 덮기도 했었다. 그러한 이유로 책을 피했었는데 이제 만난 것을 후회할 정도로 좋았다.
알쓸 시리즈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준 김영하 작가님의 말들과 가장 닮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Ai의 발달로 과학 철학과 윤리가 목소리를 내는 요즘의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가장 술술 읽히는 과학 철학책이라고 해도 괜찮지 싶다.
철이는 휴먼매터스 타운에 연구자인 아빠, 그리고 반려묘 3(칸트와 갈릴레이 ai 고양이 데카르트)마리와 산다. 학교를 다니지도 않고 아빠가 홈 스쿨링을 시키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도 적은 편이다. 지루한 삶을 살는 철이에게 바깥을 경험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저 아빠에게 우산을 건내주려 한 외출이었는데, 그대로 철이는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다.
자신이 한 번도 인간이 아니라는 의심을 해 본 적이 없는 철이에게 미등록 휴머노이드이기에 수용소에 갇혔다고 했다. 다양한 모양의 휴머노이드들이 갇힌 곳에서 한 팔이 잘린 민이와 클론인 선을 만나고, 수용소에 민명대가 출동하며 다시 탈출을 하는 과정에서 민이를 잃고 달마를 만난다.
인간의 문명을 끝장낼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달마. 과연 철이와 선이의 운명은?
- 언젠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어떤 것들, 예를 들어 윤리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다 저버린 채 냉혹하고 무정한 존재로 살아가게 될 때, 비록 내 몸속에 붉은 피가 흐르고, 두개골 안에 뇌수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인간일 수 있는 것일까?
- 진화에 의미나 목적 따윈 없었어. 절묘한 우연들이 중첩된 것뿐이었잖아. 인간과 기계의 결합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것들을 설계한 건 우리지만 우리도 기계에 맞추기위해 우리 자신을 꾸준히 변화시켜왔어.
- 다른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 임계점을 넘어가는 극한의 고통은 나중에 그 어떤 기쁨이 주어지더라도 장부상의 숫자처럼 간단히 상계되지 않습니다.
- 마음은 기억일까요. 어떤 데이터 뭉치일까요? 또는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감정의 집합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뇌나 그것을 닮은 연산 장치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어지러운 환상들일까요?
- 최 박사에게 뇌를 백업하고 영생하지 않겠느냐고 권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미 많은 인간이 그렇게 하고 있을 때였지만, 그는 단호히 거부했다. 여전히 육신이 없는 영생은 바라지 않는다고, 인간의 존엄성은 죽음을 직시하는 데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육신 없는 삶이란 끝없는 지루함이며 참된 고통일 거라고도.
+ 알쓸인잡에서 ‘나’라는 본질의 문제에 질문을 던지셨던 장면이 내 머리 속에서 자꾸 재생되고 있다.
+ 달마와 철이 등의 생각이 작가님 목소리를 통해 들리는 묘한 현상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