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춤을 추세요
이서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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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그대로 옮긴 것인가? 싶은 이서수 작가의 글을 단편집으로 만난다는 것은 고민할 문제가 쏟아진다는 얘기다. 김애란 작가를 신형철 평론가는 사회학자라 표현했다. 김애란 작가 뒤를 잇는 사회학자 작가는 개인적으로 이서수 작가라고 생각한다. 가독성은 좋지만 읽기 힘들고, 쉬운 내용 앞에 던져진 문제가 무거워 자꾸 멈추게 된다.

기억에 남는 단편

📍이어달리기
엄마가 돈을 버니까 나는 몇 달 정도 쉬어도 괜찮겠지. 하고 퇴사한 딸.
일하다 도망치고 싶었을 때 딸 생각하고 참았다는 엄마. 부당한 일에 결국 퇴사하고 함께 도서관에 다닌다.

📍춤은 영원하다
자매의 서로 다른 춤사위.

📍광합성 런치
위에서 눌리고 밑에 눈치를 봐야 하는 중간 꼰대들의 고단함

📍AKA 신숙자
빈 둥지 증후군 vs 비워지지 않는 증후군
엄마에게 모성애를 요구하면서 해방이니 평등이니 외쳐대는 아이들.
길에서 만난 5일 된 반려묘를 위해 하루에 70만 원 하는 병원비로 오백만 원을 쓰면서 엄마가 치매 간병인 보험을 들어주기 어려운 자녀.
엄마도 알잖아. 내리사랑이 무섭다는 거.


📍운동장 바라보기
청미는 결혼 이주 여성에게 강압적으로 부여 되는 여러 역할들에 관한 논물을 쓰면서 희수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온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를 강요받아야 했던 희수.
출신 대학 비하하며 자신을 깎아내리던 사장에게 문자로 불시에 해고를 당한 세오.
퇴직금으로 차린 돈가스 집을 접고 적은 돈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 위해 시골에 터를 잡은 설경 언니네.
이미 다문화 가정이 주를 이룬 시골에서 일어나는 역차별. 하지만 차별에 대한 지적을 당하는 서울 사는 동생들의 질타.

차별하지 말라는 말은 얼마나 하기 쉬운가. 설경 언니를 판단하기엔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이곳에서 살면 누가 차별받고 누가 차별하는지 뒤죽박죽 섞여버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모르는 것 투승임에도 나는 결국 언니를 내 생각대로 판단할 것이다. 서울에서의 나는 자주 똑똑한 척을 하니까.

📍잘지내고 있어
20년이나 연을 끊고 살았던 고모가 연락을 했다. 연명치료 포기하라고 한다. 쓰러져서 이제 막 중환자실에 들어간 아버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고모는 3년이 넘게 고모부의 치료를 위해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일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우리가 아버지를 죽이려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기회를 빼앗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삶을 지속하게 만들 경우, 아버지가 우리를 원망할지 그러지 않을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이 당사자의 의사를 배제한 채로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두렵게 느껴졌다.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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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대표와 Z세대 부하 직원 사이에 낀 M세대 팀장인 차진혜의 고충은 아무도 헤어려주지 않는다. 차진혜는 대표에게 야근하지 않으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업무량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대표는 늘 딴생각에 빠진 척하며 선을 그었다.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이기에 야근은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 속한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워라밸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하 직원의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하다 자비로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줬지만 이제까지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 알 것이다. 고작 기프티콘으로 잦은 야근에 대한 노고를 퉁치겠다는 고약한 심보를. 그러나 차진혜 역시 혹사당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기에 부하 직원들이 자신을 마워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91p

가진 게 적을수록 미래가 잘 보이는 법이다. 13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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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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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직동. 조칠현 교회의 신도들이 많은 동네. 자연 치유를 말하는 그 교회 신도들은 다니는 병원도 정해져 있었다. 조칠현 교회의 광신도인 엄마를 둔 해리아는 전교 1등이라 그런지 많은 아이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체육 교사인 김이영 선생도 해리를 예뻐했다. 동경의 대상을 질투하는 대상도 언제나 있는 법.

키가 크지 않아 수영까지 배웠던 지수는 갑작스럽게 거구가 되어갔다. 149cm의 빼빼 마른 체형의 지수는 열다섯, 가을부터 키가 크기 시작해 176cm가 되었다. 키만 컸으면 좋았겠지만 몸도 같이 커져 버렸다.

❝저 돼지 가은 년이 나를 가로막았다고! ❞
❝응. 지수야, 네가 뚱뚱해서 싫대. ❞

꼭 그렇게 상처를 주고 싶어?
이렇게 말하면 니들 행복해?
😤

176cm 50kg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했다. 가능한 한 적게 먹고, 굶고, 많이 움직였다. 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폭식의 충동을 참을 수 없어 일단 먹고, 토했다.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아먹었다. 나비 날개 모양의 작고 새하얀 알약.

사람들은 왜 동경하는 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질투하고 증오할까. 그래서 갖고 싶어 하고,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고 싶어 하고. 불쌍해하다가 미워하고, 안타까워하다가 꺾어버리고 싶어 할까. 70p



마른 몸을 갈망하는 지수
전교 1등 해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이영을 사랑하는 지연
해리의 곁을 지키는 신아
수영장 사고로 머리를 다친, 조칠현 교회를 다니는 광신도 엄마 덕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내내 고통받는 해리

어린 시절의 아픔이 가득한 영직동에서 다들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려 잠시 집에 내려가 있는 지수는 엄마를 통해 신아와 해리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조칠현 교회의 ’자연 치유‘의 피해를 봤던 이 아이들이 자연 치유를 하고 있단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엄마가 남긴 책자로
자연 치유를 위해 센터로 향하는 지수
이들 모두는 치유될 수 있을까?
기억의 끝으로 돌아가면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데 잘 살고 싶어. 돈 많이 벌고 편안한 집에서 여유 부리며 사는 거 말고. 그럴싸한 옷을 입고 걸어 다니며 웃는 거 말고. 진짜 웃고 싶어. 아프지 않은 몸으로, 건강한 몸으로 살고 싶어. 그렇게 잘 살고 싶어. 내 몸이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싶어. 내 몸에 대한 생각을 그만하고 싶어. 그 시간을 다른 곳에 쓰고 싶어. 286p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 #장편소설 #신간도서 #아픔과치유 #몸과마음이아픈이야기 #약자들건드리는나쁜놈들 #건강하자

화기리야~ 이해가 감. 🤧

건강으로 인해 막다른 길에 있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인간들은 진짜 싹 쓸어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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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 - 한 줄 코드로 재밌게 읽고 평생 기억하는
서경석 지음, 염명훈 감수 / 창비교육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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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 노무현 정부까지 가볍게 한국사를 훑는 책.
각 쳅터별로 외우는 법까지 안내한 것이 인상적.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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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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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런던 증권 중개인으로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남자가 갑자기 가족을 떠나 파리로 간다. 이제 자신은 누구의 남편, 아버지, 구성원으로 삶을 다 벗어던지고 그림만 그리고 살겠단다. 사전에 상의가 있었다거나, 그림을 그리고 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도 아니고 그냥 떠났다.

이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앞, 뒤, 옆을 돌아보지 않는다.
남이 뭐라고 하든 듣지 않는다.
그림을 팔 생각도 없다.
그냥 그린다.
숙식? 은 가능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자고!가 가능하게만 산다.

이런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고 그의 천재성을 알아봤으며 마음이 따스한 상업적으로 성공한 더크 스트로브가 그를 도와주지만, 그의 아내까지 뺏긴다. 🙀
물에 빠진 놈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는 것보다 더한 경우가 아닌가? 싶지만…
그 아내 역시 힘겨운 상황 속에 놓였던 그녀를 평온한 삶에 데려다 놓은 남편을 배신한 것.
두 사람의 배신에도 다 괜찮아. 나에게 돌아오면 받아줄 거야. 하는 남자.

오로지 예술! 그 외에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을 것. 그게 나를 잃는 일일지라도..의 삶을 사는 찰스 스트릭랜드
죽은 사람 살려 놓으니 내 아내와 바람난 남자의 예술성이 얼마나 높은데~
그렇게 배신하고 떠난 여자가 바람난 남자에게 버림받다니 나에게 다시 돌아와~ 하는 더크 스트로브
나는 후자가 더 이해되지 않았다는… 사람인가? 성자인가?

그가 진정 평온함을 느끼며 그림을 그렸던 그의 생의 마지막
타히티에서의 삶.
40이 넘은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아타와 타인과의 교류가 있기 힘든 후미진 곳에 정착하여 살며 오로지 그림만 그리며 산다.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시력을 잃고 병으로 고생하면서도
종이가 아닌 집 자체에 그림을 그리며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
아마도 그의 그림의 최고였을 그 집을 태우라는 유언을 남기도 떠난 예술가.
그의 마지막 말을 들어준 아타.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의 삶.
나랑 관계없는 사람의 삶이라니 이해되고,
성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이 이해 가지 않는 인간의 모순.
그런데 또 한편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사람의 곁에 사는 사람도 힘들겠구나. 싶네?
🤧🤧🤧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라니..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안녕이라 그랬어> 다시 소환. 🤭

#제로책방 #책리뷰 #책추천 #책기록 #고전추천 #장편추천 #재밌는고전 #가독성좋은고전 #고갱의삶각색 #북스타그램 #예술에미치다 #광기 #몰입 #고전중가장잼남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 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 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오. 그리고 예술가가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가이 겪어 보아야 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우리가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113p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의견을 상대방이 얼마나 존중해 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미치는 나의 힘을 측정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싫어한다. 그처럼 사람의 자존심에 아픈 상처를 주는 것은 없을 테니까. 227p

❝남을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는 일이 가능할까요? ❞ 227p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그것은 이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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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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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내외와 같이 살기 시작한 건 3년 전 아내가 죽은 다음부터였다. 아내는 유방암으로 5년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혼자된 균탁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한 건 딸 지영이었다. 딸과 사위 둘의 설득에 74살의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의 균탁은 손자를 보고 싶은 마음에 함께 살기로 했다.
균탁이 집으로 온 뒤, 지영은 은근슬쩍 다솔을 맡기기 시작했다. 점점 육아와 집안일이 균탁에게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런 딸이 얄밉지 않았다. 지영 부부의 목표가 내 집 마련이었고, 그걸 이루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내와 살던 집을 정리한 돈을 건네면서도 미안해한 균탁이었다.
이 집으로 이사하고 아이의 학교가 멀어지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했다. 잘 보이지 않는 눈과 반사 신경이 좋지 않아 이미 운전을 그만둔 지 3년.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아이를 데려다주는 일에 번거로움이 발생하자 딸과 사위는 운전을 권했다.

아이를 내려주고 학교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 후 차를 출발시켰다. 갑지가 눈앞으로 뭔가가 확 끼어들었고, 반사적으로 핸들을 틀며 브레이크를 향해 다리를 쭉 뻗었다. 그런데 차는 굉음을 내며 인도의 연석을 넘어 위로 튀어 올랐고 가슴에 핸들이 부딪치고 목이 휘꺼덕 넘어갔다.

비명

사람들이 차의 앞쪽을 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다른 날과 다를 바가 없는 하루였다. 민원인을 주로 상대하는 혜정에게 전화를 계속하는 일이 드문 남편이 전화를 걸어온다.
❝연희가……. 죽었어. ❞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이다. 지금은 열 시. 말이 안 돼도 한참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악마다.
아무 잘못도 없는 내 딸을 죽인 악마.
그런데 진상 조서를 한다고 내가 아닌 악마를 보호하는 사람들. 나를 말리는 남편.
용서를 빈다고?
죽여 놓고 용서를? 괴로워하고 있다고?
실수라고?

아이가 죽었는데 내 아이가 이 세상에 없는데 합의를 하란다.
아이가 죽었는데 밥을 먹는 가족들이 내 눈앞에 있다.
어떻게 밥이 먹히지? 누나가 죽었는데 이제 자신이 그 방을 쓴다는 둘째 아이도 용납할 수가 없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추천 #장편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슬픔에 갇힌 혜정과 죄책감에 갇힌 균탁.
잘못한 사람이 있고, 피해자가 있는데 피해자의 마음을 지금 가장 많이 헤아리는 사람이 가해자라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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