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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골동품 상점
허아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이들책을 함께읽다가 오랜만에 나를 위한 책을 골랐다.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그 수상쩍은 컨테이너 박스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마음이 서늘해졌다.
모처럼 조용한 시간을 틈타 책을 펼쳤는데, 오랜만에 이야기에 이렇게 깊게 빨려들어갔다.

책은 ‘골동품 상점’이라는 단 하나의 공간을 중심으로,
아홉 개의 물건이 서로의 사연을 잇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처음엔 단편처럼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 이것들이 촘촘히 연결된
하나의 큰 이야기였다는 걸 깨닫는 순간 짜릿함이 밀려온다.
물건마다 다른 시대의 시간 냄새가 배어 있고,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욕망, 저주와 축복 같은 것들이 독자를 잡아당긴다.

아홉 개의 골동품 중에서도 ‘태항아리’와 ‘제웅’ 이야기는 특히 서늘하면서도 먹먹했다.
역사적 사실과 민속, 신앙, 전승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마치 우리 집 서랍 속에서도 이런 사연 하나쯤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들이 자는 밤에 혼자 읽어서 더 무섭기도 했지만, 그만큼 몰입감이 강했다.

이 책은 단순히 ‘괴이한 이야기’라기보다, 오래된 물건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사랑, 집착, 저주의 감정까지 건드린다.
그래서인지 읽고 나면 괜히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조차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물건에도 기억이 남아 있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구나 싶다.

정말 오랜만에 ‘빠져들어 읽었다’는 말이 딱 맞는다.
미스터리한 한국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숨에 읽게 될 책이다.
밤에 읽으면 살짝 오싹하니, 아이들 잘 재워놓고 조용한 시간에 읽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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