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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ㅣ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남과 북이 만나서 함께 일한다는, 낯설면서도 독특한 공간에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죽음이 일어났다. 다들 범인을 잡으려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 속에서 죽음은 잊히고 버려졌다. 자신조차 누명을 벗기 위해서 노력했을 뿐이었다.
개성 공단에서의 죽음은 낯설고 외로워져서 금방 잊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다들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174p.
정말 독특한 요소들이 짜임새있게 모여있는 작품이다. 제3도시라는 공간이 어디일까 궁금했는데, 이 단어가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는 공간. 북한 내에 존재하는 남한의 공간 개성공단, 남도 북도 아닌 제3의 공간인 이 곳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삶의 규칙에서 모두 벗어나는 공간이다. 그 어떤 사건사고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한 탐정의 고군분투기랄까.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하는 외삼촌 '원종대'의 부탁으로 공장에서 사라지는 물건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개성공단에 잠입한 강민규는 이것이 단순히 우리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성공단 내의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한다. 이를 해결할 수도, 개선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되려 그러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결국 발목을 잡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추방까지 3일의 시간이 전부. 그 안에 나의 결백을 밝히고, 이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 과연 그는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개성공단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니. 무엇보다 개성공단이라는 배경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설득력있게 표현해 굉장히 흡인력있는 소설이었다. 가보지 못한 공간이지만 생생하게 그려지는 그림과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결국, 우리는 살기 위해 선택을 한다. 타인의 죽음을 맞이한 이들 역시 살기 위해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진실을 숨기고, 새로운 사건을 일으킨다. 가장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욕망의 아이러니.
살인사건에 감춰진 거대한 진실과 그 진실을 파헤치려는 한 사람의 노력. 노력은 결국 진실에 닿았다. 책을 덮고난 후, 강민규의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뉴욕탐정사무소가 아닌 통일탐정사무소의 새로운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