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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섬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1
다비드 칼리 지음,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이현경 옮김, 황보연 감수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평점 :

#그림자의섬 #다비드칼리 #웅진주니어 #세계환경의날 #생물다양성
[책속한줄]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나요?"
"아무도......알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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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세계 환경의 날은 197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로 우리나라도 1996년부터 6월 5일을 법정기념일인 '환경의 날'로 제정했다. 올 해는 '생태계 복원'이 주제다. 현재 우리는 매년 470만 헥타르의 산림이 파괴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바다가 산성화 되고 있다. 그로인해 바닷속 산호가 부식되는 '갯녹음 현상'이 일어나고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먹이로 오인한 생물들이 소화되지 않는 비닐을 먹고 서서히 죽어간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렇게,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다시 돌고돌아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
한 생물종이 멸종되면 그로인한 나비효과는 범지구적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해충인 모기가 번식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었는데, 모기가 멸종하면 순록의 이동경로가 바뀌고, 이는 또 다른 생태계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연구도 신기했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지구는 모두가 유기적으로 순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로수로 자주 만날 수 있는 은행나무가 은행나무 목-은행나무과-은행나무속-은행나무로 이어지는 ‘1목 1과 1속 1종’ 식물이라는 내용이었다. 은행나무는 야생에서 인간의 도움 없이 번식하거나 자생하는 군락이 없어 인간의 도움으로만 그 종족이 유지되고 있어 사실상 멸종위기종이라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림자의 섬은 표지의 그림부터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곁에서 그림자만 남겨진 존재들. 기록으로만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생물종들의 종말은 결국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된다. 무분별한 포획과 생태환경의 무차별적인 파괴와 같은. 책의 앞뒤로 빼곡한 다양한 동식물들의 그림에 먼저 흥미가 갔다. 하나같이 생소한 이름의 동물들. 이 책을 쓴 다비드 칼리와 클라우디아 팔마루치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가들인데, 묵직한 그림과 이야기는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름 없는 숲속 '소원이 늪'과 '잃어버린 시간의 폭포' 사이에 있는 '꿈의 그늘'에는 악몽을 치료하는 왈라비 박사가 있다. 동물들은 왈라비 박사를 찾아가 자신이 꾸는 악몽에 대해 상담하고, 왈라비 박사는 악몽사냥꾼 시리오와 함께 악몽을 사냥한다.
그런 어느 날, 태즈매니아주머니늑대 역시 자신의 악몽을 없애달라고 찾아온다. 그의 꿈에는 쫓기지도, 어딘가에 갇히기도, 누군가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저 끝없는 어둠만이 존재한다. 그 어둠 속에서 태즈매니아주머니늑대는 다시 빛나는 꿈을 꿈꾼다. 태즈매니아주머니늑대는 현재 멸종된 생물종이다. 이들이 다시 자신의 색을 찾고,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지난 해 코로나의 여파로 잠시 멈춘 곳엔 자연의 신비가 피어올랐다. 멸종된 줄 알았던 생물종이 발견되기도 하고, 자생이 불가능하다 여겼던 생물종이 군락을 이루기도 했다. 자연을 회복시키는 것은 결국 순환하는 자연임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책의 말미에 담긴 스테바노 벤니의 "모든 동물 가운데 인간은 멸종될 위험이 가장 큰 동물이다. 우리는 판다와 바다표범을 걱정하지만, 판다와 바다표범은 우리를 보호해 줄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핵무기, 농약, 고엽제, 석유, 휴가철 별장들과 함께 우리가 영원히 사라져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말처럼 사라진 생물종의 미래는 곧 우리 인간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인간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생물종이고,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데 마치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너무나 많은 파괴를 저지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