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42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속한줄]

호랑이, 우리 이제 친구지?
아...친구. 그래 우리 친구지.
🐾
호랑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산 중 호걸이란 동요가 떠오른다. 호랑이는 산 중의 으뜸으로 호랑님으로 모두가 굽신거리고 모시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깨줬다. 각종 짐승이 모여 잔치를 열기 전, 호랑이는 그렇게 시나브로 변해갔다.

산 중 호걸이라 하는 호랑이와 숲 속 친구들은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재미있고 엉뚱한 아이디어는 친구가 된다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다. 심술궂은 호랑이는 숲 속 곳곳을 다니며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라고 소리치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 호랑이는 숲 속의 밉상친구다. 심술궂은 호랑이는 모두에게 외면당하는데, 그런 호랑이의 꼬리에 어느 날 노오란 민들레가 자라났다. 그렇게 꼬리꽃과의 첫만남으로 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시작된다.

꼬리 꽃은 비록 작은 꽃이지만 덩치 큰 호랑이도 이기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호랑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참견하면서 더이상 밉상 호랑이가 아니라 모두와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준다.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다시 새로운 생명을 향해 날아가기 까지 꼬리 꽃은 호랑이에게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를 전하고, 호랑이는 그런 민들레를 든든히 지켜주며 믿고 의지한다.

이들의 연대는 위기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데, 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의 진리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아름답고 서글펐다. 책의 앞뒤에 그려진 에피소드를 보면 꼬리 꽃에 츤츤거리는 호랑이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아니 이렇게나 좋아하면서 그렇게 아닌 척을 하다니 귀엽다.

결국 그렇게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던 둘은 진정한 친구임을 서로 깨닫고 이야기하는 순간, 헤어짐을 맞이한다. 그러나 헤어진 꼬리 꽃의 빈자리엔 다른 숲 속 친구들이 함께 메워준다. 이별의 슬픔과 아픔은 다른 만남으로 위로받고, 또 다시 돌아 새롭게 다시 만나겠지.

이 짧은 만화로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꼬리 꽃과의 이별은 곧 새로운 만남을 의미하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다시 '누렁이~'라고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겠지. 이렇게 귀여운 이야기를 하는 이지은 작가는 한국과 영국에서 디자인과 그림을 공부하고,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유아 그림책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팥빙수의 전설' 프리퀄이야기라고 하는데, 아직 못봐서 아쉽고 궁금하다.

사실 당연한 이치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쉬운 일을 잊고 사는 것일까. 어린이 그림책에서 오히려 더 깨닫고 배운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아 기억되고, 또 누구를 만나 위로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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