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
진 웹스터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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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릴적에 키다리 아저씨를 모르는 소녀가 있었을까?

내게도 소녀시절이..있었네. 이상스럽게 소녀시절보다 소년시절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내 과거의 필~은 뭘까 싶다. 그렇긴 해도 키다리 아저씨의 까만 그림자의 모습이 딱 꽂혀 있는게 소년과 소녀시절이 어중간했던 그 시기가 있었긴 했다

별 내용은 없다. 고아원에서 자란 소녀의 성장기. 여기에 에로분위기만 첨가하면 하이틴로맨스류의 소설이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와 부자이지만 약간 괴짜의 분위기의 남자. 그러긴 해도 주디 에보트양의 인생관이 정말 건강해서 하이틴로맨스를 넘어서 요즘까지도 절판되지 않고 끊임없이 출판사들이 찍어내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래서 토론에 가지고 왔던 책들이 거의 달랐다. 

좋았던 부분에 밑줄을 읽어주는데 느낌이 너무 달라서 옮긴다.

문예출판사 -아저씨 이렇게 기분 나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는 애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인격이 요구되는 것은 인생에서 큰 난관에 부딪혔을 때뿐만이 아니에요. 누구든지 위기를 당하면 불발할 수 있으며 커다란 비극에는 용기를 가지고 대적할 수 있으나 일상의 사소한 예기치 않은 사고들을 웃음으로 맞으려면 정말 괘활한 '기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번역 한영환 2000년 초판)

하서출판사- 이렇게 지긋지긋한 일만 계속 일어날 수가 있을까요? 인생에서 훌륭한 인격을 필요로 하는 때는 큰 곤란에 부딪혔을 때가 아니에요. 누구든지 큰 일을 당하게 되면 분연히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또,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픈 일이 생겨도 용기를 내어 대처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매일매일의 사소한 사건들에 대해 웃으면서 대처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 김연희 1995년 초판)

베텔스만-이렇게 짜증나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세요. 살아가면서 정말로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것은 크나큰 고난을 겪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재난이 닥치고 가슴이 무너질 듯한 비극을 겪을 때는 누구나 용기를 갖고 이겨 내려고 애쓰죠. 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짜증을 웃음으로 견뎌 내기란 정말이지...강한 정신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 같아요.( 번역 서현정. 2003초 판)

문예출판사와 베텔스만의 번역자의 글이 실려있는데 베텔스만의 번역자인 서현정씨는 나와 같은 어릴적의 키다리 아저씨의 꿈을 꾼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번역한 것이다. 그에 반해 한영환의 글은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그냥 번역의 일로 이 소설을 바라본 글인거 같았다.  내가 산 책은 문예출판사. ( 제일 마음에 안 드는 번역이라니..중고로 팔아볼까 싶다.)

근데 어릴적에는 그냥 좋았다. 이 책이. 하지만 지금은 그냥 조금 슬프다. 내가 명작으로 다시 읽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고아원시절을 숨긴 주디의 입장과 키다리아저씨라는 숨긴 저비스도련님의 입장이 마음에 안든다. 둘다 뭐야 과거를 숨기고 있는 건 주디답지 않게 당당하지도 않고 약간 실망스럽다. 또 자신의 생각과 삶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비스도려님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자존심이 상하거나 그것에 대한 어떤 반감도 없다는것에 대해 실망스럽다. 내가 주디 에보트에 대해 갖고 있던 당당함같은 그런 낭만이 많이 사그라들어버렸다. 그래서 조금 슬프다. 그러면서도 한구석에 키다리아저씨에 대한 향수..다 갖다 버릴수도 없고.

나이를 먹어 첫사랑을 보니 대머리에 배도 나오고 손톱에 때가 낀 그런 모습의 남자를 본다면..진짜 서운할거다. 키다리 아저씨가 내겐 그렇게 다시 왔다.

얼른 최근의 기억을 지우는 영양제를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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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흙 2009-01-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책, 번역이 좀 그렇군요. 지나친 직역. 95년 판이 원문에 충실한 윤문이 아니었을까 싶고요. 2003년판은 너무 매끄러워진 경향이 좀 있어요.(개인적 생각). 최근 이 책을 다시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느낌이 그런가요... 명작을 다시 읽으며 실망한 기억은 거의 없는데 말이죠. 음, 첫사랑을 이제 와 다시 보는 느낌? 전 보는 일 떠나서 보이기가 싫다는.

파란 2009-01-06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친 직역. 곳곳에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2003년 판은 전체적으로 앞뒤가 매끄러워요. 꼭 주디 에보트양의 성격이 느껴지게 번역이 되어 있어서. 저 부분만 보기보다는. (마음에 드니까..더 밀어부혀져요). 첫사랑을 다시 본다는 건..만약 보아야 하는 일이 생기면 겨울에 보고 싶어요. 옷으로 위장할수 있게^^ 근데 가장 곤란한 순간에 부딪힐거 같어여
 
지구 온난화의 비밀 - 찌푸린 지구의 얼굴, 자연의 아이들 지구 환경 이야기 3
허창회 지음, 박재현 그림 / 풀빛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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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지구를 살리는 열가지의 물건이야기를 들었다.  부채, 자전거, 빨랫줄, 도서관, 또 무엇이 있었을까. 물건들 이름만 들어도 어떤 식으로 지구를 살리는 지 짐작이 갈것이다.  

막연히 지구가 아파하니까 아껴쓰고 전기에 대해서 환경에 대해서 짐작만 하고 있다. 앨고어의 비디오를 아는 이들과 같이 모여서 보았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물이 말라버려 더 이상 배가 필요없어진 곳들의 모래사장에 배들. 사진과 함께 시간대별로 정리해서 만들어진 그 비디오를 보면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더 이상 의의를 달기가 어려워진다.   

아들이 질문을 던진다. "엄마 여기는 살기가 좋아? "  유치원에서 아황산가스에 대한 프로젝트 수업을 한달여를 하고선 자주 묻는 말이다. " 엄마 주택이 더 좋아 아파트가 좋아?"   그 말에 단순히 마당에서 놀던 주택을 떠올리며 "주택이 좋지"  "주택은 낮아서 가스가 안 들어가니까? " 라고 되묻는다. 마당을 떠올리며 주택이 좋다는 엄마의 말에 아들은 아황산가스가 적게 들어가니까 주택이 좋냐는 말로 묻는다. 우리와 참 다른 세대다 싶으면서도 저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어떤 곳인지 다시 한번씩 되돌아본다.   

앨 고어의 비디오를 같이 본 사람들과 약속을 했다. 환경을 살릴수 있는 일로 개인이 할수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화장실 이야기가 나왔다. 화장실을 오래전 사람들이 쓰던 방식으로까지야 쓸수 없다면 변기에 휴지 버리지 말고 휴지통에 비닐봉지 없이 버리자. 그 봉지 하나 없는것이 실제 조금 불편하다. 지저분한 휴지들이 봉지 안에 있다면 간단하게 봉지만 빼서 버리면 된다. 근데 그 봉지가 없다면 음 말로 안해도 알것이다. 들러붙은것들하며 무어무어 등등 다 보인다. 변기물 함부로 내리지 말자가 두번째.  물이 탁할수록 다시 말해 내용물이 풍부할수록^^  정화시키는데 세균들의 활동을 더 많이 유발할수 있다 한다.  대중화장실 이용할때 여자인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저 바깥사람들은 모르기를 원한다. 뭐 하러 들어온지 뻔히 알아도 그 시기며 양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늘상 변기물은 두세번을 내리곤 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을 관두기로 했다. 내가 약속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선 두가지다. 

지구 온난화의 비밀의 이 책은 앨고어의 방식보다는 덜 자극적이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디오라는 영상물의 자극성이 없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쉽게 쓰여졌다. 이론적인 부분을 가볍게 왼쪽 페이지에 풀고 오른쪽에 그에 대한 그림과 적절한 글씨체의 가벼움이 산뜻하다.  이론의 무게가 초등보다는 중등에 더 어울리고 그들에게 잘 먹히지 않을까 하는 비주얼이 돋보이는 책이다.  

앨고어의 영상물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녹아내리는 빙산과 모래사장에 배의 사진이 남았다면 이 책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기상과 기후의 차이부터 이상기상 이상기후의 차이 오존이 무엇이며 온실가스를 이루고 있는 것들의 성분이 무엇인지 머리속에 쏙쏙 들어와 자리잡게 한다.  

누군가 황우석박사가 그립다고 했다. 다른 모든 잘못에도 불구하고 그가 과학계쪽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던 관심에 보따리들이 참 그립다고 했다. 교육은 교육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 교육을 전달하는 방식에는 상업성이 조금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나만 알고 있으면 나만 변화한다면 의미가 없다. 나와 다른이들이 알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바른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 난 머리 아파서 싫다. 몇번을 읽어도 잘 이해가 안간다. 그러나 이런 책들이 많아진다면 이렇게 늘씬하게 포장할수 있는 과학자들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꼭 이렇게 사탕바름하면서까지 책을 써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탕이 나중에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돌아올지 모르지 않느냐 한다.  

산업혁명이 이래저래 영향을 많이 끼친 분야가 교육만이 아니라는 것을 또 알아가고 있다. 나비의 날개짓처럼 변화가 다가오는 것과 목적의식으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의 차이가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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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대회 당선 축하해요~ 님의 리뷰로 좋은 정보 알고 갑니다.
실천할 수 있는 일~ 구체적인 방법에 동감하고 갑니다.^^
정말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실천을 생활화해야 돼요.

파란 2009-01-24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순오기님처럼 실천하면서 하루를 보내기만 하면 성공할거라고 봐요.
 
몰입 천재 클레멘타인 동화 보물창고 24
사라 페니패커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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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천재라는 두 단어의 제목. 몰입 좋다. 천재 좋다. 그러면서 '이건 미끼일거야. 아이들책을 사는 엄마들을 낚기 위한 단어들이야. 출판사와 번역가의 작품이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 한번 낚여 보는 거지. 낚시꾼보다 내가 물고기일때가 세상이 살기 편할거야. 물고기 한마리 낚아보겠다고 저리 포장하고 광고하고 공들이는데 다른것도 아니고 책으로 낚아보겠다는데 한번 물어보지' 

이리 빨리 적응하는데 표지에 그려진 클레멘타인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다. 거꾸로 서 있는 아이의 곱쓸거리는 짧은 머리가 마음에 들었다. 좋아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하면서 손에 들었다. 

한장 한장 넘어가면서 한숨 쉬고 두숨 쉬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생각했다. 왜 이리 현명한 엄마아빠들이 많은거야. 도대체 이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에 어디선가 스파르타식으로 부모교육을 받은것임에 틀림없어.그렇지 않고서 이렇게 어려운^^ 아이와 살아가는 방법이 이리 자연스럽게 아이입장에서 부모입장에서 딱 적당한 선을 유지할수 있을까.  

클레멘타인이 사랑스럽다. 내 아이가 아닐적에는. 내 아이라면 몇번은 쓰러졌다. 단순하게 상대방이 하는 말을 순수하게 클레멘타인은 듣는다. 머리를 잘라달라고 해서 잘라주고 기분좋아질 방법을 같이 찾아주고 진심을 다한다. 가끔 클레멘타인이 걱정이  될만큼 . 그 아이는 자신의 기분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헤아려주려고 한다. 자기만 아는 아이가 아니라 클레멘타인식으로 상대방을 배려해주고 있는 거다. 부모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는 것을 알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보듬어 주는냐에 따라 어려운 아이도 주위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쉬운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아로 남기도 한다. 엄마가 되어 나를 위한 강의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강의를 들으러 가보면 백프로 엄마들만 와 있다. 아빠들은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앉아 있다면 그야말로 청일점으로 강의 끝날때까지 사람들 시선에서 떨어지지 않을거다. 

불쌍한 아빠들. 세상 변화에 잘 적응하는데 늦는 뇌구조를 가진 남자들은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 발 맞추는  준비도 잘 할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빠되기 위한 준비를 어디서 해주면 가장 좋을까?  거의 모든 남자들이 할수 있는 이야기 -> 군대. 그러나 군대에서 하기엔 아빠되는 시간이 너무 멀다. 그럼 군대를 나오면 예비군훈련을 가끔 가던데 하루종일 지루하게 건장한  남정네들 나두지 말고 거기에서 아빠되기 위한 집중강의 같은거 해주면 안될까. 시간대도 비슷하게 맞을거 같은데 말이다. 아빠로서 키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들과 선배아빠들의 경험도 들어가면서 기본적인 강의 라도 들을수 있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클레멘타인의 멋진 아빠노릇을 보노라니 나의 짝쿵의 무뚝무뚝함이 두숨 쉬게 만들고 있다. 저 사람이 아빠노릇하는데 조금 도움을 받는다면 잔소리로만 들리는 마누라의 말이 아니라 사회적인 프로그램으로 다가간다면 다르게 들을지도 모르는데 한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는 클레멘타인. 상대방의 행동을 어떻게 판단하고 추측하지 않는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물었을때 '나는 독후감을 쓰고 있어요 라고 순수하게 답할수 없음을 알기에 클레멘타인의 몰입이 부럽다. (등뒤로 두 아들넘아들이 티브이 보면서 떠드는 소리가 걸린다. 내가 이거 쓴다고 티브이 틀어놓으니 엄마노릇도 못하면서 무슨..말을 쓰나 하는 생각이 뒤통수 끄트머리에서 달랑거린다.)  

아이가 아이다운 것은 내일을 준비하지 않고 현실에 푹 빠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 아빠들은 그것을 쓸데없는 잔소리 - 이거 하나만 보고 티브이 꺼라, 티브이 끝나면 공부하자- 같은 아무 필요없는 잔소리로 기분 망치게 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자. 밴텐이 열가지 외계인중 어느 것으로 변신해서 악당을 물리칠지 모르는 그 기대감을 기대감으로 느끼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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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3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에 충실한 클레멘타인, 역시 현재에 몰입하기 때문이겠죠.
멋진 리뷰예요!

파란 2008-12-3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이 달고 오신 것은 마지막 강의? 얼마나 마음에 드는 책이길래 하는 생각이 듭니다.몇번 장바구니에 담았나 내렸다 했는데.
 
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올 에이지 클래식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그 지구가 돌더니 컴도 돌게 한다.
내가 이 책 독후감을 두번 날렸다.
1시간짜리 하나. 30분짜리 하나.
그래서 나도 같이 돌까 한다.

독후감에 대한 독후감을 쓸까?
처음에 썼던 것은 그야말로 나의 첫사랑에 빠졌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온갖 감상적인 말로 나를 돌아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들어가는 나의 지금 시간이 서글프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는 지금의 나라면 그때 내가 그만큼 열정적으로 살았다는 증거일까 뭘까 하면서 온갖 개폼을 다 잡으며 독후감 썼다.
꽤 길었다. 개폼의 증거를 꼼꼼하게 다 되새김질하며 썼으니까
아..첫사랑 이야기를 개폼이라고 하면서 쓰다니..난 아줌마라서 그런가? 아니면 쿨한척 지금이 더 개폼 잡는 걸까.
그거나 이거나 폼 잡는 건 같은건가 

두번째 독후감은 30분 짜리. 쓰다가 잘렸으니까 어떻게 내가 결론 끌어갈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한번 거르고 쓰니까 좀더 담백하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도 같은 대목은 있다 눈물이야기는 안 빠지고.
실제 그랬으니까 . 그렁그렁 고여 들어오는 눈물이 서글펐으니까
흘러 내렸다면..그런 생각하면서 

이 대목은 세번째 쓴다.

-열정이 당신을 불태울 때, 그 열정은 뭔가 좋은 일에 쓰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첫사랑에 빠져서 열정이 나를 불태울때..제대로 안 탔다 ^^
까맣게 타다가 재로 되었더라면 그럼 땅에 묻고 다시 탔더라면 누군가를 태워도 제대로 태웠을텐데 그렇다면 연애결혼을 했을까? 음 성격이 뺀질하지 못해서 그건 아닐거 같기도 하다. 화르르 탔다가 혼자 어설프게 덮으려니까 잔불이 남아서 내 시간을 타 먹어 버린거 같다. 잊으려고 하면서 다른 대체물을 찾았다.
그랬다 그래서 미안한 사람들 있다. 그러면 안되었던 사람들 생기고. 첫단추 잘못 끼워서 삶의 방향이 틀어진 느낌. 그것을 아직도 내가 이어가고? 있나 하는? 건가.
이러고 보니 나의 뒤끝은 어디란 말인가 한다.
이렇게 곱씹고 곱씹고 하는 찌질한 뒤끝이라니.

첫번째 쓴 글이 올라왔더라면 참 민망스러웠을텐데 싶다. 그래도 첫사랑은 가슴에 한켠에 아른하게 품고 오래도록 눈이 내리면 생각하고 그렇게 아름답게 꾸미고 있고 싶은 맘도 있는데 세번째 쓰다보니 이렇게  개폼잡는 이야기다 라고 쓰다니..너무 오래살았나? 아니면 드디어 나도 뒤끝을 벗는 건가.

진짜 하고 싶은 말
좋아한다는 사랑고백도 못해보고 채인게 너무 억울했다!!
그것도 직접 못듣고 남한테 전해 들은게 너무 너무 기분 나빴다.
뭐야..기본 예의도 없는 사람이었잖아. 아 슬퍼라. 기본 예의도 없는 인간한테 품고 있던 첫사랑이라니..어떻게든지 포장을 해서 죽을때까지 눈오는 날 생각할까? 

진짜 내가 죽을때까지 가지고 싶은 이야기는 그거다.
누군가를 첫눈에 반해서 그 사람이 가는 곳은 지옥에라도 따라가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이라고.  일주일을 울면서 살이 5키로씩이나 빠졌던 내가 온통 그 사람 생각으로 세상이 꽉 차 있었던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거.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비록 내가 그 마음을 풀지 못해서 꼬였던 일 많지만 첫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 있었다는게 참 좋다.

그게 없다면 참 불쌍한 삶 아닐가 싶다.

얼른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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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1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올라온 걸 보니, 책이 잘 들어갔네요.
올에이지클래식 시리즈 15권 있는데 불행하게도 이 책은 아직 없어서 못 봤어요.
님이 눈물 그렁그렁~ 눈물 주르륵~ 이런 감정에 공감하려면 꼭 봐야겠군요.^^

파란 2008-11-1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아주 잘 읽었어요. 이거 리뷰쓰면서 고생한게 더 생각나면 안되겠지 하지만요. 가끔 힘들때 그 탓이 아닐까 하는데 해답을 얻은 책이에요. 안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 할수 없지 앞으로 잘하자 하면서 살아요. 잘 읽었어요. 땡스~순오기님

파란흙 2008-12-0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 읽은 책이네요. 안 읽은 책을 헤아리다 보면 숨이 턱 막힐 때가 있어요. 마치 알아야 할 것을 나만 모르는 느낌, 그런 것. 이제 그딴 것 접고 편안히 즐길 나이가 됐는데 말입니다.^^;

파란 2008-12-05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 모르는 느낌. 그게 불안해서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하고 해서 책으로 둘러싸인 삼면을 갖고 있어요. 제목만 바라보지요. 제목만 보아도 충분하다로 타협보고 있읍니다만...가끔 내가 저 책을 다 읽었다면 뭔가 했을터인데..합니다^^
 
노란 양동이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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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동이를 들고 아기 여우가 걸어갑니다.
유채꽃같이 반짝반짝이는 양동이엔 물이 절반
메롱도 해보고 까꿍도 해 볼수 있는 거울같은 물
높이 높이 들어올려도 보고
낚시하는 흉내내며  붕어도 넣어보고
비 맞는 양동이 우산도 씌워주고
노래도 불러봅니다.
그렇게 노란 양동이를 들고 아기 여우가 놉니다

아기 여우가 사는 외나무 다리 근처에 노란 양동이가 놓여 있었다.
이름도 없이 물만 절반 들어 있는 반짝거리는 노란양동이
다른 색도 아닌 유채꽃색이 나는 노란색 양동이가 주인도 없이
혼자 앉아 있다. 

좋은 친구다 아기곰은!
"응 아주 잘 어울린다. 꼭 여우 네 것 같아."
"만약에 아무도 가지러 오지 않고 계속 거기 그대로 있으면 여우가 가지면 되겠다."
아기여우가 하고 싶은 말을 아기곰이 해준다.
얼마나 좋은 친구냐.
나도 이런 친구만 곁에 두고 잡다. 그럼 둘이 손잡고 도피중일것이다 지명수배전단지에 얼굴 실어놓고 그래도 아기 곰이 저렇게 말을 해주니 내가  얼마나 고맙던지.
이왕이면 주인없는양동이상태를 내일 모레 글피정도에서 끝냈더라면 아기 여우가 주인이 될수 있었을텐데..
넉넉히 일주일을 견디게 하다니..흑 나쁜친구야.흑

일주일을 우찌 견딜까.
아기 여우가 하루하루를 견디어 나가는 모습이 .
아침 일찍 일어나  같이 노란 양동이 보러 가고 이름도 연습해보고 우산도 씌워주며 여우의 발걸음에 나도 같이 실려가고 있다. 

한걸음,, 두걸음,,,
오늘은 누가 가져갔을까. 히휴..
오늘은 그 자리에 있을까..
혹 오늘은..오늘은.
하며 따라다닌다. 가슴 졸이며.

속좁은욕심꾸러기의 결합체인 나로서는 너무 힘든 일주일이다.
바로크전시회가 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그곳에 갔다가 정작 전시회는 안보고 일층에 빵집이랑 장신구 가게만 보고 왔다. 그리고 은으로 된목걸이를 찜하고 왔다. 어떻게 하면 저것을 가질수 있을까 내것으로 만들수 있을가 하고 고민하다가  일주일을 텔레비젼을 안 보면 내가 나한테 선물로 사줘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열흘이다. 텔레비젼 안 보았냐고?  음..그게 안되더라고. 근데 미련 못 버리고 여전히 눈 앞에서 은목걸이가 흔들흔들 한다. 어떻게 다시 나와 적당히 타협하고 그것을 살수 있을까. 그냥 사라고? 하기에 값이 은근 나갈것이다. 그 은근 나가는 무게를 견딜만큼은 은목걸이가 탐 안난다! ( 화장대에 들어있는 목걸이 갯수를 세어보고 정신차려야 하는데 .. 눈에 목걸이가 들어와서 똑딱 시계처럼 흔들리고 있어서 ..)

 이렇게 미련에 몸 담그고 있는데 아기 여우 너무 너무 쿨하게
" 괜찮아 ! 이제"  라고 말한다.
" 괜찮아! 정말  " 하고 웃는다.
아기 여우가 아니라 '성인의 반열에 오른 인격체'다.
저 쿨함이 나한테 전염될까?
아니야. 난 그냥  전염되지 말자.  
전염되지 말고 그냥 그림책으로만 이것을 맘에 남기자.
그래야 꽃주렁주렁 달린 조끼에도 침 바를수 있다.
사방군데 침 발라놓고 그 침 바른거 수거하는 재미로 세상 살아갈란다.  지금 제일 많이 침 바르는 거는..정우성^^다음 생에 꼭 정우성이랑 결혼해줘야지~ 밥도 해줘야지.
다음생엔 안 기다리게 해야지한다. 복도 많다 내가

 앗..아무튼 <노란 양동이>  참 잼있다.
가슴이 아기여우랑 같이 다니다가 다 쫄아버리게 재미있다. 나도 어느샌가 노란 양동이를 들고 다녔던 기분이 든다.

 모리야마 미야코.
[흔들다리 흔들흔들] 도 쫄아든다.
그렇게 졸아들게 만드는 책을 참 귀엽게 잘 쓰고 쓰치다 요시하루가 그렸다.  

 다른 이와 같이 읽으면
"어머 어떻해"
를 나도 모르게 합창으로 할수 있는 책이다.
엄지손가락보다 새끼손가락을 세워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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