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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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으로서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담배를 파는 것에 대해 항상 부조리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겐 건강을 내세워 금연하라 종용하는 것만큼 위선적인 행위는 없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카지노 영업에 대한 것도 도박을 금지하면서 관광을 목적으로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특수 지역의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들이 도박을 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는 건 앞과 뒤가 다른 행위라 생각하는 데 스노우 엔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에 의해서 불법이었던 것들이 소기의 목적 아래 합법화가 추진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를 다루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이제껏 금지되어왔던 카지노가 국가의 공인 아래 합법화가 추진되던 즈음 도쿄에서는 대낮에 약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몰아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고 본인은 백화점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오래전 수사를 하던 중 범인들이 판 함정에 빠져 파트너를 눈앞에서 잃고 남은 사람 모두를 총으로 쏴 죽인 후 경찰을 그만두고 도피생활을 하고 있던 남자 진자이 아키라를 찾아온 마약 단속관 미즈키 쇼코

그녀는 아키라에게 시중에 은밀히 나돌고 있는 신종 환각제...표면에 천사가 새겨진 일명 스노우 엔젤을 유통하는 책임자를 찾아 줄 것을 요구한다.

게다가 이 약물 유통에 어쩌면 마약 단속국 내부에서도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자신과 아키라 단둘만 아는 비밀유지를 해야 하며 만약 수사를 하다 경찰에 검거되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그를 지켜줄 수 없음을 명확히 했지만 언제나 부채감에 시달리던 아키라는 이를 승낙... 마약 판매자와 접촉한다.

그리고 그가 접촉한 마약 판매상 이사 라는 남자도 사실 평범하진 않다.

유학을 가서 현지에서 마약을 접한 후 귀국해 마약 판매상이 된 케이스지만 스스로도 마약의 유래나 역사에 대해 해박할 뿐 만 아니라 마약 중독자 수나 도박 중독과 같은 중독자 수가 줄지 않는 이유에는 국가의 묵인 혹은 은밀한 권장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들춰 의표를 찌를 뿐 아니라 전체를 냉정한 시선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성 또한 갖추고 있다.

게다가 별 볼일 없는 마약 판매상에 불과할지라도 그는 나름의 확고한 믿음이 있는데 자신의 주장 즉, 지금 현재는 불법이라 단속을 하고 걸리면 교도소에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주 오래전 마약이라 불리는 약물 대부분은 치료제로 쓰이거나 국가에 의해 국민들에게 처방된 전적이 있었으며 결국 불법과 합법의 경계 또한 시대적 상황이나 그 주체의 대상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음을 설명하는 이사의 대사들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것이 마약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사고파는 담배나 합법적인 도박장 강원랜드나 카지노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마리화나와 같은 걸 합법화한 곳도 있는 데 중독의 위험성은 적은 반면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치료제의 긍정적인 효과에 손을 들어준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이면엔 누군가의 이득을 위한 조치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가와이 간지는 소설 속 마약 판매상 이사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모든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선 판매자가 아니라 그걸 사는 최종 소비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던가 세상에서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종교 때문이라는 등... 어쩌면 궤변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오랫동안 많은 걸 생각해온 사람의 의견이 들어있었다.

한때 국가 권력에 의한 음모론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이 많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스노우 엔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벌어지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것이 분명하지만 터무니없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가 권력 역시 언제나 감시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몰랐는데 자신의 실수로 인해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괴로워하며 오랫동안 그 범인을 찾아 헤매고 있는 아키라의 이야기는 데블 인 헤븐의 이야기와 연결되고 있다.

그 편에선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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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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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체가 떠올랐다.

배 엔진에 의해 훼손이 많이 된 그 시체는 당시 집에서 가출한 지 일주일 정도 된 도쿄의 한 주부라는 게 남편에 의해 밝혀지고 절벽 아래 그녀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점등을 참작해 자살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그녀가 죽기 직전 한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의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은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살인가 사고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한 타살인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는 타살로 보기 힘들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그 사건을 캐들어가다 이 사건에 피해자의 남편이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어느 한 여자의 단독범행이 아닌 그녀들... 최소 2명 이상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 가담한 사람들의 면면이 생각지도 못한 연합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매력이 발한다.

첫 번째 여자는 지방에서 도쿄로 상경해 간호사로 일하던 중 우연히 만난 잘생기고 부자인 의사 진노 도모야키와 결혼에 성공한 유카리

대대로 부잣집으로 시집을 온 그녀를 남들은 신데렐라로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남편과는 데면데면한 지 오래... 그저 이 넓은 집에서 시집 식구들의 수발을 드는 하녀 그 이상의 존재가 아니라는 걸 자각하게 된 건 우연히 알게 된 남편의 바람과 이웃집 여자의 시선을 통해서이다.

두 번째 여자는 남편의 불륜 상대인 마유미

그녀는 요즘 시선으로 보기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실제로 일도 잘하지만 당시 시대적 분위기에서는 그저 결혼하지 못한 노처녀에 불과한 신세다.

스스로도 하루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압박감을 느끼던 중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해오는 남자가 대학때 알았던 부자이고 잘생긴 의사라는 점에서 깊은 고민 없이 그와의 연애에 빠졌지만 그가 유부남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그녀를 좀먹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여자는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거액을 상속받아 평생을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살 수 있지만 한날한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남았다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죽음을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 접점이라곤 없을 것 같은 세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 속에 그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런 그녀들에게 진노 도모야키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이 모든 일들에 알게 모르게 연관되어 있는 문제적 남자 진노 도모야키의 면면을 살펴보면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집 외동아들로 태어나 타고난 외모와 머리로 어디서든 리더로 활약하는 정형외과의사인 그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앞으로의 길 역시 순탄하리라 예상할 수 있는 남자.

그런 그가 누가 봐도 그와 어울리지 않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있으며 그의 내연녀는 눈에 띄는 미모의 미혼 여성

언뜻 생각해봐도 아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면 가장 의심 가는 인물은 남편인 도모야키와 그의 불륜 상대인 마유미다.

그들에게는 아내를 죽일 이유가 있었고 그런 이유로 그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하다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그에게 모든 혐의가 짙어지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하나둘씩 나오는 증거는 모두 그를 향하고 그의 내연 상대인 마유미는 왠지 이 모든 일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을 꾸민 건 마유미일까?

자신의 결혼을 방해하는 유카리라는 존재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는 처지의 그녀가 완전범죄를 꿈꾸고 유카리를 죽인 걸까?

책 처음부터 즉 목차에서부터 이 모든 일에는 그녀들의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놓고 있다.

그녀들의 각자 처해 있는 사정부터 그녀들의 거짓말과 그녀들의 숨기고 있는 비밀 순으로...

어찌 보면 그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여유롭게 군림하며 살던 진노 도모야키는 여자들을 상대로 적당히 거짓말을 하고 바람을 피울 수는 있어도 진검승부에서는 그녀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지금의 환경이라면 여러 가지 과학적 증명으로 도모야키가 걸린 올가미를 설치할 꿈도 꿀 수없을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1988년...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한 옛날이라는 점에서 다소 어설프게 보이는 사건의 흑막이 먹힐 수 있었고 여자라는 존재는 그저 몇 년 일하다 때가 되면 결혼해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는 게 당연했던 시대적 분위기가 있었기에 그녀들의 범행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원하게 뒤통수를 친 그녀들의 범행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짐작한 듯한 작가의 마지막 포석은 완벽한 결말이었다.

잘 짜인 플루트와 결말에 가독성까지... 일본 추리소설로는 모처럼 재밌게 읽은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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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2 - 미드나잇, 마가리타
아나이 지음, 허유영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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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중국 여자들의 사랑과 연애 그리고 커리어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많은 중국 여성들의 지지를 얻었던 환락송

같은 아파트 22층에 모여사는 5명의 여자들은 오늘도 각자가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언제나 사랑을 두려워하고 특히 신체 접촉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던 앤디는 특이점의 정성과 오랜 노력 끝에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그의 청혼까지 받았지만 이제는 평탄할 것 같은 그녀의 인생이 뒤바꿔버린 건 우연히 참석한 심포지엄에서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빠를 만나면서이다.

자신이 몰랐던 사정 즉 아빠가 엄마를 버린 이유에 대해 알게 되면서 혼란스러워진 앤디는 트라우마가 재발해 특이점과의 결혼 그중에서 자신들의 2세에 대한 확신이 흔들려 그와의 사이도 순탄치 않다.

어디에서나 돋보이는 외모와 처세로 시선을 모으던 판성메이의 발목을 잡는 건 언제나 그녀의 가족이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했으면서도 제대로 돈도 모으지 못해 5명의 친구들 중 가장 작은방을 빌려 살고 늘 가족 전화에 전전긍긍하지만 그런 딸의 사정은 모른체하고 아들이자 판성메이의 오빠에게 휘둘려 늘 사고를 치는 아들의 뒷수습을 딸의 돈으로 해결하는 전형적인 옛날 우리의 부모 모습을 보여준다.

자존심 때문에 같이 살고 있는 관쥐얼과 추잉잉을 비롯해 모두에게 자신의 사정을 말하지 않아 오해도 사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밑바닥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그녀를 이해하기에 마냥 돈 많은 남자를 찾는 그녀를 속물이라고 욕할 수 없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안쓰러운 앤디와는 다른 면에서 가장 안쓰럽게 느껴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반면 재벌 딸로 태어나 이제껏 원하는 걸 얻지 못한 적이 없어 남의 사정을 배려하는 배려심이 부족한 취샤오샤오는 자신이 하는 일은 성격처럼 여우같이 제대로 잘해나가고 있지만 연애는 이전의 연애와 달리 쉽지 않은 것이 그녀의 상대인 의사 자오치핑 역시 잘생긴 외모에 잘나가는 의사였기에 그녀에게 마냥 접어주고 봐주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처음 끌렸을 때와 달리 사귀면서 둘의 차이는 특히 자오치핑에게 있어 지식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제멋대로인 취샤오샤오의 성격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이유가 되면서 결별하고자 하지만 취샤오샤오는 인정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평생 동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악플러가 되어 인터넷상에 그를 저격하는 글을 남기는 진상짓조차 마다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녀는 그에게 진심이었던 것 같다.

커피전문점에 취업해 자신이 만든 인터넷쇼핑을 키우고 인정받는 재미에 빠진 추잉잉은 이제 전 직장 상사와의 연애사건은 잊어버린 지 오래... 자신의 성격에 맞는 일을 제대로 찾아 커리어를 쌓고 있다.

그녀에게 부족한 건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줄 연인뿐...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정규직이 되고자 밤낮없이 일만 하지만 다른 직원에 비해 떨어지는 스펙이 걱정인 관쥐얼은 회사 내 문제로 머리가 복잡한데 그런 그녀의 사정은 모른 체 낯선 남자와의 자리를 마련한 부모 때문에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쥐얼에게는 모든 것이 원칙대로 이자 모범생인 그녀를 제대로 흔들어 줄 남자가 필요한데 과연 그 남자가 그런 남자일까?

아무리 친한 사이에도 개인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거리를 두고 사랑하는 데 있어 거침이 없는 서양에 비해 그런 거리가 다소 모호한 동양에서는 친구의 일이 자신의 일인 것처럼 발 벗고 나설 뿐 아니라 심지어는 친구의 연애마저 간섭을 하고 연애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에서 동서 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차이도 젊은 층을 대상으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그 대척점에 있는 게 아마도 취샤오샤오와 판성메이가 아닐까 싶다.

똑 부러지는 성격임에도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판성메이는 부모의 말씀에 순응하는 예전 사람의 모습이 보이고 이와 반대로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감정에 솔직하다는 핑계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도 거침없는 취샤오샤오는 전형적인 요즘 세대의 모습이다.

그런 그들이지만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고 실연을 겪으면서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두 사람을 보는 재미가 환락송의 다른 여자들의 변화보다 조금 더 흥미로운 것도 사실~

2편이 끝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5권이 완결이란다.

다음 편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새로운 사람을 만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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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아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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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한 소설 환락송은 대도시에 모여 살아가는 여자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어 인기를 끌었는데 동명의 드라마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단다.

어디나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나 사람들의 철학에 의해 조금씩 그 차이를 보이는데 미국 드라마인 섹스 엔 더 시티에서는 여자들의 성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거침없는 반면 동양 사상이 깊이 박혀있는 중국에서는 성에 대해 예전보다는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여전히 여성들에게 엄격한 잣대가 있을 뿐 아니라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이 남아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 다른 환경과 다른 조건에서 나고 자란 5명의 여자가 대도시 하이시 그중에서도 환락송이라는 아파트 22층에 이웃하며 살게 된 계기로 서로 친해지게 되지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다 보니 서로 다른 개성과 성격이 가끔씩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모두가 미혼이며 독립해서 살고 있고 직장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공통점이 이들을 뭉치게 했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라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앤디는 자신의 기억에만 남아있던 남동생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이곳 중국으로 건너와 환락송 22층에 살게 되지만 어릴 적 봤던 엄마의 모습... 즉 남자에 미쳐 모든 것을 버리고 끝내는 정신까지 놔버린 그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아 남자를 사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외모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변변한 연애를 해 본적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우연이 한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인 필명 특이점과는 마음이 통하고 처음부터 편하게 느껴져 자신의 처지를 모두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해 당황하고 있다.

또 다른 여자 판성메이는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는 나름대로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고 어떤자리에서도 자신을 돋보이게 할 줄 아는 관록이 있지만 자신의 뛰어난 미모를 이용해 부잣집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오랜 숙원이기에 항상 소개팅이나 맞선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판성메이를 경멸하는 부잣집 외동딸 취샤오샤오는 학창 시절을 비롯해 유학 생활 중에도 재벌인 부모를 믿고 마음껏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 배다른 오빠들에게 아빠의 회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급히 귀국해 이곳 환락송에 자리 잡고 앤디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회사를 차려 잘나가고 있는 중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외모만 믿고 남자로부터 명품 선물을 받기 위해 웃음을 팔고 틈을 노려 남의 자리를 뺏는 것도 개념치 않는 여자를 혐오하고 있는데 그녀에게 판성메이는 그런 유형의 여자이기에 둘 사이는 계속 삐걱거린다.

연애다운 연애를 제대로 해보지 못해 회사 내 직장 상사와 한순간 뜨거운 사랑을 했던 또 다른 여자 추잉잉은 그 팀장의 실체를 깨달은 것과 동시에 직장에서도 잘리는 불운한 신세가 되지만 22층 여자들의 격려에 힘 있어 재취업에 성공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마지막 관쥐얼은 넉넉한 집안에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답게 모든 것에 온화하고 둥글둥글해서 다른 4명의 지지를 받지만 그런 이유로 오히려 뚜렷한 개성이 없다.

지금 다니는 직장의 인턴생활에 고가의 점수를 받아 그대로 취업에 성공하고픈 마음뿐...

이렇게 5명 모두는 각자의 개성과 성격에 맞게 일도 사랑도 열심히지만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이 인생

모든 것에 느긋했던 관쥐얼이 첫눈에 반한 상대가 알고 보니 취샤오샤오와 현재 뜨거운 사이고 모처럼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옛날 동창과 서로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판성메이는 가족문제까지 겹쳐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앤디 역시 오랫동안 찾았던 동생의 모습을 확인한 후 자신에게도 정신병이 발병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가오는 특이점과의 사이가 쉽지 않다.

이렇게 5명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그녀들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의 맛보기를 보여준 게 1권이라면 2권에서는 본격적인 그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질듯하다.

요즘 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각자 개성도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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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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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둡고 어딘지 불행의 그림자를 안고 사는 듯한 해리 홀레

그래서인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하다. 마치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날씨처럼...

그랬던 시리즈가 이번 편에선 그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술의 유혹에 흔들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선 자신의 몸을 거침없이 날리지만 조금씩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처한 현실도 볼 줄 알고 흔들리는 자신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도 자각하는 해리는 이제서야 비로소 완전한 한 사람 몫을 하는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던 라켈과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해리지만 라켈은 가끔씩 다른 생각에 빠진듯한 그에게서 불안함을 느낀다.

해리 역시 그녀와의 결혼생활이 너무나 행복해 오히려 언제쯤 자신에게 불행이 덮쳐올지 기다리는 것이 불안해 차라리 빨리 그 순간이 왔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해리의 소망대로 빨리 찾아왔다.

오슬로에서 미혼 여성을 상대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데 탁월한 해리가 급히 필요해진 것

하지만 다시는 살인사건 수사를 하지 않겠다 라켈과 굳게 약속했던 해리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살인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경찰청에서도 언론에서도 이 살인사건 수사에 탁월한 형사인 그를 가만두려 하지 않는다.

제목처럼 이 책에서는 각자의 욕망과 본능에 타는듯한 목마름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본능에 충실한 그들은 누군가는 피를 원하는 자신의 욕구를 위해 거침없이 엽기적인 살인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명예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부하를 협박하는 것도 거침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살인사건과 알코올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을 가진 우리의 해리는 원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이 원하던 살인사건 현장으로 등 떠밀려 오게 되고 이와 더불어 생각지도 못했던 술집마저 소유하게 되면서 그가 간절히 원하던 두 가지를 단숨에 손에 쥐게 된다.

여자들이 가장 안전하게 느끼는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에는 피해자의 경동맥을 마치 짐승의 이빨로 문 것 같이 찢긴듯한 상처가 있을 뿐 아니라 피의 일부를 살인자가 마신듯한 증거가 나와 사람들을 더욱 경악게 하는데 잔인한 살인마는 현장에 어떤 증거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을 마치 조롱하듯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해리는 살인사건 현장을 보면서 살인마가 청결에 유난히 신경 쓸 뿐 아니라 살인 자체도 치밀한 계획하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간파하고 마침내 또 하나의 살인사건에서 그토록 원하던 증거를 손에 쥐지만 그 증거에서 믿을 수 없는 용의자가 표면에 떠오른다.

이제껏 많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잡지 못했던 단 한 사람... 발렌틴!

해리가 3년간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발렌틴이 4년 동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덕분이기도 한데 그 발렌틴이 마침내 오랜 잠적을 깨고 드디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함께 나타나 존재를 증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리의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며 접근해온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가장으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발렌틴을 잡아야 하는 해리는 그와 대면의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총을 쏜다.

늘 수사를 하면서도 마치 세상에 혼자인듯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위험을 무릅쓸 뿐 아니라 주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오로지 맹목적으로 범인을 잡는 것에 몰두했던 해리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알코올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과 살인사건에 몰두하느라 중요한 걸 놓치는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조금씩 주변을 둘러보고 어깨의 짐을 나눠질려는 노력을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해하려는 마음속 어둠이 조금은 옅어진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모든 것인 라켈과의 결혼생활이 그에게 가져온 평안이 아닐지...

그러다 문득 이런 걱정이 든다. 늘 해리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작가가 그의 생명줄과 같은 라켈을 어떻게 하지는 않겠지 하는 불안감...

어쨌든 여전한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의 해리 홀레 시리즈...

어서 다음 편이 나오길 애타게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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