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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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정치적 발언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현재를 살아가는 여자들이 옛날 우리의 할머니나 우리 엄마들 세대에 비해 혜택을 받는 것은 분명하지만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뿌리 깊은 남존여비 사상이나 남성 중심주의가 많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모르는 새 어릴 적부터 여자다움을 강요당하고 또 그런 걸 당연하다 교육받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세뇌당해왔음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에는 열두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 할머니와 우리 엄마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록 그들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곳에서 살아가지만 여자들이 겪는 온갖 부조리함과 불합리함 그리고 억압의 역사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걸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의 여자들보다 휠씬 더 힘든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현재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뿌리를 들여다보면 먼 조상이나 혹은 부모 세대가 아프리카나 아시아와 연관된 유색인종이기도 한데 백인 중심의 사회에서 그네들이 뿌리를 내리기가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는 굳이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여기에다 여성이고 성 적 소수자이기도 하다면 그 고단함이 말해 뭐 할까

시작을 12명의 여성 중 앰마로 시작한 것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뛰어난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그녀가 걸어온 길은 일단 평범하지 않다.

그녀 자체부터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성 소수자이기도 하지만 예전의 남편들이 그러하듯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남편 밑에서 굴종하듯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라 스스로를 구속하는 걸 못 견뎌하고 그런 의미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이며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게이 친구와의 결합을 통해 사랑하는 딸 야즈를 출산하고 양육한다.

더더욱 힘든 환경을 이겨낸 캐럴... 수학과를 나온 엄마를 둔 덕분인지 남보다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단 하루의 일탈이 불러온 불행은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다.

여자들의 불행은 그녀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비난을 들어야 할 뿐 아니라 여차하면 그녀의 인생 전체를 바꿔 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행히도 캐럴은 그녀 스스로 일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캐럴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도움을 준 사람은 셜리

그녀 역시 집안의 남자형제들 때문에 늘 순위에서 밀리고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머리와 노력으로 집안에서 혼자서만 대학을 나와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성공... 자신과 같은 처지 즉 약간의 기회만 주어지면 스스로 가난과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힘쓰지만 쉽게 현실에 안주하고 노력조차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에게 점점 지쳐 모든 희망을 버릴 때 캐럴을 만나게 된다.

캐럴에게 셜리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듯이 셜리에게도 캐럴은 신입 교사일 때의 의지를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지만 셜리의 생각과 달리 캐럴은 기회를 잡아 원하는 바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캐럴에 대한 고마움은 없다.

오히려 노력은 자신이 하고 셜리가 그 대가를 얻었다 생각한다.

이렇듯 오랜 세월 힘든 세월을 거치고 그런 할머니와 엄마의 노력과 희생으로 현재의 자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자신이 보면서 자랐던 과거를 통해 자신처럼 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남자들에게 종속된 삶을 살아왔단 이유로 할머니를 엄마를 연민하면서도 경멸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 말...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의 영국식 버전이랄지

이렇듯 누구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버텨내고 자식을 양육하고 마침내 여자들의 권리의 일부분을 쟁취해냈지만 이번에는 여자들 간 세대 불화가 기다리고 있다.

서로를 연민하고 애정 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여자들의 이야기가 세대를 넘나들며 서로의 삶에 얽히고 관계를 맺어가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는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왜 많은 찬사를 받고 호평이 이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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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낙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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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둘러싸인 곳 그린란드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곳으로 코펜하겐의 강력반 형사 코낙이 사건 수사를 위해 온다.

당연하게도 이곳 경찰에서는 그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들을 지배하는 덴마크인에 대한 극렬한 반감마저 드러내고 그의 수사를 방해하는 기미마저 보인다.

심지어 그들은 경찰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 즉 사건 현장을 보존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청소마저 끝낸 상태였고 카낙의 눈에 보인 죽은 피해자들의 모습은 사람의 짓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잔인하고 흉포하게 피해를 입어 현지 경찰의 주장처럼 북극곰에게 당했다는 주장이 얼핏 일리 있게 들릴 정도였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죽은 피해자들이 모두 이곳 현지 사람이 아닐뿐 더러 자신들의 자원 즉 석유를 훔치러 온 외부인이라는 반감이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어붙은 땅 아래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고 그 석유의 개발을 둘러싼 외국계 기업들의 치열한 수 싸움에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기업들과 손을 잡은 정치인까지...

모든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계획 살인이었고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지만 가장 힘없고 약한 존재인 낯선 땅에 돈을 벌러 온 근로자들이 희생당한 사건이었다.

범행 수법이 마치 북극곰이 사냥하는 형태를 닮아있다는 것만 제외하고 보면 사건은 단순할 수 있다.

이런 살인으로 인해 누가 가장 득을 보는가?

라이벌 기업들 간의 팽팽한 접전과 석유 시추권을 둘러싼 인과관계 등 특정 용의자들을 좁혀가는 와중에 그에게 다른 곳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곳보다 휠씬 멀리 떨어진 그린란드 북부 그중에서도 카낙에서 이와 유사한 살인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은 그로 인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린다 생각한 경찰서장이 연줄을 된 때문...

이렇게 해서 마침내 카낙은 운명처럼 자신의 이름과 같은 곳인 카낙으로 가게 된다.

사실 그는 유명한 작가인 아버지와 유명한 경찰이었던 어머니를 두고 있지만 3살 때 입양이 된 케이스이고 그의 이름은 그가 발견된 곳인 카낙을 본뜬 것이었다.

운명처럼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온 카낙을 맞이 한 건 이곳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이누이트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 여기에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과 부모님에게 벌어졌던 사건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과의 유사성이었다.

그렇다면 수십 년 전 카낙의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이 사건이 아니라 살인사건이었던 걸까?

차디찬 얼음 속에 저장된 석유를 둘러싼 치열한 이권다툼과 덴마크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이누이트 현지인들의 열망, 외부인에 대한 거부감이 용광로처럼 끓어올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가 된 이곳에 이누이트족이면서도 외부인의 피가 섞여 있고 외부에서 자란 카낙은 가장 완벽한 상대가 아닐지...

특이한 이력, 범죄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이제는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입장이 된 형사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설정부터 흥미로운 형사 카낙 시리즈... 시리즈의 다른 편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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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소녀 화불기 1~2 - 전2권
좡좡 지음, 문현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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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그중에서도 판타지 로맨스 부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가 타임슬립이나 주인공이 기억을 가진 채 환생에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중국에서 출간되자 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당당히 베스트셀러 작품으로 오른 소녀 화불기 역시 회생물이긴 한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주인공 혼자서만 타임 슬립해서 이미 지나온 과거를 선점하는 효과 때문에 온갖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소녀 화불기에서는 그녀 혼자만 타임 슬립한 것이 아니고 그녀를 둘러싼 4명의 남자 중 한 사람 역시 같은 기억을 가진 채 타임 슬립해서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간다는 설정에다 전생을 기억하는 것이 그녀의 이번 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방에서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나타나고 전생과 마찬가지 처지 즉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거지 처지가 화불기가 처한 상황 즉, 환생한 이유가 없을 정도로 이번 생도 지난 생과 마찬가지로 고달프기 짝이 없다.

단지 전생과 달리 이번 생에서는 여기저기에서 그녀를 마음에 둔 남자가 자그마치 4명이나 나타난다는 점... 그것도 속된 말로 치면 그녀보다 조건이며 외모가 휠씬 뛰어난 남자들이 그녀에게 목을 맨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고 이번 생에서도 그녀의 삶은 피곤하기만 하다.

자신이 죽던 순간의 기억을 가진 채 눈을 떠보니 여전히 부모는 없고 자신을 보듬어 주고 배고프지 않도록 돌봐주는 사람은 9대째 걸인 집안의 화구 아저씨...하지만 이전 삶과 달리 화불기는 행복했었다.

그런 행복도 잠시... 아저씨마저 떠나고 홀로 남은 화불기는 자신도 모르는 새 현 황제의 동복형제이자 칠왕야의 숨겨진 딸의 신분이 되어 막씨가문으로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없다.

그저 기다리는 건 그녀를 죽도록 미워하는 전대 막씨 부인과 전생에 악연으로 얽혔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타임 슬립한 막약비 뿐 게다가 막역비는 그녀를 이용해 칠왕야로부터 엄창난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그녀의 환심을 얻으려하지만 그녀는 타임 슬립한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 까 그가 그저 두렵기만 하다.

화불기에게 마음을 둔 네 명의 남자 중 첫 번째 남자인 막약비는 타고난 외모와 머리에다 집안까지 좋아 거칠 것 없는 인생을 살아가지만 자신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주는 모친의 인정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많은 남자로 언제나 사랑보다는 다른 것이 더 중요한 타입... 사랑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 해서 화불기에 대한 마음은 남다르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녀를 지키기보다 집안의 명예와 어머니를 택한다.

이와는 정반대되는 남자는 운랑...그 역시 화불기와 악연으로 얽히지만 그녀를 마음에 담은 순간부터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는 순정남 타입이다.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도 그녀를 향한 마음은 꺼질 줄 모르고 그녀를 찾아 몇 년의 세월을 보내는 직진남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랑은 타이밍...운랑보다 먼저 화불기의 마음을 흔든 남자로 인해 안타깝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

어린 화불기로 하여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애타고 가슴 아프게 한 남자 세자 강호

그는 그녀를 애타게 찾아다니던 칠왕야의 아들이기에 더더욱 이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절대로 굴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화불기를 마음에 담은 순간부터 그에게는 오로지 그녀 한 사람뿐이었다.

화불기의 마지막 남자는 그녀도 몰랐던 정혼자의 신분인의 후손이자 지독한 냉혈한인 동방석

그는 엄청난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져보거나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어 하늘 아래 두려운 것이 없는 오만불손한 남자로 자라지만 자신의 것이라 여겼던 화불기의 마음속에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 알고 그를 처리하기 위해 냉혹한 술수를 부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화불기에 대한 마음이 자신의 것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분노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애정과 소유욕의 차이조차 모르는 마음이 어딘지 비뚤어진 피폐물의 주인공 같은 타입이다.

급작스러운 신분 상승으로 떠받들어진 것도 잠시 자신을 이용해 시장의 이권을 차지할 생각만 가득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다 끝내는 누군가로부터 목숨을 위협받아 죽은 것처럼 위장해 숨어지내는 신세가 되고 자신이 마음 깊이 담은 남자와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일 뿐 아니라 냉혹하기만 하고 자신을 돌려받을 빚으로 여기는 남자와의 혼례를 깨기 위해 피 튀기는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등 어린 화불기의 삶은 전생과 마찬가지로 고단하기만 하다.

여기에 자신도 몰랐던 어미의 존재가 얽혀 만들어낸 악연은 화불기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낌없는 애정과 관심을 받으면서 전생에서는 한번도 주어지지않았던 기회 즉,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얻는다.

과거의 인연이 얽히고설켜 만든 악업에다 자신의 원하는 바를 취하고자 치열하게 수 싸움을 벌이는 과정이 지극히 중국 소설 다운 소녀 화불기는 배경만 과거일 뿐 요즘의 막장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출생의 비밀, 질투에 눈 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광기와 소유욕, 얽히고 설킨 애정관계 그리고 마지막 한 방인 이루어 질 수 없는 관계...

원래가 남의 이야기라면 막장일 수록 더 흥미롭고 재미있듯이 왜 이 책이 수많은 중국 독자를 사로잡았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단지 너무 많은 인물들과의 관계나 인연에 열중하다 마지막에 조금 급하게 마무리한듯한 느낌은 조금 아시게 느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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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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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발길이 많이 미치지 않은 깊은 숲속에서 둥지를 짓고 살아가는 새를 연구하는 논문을 준비 중인 조는 외딴 집 근처에서 제대로 된 복장도 갖추지 않은 채 맨발인 여자아이를 만난다.

자신을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아이는 처음부터 조에게 친근하게 다가왔고 그 아이의 말에서 정보를 얻어 보호자에게 인계하고자 했지만 자신의 신상에 대해 절대로 말하려 하지 않는 아이로부터 제대로 된 대답을 얻을 수 없었다.

게다가 소녀의 몸에 누군가에 의한 멍과 상처를 본 순간 자신도 몰랐던 보호본능이 생기게 되고 아이에게 제대로 된 보호자를 찾아주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지역 경찰에서조차 주변에 아이를 찾는 신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조의 말은 묵살당해 어쩔 수 없이 소녀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아이를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울 뿐만 아니라 영리함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고 애정을 느끼지만 이웃집 계란 장수인 게이브의 조언처럼 그 아이를 곁에 두면 둘수록 조가 고발당할 위험만 커질 뿐이란 걸 알면서도 경찰에게 인계되는 걸 극도로 거부하는 소녀를 외면할 수 없어 고민하는 조

얼사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거리를 두던 게이브마저 점점 이 작은 소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이 세 사람은 마치 한 가족처럼 친밀감과 애정을 갖게 되지만 처음부터 불안했던 얼사의 처지가 극도로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사건이 발생한다.

누군가 그 아이를 알아보고 뒤를 쫓아오면서 마치 한편의 동화 같았던 이야기에 서스펜스와 스릴러적인 요소가 스며들어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게 된다.

처음부터 맹렬하게 자신을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 주장했던 얼사의 말을 믿었던 건 아니지만 조와 게이브가 사방에 알아보고 누군가 그 아이를 찾는 사람이 없는지 세심하게 온라인 사이트를 둘러봐도 그 아이를 찾거나 알아보는 사람조차 없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에서 왔거나 어쩌면 정말로 다른 별에서 온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살짝 의심이 들 시점에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켜주는 미행자의 존재는 얼사를 처음 발견했을 때 느꼈던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새삼 맞았음을 깨닫게 해준다.

막다른 길에 있는 외딴집 근처의 깊은 숲에 불쑥 나타난 소녀의 존재만큼 이질적인 건 없고 소녀의 행색을 보면 누구라도 미아거나 범죄의 가능성을 깨달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가 범죄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건 서로 처음 마주친 순간 얼사가 보인 태도 때문이었다.

처음 보면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겁에 질린 태도가 아닌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이 지구가 아닌 저 멀리 보이는 별에서 온 존재라고 말하는 소녀를 보면서 누가 범죄 연루 가능성을 알 수 있었을까

게다가 처음부터 5가지 기적이 일어나면 떠날 거라는 걸 입버릇처럼 말한 대로 그 아이 주변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졌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발병으로 인해 우연히 검사했던 자신의 몸에서 암조직을 발견하고 가슴과 난소를 절제하면서 여성성을 잃어버렸다 생각하는 조에게 남자친구의 배신은 더더욱 그녀를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어린 나이에 우연히 엄마와 아빠 친구와의 불륜 장면을 본 충격에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게이브가 얼사를 돌보면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게 된 것부터 주변 모든 것이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기적 같은 일을 깨달으면서 얼사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던 만큼 그 아이가 숨겨온 비밀이 더욱 충격적으로 느껴졌을듯하다.

숲에서 새와 자연을 사랑하며 연구하는 조와 스스로를 별에서 온 아이라 칭하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운명처럼 다가와 서로의 운명을 변화시키게 되는 존재가 되는 과정이 환상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진 숲과 별이 만날 때는 한편의 동화같이 느껴졌다.

공허했던 조에게 가득 찬 행복감을.... 사람들과의 관계조차 어려워했던 게이브에게 사람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그리고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긍정적이고 용기가 있었던 얼사에겐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해 줄 가족이 생기는 기적의 과정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펼쳐준 마법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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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1918 - 역사상 최악의 의학적 홀로코스트, 스페인 독감의 목격자들
캐서린 아놀드 지음, 서경의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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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2020년을 돌아보면 그저 온 세상이 암흑 같았다고 기억할 것 같다.

그만큼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고통받고 있고 이로 인해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인류에게 이만큼 치명적인 위협은 전쟁을 제외하곤 많지 않았다.

아니 인명피해만 보면 전쟁보다 더 치명적인 게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인데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중세 유럽의 근간을 흔들었던 흑사병이라던가 근세기 지금과 비슷한 바이러스인 일명 스페인 독감의 창궐로 유럽인 구의 심각한 감소를 불러왔다.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의 몇 배나 많았다는 걸 보면 당시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조류독감이나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병은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해 왔고 앞으로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바이러스의 공격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질병의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지금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모든 것이 너무 닮아 있는 일명 스페인 독감이 미국을 비롯해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1918 당시 상황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던 건 1918 당시 바이러스가 전파되던 상황이나 이에 대처하는 각국의 정부와 언론의 태도가 마치 그린 듯이 지금 현재와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 수 없는 것도 단순히 이전까지의 인플루엔자로 가볍게 생각하고 전파 속도나 진행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많은 사람에게 전염된 후에서야 심각성을 깨달은 점도 비슷하지만 질병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해 치료 약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는 것도... 그러고 보면 누군가가 지금의 상황이 마치 형벌 같다고 말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는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몰랐기 때문에 이 미지의 공격에 더더욱 공포를 느꼈을 것이고 어떻게 해도 물리칠 수 없다는 것에 어쩌면 무력감을 느꼈을듯하다.

그런 이유로 자연 발생한 전염병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그중에서도 독일의 주도하에 이뤄진 일종의 화학전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짙었었고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만한 게 이제까지 그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병인데다 어떤 약을 써도 듣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질병이 노약자나 상대적으로 취약계층 즉 어린아이나 노인들에게 치명적인데 반해 스페인 독감은 젊은 층에 더 치명적이었다는 점에서 여느 질병과도 달랐다.

이 바이러스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스페인에서 보자면 명예롭지 않은 이름이 붙은 이유 역시도 스페인이 시작점이어서가 아니라 1차 세계대전 당시 스페인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중립국으로 언론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예사롭지 않은 이 전염병에 대한 기사가 자유롭게 쓰일 수 있었던 데에 기인한다는 걸 보면 상당히 억울할 만하다.

1918 스페인 독감이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힌 것도 1차 감염이 어느 정도 통제되어 갈 즈음 연합군의 자격으로 유럽에 파병되어 온 미국 배에서 내린 많은 미군들에 의해서 였다는 걸 생각하면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는 요인이었던 미군이 다른 이유로 유럽 사람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당시 사람들이 이 알지 못한 바이러스의 공격에 두려움을 느끼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과 이를 통제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각국 정부들의 모습이 어쩌면 100년이 지난 지금... 달나라를 갈 수 있고 인간을 대신해 로봇들이 힘들 과 위험한 일을 대처할 수 있는 21세기에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는지를 비교하면 입맛이 씁쓸했다.

아마도 앞으로도 우리가 알 지 못하는 수많은 질병과 바이러스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우리보다 앞서 참담한 상황을 겪어온 100년 전의 사람들이 그런 와중에도 예술가는 수많은 작품 활동을 하고 의료진들은 치열하게 병을 연구하고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평범한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왔던 것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의 사진들 속에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생생활을 하는 모습이 찍힌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옷차림같은 걸 제외하면 지금 상황이라고 해도 될 듯 닮아있어 더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조금은 지루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치 소설처럼 당시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 지루하지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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