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김대현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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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혹은 감성적인 일본 소설스러운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소설에는 피가 낭자하다.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데에도 한 치의 망설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성모독적인 내용까지... 한마디로 거침이 없다.

20년 전의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한 형사와 그런 형사의 노력을 비웃듯 반성도 후회도 하지 않는 연쇄살인마의 범죄를 바탕으로 하는 이 소설은 이야기 전체에서 냉소와 허무가 감돈다.

주인공인 빌런이 신과 악마 그리고 천사를 동일선상에 올려놓는다든지... 그들이 하는 짓이 비슷하다며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부분도 그렇고 살해당하는 사람이 특별히 종교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대놓고 반종교적인 색채를 풍길 수 있는 것만 봐도 이제까지의 우리나라 소설보다 더 대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시작부터 범인의 이름과 그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는지 모두를 대놓고 보여주면서 주인공인 형사가 그들을 어떻게 수사 범위에 넣고 점점 수사망을 좁혀가는지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가는 곳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는 것마다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절대로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 후회나 미련을 갖지 않는 범인이 나온다.

그리고 그런 범인들로 인해 한순간에 가정이 박살 나고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인 형사가 나온다.

어린 시절 자신에겐 영웅이었던 아빠가 당시 노인들을 상대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찾기 위한 탐문수사 중 범인에게 공격을 받고 순직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동식은 그 역시 아버지를 따라 형사로 근무하고 있다.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은 당시의 사건을 자신의 손으로 범인을 잡아 아버지의 원한을 풀고자 했으나 증거는커녕 용의자조차 없었고 당시 죽어가면서도 범인들이 10대의 남매라는 걸 알렸던 아버지의 증언만이 유일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강력 3팀으로 보내온 택배 상자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속에는 자신들이 기록한 메모와 사진 그리고 수집품과 같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증거로 가득했고 이제 강력 3팀은 2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제 사건을 맡아 수사하게 되지만 사건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동식은 수사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쉽게 사건에서 손을 뗄 수 없는 동식은 수사팀과 달리 혼자서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점점 더 살인마 남매에게 다가간다.

사실 이야기의 플루트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부터 살인을 일삼아 오던 남매가 커서는 좀 더 능숙하게 살인을 할 뿐 아니라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인해 좀 더 큰 물에서 보호를 받으며 놀고 있다는 것만 다를 뿐...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뒤를 쫓는 집념어린 형사

문제는 아무리 읽어봐도 두 사람이 이렇게 된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탁월한 미모를 가졌지만 보호해 줄 어른이 없었던 남매에게 세상은 따뜻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고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부분에서 너무 많은 생략은 군더더기 없어 가독성을 높일 순 있지만 어느 순간 몰입을 방해하게 된다.

두 사람이 희생자를 어떻게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는지...왜 20년이 지나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물을 경찰서에 보내는 행동을 했는지 등 이런 저런 세심한 디테일 부분이 거슬리기 시작한 뒤부터는 온전히 책을 즐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까지 지독했던 범인들이 마지막에 가서 어설픈 후회를 하거나 참회의 눈물을 보이는 식의 낯간지러운 결말이나 끝내 아버지의 원수를 제 손으로 잡아 아버지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식의 뻔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다.

제목이나 표지와 다른 반전의 미를 보여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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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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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처음 볼 때 그 사람의 행색으로 많은 걸 판단한다.

어쩌면 그런 걸 알기에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처럼 허세를 떨고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걸 지니려고 노력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듯한 신원미상의 여성을 행색만으로 판단해 노숙인으로 추정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그녀는 너무나 따뜻하고 감사한 사람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그저 집도 절도 없이 떠돌다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불쌍한 노숙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그녀의 신원을 찾게 되고 이후 그녀가 왜 이런 곳에서 이런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은 단순히 그녀가 왜 살해당해야 했는지 그 이유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녀의 죽음에 얽힌 사람들 각자의 사연이나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 모두를 아우르고 있는데 그 연결이 자연스럽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연결된 점을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범인의 정체를 좀체 짐작하지 못하고 중반으로 가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눈치챌 때쯤에서야 아... 이렇게 연결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라게 된다.

알고 보니 작가는 이 작품 앞에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 가라는 전작이 있었고 이 작품은 속편에 해당된다지만 내용이 연결된다기 보다 각자의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미쓰야와 파트너 가쿠토가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행복해하는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피해자가 신원미상인데다 노숙인이라는 특성상 흐지부지될 수도 있는 이 사건이 모두의 관심을 끌게 된 건 그녀가 1년 반 전 살해당한 회사원의 가방에 남은 지문의 주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다.

1년 반 전의 사건 역시 뚜렷한 용의자나 목격자가 없어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하던 터에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노숙인의 죽음과 연결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리고 노숙인인 여자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하나둘씩 밝혀지는 그녀의 사연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단지 평범한 삶을 살면서 행복해지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그녀에게 행복은 너무 먼 이야기인 듯 그녀와 그녀의 가정에 닥친 불행은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내내 불행하기만 했을까?

그녀는 왜 노숙인이 되어 거리를 떠도는 것일까?

그녀가 진짜 살인자가 맞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이 물음에 답을 찾는 것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가독성이 있으면서 그녀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가족이란 뭘까 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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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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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영화 세븐을 연상케하는 부분이지만 왠지 이 살인마의 노림수는 뭔가 다를거라는 예감이 듭니다.시놉도 흥미롭고 과연 얼마나 빨리 그 살인을 중지시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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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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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로 가장 핫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마당이 있는 집이 아닐까 싶다.

두 여배우의 연기 대결도 그렇고 극 전체가 톤 다운되어 정제된 듯한 분위기와 그런 분위기에서 나오는 음산함이 스릴러로서의 제맛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서인지 예전에 나왔던 원작 소설 역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다.

신인답지 않게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 들뜸이 없고 섬세하게 다듬어진듯한 글로 긴장감을 높이고 서서히 조여드는 듯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주란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의사 남편에 똑똑하고 잘생긴 아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이사한 그림 같은 전원주택까지...

하지만 그런 주란의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언젠가부터 마당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그 냄새를 견딜 수 없었던 주란이 마당을 파헤쳐 그 속에서 손가락 하나를 발견하면서부터다.

문제는 그녀가 발견한 걸 남편에게 말해도 너무나 스스럼없이 그녀의 말을 묵살할 뿐 아니라 주란 본인조차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

사실 그녀는 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망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남편이 제약회사 직원과 밤낚시를 하기로 한 날... 남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집을 비웠다는 사실이고 그 남자는 더 이상 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약회사 그 남자의 아내이자 책 속의 또 다른 주인공인 상은은 결혼의 덫을 빠져나가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단지 그 단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노림수를 발견하고 주란과 그 남편에게 접근해 돈을 빼앗고자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이렇게 겉으로 봐선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주란과 상은은 같은 이유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힘을 합쳐서 사라진 소녀를 찾기 시작한다.

소설 속 두 여자의 삶은 외면만 두고 볼 때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인다.

한 사람은 부유한 남편의 보호 아래 가정주부로서 평온하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남편의 폭력 아래 제대로 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집안 형편조차 넉넉지 않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두 사람의 삶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남편의 억압 아래 제대로 된 의견조차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마음껏 뭔가를 할 수 없는... 속박된 삶을 살고 있다.

단지 누군가는 미소로 가려져 있고 또 다른 쪽은 폭력으로 자신의 뜻을 행사한다는 것만 다를 뿐...

자신의 집 마당에서 손가락을 발견한 이후로 남편이 자신을 속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란과 스스로 이 구덩이에서 벗어나고자 남편마저 살해한 상은 두 사람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은 우리가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집이 과연 진정한 행복과 안락함을 선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두 여자의 서로 대조적인 삶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아슬아슬하면서도 숨 막히는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는 마당이 있는 집

원작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를 비교하며 보면 더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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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날개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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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워본 사람은 안다.

내 자식이 조금만 잘 하는 게 있어도 영재인가 싶기도 하고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생각에 쉽게 빠진다.

그래서 주변에서 권하는 온갖 조기교육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순간 흔들리기 마련이고 아차 하는 순간 이런저런 조기교육에 관련된 물품을 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거나 아이의 손을 잡고 학원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열병같은 것도 조금 지나보면 서서히 꿈이 깨지듯 현실을 인식하게 되지만 쉽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왠지 그래도 혹시...라는 미련이 남기 때문이기도 하고 뒤늦게 아이에게서 재능이 발현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도카가 그런 늪에 빠진 경우다.

아들인 츠바사가 또래에 비해 영특함은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앞선다는 걸 깨달은 이후부터 마도카는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시험삼아 치른 전국 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고 명문 사립학교 진학률이 높기도 유명한 학원에 들어가면서 이제까지의 생활과는 180도로 달라진 생활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모든 걸 아이의 입시에 맞추고 츠바사의 시간은 철저하게 수험생 모드로 바뀐다.

하지만 입시 준비과정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고 어느새 이 가족은 시험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집이 되어버린다.

활발하고 사랑스러웠던 츠바사가 조금씩 변해가는 걸 지켜보면서 아이를 이렇게 몰아세우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성적에 연연하고 모든 생활에 제약을 거는 자신을 끊임없이 반성하고 또 후회하지만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마도카의 고뇌가 절절히 녹여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 때 하루하루 아이의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자칫 과장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만큼 입시에 치열한 일본이라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 간에 알게 모르게 아이를 내세워 치르는 심리전의 치열함 또한 섬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마치 아이의 성적이 자신의 성적인 것 마냥 아이의 성적에 따라 콧대를 높이거나 주눅이 들고 원하던 사립 중학교 입시에 떨어진 걸 사회에서 낙오한 것처럼 치부하는 사람들의 형태는 거부감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었는데 그건 아마도 작가 역시 같은 경험을 한 데서 우러나온 이유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불과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면서 마치 아이가 스스로 원한 것처럼 몰고 가는 형태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출신학교로 많은 게 좌지우지되는 지금의 사회 분위기에선 누구도 그들 가족을 쉽게 욕할 수는 없으리라.

입시라는 지옥에 서서히 매몰되어 가는 가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날개의 날개

입시라는 사회적 문제를 츠바사의 가족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가독성도 좋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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