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실종자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반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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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현실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범인을 찾는 과정을 스릴 있게 담아내는 소설을 흔히 범죄 스릴러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범인이 누구인지 혹은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범인을 찾거나 범행 동기를 찾는데 모든 관심을 두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작가 질리언 매킬리스터는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이라는 작품으로 모두가 당연시 여기던 이런 공식을 깨부수었다.

눈앞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아들의 범행 장면을 본 엄마가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시점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가며 원인을 찾아 마침내 모든 것을 사로잡는다는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범죄 요소에 판타지를 섞는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이제까지 당연하다 생각했던 모든 범죄 스릴러의 공식을 바꿔놓았다.

그 작가의 신작이라니... 읽기도 전에 이번엔 또 어떤 파격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다.

이 작품에서도 자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경찰로서 탁월할 재능을 보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줄리아는 지금 한 여자의 실종사건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이 사건이 미해결로 남은 또 다른 여자 실종사건과 많은 점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그 사건과 현재 사건과의 연관성을 수사하던 중 낯선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딸을 건 무서운 협박을 받게 된다.

실종자의 집에 그가 준 증거를 심어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아가도록 하는 일에 결국 따르게 되는 줄리아

그녀는 이제 진짜 범인을 찾는 건 물론이고 협박범의 정체도 밝혀내야 한다.

그것도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이번 작품에서는 자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 사람이 나온다.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경찰로서의 커리어와 자부심을 내려놓은 줄리아와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실종된 여자들과 연관이 있는 아들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엄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갑자기 사라진 채 돌아오지 않는 딸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아빠

스토리 전개도 이 세 사람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그들의 심리 묘사에 치중하고 있는 데 미묘한 심경의 변화까지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사건은 의외의 부분에서 반전을 보여줄 뿐 아니라 제한된 시간 안에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줄리아와 다른 두 사람이 연결되어 마침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순간까지... 아슬아슬하게 긴장감 있고 긴박감 넘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작가의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소재도 그렇고 색다른 전개와 탁월한 심리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기존의 스릴러와는 다른 시선과 괘도를 보이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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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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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의 총성이 울리고 한 사람이 법정에 섰다.

과연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읽었던 이 책은 의외로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아빠와 아들 부자의 등장은 이슈가 되고 특히 그 부자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베스와 프랭크이고 특히 베스는 아빠인 게이브리얼과 오래전 연인 관계였었다.

한때 뜨겁고 열렬하게 사랑했던 남녀의 재회는 어쩌면 이미 비극이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각자가 이미 가정을 이뤘지만 베스와 프랭크 가족에게는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부부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상태였고 게이브리얼은 아내와 이혼 후 귀향한 상태라 뭔가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된다면 둘 사이에 불꽃이 다시 필 이유가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한 대로 두 사람은 잘못된 일인지 알면서도 다시 한번 사랑에 빠졌고 이 둘의 만남은 또 다른 비극으로 치달아간다.

게다가 이 모든 걸 지켜보면서도 묵묵하게 인내하며 견디는 프랭크의 순애보는 그들 세 사람을 더욱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덫으로 작용한다.

차라리 그가 둘을 보며 감정을 폭발하고 화를 냈다면 이 들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이렇게만 보면 통속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로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두 사람의 잘못된 만남에 돌팔매를 던지기보다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고 또 다른 비극의 희생양인 프랭크에게 연민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서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세 남녀를 그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예상했든 두 남녀의 잘못된 만남은 결국 총성과 함께 끝나버렸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세 사람의 운명은 또 다른 비극을 불러왔지만 그 과정에서 의외로 프랭크와 베스가 서로를 다시 감싸안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들이 서로를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는 모습은 사실은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프랭크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드러나면서 조금은 납득이 갔다.

사실 둘은 어린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벽이 있었다.

프랭크는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베스는 그런 프랭크를 원망하는 마음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서로 대화가 사라지고 웃음이 사라졌던 것이었고 그런 두 사람의 간격에 오래전 연인인 게이브리얼이 끼어들었던 것

베스와 게이브리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건 당일과 이후를 번갈아 가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섬세한 필체와 세심한 심리묘사로 차곡차곡 긴장을 쌓아가다 마침내 의외의 부분에서 강력하게 한 방을 날려주는 브로큰 컨트리는 심리 스릴러로도 탁월하지만 로맨스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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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오브 어스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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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복수를 꿈꾸는 2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메그는 자신과 엄마에게 사기를 쳐 집을 빼앗고 모든 것을 앗아간 한 남자에 대한 복수를 원하고 또 다른 여자 캣은 그런 메그로 인해 인생이 뒤틀려버린 후 그녀에게 복수하고자 집요하게 메그의 뒤를 쫓는다.

이렇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사람이 각자의 시선과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투 오브 어스는 작가의 전작인 라스트 플라이트와 전혀 다른 소재를 가져왔지만 들여다보면 두 책에서 작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같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쁜 남자들에 의해 억압받고 학대받는 여자들이 힘을 모아 악당인 남자들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것

하지만 메그는 복수의 방법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과 엄마를 파멸하게 한 것과 같은 방법인 사기를 선택했다.

자신의 목표물을 발견하면 그 남자의 취향을 비롯한 모든 걸 조사한 후 대상에게 접근해 재빨리 그가 가진 걸 사기로 뺏어오지만 대상은 고발조차 할 수 없다.

자신의 엄마가 당한 것처럼 대상자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

10년 이상 복수를 꿈꾸면서 살아왔던 메그는 마침내 복수의 대상인 부동산 개발업자 론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자신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메그에게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집요하게 추적하고 조사하던 캣은 마침내 메그의 곁에서 그녀가 치는 사기극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매그는 캣이 생각했던 사람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기를 치면서 남의 감정이나 형편 따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무자비한 사람이 아니라 남의 일에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여느 평범한 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놀랍게도 메그 역시 캣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걸 알면서도 말없이 곁에 둘뿐 아니라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떼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 준다.

두 여자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사건의 추이를 비롯해 서로를 보면서 변해가는 감정 묘사가 흥미로웠고 둘 중 특히 캣이 메그에게 품었던 원망과 의심이 조금씩 사라져 가며 마침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아 납득이 갔다.

결국 두 여자 모두 나쁜 놈에게 속은 피해자들이고 캣이 원망해야 할 대상은 메그가 아니라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남자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자칫 비호감이 될 수 있는 캐릭터로 결국에는 응원하게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만든 건 역시 작가의 필력

스토리도 탄탄하고 두 여자의 심리묘사도 좋았으며 마지막 결말까지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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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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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그리고 다음 날 일행 중 한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된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고 누군가 일행 외 사람이 오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범인은 일행 중 한 사람이 분명하다.

그는 누굴까?

일본의 본격 미스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이런 식의 플루트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밀실 혹은 이와 비슷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수 있었는가 그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기상천외한 수를 찾거나 남은 사람들의 진술에서 어떤 빈틈을 찾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즉 범인의 정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트릭을 간파하는 것이다.

추리 미스터리의 역사가 워낙 오래되어서 이제 웬만한 트릭으로는 독자를 설득시키기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생각지도 못한 트릭이나 반전은 독자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그런 트릭과 묘수를 생각해 낸 작가에게 환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이 작품 어차피 곧 죽을 텐데 는 독자들의 니즈를 살짝 비튼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단 한곳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부터 평범하지 않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시한부를 판정받은 사람들이 깊은 산속의 별장에 모인다.

각자 사회에서 가진 직업도 다양하고 병명도 다양하지만 어쨌든 그들 모두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룻밤을 자고 난 후 그들 중 한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된다.

외부의 침입 흔적도 없지만 죽은 사람에게서 특이할 만한 흔적이 없어 모두가 병에 의한 자연사로 결론짓지만 그들 중 한 사람은 이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다.

그의 발언에 따라 모든 걸 다시 조사하면서 남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명 한 명의 행적에 대해 듣지만 뚜렷한 용의자는 특정 짓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들 모두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누구 곧 죽을 사람을 굳이 살해했을까? 하는 의문은 이내 살해의 목적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 모든 수사는 마침 우연하게도 이 모임에 특별 초대받은 탐정과 그의 조수에 의해 이뤄지지만 여느 탐정과 달리 탐문하는 과정도 그렇고 신통치가 않다.

제대로 된 탐문도 없고 사람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아 지지부진한 가운데 또 다른 환자가 죽은 채 발견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마치 이제까지는 몸풀기용이었고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부터라는 듯이 범행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마침내 용의자를 특정한다.

당연하지만 지목받은 용의자는 의외의 인물이고 그 사람의 살해 이유 또한 생각지도 못한 것이라는 점에서 반전을 줄 뿐 아니라 연속적인 반전으로 놀라움을 준다.

처음의 가볍고 유쾌한 듯한 출발에서 중간 부분의 다소 늘어지는 부분을 감수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결말에서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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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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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도박과 술에 빠져 사는 아빠에게 분노를 폭발시켜 죽을 수도 있는 날씨에 버려두고 도망치던 소설의 초입 부만 봤을 땐 고등학생인 코이치로의 처지가 딱하긴 했지만 여느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아껴서 밥을 먹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다 결국은 노숙자들의 모습과 닮아가는 걸 보면서 그럴 거라 예상했기에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코이치로가 여느 가출 청소년과 다른 점은 누가 봐도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어도 대들거나 맞받아 치기보다 수긍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이며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자칫하면 자존감이 낮거나 수동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지만 코이치로의 행보는 이런 우려를 묵살시키기 충분했다.

미성년자... 그것도 어쩌면 아버지를 폭행하고 죽도록 내버려둔 살인자일 수도 있는 처지에서 제대로 된 일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우는 소릴 하지 않고 누구에게 동정이나 자비를 바라지 않고 오직 자신의 몸 하나로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해결하면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코이치로를 보면서 누구라도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코이치로가 조금만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 역시 들었다.

어쩌면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의 행동을 보면서 처음과 달리 그의 일을 도와주고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게 그의 이런 올곧은 심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고이치로 역시 그들과 만난 건 행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코이치로가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낙오자 혹은 실패자로 부르는 유형들이만 그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마음을 잡지 못하는 코이치로를 옆에서 지켜봐 주고 격려해 준 덕분에 사회의 일원으로 땀의 대가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스스로 뒤를 돌아 본 마음의 여유를 알게 되었다.

한 편의 잘 쓴 성장 소설은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책 역시 그런데 특히 누가 봐도 삐뚤어지는 게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던 코이치로가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해서 쫓기듯 집을 떠나는 장면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부분이었다.

누구라도 그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마음이 절도 생기게 했다.

코이치로가 처한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길을 가도록 애정을 보인다면 또 다른 코이치로 같은... 한 번의 실수로 멀리 돌아가는 고생을 하거나 심지어 인생 전체를 바꿔버리는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결말 역시 뻔하지 않아서...그래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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