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무기 - 이응준 이설집
이응준 지음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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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께로 압도하는 책
게다가 에세이도 아니고 잡문 집도 아닌 이설 집이라는 용어 역시 낯설어서인지 선뜻 손이 안 갔고 읽기 전부터 뭔가 어렵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게 한 책이다.
뭐... 생각보다 쉽게 읽혀서 오히려 놀랐달까
책은 일단 7개의 큰 챕터로 나눠져있다.
대체로 작가가 느낀 일상의 감상이나 시 같은 것 혹은 스스로에게 고하는 글 같은 걸 묶어 놓았는데 그래도 챕터의 제목에서 보면 어떻게 나눴는지는 알 수 있다.
일단 보리수 아래서는 마치 석가모니가 그 보리스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열반한 것처럼 작가가 글을 쓰면서 얻었던 여러 가지 깨달음 혹은 좌절 같은 개인적인 성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20대의 뜨거운 피를 가지고 자신이 걷고자 했던 문학가로서의 길을 걷으면서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걸로 느껴지는 어머니의 암 투병과 죽음은 그에게 죽음과 삶에 대한 많은 고찰을 갖게 한 듯
이 챕터에서는 특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광장에서라는 챕터는 그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현주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사회적 현상에서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이야기가 많은데 특히 현 정치에 이 대한 비판이 와 닿는다.
언제나 현실의 불만족스러운 부조리함과 불평등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들은 역사 고금을 막론하고 기존 세력을 뒤집고 새로운 시대를 원하기에 좌파적 성향이 강한데 이런 젊은 층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부분만 얻기 위해 충동질하기에 바쁜 현실의 진보세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돋보였다.
원하는 말만 듣지 말고 제대로 귀를 열어두란 말이야!
또한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 역시 날카롭다.
공동체의 안정과 질서를 중요시하는 보수주의에게 늘 그에 따른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그저 진보에 반대하고 자신들의 안위만 따지기에 급급하고 부정부패로 자신들의 배만 채우기 바쁜 지금의 보수라 칭하는 자들은 진정한 보수가 아님을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속이 시원했다.
조금도 눈치 보지 않고 날카롭게 일갈하는 그의 글은 현실정치에 진저리가 난 나 같은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역시 젊은 세대에게 좀 더 기회를 주고 발전의 가능성이 보이는 진보에 좀 더 애정이 느껴진다.
전장에서는 작가가 걸어가고 있는 문학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직업으로서 글을 쓰는 그에게 전장은 역시 문학계이고 지금 문학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나 그가 만난 사람 혹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부담 없이 읽기에 좋았다.
또한 어느새 만연해진 표절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문학계에서도 거대해진 기존 작가들의 힘을 문학권력이라고 칭하며 표절에 대한 그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어 표절에 대응하는 작가들의 말장난에 화가 났던 사람으로서 속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챕터가 있다면 참호에서의 책 읽기는 진짜 전장의 빗발치는 참호 속에서 책을 읽는 느낌이 들 만큼 어딘지 비현실적인 고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잠깐 동안의 휴식 같은 챕터였다
토토는 생각한 다와 시인 함성호 씨는 그의 다소 엉뚱한 면이 돋보이는 챕터였다.
특히 토토에 대한 글은 엉뚱하면서도 재치 있고 무슨 말을 하는지 어리둥절하다가도 실실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바다 위 밀봉 유리병 속에서는 그야말로 온갖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 가장 이설 집에 가까운 챕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소재가 그야말로 어떤 공통점도 없이 자유롭게 쓰여있는데 이게 은근 매력이 있었다.
이렇게 한 챕터씩 읽어가다 보니 어느새 두꺼운 무기 같았던 책이 끝이 보였고 나로 하여금 성취감도 느끼게 했다.
그의 글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몰랐던 걸 알게 해준 부분도 있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는 부분도 솔직히 있었지만 그의 글은 자유롭다.
소재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자유롭게 쓰고 있단 게 느껴져 그의 글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그래서 왠지 부담이 없었달까?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의 힘 역시 공감이 갔기에 그의 글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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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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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부턴가 비움을 실천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고 있다.
소비가 미덕이고 소비를 권장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느샌가 주변을 물질로 가득 채운 삶에 익숙해져 이런 소비의 즐거움을 버리고 비움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철마다 새롭게 유행하는 옷이며 가방을 사지 않고 남들처럼 좀 더 넓은 평수의 집을 사지 않으면 왠지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듯 느껴지기도 할 뿐 아니라 뭔가를 사는 즐거움이 제법 커 그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즐거움을 포기하고 조금씩 비우는 걸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비움으로써 삶에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늘 쫓기듯 생활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에게 보상을 하듯 새 가방을 사고 새 옷을 사고 뭔가 새로운 걸 사면서 잠시의 스트레스를 잊는 것 같지만 그걸 사기 위해 긁은 카드대금을 갚기 위해서라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만 하는 쳇바퀴 생활을 내려놓을 수 없다.
저자 역시 이런 생활을 몇 년 하다 건강을 해치고서야 비로소 이런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에서 내려올 수 있었는데 이렇게 평소의 생활을 내려놓았음에도 오히려 삶이 여유로워졌음을 깨달았다는 설명은 특히 와 닿았다.
매일매일 들고 다니는 백을 에코백으로 바꾸고 안 쓰던 명백 품은 되팔았다는 대목에선 솔직히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명품 백을 팔기까지의 그 고민이 이해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주부로서 많이 공감이 갔는데... 건강을 생각한다면 냉장고의 편리함을 믿고 각종 인스턴트나 식재료를 꽉꽉 채워뒀다 묵혀 먹을게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걸 사서 제철에 나는 걸 이용한 먹거리 만들어 먹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솔직히 귀찮다는 이유로 실천하지 않았었기에 뜨끔했었다.
뭔가를 살 때 꼭 필요한 걸 사는 게 아니라 어느새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 걸 쉽게 쉽게 사놓고는 잘 쓰지 않아 집안이 온통 물건으로 가득 차고 그 물건값을 갚기 위해 늘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사실은 없으면 안 될 물건 같은 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소비에 익숙해져 당장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욕구에 시달리고 또 카드 같은 당장에 현금이 없어도 원하는 물건을 손에 놓을 수 있는 수단이 있기에 그런 욕구를 참을 필요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래서 생각도 못한 지출은 빚이 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오늘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하고 돈은 좀체 모이지 않는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비움을 실천하는 법을 배워 둘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당장 뭔가 큰 결심을 하고 모든 소비를 중단하는 것 같은 거창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걸 하라는 게 아니라 저자가 한 것처럼 작은 것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비움을 실천해본다면 큰 스트레스 없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당장 안입고 둔 옷과 안 쓰는 이불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뻐서 사놓고 막상 입으니 안 어울려서 혹은 치수가 작아져서 등등 사놓고 안입고 있는 옷이 제법 많아 옷장을 많이 차지하는데 주말에 옷장 정리부터 실천해보기로 우선 정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집안을 좀 더 넓게 살아보고 싶다.
거창하게 비움의 좋은 점을 강요하듯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마치 일기장에 글을 쓴 것처럼 편안하게 일상을 이야기하고 그 일상에서 작은 비움을 실천한 이야기... 그리고 그 실천으로 여유로워진 이야기 같은 생활 속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단순히 그 글을 읽는 재미도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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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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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가족 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밀과 갈등 상황을 그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 할런 토벤의 `단 한 번의 시선`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출간되었다. 고맙게도 합본이다.
스릴러라는 장르를 유독 좋아하는 나에게 그의 책은 일단 몰입과 가독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일단 책을 손에 들면 그 끝을 봐야지만 된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는데...
가족, 비밀, 행방불명... 이 세 가지 키워드가 그의 소설에서 중요한 자릴 차지하는 것 같다.
그의 책을 다 읽은 건 아니기에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제껏 읽은 그의 책은 볼리타 시리즈를 제외하고 다 이 키워드에서 예외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할런코벤은 전형적인 미국인 스타일의 글을 쓰는 것 같다.
가족과의 화합과 행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중요시하는 미국인들의 의식을 꿰뚫어보고 그 가족 내부에서의 비밀과 갈등 상황을 주로 그려내는 걸 보면...
 많은 사람을 죽인 죄로 감옥에 수감된 전직 킬러가 스콧 덩컨 한 사람을 지목하여 면담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가 밝히는 놀라운 사실..
오래전에 화재로 죽은 누이가 사고사가 아닌 누군가의 지시로 자신이 한 짓임을 밝히면서 스콧은 그가 알든 모든 세상이 무너져내린다.
사랑하는 남편 잭과 딸아이 그리고 아들과 함께 행복하고 큰 근심 없는 단란한 생활을 하던 그레이스... 그녀가 필름 현상소에 맡긴 사진을 찾던 날 그녀의 가정은 엄청난 규모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단지 그녀가 찍은 사진 속의 어떤 사진 한 장 때문에...
그 사진을 보자마자 남편 잭은 한밤중에 아무 말 없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연이어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요즘은 남편이나 혹은 아내가 죽으면 맨 먼저 그 배우자가 의심된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늘 상 피의자를 보고 그가 혹은 그녀가 그럴 줄은 전혀 몰랐다는 말을 하고 그들 부부 사이는 너무 좋아서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는 말을 하는 걸 듣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남들 보기에 평범하거나 행복해 보이는 부부나 가정생활도 사실 들여다보면 의외로 서로 간에 반목하거나 비밀을 가진 채 윈도 부부처럼 사는 집들이 많다.
 이 책에서도 너무나 행복하고 단란해 보이던 잭과 그레이스 로슨의 가족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단박에 그들을 균열하게 만든다. 어쩌면 견고해 보이던 행복의 성이 이렇듯 허무하게 무너진다는 것이 슬플 정도로 단숨에...
왜 그는 아내를 못 믿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가 가진 비밀의 무게가 컸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그 비밀이 자신의 가족을 쓰나미처럼 덮쳤을 때 피하지 말고 자신의 아내를 믿고 털어놨더라면 결과는 많이 달랐을 거라 생각하면 그의 선택이 못내 안타깝다.
젊은 시절 치기 어린 마음에서 저지른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참으로 많은 게 달라지고 변화된 것을 보면... 운명이란 얼마나 가차없고 잔인한지...
그리고 책 속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나오는 보스턴 대학살 사건
그 사고로 많은 가족들이 자식을 잃고 오랜 세월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에서 무간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과 오버랩이 되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엄청난 가독성과 아슬아슬함을 정말 끝까지 유지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책...할런코벤이 왜 범죄 스릴러의 제왕인지 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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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페어 풋맨 세트 - 전2권
이자아 지음 / 디앤씨북스(D&CBooks)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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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을 대표해서 손님을 맞이하고 접대를 하며 주인의 시종을 들어주는 풋맨이라는 직업이 있단다.
당연히 그 집안의 얼굴 역할을 하다 보니 외모의 조건이 까다로운데.. 키가 훤칠하고 용모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은 되어야 하며 나이 들어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풋맨이라는 까다로운 직업의 이단아 같은 사람이 바로 여주인공 일라이저이다.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이 거의 없었던 시대에 남자들만 할 수 있는 풋맨이라는 직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우선 그녀가 자신을 남자로 속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릴 적부터 백작님의 놀이 상대로 커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 백작이자 여왕의 조카이며 서열 4위라는 가문도 가문이지만 훤칠한 키와 빛나는 외모를 가진 앨버트는 모두에게서 결혼 상대로 꼽힐만한 인재이기도 하나 자신의 우월함을 잘 알고 있어 오만하며 성질이 다소 더럽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평소 어린 남동생처럼 대하던 앨버트로부터 난데없이 무도회의 파트너가 돼줄 것을 요구받은 일라이저는 생애 처음으로 드레스를 입고 가발을 쓴 채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지만 그런 그녀를 은밀한 시선으로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다.
성년이 되면 백작가에서 나와 스스로 돈을 벌고 독립할 것을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라이저는 여자들이 직업을 가지기 힘든 시대에 자신과 같이 꿈을 위해 노력하는 친구를 만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을 꿈에도 모른 채 그녀에게 청혼하는 앨버트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버리고 만다.
우리의 조선시대처럼 남자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지고도 여자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남편에게 부속된 사람처럼 혹은 아들의 엄마라는 지위로 만족해야 한다는 걸 거부했던 여자들로 인해 많은 사람의 운명이 뒤틀리게 되고 그 뒤틀림 속에 일라이저가 있었다.
앨버트를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일라이저지만 자신으로 인해 그가 많은 것을 버리고 감수해야 한다는 게 싫어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그녀의 진심을 모른 채 거절당한 충격 속에 실의에 빠지는 앨버트
어린 연인이 각자의 고민으로 혼란스러울 즈음 무도회 이후부터 일라이저의 뒤를 쫓는 사람들로 인해 곤경에 빠지게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걸 가져 당당하지만 다소 오만했던 앨버트가 가진 것 없지만 당당하고 늘 긍정적인 소녀 일라이저와 사랑에 빠지면서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었고 당연히 자신의 청혼을 감사하게 받을 줄 알았던 일라이저로부터 거절의 이유를 듣고 한방에 녹다운 되어 버린 앨버트의 모습도 귀여웠다.
초반이 일라이저와 앨버트의 달달하고 풋풋했던 일상으로 채워졌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일라이저의 뒤를 쫓는 사람들과 그들이 그토록 그녀를 쫓아다니는 이유가 밝혀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표지의 그림처럼 내용이 무겁지 않고 풋풋해 부담 없이 읽기엔 좋은 책이지만 굳이 2권일 필요는 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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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은 시계태엽처럼 - 장난감 기획자 타카라코의 사랑과 모험
유즈키 아사코 지음, 윤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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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이 작가의 다른 작품 `나일 퍼치의 여자들`이란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여자들 특히 어린 여자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구나 생각했었다.
작가의 작품 속의 여자들은 성인이면서도 마치 여학생 같은 감성을 가진 채 무리를 지어 자신과 다른 모습과 생각을 가진 여자들을 집단으로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자들의 사회성에 대한 집착 같은 걸 표현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 `짝사랑은 시계태엽처럼`에서도 남자들의 역할은 잘 보이지 않는 반면 여자들은 실수를 해도 일어나고 상처를 받아도 온몸으로 부딪치는 걸 멈추지 않는데 그런 여자들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 속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자 타카라코는 메이저 장난감 회사에서 탁월한 기획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인재로 인정받지만 사랑 앞에 선 늘 수줍어하며 자신감 부족으로 5년째 한 사람을 짝사랑 중이다.
그런 그녀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자 니시지마는 처음엔 애니메이션 디자이너를 꿈꾸지만 차츰 현실과 타협해 이런저런 디자인을 요청받아 일을 하는 프리랜서로 별 볼일 없는 커리어를 보이고 있다.
타카라코가 일하는 회사 로렐라이 멤버들은 모두 그녀의 짝사랑을 알고 있으나 수줍어하고 부끄럼을 타는 그녀를 배려해서 모른척하며 그녀의 사랑을 응원해주지만 그들 역시 뛰어난 그녀가 왜 별 매력도 능력도 없는 남자에게 고백조차 하지 않고 목을 매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두의 의문을 모른 채 그녀 타카라코는 오늘도 출근길의 배 위에서 그가 사는 집을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그와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런 사실에 행복해하고 있다.
책은 그런 그녀 타카라코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니시지마 주위를 맴돌며 그의 잠을 방해하고 걱정을 끼치는  사소한 불편 상황들을 몰래 혼자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처럼 짝사랑하는 그녀를 혼자서 보다 실수로 살인을 하게 된 남자를 잡게 되고 니시지마의 새로운 상대가 처한 위기를 구해내기도 하는 등 혼자서 고군분투하지만 정작 니시지마는 이 모든 사실을 전혀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그녀가 왜 이런 희생까지 하는 걸까 직장동료들처럼 의문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은 사랑하면 그 상대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고 보답받고 싶은 게 당연한데 그녀에게는 그런 마음이 없다. 그저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할 뿐
그래서 그녀 직장동료들이 타카라코를 보면서 드는 의문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도 되었다.
왜 고백을 하지 않는 걸까? 왜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목을 맬까? 생각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저 그가 존재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타카라코를 보며 그녀에게 니시지마는 멀리서 지켜주고 바라보는 게 더 좋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랑이 반드시 한가지 형태만은 아니란 걸 알기에 그녀의 사랑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공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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