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
일레인 카마르크 지음, 안세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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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치러진 대선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임기를 맡은 이즈음 나온 이 책은 그래서 눈길을 끌었다.
예전부터 나는 늘 궁금했었다. 왜 그렇게 많은 대통령들이 그렇게나 우수한 인재들을 거느리고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서도 늘 실패한 후 고개를 숙인 채 관저를 떠나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었고 그들의 구태의연한 정치를 보면서 환멸감과 무력감마저 들었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같을 거라는 자조와 함께...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를뿐더러 그들의 역학관계나 얽힌 구조, 권력의 메커니즘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건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정치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서민들 생활에 직접 와 닿기 때문에 체감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와 닿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조건이었는데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정책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실행 능력이 조화롭게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언젠가부터 대선후보들의 정책토론을 봐도 훌륭한 정책은 쏟아져 나오지만 막상 실행에 옮겨지는 건 그다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실행에 옮겨져도 속빈 강정 같은 식이나 보여주기식의 실행으로 피 같은 세금만 낭비한 채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에선 미국의 대통령들의 실패한 정책과 그 원인에 대해서 주로 다뤘기 때문에 우리완 조금 다른 실정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이자 성공한 대통령의 조건은 앞서 말한 대로 정책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실행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대중과의 소통 능력이 대통령의 통치능력으로 간주되어와 언론과의 대담이나 인터뷰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같은 경우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얼굴을 자주 비춰 대화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과 비전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헛공약에 불과하다는 걸 관과 하고 있는 게 아닐지...
정책과 비전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관리자형 대통령이 되어 모든 걸 손에 쥐고 하나하나 살펴보는 게 아니라 조직의 역량을 제대로 이해해 적재적소에 맡게 쓰고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모든 걸 대통령에 의해 지시되는 제왕적 대통령이 얼마나 위기관리에 취약한지는 뼈아픈 상처를 통해 절실히 깨닫고 있는 바기에 관리자형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말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이 책에선 우리는 잘 몰랐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행정조직이나 군사조직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한 인질 구출 작전이나 막을 수도 있었던 테러 사태, 금융위기의 예를 들어 그들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좀 더 쉽게 이 책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책에선 끝으로 대통령을 뽑는 유권자를 위한 가이드를 해놓았는데 우리의 실정과는 좀 맞지 않지만 일단 대통령 후보자에게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요구해야 하고 비전을 요구해야 하며 많은 토론을 거치도록 해 후보자들이 몰랐던 부분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을 하는 부분이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
자신이 공약한 대로 얼마나 잘 실행하는지를 지켜보고 잘하는 것엔 박수를 잘 못하는 것에 질책을 보내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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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야무진 첫마디 - 속터지는 엄마, 망설이는 아이를 위한
정윤경 외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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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참으로 많은 문제에 부딪힌다.
아이가 어릴 땐 생활습관이나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치기 위해 고민할 거리가 많지만 아이가 성장하면 성장하는 대로 또 그만큼 고민거리도 많아짐을 느낀다.
아이가 태어나 오롯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해서 갈 때까지 부모의 책임은 끝이 없는 것 같아 고민도 깊어지지만 어디에다 대놓고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많은 대화를 하고 고민을 들어주라고 전문가들은 말하지만 그것조차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가 자랄 때와 달라진 환경과 가치관의 빠른 변화 속도는 기성세대가 변화 속도를 맞추기 힘들 정도라 전문가들의 폭넓고 보편적인 충고는 피부에 확 와 닿지 않았다.
아기를 돌보거나 임신 후 육아에 대한 책은 많기도 하고 그때는 웬만한 엄마들도 다 책을 읽고 좋은 엄마가 되어 아이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울 거라 다짐하면서 책을 읽게 되지만 아이가 좀 더 자라면서 질문이 많아지고 문제행동을 하거나 잘못된 습관 같은 걸 바로잡아 주고 싶을 때 도움이 되는 책은 많지도 않을 뿐 아니라 책을 잘 안 읽게 되고 주변의 엄마들에게 의견을 구할 때가 많다.
그러면 대부분 처음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타이르고 어르기도 하면서 바꿔보려고 하지만 쉽게 말을 듣지 않는 아이 때문에 결국엔 언성이 높아지고 급기야는 체벌까지 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악순환이 되어 아이를 보는 게 전쟁 같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하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게 좋다는 등의 다 알지만 별 효과가 없는 교과서적인 답을 적어놓은 책을 읽고서 화가 나기도 했고 결국에는 그런 책에서 답을 얻는 걸 포기했었다.
솔직히 이 책 `엄마의 야무진 첫마디` 역시 그런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일단 연령별로 가장 많은 고민이나 상담사례를 들어 이럴 땐 이런 방법과 이런 대화의 기술을 딱 꼬집어 이야기해줘서 속이 시원했달까
막힌 속이 완전히 뚫린듯한 고민 상담이었다.
연령별 상황별 대처요령이나 대화의 기술뿐만 아니라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부모 가정에서 아이와 공감하며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요령 같은 건 특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한창 외모며 성적에 대한 고민도 많고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 부모에게 반항적으로 비칠 수 있는 사춘기 우리 딸과의 대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결국은 아이 역시 하나의 인격체로 다루고 아이의 말을 늘 귀 기울여 들어주면서도 부모가 생각한 바와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럴 때도 결국은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에 적극 공감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 요령을 직접 알려줘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방법이나 요령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분 나쁘거나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사회생활을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깨닫게 되는데 자신의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한다는 게 솔직히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세대 차이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해 마음과 달리 아이와의 중요한 대화에는 큰소리가 나기 쉽다.
그럴 때 이 책에서 이런 때 이런 식으로 대화를 풀어가라는 식의 충고는 상당히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방법인 것 같다.
부부간의 대화에서도 특히 양육방식에 따라 많은 싸움이 나고 갈등이 깊어진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렇지만 아빠가 아이를 대하는 방법이나 양육방식에 불만을 가져 말다툼이 나고 하는 게 오히려 아빠의 양육 의지와 참여를 막는다는 대목에선 솔직히 뜨끔했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남편의 말이 간섭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양육은 부부 공동의 문제이고 아이의 진로 문제 같은 건 특히 아이 역시 같이 참여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완벽한 부모는 될 수 없겠지만 아이와 늘 대화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이 책 역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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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살인마 밀리언셀러 클럽 103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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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을에서 여유롭고 한적하게 살아가는 부 보안관 루 포드는 집안이 이 마을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뼈대 있는 집안인데다 늘 웃고 다니며 친절해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있다.
그런데 그는... 마음속에 잔혹한 살인마의 본성을 지니고 있다.
당연하게도 마을 사람 아무도 그의 본성을 꿰뚫어보지 못하지만 유일하게 그의 내면을 알아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루의 아버지이자 마을에서 존경받던 의사였고 루의 본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아버지는 늘 그를 곁에 두고 모든 것을 통제하며 살펴봤지만 그는 더 이상 살아있지 않아 아무도 그의 질주를 막을 수 없다.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한은...
루 역시 오래전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까지 갔다 온 의형제의 죽음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껴 스스로를 자제하던 중 의형제 마이크의 죽음이 사실은 사고사가 아니라 타살이었고 마을의 유지이자 엄청난 부자인 콘웨이의 짓임을 알게 되면서 복수라는 명분을 내세워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오래전에 쓰인 책이라 요즘 흔히 이런 유형의 사람을 일컫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은 없지만 루는 명백히 사이코패스형의 인간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죽여야 할 명분이 있거나 필요가 있으면 냉정하게 처리할 뿐 아니라 약간의 망설임도 없고 가차없으며 살인의 순간에도 흥분하는 법이 없다.
게다가 지독하게 냉철하고 영리해서 위기의 순간이라도 당황하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올 지능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미소와 유머, 예의 바른 태도를 지닌 완벽한 가면을 쓰고 있어 그의 주변에서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해도 그를 신뢰하는 사람들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을 정도로 마을에서 인정받는 젊은이 루
복수를 빌미로 해서 시작된 연쇄살인은 점점 그의 목을 죄게 되고 루 역시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막기는커녕 살인의 시기를 냉정하게 저울질하는 모습은 섬뜩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느 것에도 무엇에도 양심의 가책 따윈 날려버리고 그를 잡으려는 사람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사건을 복기해 구멍을 찾아내는 그의 모습과 서늘한 결말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루는 자신이 이런 사람이 된 원인을 어릴 적의 사건에서 자신에게 수치심을 준 아버지의 양육태도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짐작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보다 정신의학이나 정신질병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당시 상황을 보면 작가 짐 톰슨의 통찰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루 라는 인물은 요즘 정신병적 범죄의 유형인 사이코패스의 유형과 많은 것이 닮아있으며 사고방식이나 사고의 유형이 흡사하다는 걸 알게 되는데 친절한 이웃의 얼굴을 한 루 와 같은 인물이 주위에 있다면 알아챌 수 있을까 생각하면 문득 사람이 무서워진다.
서늘하고 섬뜩하지만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하는 매력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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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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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에는 잔혹한 살인 장면이나 살해 현장을 보여주거나 범인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못 떼게 하고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피 흘리는 장면 하나 없어도 당장 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만으로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도 있다.
이 책 `벤트 로드`는 잔인한 살인 장면이나 피를 흘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뭔가 곧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책의 거의 처음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유지하고 있어 마침내 일이 벌어졌을 땐 나로 하여금 차라리 안도하는 심정을 유발했다.
디트로이트의 흑백 인종 갈등이 심상치 않은 1965년 봄... 도시생활에 위협을 느껴 안전한 곳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오던 길의 분위기는 생각처럼 평화롭거나 여유롭지 않고 마치 뭔가 쫓기는 듯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면서 시작된다.
게다가 눈앞에 목적지를 두고서 느닷없이 아내 실리어의 차 앞을 뛰어든 뭔지 모를 형체의 그것
분명 뭔가를 친 것 같은데 내려보니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부터 실리어는 왠지 찜찜하고 불길함을 느끼는데 이야기 전체의 복선 같은 느낌이다.
아서와 그 가족이 아서의 고향 벤트로드로 온 날... 마치 그의 귀향을 환영하는 듯 이웃의 한 여자아이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이웃들은 마치 전염병처럼 아서의 누이 루스와 결혼한 레이를 피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벤트로드 마을 전체의 사람들은 마치 뭔가를 아는듯하지만 아무도 실리어에게 그 비밀을 이야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녀가 믿고 있는 남편 아서조차 거기에 대해 뭔가 알면서도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가 알면서 모두가 입으로 말하려 하지 않는 진실
그것은 사라진 여자아이 이전에 이 마을에서 살해된 여자가 또 있었고 그녀가 바로 아서의 또 다른 누이이자 레이의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이브라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녀 이브의 죽음에 레이가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은 이번에 사라진 아이 역시 이브와 아주 흡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아무런 증거 하나 없이 레이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를 주시하며 멀리한다. 집단적인 따돌림이 시작된 것
게다가 레이라는 인물 역시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는커녕 언젠가부터 술을 먹지 않고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심각한 알코올중독인데다 루스에게 폭행을 일삼는 쓰레기 같은 존재
이렇게 작은 마을에는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어 도시생활에 익숙한 실리어에게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농촌 생활이 고될 뿐 아니라 마을 전체 사람들이 서로를 너무나 오랫동안 봐와서 사생활이란 없는 곳이기에 더욱 스트레스가 컸는데 이곳으로 오고 나서부터 남편 아서마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아닌 마치 다른 사람 같은 거리감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 딸 에비가 죽은 이브와 흡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자각은 그녀로 하여금 자칫하면 에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주게 된다.
오랫동안 남편 레이에게 맞고 살았던 루스의 결혼생활을 알게 된 아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부부 사이를 떨어뜨려놓고 아내를 소유물처럼 여기는 게 당연시되고 아내를 때려도 묵인되는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레이는 당연한 듯 아내 루스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아서와 실리어의 집을 드나들면서 은근한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의 집을 드나들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마음껏 접근하는 현재의 상황은 실리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이지만 남편인 아서는 아내가 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이 모든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뒤로 미루기만 해 실리어를 실망시키게 된다.남편이 더 이상 내 아이들을 지킬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이렇게 모든 갈등 상황이 속속 아서와 실리어의 집으로 모여들 즈음 마침내 비밀의 문이 열리고 화약고가 터지면서 엄청난 스피드로 모두를 휘몰아친다.
조용한 목가적인 마을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들은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외면하고 도움을 청하는 손길을 뿌리친 결과였으며 그 외면의 결과롤 고통받는 건 늘 여자들과 어린 아이들뿐이었다.
침묵의 대가로 누군가가 고통받는다는 사실보다 자신들의 체면과 비밀의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형태는 시대를 막론하고 이어져오는데...그들이 잊고 있는게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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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다이어리
케빈 브룩스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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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에게 영문도 모른 채 납치당해 감금당한다.
이런 소재는 간간이 봐왔던 터라 특이하지는 않지만 관건은 과연 왜 납치를 당했으며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가 독자의 관심을 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 `벙커 다이어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일단 처음 납치를 당한 사람이자 이 다이어리를 써 내려간 화자인 16세 소년 라이너스가 납치될 때의 상황은 시각장애인이 차 트렁크에 짐 싣는 걸 도와주려다 끌려 온 상황인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남에게 도움을 주려다 끌려 왔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의를 베푸는 데 왜 납치를 당하지? 하는 의문이 들면서 라이너스의 억울함에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을 즈음 다른 사람이 납치되어 들어온다.
이번에는 어린 여자아이... 이 아이 역시 학교 등굣길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상태
그러다 문득 밀폐된 이 공간에 방이 6개이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접시며 포크 같은 게 모두 6개에 맞춰져있었단 걸 깨달은 라이너스는 다른 납치자가 더 있을 예정이며 그 수는 모두 6명이란걸 예감한다.
이렇게 그의 예상대로 창문도 출구도 없이 모두 막혀있고 감시카메라로 모두를 내려다보고 통제된 벙커에는 6명의 남녀가 모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과연 그들이 납치된 데에는 무슨 사연이 있으며 그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독자의 호기심만큼 라이너스 역시 그런 관계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리 전혀 공통점도 없을 뿐 아니라 그야말로 왜 납치된건지 그 이유조차 짐작하기 어렵다.
이유를 알수 없으니 해결방법조차 요원하고 막막하다.
이렇게 어느 정도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의 예상을 또 한 번 뛰어넘은 작가는 이제 과연 그들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치고서 이곳을 탈출할까에 관심을 갖도록 장치를 해놨다.
특이한 건 갇힌 자들과 가둔 자 사이에 어떤 대화도 없었고 어떤 제한조차 두지 않은 채 오로지 갇힌 자들의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이다.
잘 나가던 미모의 부동산 업자와 투자 관련 비즈니스맨, 늙고 병든 물리학자와 마약에 찌든 덩치, 그리고 소녀와 라이너스
이렇게 전혀 공통점이라곤 없는 6명의 사람들을 한 곳에 가둬놓고 그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라이너스의 시점에서 보여주고 있는 벙커 다이어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들을 가뒀으며 그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이 그야말로 무작위로 뽑힌 운나쁜 사람이었다는 설정과 함께 그들이 점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면서 무너져내리는 과정 역시 나의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이 상황을 가장 잘 이겨내고 그들을 이끌거라고 예상되는 두 사람...똑똑하고 잘 나가며 그야말로 거칠 것 없던 인생을 살아오던 커리어 맨과 역시 멋진 외모와 우월한 배경으로 고생이라고는 몰랐던 여자의 변화는 처절하리만치 급작스러워 더욱 극적이다.
어느 정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럴 것이라는 예상을 다 뛰어넘은 작가의 상상력은 파격적이고 탁월하지만 그래서 더 암울하고 우울하다.
작가는 왜 이런 글을 쓴 걸까?
극한 상황에 처하면 결국 인간이라는 잘난척하는 종도 평소 자신들보다 하등하다는 동물과 다름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2014년에 그 해 최고의 어린이. 청소년도서에 주어지는 카네기 메달을 받았다는데 아마도 주인공이자 다이어리의 주인인 라이너스의 나이가 16세라는 점 때문인 게 이유인듯하지만 내용은 충격적이고 암울해서 이 책에 경고 문구를 넣거나 16세 미만 연령에게 읽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발이 많았다는 점 또한 납득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강력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다.
알고 보니 작가의 다른 작품 역시 아주 인상적으로 읽은 기억이 있는데 독자를 끄는 매력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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