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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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좋아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밀레니엄 시리즈 4부
그래서 이번에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시리즈가 연결되어 나온다는 말에 우려하는 마음이 컸고 그에 반해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결과는 대체로 괜찮은듯하다.
하긴 따지고 보면 단권이 아닌 시리즈의 특성상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 시리즈에선 이미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으니 여기에다 조금만 더 살을 붙이고 스토리만 짜임새 있게 한다면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을 거고 그런 점에서 보면 영리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멋진 스토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독박인거지만...ㅎㅎ
컴퓨터공학자이자 인공지능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프란스 발데르는 미국 기업에서 자신이 연구하던 걸 접고 느닷없이 스웨덴으로 귀국해버린 후 오랫동안 방치했던 자신의 아들을 전처로부터 데려와버린다.
그리고 그의 이런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스웨덴 국가 안보기관 세포와 미 국가 안보국 NSA는 그가 위험에 처해있으며 누군가 그를 노리고 있다고 보고 그의 경호에 신경 쓰지만 보란 듯이 그의 집안에서 총을 맞고 피살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본 그의 아들 아우구스트
한편 오랜 세월 자신의 긍지였던 밀레니엄에 대한 애정도 식어가고 모든 것에 슬럼프를 겪고 있던 블롬 크비스트는 불황을 겪고 있는 밀레니엄을 손에서 놓을 것까지 고려하다 에리카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의 노력으로 거대 기업이자 황색언론으로 대표되는 세르네르 미디어 그룹에 밀레니엄의 지분을 넘기고 위기를 벗어나지만 블롬크비스트의 슬럼프가 오래가자 처음의 약속과 달린 세르네르에서는 마음대로 편집권을 요구하고 급기야는 블롬크비스트의 축출을 꾀하며 밀레니엄을 집어 삼키려는 야욕을 보인다.
이런 때 프란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블롬크
그리고 프란스가 피살되던 날 밤에 걸려온 그의 전화로 인해 사건 현장에 함께하게 되고 블롬크의 기자본능이 드디어 깨어났다.
프란스에 대해 파면 팔수록 그가 누군가로부터 그가 독자 개발한 기술을 도둑맞았을 뿐 아니라 그 도둑맞은 기술과 거대기업 솔라폰이 연관되어있고 그 둘 사이에 정체모를 조직이 끼어있음을 알게 되는 블롬크는 프란스에게 누가 그에게서 기술을 훔쳤는지 알려준 사람이 그가 찾던 리스베트임을 알게 되고 이렇게 그 둘은 또다시 대형 사건에 연결된다.
그러고 보면 블롬크와 프란스의 처지는 비슷하다.
독자적으로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있던 프란스와 역시 독자적인 논조를 유지하던 밀레니엄이 거대 기업의 자본에 의해 눈뜨고 코 베이듯 빼앗겨버리게 되는 과정은 언론과 첨단 기술이라는 차이뿐 그 과정은 쌍둥이처럼 닮아있을 뿐 아니라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기업사냥꾼의 행태와도 닮아있다.
그래서 거대 자본을 이용해 이윤이 될만한 것은 모두 흡수해버리는 기업들의 행태에 밀레니엄 팀과 아웃사이더인 리스베트가 크게 한방을 먹인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학대받은 경험과 남과 교류하기 힘든 일종의 자폐성향을 가진 모습도 닮아있는 리스베트와 어린 아우구스트가 위기 상황에 서로를 알아보고 의지하는 모습은 조금 감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자동차를 타고 킬러의 눈앞에서 위기탈출하는 상황은 역시 스릴 만점이었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었던 서번트 아우구스트가 리스베트를 만난 건 마치 구원과도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책 소개에서 거론했던 리스베트의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와의 전쟁은 쌍둥이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같은 처지로 비슷한 학대를 당했음에도 서로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음이 놀랍기도 하고 역시 리스베트의 말마따나 이 집안에 흐르는 피에 광기가 흐르는 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미워하는 자매들의 전쟁을 그리고 있는 밀레니엄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서로의 행동을 예측하는 자매가 각자 거미줄을 짜서 걸려들기만 기다리는 포식자의 모습이 놀랍도록 닮아있어 섬뜩하기도 했다.
이 둘의 전쟁에서 누가 포식자가 되고 누가 먹이가 될지... 뭐... 주인공이 리스베트이니 승자의 모습은 짐작되지만 어떻게 이길지 그 방법이 궁금해서라도 시리즈의 끝으로 예정된 6권까지 읽어야할듯...


해커가 있으면 모든 걸 훔쳐낼수 있고 변호사가 있으면 모든 도둑질을 정당화 할수 있다.
그나저나 누가 한 말인지 참으로 현대 사회에서 저지르는 거대기업들의 횡포를 제대로 표현한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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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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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총알이 날아다니고 포탄이 터지는 전장에서 총 한번 쏘지 않고 완벽하게 적군을 속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끈 마술사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으로 피 흘리지 않고도 적을 속이고 전투를 승리하도록 도움을 준 마술사가 있단다. 위대한 마술사의 이름은 재스퍼 마스켈린
이 책 `전쟁 마술사`는 그 재스퍼 마스켈린이 2차 대전당시 어떻게 적들을 속일 수 있었는지 당시의 빛나던 활약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긴박했던 당시의 전쟁 상황까지 알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고 지금은 흔히 쓰는 작전 인 위장술이나 여러가지 눈속임 전략들을 그가 이끌던 팀이 처음 만들었다는 사실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할아버지 때부터 과학과 기술을 합친 신개념의 마술쇼로 이름 높았던 마스켈린家는 손자代 인 재스퍼에 이르러 이름을 더욱 높이던 중 유럽 대륙이 히틀러에 의해 전운이 감돌면서 모든 쇼를 중단한 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의 마술이 전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전쟁에 참가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이미 청년을 넘긴 나이인데다 전투병이 아닌 마술사인 그가 전쟁에 참가하고자 하는 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 입대부터 난관에 부딪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굳은 의지로 간신히 전쟁에 참가하게 되나 그의 생각과 달리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참가를 농담처럼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그에 대한 평가를 바꾼 것 역시 탁월한 그의 능력에다 반드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 거기다 그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가능성을 알아본 지휘관들 덕분이기도 하다.그래서 그런 아웃사이더만의 팀인 마술단이 결성된다.
처음 그들에게 내려진 임무라는 건 영국군의 석유 보급로로 가장 중요한 알렉산드리아 항구를 적의 공격으로부터 피하게 하는 것... 누가 봐도 불가능한 업무지만 반드시 적으로부터 항구를 지켜내야만 했기에
지시를 내리는 사람조차도 성공할 것이란 믿지 않았으나 재스퍼를 비롯한 마술단은 인간의 시각의 불완전성을 이용해 근처의 비슷한 곳을 마치 알렉산드리아 항구처럼 꾸며 임무를 완성해내면서 마술단의 능력을 모두에게 입증한다.
그들 팀이 맡은 임무라는 건 눈앞에 있는 거대한 수에즈 운하를 적으로부터 숨기는 것이라든가 혹은 탱크를 몰래 숨겨서 적지에 배치하기 위해 트럭으로 숨기고, 마치 잠수함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철도 차량을 색칠하고 꾸며서 적군으로 하여금 영국의 잠수함이 굳건히 있는 거처럼 보이게 하는 등... 지금 들어도 말도 되지 않을 임무가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독일의 무패 팀이자 사막의 여우라 불리던 로멜이 이끄는 군단의 전진을 막고 힘든 승리를 얻기 위해 모두가 필사적이었기에 반드시 해내야만 했고 그런 절실함에다 마스켈린의 창의력이 합쳐져 믿지 못할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전쟁이 치열한 북아프리카 부근에서의 빛나던 전투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그들이 어떻게 적군을 속일 수 있었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당시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지금 사람들과 너무나 다르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다.
살아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는 전장에 어쩔 수 없이 의무로 참가하는 게 아닌 빠져도 되는 상황임에도 굳이 자원하고 몇 번을 퇴짜 맞아도 다시 자원하는 모습이라든가 혹은 마술단에 속해 후방에서 전투를 지원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에 참가하고 싶어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랍기도 하다.
모든 작전에서 이제껏 그 누구도 해낼 수 없었던 일을 해낸 마스켈린이 작전이 성공한 후에 느끼는 공허감과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전쟁에 허무함과 염증을 느끼는 모습은 믿을수 없을 만큼 빛나는 활약으로 인해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질수도 있는 캐릭터에 대해 그를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다.
생생한 전투의 현장 묘사와 당시 작전 상황을 그려놓아서 마치 눈앞에서 전투를 하는 듯 느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런 작품은 역시 영상화해서 보는 게 더욱 흥미로울듯하다고 생각했는데 2018년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역시!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남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니 탁월한 캐스팅이자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아질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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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되었습니다 - 영화 [희생부활자] 원작 소설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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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했던 엄마가 7년 만에 다시 살아돌아왔다.
그리고 평소에 자신을 그렇게나 아끼고 사랑했던 엄마는 마치 다른 사람 같은 눈빛을 한 채 자신에게 칼을 휘둘렀고 사람들은 그를 엄마를 죽인 범인으로 의심하는 눈초리 보낸다.
주말 연휴가 시작되기 전 개봉을 앞둔 영화 예고편을 보고 상당히 끌리는 소재라 관심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영화에는 원작이 있었고 그 제목이 바로 `종료되었습니다`였다.
뭐.. 영화적 재미를 위해 조금씩 바뀐 부분도 있는듯하지만 전체적인 포맷은 유지한듯하다.
일단 죽은 사람이 돌아와 억울한 자신의 죽음을 직접 해결한다는 소재는 신선했고 내용 역시 복잡하거나 마지막 반전을 노리고 마구 뒤섞어 놓지 않아 단숨에 술술 읽혀서 좋았다.
어느 날부턴가 돌아가셨던 분이 세계 곳곳에서 다시 살아돌아와 자신을 죽였던 사람을 직접 처단하듯 해치우곤 마치 빛처럼 소멸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을 일컬어 RV라고 하고 그들은 반드시 자신의 죽음에 직접적인 가해자만을 처리한다는 게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기도 해 그들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
게다가 그들을 정당한 집행자로 보는 시각도 있어 진홍이 아무리 자신은 엄마의 죽음과 상관없다고 목소릴 높여도 이제껏 RV가 엉뚱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거나 실수를 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아무도 그의 무죄를 믿지 않는다. 산 사람의 말보다 오히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의 말을 더 믿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자신의 죽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역시 죽은 피해자라는 점에선 진홍을 믿지 않는 게 어쩌면 더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거기에다 지금은 잘 나가는 사업체의 공동대표이지만 엄마의 죽음 이전엔 돈 때문에 사업이 위태롭던 처지였고 엄마의 보험금으로 위기를 넘기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이 역시 진홍이었기에 세간의 의심은 어쩌면 당연하고 의혹을 피해 가기 힘들기도 하다.
그렇다면 진홍은 진짜 돈을 노리고 엄마를 죽인 존속살해범일까?
돌아온 엄마는 진홍과 눈을 마주치지 않을 때면 살아생전의 그 모습 그대로 진홍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인데 눈만 마주치면 돌변해서 아들을 죽이기 위해 안긴 힘을 쓰고 발작까지 일으키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 수사관을 비롯해 진홍의 주변 사람마저 헷갈리게 한다.
이렇게 단순히 진홍이 진짜 엄마를 죽인 범인일까 아닐까 하는 조금은 단순한 문제에서 또 다른 이들이 등장해 약간의 긴장감을 높인다.
전 세계에서 속속 등장하는 RV라는 존재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극비리에 연구 중이던 연구의 하나이고 이 연구를 위해 소멸되지 않고 살아있는 유일 체인 진홍의 엄마가 필요하다고 눈앞에서 엄마를 데려가려는 사람들... 이제 진홍이 상대해야 하는 건 실체를 모르는 진범뿐이 아닌 국가적 권력을 등에 업은 FBI 마저 적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엄마는 이미 죽었던 사람으로 현실 속에선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들을 상대로 지켜주기도 힘들다.
어머니의 처지를 보고 괴로워하는 진홍을 보면 그가 범인이 아닌듯한데 그렇다면 누가 그의 엄마를 죽인 범인일까?
아니면 진홍의 눈앞에서 강도에게 돈을 뺏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 공교롭게도 칼에 찔려 죽은 단순 강도 사건인데 다른 RV와 달리 오류로 되살아난 케이스인 걸까?
것도 아니면 모두를 속인 진홍의 자작극인 걸까?
확실히 영화로 만들면 더 매력적일 소재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되살아난 희생 부활제,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주인공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엄청난 반전이 있고 숨겨둔 국가적 음모가 있는... 뭐 그런 스케일이 큰 작품은 아니지만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고 가독성 역시 좋아서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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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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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미니어처 리스트를 재미나게 읽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책 `뮤즈`
뮤즈라는 제목을 보곤 음악에 관한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짐작했지만 누군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인 뮤즈였고 내용 역시 사랑과 그림그리고 서로 얽힌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영국으로 넘어온 여자 오델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피부색 때문에 면접마다 떨어져 처음 영국에 왔을 때 꿨던 작가가 되겠다는 꿈과 달리 지금은 그저 생활을 위해 하루 종일 발냄새를 맡으며 여자들에게 신발을 팔고 있는 처지다.
1967년의 영국 런던에서는 표시나 게 인종차별이나 유색인종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지 않지만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어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있던 아델은 어느 날 생각도 못한 미술관에 채용이 되고 우연히 간 파티에서 한 남자가 그녀가 쓴 시를 듣고 호감을 표시하며 접근해오지만 아델은 맘껏 호감을 표시하기보다 오히려 백인 남자가 왜 자신에게 하는 의심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고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심일지 의심스레 지켜보게 했다. 게다가 그는 처음 보는 그녀에게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끼던 그림의 조언을 부탁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그림전문가도 아닌데 왜?
그런 그가 오델이 다니는 미술관에 그림을 가지고 그녀가 출근할 때까지 몇 시간씩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충분히 의심스러운 정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의 태도는 이상하기 그지없다.
한 사람은 뛰쳐나가버리고 또 한 사람은 그림에 적극적인 관심이 지나쳐 자신이 그림에 대해 모든 걸 조사하고자 한다. 그림의 화가가 아깝게 단명한 스페인의 미남 화가라는 설명과 함께...
하지만 누구도 뒤돌아보지 않던 오델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고 미술관 취업에 도움을 주고 그녀가 글을 쓴다는 걸 알고 적극적으로 응원하던 마저리 퀵은 그림에 대해 반감을 표시한다. 왜 그런 걸까?
이렇게 한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왜 같은 그림으로 서로 정반대의 의견이 나오게 되는지...
1967년 런던과 1936년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작은 도시 말라가를 배경으로 두 소녀의 사랑과 서로 간에 그림으로 얽히게 되는 사연을 그리고 있는 뮤즈는 전작인 미니어처 리스트와 같이 여자들 특히 여자라는 굴레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을 속박하는 굴레를 벗고 싶어 괴로워하던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유한 엄마의 재산 덕분에 풍요로운 생활을 하지만 아름다운 엄마는 늘 아프고 아버지는 사업에만 몰두하면서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지극히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가장 잘하고 또 하고 싶어 하는 그림을 그리는 걸 계속 숨겨야만 했던 소녀 올리브는 유명한 미술학교에 입학 편지를 받았음에도 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말도 하지 못하고 입학을 포기한 채 부모를 따라 런던을 떠나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산골 말라가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자릴 구하러 온 남매 이삭과 테레사를 만나게 되면서 첫눈에 이삭에게 빠지게 되는 올리브는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용솟음치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느끼고 이제까지 자신이 그려왔던 그림체와 전혀 다른 색감으로 자신의 내부에 일렁이는 마음을 표현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려 하지 않고 테레사에게만 그림을 보여주고 숨겨둔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음속에 갈등하는 마음을 가졌어도 부모에게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던 올리브지만 이삭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조금씩 태도가 바뀌기 시작해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다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 건 테레사의 일탈 때문이었다.
그 그림을 보자마자 단박에 대단한 그림임을 직감한 테레사는 이삭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 자리에서 아무도 몰래 그림을 바꿔치기해 올리브의 그림을 보여주고 미술상을 하는 올리브의 아버지는 그림을 보자마자 매료되어 감탄하지만 이런 모습을 비웃듯 냉소하는 올리브는 테레사의 예상과 달리 그 그림이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나서지 않으면서 운명은 비틀리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고정관념은 절대로 여자의 그림을 인정하기는커녕 만약 그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테레사의 생각처럼 나섰다면 모욕당한 것처럼 여길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올리브는 이런 아버지의 편협함과 여자들보다 남자인 자신이 우월하다 생각하는 오만함을 몰래 비웃고 벌주고자 이삭과 테레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진실을 털어놓지 않고 숨기려 한다.
오빠를 사랑하지만 오빠의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태도 때문에 올리브가 상처받는 게 싫었던 테레사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자신을 돌아봐주고 자신에게 비밀을 털어놓던 올리브에게 애정을 느껴 그녀가 진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인도하지만 이때의 선택으로 오래도록 고통받게 될 줄은 몰랐다.
고집스레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던 올리브조차 처음 느껴본 첫사랑의 맛에 빠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했고 그런 올리브의 태도는 자신이 싫어하던 아버지의 편협한 태도와 닮아있음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 역시 이 가족의 비극을 불러온다.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스페인에서 일어난 스페인 내전은 수많은 스페인 국민들이 서로 편을 갈라 피를 흘렸고 그 격동의 시간 속에 섞여들어갔던 올리브와 테레사 그리고 이삭... 그들 역시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올리브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마음껏 표현하고 마음속으로부터 그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모든 걸 잊고 그렸던 그녀의 그림이 1967년 런던에서 또 다른 굴레로 자신을 속박하던 오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그 그림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하는 뮤즈는 당시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린 또 다른 용감한 여자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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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당한 사람들
토머스 컬리넌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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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이 한창인 때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기숙학교
이곳엔 어린 숙녀를 포함해 여자들만 있었고 이런 곳에 적군의 군복을 입고 피를 흘리며 부상당한 채로  한 남자가 숨어들어온다.
제목에서 벌써 대충 눈치를 챌 수 있듯이 이 책은 누군가에게 사람들이 끌려서 매혹당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매혹당하는 주체이고 누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존재인가
얼핏 생각하면 여자들만 모여사는 곳에 느닷없이 나타난 젊은 남자가 매혹시키는 주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런 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곳 기숙학교에 모여사는 젊은 숙녀들은 대부분 숙녀 교육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온 잘 자란 집안의 여자아이들로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 자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돈을 벌기 위해 자신과 상관도 없는 전쟁에 용병으로 참가한 존 맥버니는 그래서 이곳 젊은 숙녀들의 부유함과 여유로움에 매료당한다.
한 편 전쟁이 한창이지만 이곳은 외지고 그런 위험한 곳과 떨어져 있어서인지 학생들을 비롯해 이곳에 사는 여자들은 전쟁의 위험성에 대해 피부로 와 닿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없음에 권태로워할 때 비록 적군이지만 잘생긴 젊은 청년이 나타났으니 그들 눈에는 하늘에서 선물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듯하다.
게다가 여자들에게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도록 부상까지 당한 남자라니...
이렇게 한창 이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나름 동경을 가진 소녀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줄 모든 요소를 갖춘 남자와 한 집에 살게 된다면 그다음은 누구라도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다.
평소에도 서로를 견제하고 서로의 미모와 가진 것에 대해 질투하고 하나라도 더 비밀을 알고 싶어 훔쳐보고 염탐하던 소녀들은 이제 한 남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그의 시선을 끌기 위해 때론 자신의 비밀을 속삭이고 때론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고...
젊은 남자 존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젊은 숙녀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윙크를 하고 농담을 하며 시시덕거리다 자신이 처한 위기 상황을 그녀들 중 한 명을 이용해 타파하려 시도할 뿐 아니라 잘하면 신분상승을 노려봄직하다는 계산 아래 자신이 우연히 얻은 정보들을 이용해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하지만 존 역시 그들에 비해 조금 나이가 들었다 뿐이지 그 역시 갓 스물이 된 어린 남자라 모든것이 미숙했고 이성적인 계산과 충동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랑받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한 여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지 못한 존
그리고 자신이 선택되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후 얼마나 빨리 다른 여자들과 연합을 할 수 있는지를 몰랐던 건 미숙한 남자 존에겐 불행이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조금씩 그러나 서서히 긴장감이 물들어가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그려놓은 `매혹당한 사람들`
깊숙이 숨겨뒀던 비밀이 모두 까발려지고 광적인 폭발이 지난 후의 비정상적인 고요함이 그래서 더욱 서늘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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