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유
J. S. 먼로 지음, 지여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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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는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처럼 느껴진다면 얼마나 놀랄까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건 자신뿐이고 주위 사람들은 아무로 이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건 자신의 착각인 걸까 아니면 누구도 눈치챌 수 없도록 그만큼 교묘하게 주변을 잘 속인 것일까

이 책 디 아더 유는 그런 상황에 처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한번 본 얼굴은 절대로 잊어버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초인식자로 부른다.

그리고 케이트 역시 그런 초인식자중 한 사람이었고 그런 자신의 능력을 경찰과 협조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범인을 찾아내거나 CCTV 속의 용의자를 찾아내는 일을 했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부상을 입은 후 그런 자신의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런 자신의 곁에는 입원해 있는 동안 연인이 된 롭이 온갖 정성을 다 해 치료를 돕고 있지만 어느 날 문득 그가 갑자기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면서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문제는 아무도 롭이 바뀌었다는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신 스스로조차 그 사고 이후로 자신의 기억력이나 자신의 능력에 의심을 갖고 있어 이런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롭은 진짜 자신의 연인인 롭이 맞는 걸까 아니면 그녀의 우려대로 어느 순간 롭과 외모가 같은 다른 사람이 롭의 행세를 하고 있는 걸까

책은 심리 스릴러답게 스피디한 전개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케이트가 혼란을 느끼는 만큼 긴 시간을 들여 그녀가 혼란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길게 묘사해 읽는 사람 역시 헷갈리게 한다.

이 모든 것이 단지 그녀의 뇌가 스스로를 포함해 모두를 속이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심어두고 다른 부분에선 롭이 평소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비밀이 있음을 밝히면서 독자를 헷갈리게 한다.

롭은 오래전 자신과 모든 것이 똑같이 생긴 이른바 도플갱어와 만난 적이 있었고 그에게서 협박을 당했던 트라우마가 있으며 이로 인해 보안에 강박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당연히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이 케이트의 보안에 대해서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신경을 쓰는 걸로 부족해 그녀가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의 모든 것에 잠금장치를 비롯해 첨단 기술 장비로 중무장을 하다시피해놨다.

마치 자신의 도플갱어가 언제든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뺏어갈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의 종반으로 갈 때까지도 케이트의 의심에 대해 확신할 수 없도록 만들었고 무엇보다 누군가가 그녀를 속인 거라면 이토록 공들여 속임수를 쓸 이유가 뭔지에 대해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어 마치 어둠 속을 손으로 더듬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

분량이 길어 중간 부분부터 다소 늘어진다는 게 다소 아쉽게 느껴졌지만... 영상으로 본다면 훨씬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접근도 가능했을 거라 생각된다.

심리스릴러답게 느린 속도로 조금씩 심장을 조여오는 맛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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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해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9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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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출간된 범죄소설을 읽다 보면 지금의 경찰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닐까 싶다.

온 사방에 CCTV 가 없는 곳이 없어 웬만한 건 다 걸리고 실내에서 벌어진 일들은 과학 수사 즉 DNA라든지 혹은 미세 증거 하나만으로도 용의자를 특정 지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이런 기술이 없었던 시대에는 모든 걸 발품을 팔고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나서 증언을 듣고 피해자와의 관련성을 따져 증언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했던 만큼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었다.

물론 예전에 비해 범죄의 양상이 좀 더 교묘해지고 치밀해진 부분도 있지만 큰 관점에서 볼 때 범죄의 이유나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요즘의 온갖 화려한 장치와 범죄의 수법이 난무하는 범죄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예전에 나온 작품들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투박함 속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움... 그게 바로 고전의 매력이 아닐까

마르틴 베커 시리즈 9번째 책에서는 첫 번째 시리즈에서 살인범으로 나왔던 남자가 또 다른 사건에 용의자로 등장한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이혼 후 혼자 살았던 여자가 깜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가출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경찰에서 이 실종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의 이웃집에는 한 여자를 살해한 죄로 복역을 했던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분명하게 보이는 사건의 형태였기에 윗선에선 제대로 수사하기는커녕 그저 얼른 그를 검거해서 넘기고 그 공을 자신의 승진의 발판으로 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언론에서조차 그를 범인으로 단정 짓고 이에 대한 기사를 싣기에 바쁘다.

게다가 그녀가 사라지던 날 그와 대화하는 걸 목격한 증인마저 나오고 그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마르틴은 왠지 그가 범인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결정적인 증거도 없고 용의자 역시 비협조적이어서 사건 해결이 지지부진한 이때 또 다른 사건... 범인을 검거하다 경찰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두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전혀 다른 두 사건이지만 이 두 사건이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에서 끝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다.

물론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이 시리즈가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야기 전체에서 볼 수 있는 당시 스웨덴 사회와 경찰 조직의 타락한 모습을 향한 작가의 통렬한 비판은 그들을 왜 장르를 지키는 보초와 같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범죄소설은 단순히 범죄의 동기나 해결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당시 시대의 현실과 사회현상에 관한 냉철한 비판의식이 있어야 함을 알 수 있게 한다.

마르틴을 포함해 등장하는 인물 모두의 개성이 제대로 살아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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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 샐 싱 미스터리 편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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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을 꿈꾸거나 범죄물에 관심 있는 십대가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이런저런 단서를 가지고 사건을 쫓다 결국에는 해결한다는 설정은 제법 익숙하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소개 글을 보고 비슷한 전개 즉 다소 어설프지만 마음만은 정의로운 아이들이 하나의 사건을 쫓다 때론 엉뚱한 사고도 치고 옆길로 새다가도 결국엔 옳은 결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면서 읽었는데...

기존의 작품과 비슷한 부분도 물론 있지만 의외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핍의 사고능력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체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범죄소설을 어떻게 쓰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논리의 허점도 없었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왜 이 핍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가 나왔는지 이해가 갔다.

모범생 핍은 케임브리지 입학을 지망하고 있다.

그 과제 중 하나로 자신이 주제를 정해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소재를 가져온다.

작고 조용했던 이 마을을 한때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5년 전 사건 즉 동급생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한 사건을 졸업반 과제로 선택한 것이다.

당시 피해자는 아름다운 외모의 인기 많은 여학생 앤디 밸이었고 그녀를 살해한 학생은 당시 성적도 우수했고 착하다는 평이 자자해 누구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던 샐 싱이어서 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밝혀진 몇몇 증거에도 불구하고 핍은 자신이 알던 그가 도저히 범인이라 생각할 수 없어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재조사를 해보기로 결심한다.

핍이 사건 당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이 마치 진짜 사건 수사를 하는 형사처럼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고생이라는 장점을 십분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함을 지녔다.

누가 봐도 순수하게 수업 과제를 위해 조사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 이용하는 핍의 모습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원하는 인터뷰를 쉽게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날 이후 모두에게 차가운 비난과 혐오의 시선을 받으며 마을에서 고립되다시피한 샐 싱의 동생마저 그녀에게 협조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새롭게 얻은 단서를 쫓아 또 다른 단서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한 발 한 발 그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은 왜 이 책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밤의 진실을 찾게 된 순간... 조용하고 평화롭게만 보였던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외면했던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는 십 대 마약 문제라든지 혹은 약물을 이용한 강간과 같은... 무겁고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문제를 어른이 아닌 십 대의 핍에 의해 드러내며 어른들의 무관심 혹은 무책임을 질타하고 있다.

게다가 범인으로 몰렸던 샐 싱이 같은 십 대의 백인이었어도 그렇게 쉽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을까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책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ㅎㅎ

곧 시리즈 2편도 나온다고 하니 얼른 읽어보고 싶다.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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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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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일과를 SNS를 보면서 시작해서 SNS를 보면서 마무리할 때가 많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서 SNS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널리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그런 만큼 그런 사회적 현상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는 새로운 직종도 탄생했다.

이른바 인플루언서라 하는...

수많은 팔로어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는 가운데 기업과 손잡고 마케팅을 하는 등... 요즘은 이런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영업방식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사람들의 인기와 주목을 받는 만큼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 또한 커지는 것도 사실이고 이런 인플루언서를 범죄 대상으로 하는 스릴러 작품 역시 제법 눈에 띈다.

이 작품 따르는 사람들 역시 그 범주에 둘 수 있다.

수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기 인플루언서 개브리엘의 어린 남동생 네이선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범인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할 정도의 엄청난 거금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네이선의 엄마 이든은 엄청난 충격과 불안 속에서 경찰이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의 이름은 애비 멀린

인질 협상가로서 최고의 솜씨를 지닌 애비는 그렇게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했던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게 된다.

사실 이든과 그녀는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든을 모른척할 수 없어 자신의 업무와 다른 네이선 유괴사건에 뛰어들게 된 애비는 이내 이 사건에서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누가 봐도 넉넉지 않은 싱글 맘인 이든에게 범인이 요구한 네이선의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기란 절대로 불가능한 금액인 걸 알 수 있는 데 범인은 왜 그토록 무모하리만큼 큰 금액을 요구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범인이 진짜로 원하는 건 돈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좀처럼 범인의 의도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네이선의 유괴 과정부터 아이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너무나 세심하면서 리얼하게 표현한 작가 덕분에 엄청난 긴장감과 몰입감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된다.

용의자를 추정하기는커녕 범인의 의도조차 좀체 파악하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용의자가 부상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고 중간중간 어린 시절 집단생활을 했을 때의 과거와 겹치면서 사건의 진상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한다.

책에는 평범했던 사람이 어떻게 사이비 종교집단의 표적이 되어 가족과 친구로부터 멀어져 그들의 뜻대로 함께하게 되는지 그 심리는 물론이고 그들의 교육방식을 비롯해 집단이 바깥세상의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논리와 그 폐해까지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어 읽으면서 소름 끼치게 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터무니없는 행동과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십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누군가에게 악의를 가지고 살인을 하는 행위보다 더 섬뜩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사이비 종교집단과 SNS는 전혀 다르지만 누군가를 아무 의심 없이 믿고 따르는 행위는 SNS 상에서의 모습만 보고 좋아요를 누르며 따르는 사람들의 심리와 다른 듯 닮아있는 게 아닐까?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두 집단 사이를 기발하게 엮어 소설 소재로 만든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주는 필력에 감탄하면서... 이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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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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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 한 명만 살아남고 일가족 모두가 살해된 사건의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소개 글을 보고 요즘 경제가 어려워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미명 아래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장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오죽 힘들었으면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일종의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면 성인인 자신들만 죽지 앞길이 창창한 자녀는 왜 살해하나 질책하는 게 보통의 정서다.

그렇다면 하루아침에 온 가족이 다 사라지고 혼자서만 남은 아이는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부재는 얼마나 깊은 상실감과 혼자라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까

나이 들어 부모가 되고 보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은둔형 외톨이 료타는 공원에서 스스로 손목을 긋는 소녀와 얽히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경찰서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라는 곳에 대해 알게 된다.

너무나 똑똑해 스스로 주변 사람들과 벽을 쳤던 로타는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에 입학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 또래이자 너무나 밝고 쾌활한 다이고와 친구가 되면서 재활용센터이자 일종의 심부름센터인 달나라에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이런저런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조사하다 오래전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가족 살인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전혀 상관도 없을 것 같은 일상의 작은 수수께끼 같은 소동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런 에피소드가 모여 생각지도 못했던 11년 전 사건의 진상을 밝히게 되는지 그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더 관심이 갔던 건 스스로를 벽에 가두고 산 료타와 모두에게 선뜻 다가가는 밝은 아이인 다이고가 서로에게 끌린 부분이었다.

서로 전혀 달리 보이는 두 소년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다이고 역시 자신의 내부에 벽을 친 채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는 모습은 료타와 다른 듯 닮아있었다는 걸 살인 사건의 진상을 쫓으면서 알 수 있었다.

그런 다이고를 보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료타의 의식과 생각은 끝내 스스로를 가뒀던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는 료타와 다이고 외에도 현재 자신이 삶이 너무나 힘들고 뻑뻑해서 고통받는 여러 아이들이 나온다.

누구는 제대로 양육은커녕 어른답지 않은 부모 때문에 미성년자이면서 스스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느라 힘들고 또 다른 누구는 너무나 예민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 때문에 스스로 힘들어한다.

처음 료타가 공원에서 충격적인 만남을 가졌던 소녀 역시 수시로 자신의 손목을 긋지만 그녀 역시 죽고 싶은 거였다기 보다 오히려 살고 싶고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료타는 모두가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걸... 조금씩 힘들어도 자신을 가둔 틀에서 나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걸...

읽으면서 아이들의 심리묘사와 그 아이들의 생각을 너무나 세심하게 표현해 내는 작가의 필력이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좌절과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가독성도 좋고 탄탄하게 잘 짜인 플룻도 너무 좋았지만 무엇보다 묘사하는 문장들이 너무 아름다워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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