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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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란 다소 특이한 제목으로 시리즈를 선보인 타우누스 시리즈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를 내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했고 그 마케팅은 성공해서 연달아 시리즈가 속속 출간되더니 드디어 시리즈의 9번째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피아는 재혼을 했고 아내를 사랑하던 가정적인 남자 보덴슈타인은 이혼의 아픔을 겪는 등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변화가 있었다.

30대였던 피아가 이제 곧 쉰을 바라보는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라는 것과 이 책에서 어머니의 날을 전후한 살인사건을 다룬다는 게 소설의 재미와 달리 묘하게 서글픔을 느끼게 했다.

처음 그 집을 갔을 때는 그저 단순히 고독사한 시신을 발견한 줄 알았지만 시신의 얼굴에서 핏자국을 발견한 피아는 어쩌면 타의에 의한 죽음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죽은 노인의 집에 자주 들락거리던 소녀의 말을 통해 노인이 키우던 개의 존재를 알게 되고 넓은 집 뒤 견사에서 아사 직전의 개가 물어뜯은 듯한 뼈가 사람의 뼈라는 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다른 모습을 띄기 시작한다.

콘크리트로 바른 견사 구덩이에서 3명의 사체가 발견, 그 사체가 오래전 사라진 여자들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80대 노인이 오랫동안 숨겨온 살인 행각이 만 천하에 드러난다.

이 모든 사건은 이렇듯 우연과 우연이 겹쳐 마치 거짓말처럼 단숨에 드러나는데 마치 시신들이 자신들에게로 그들을 이끈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일단 비록 80대의 노인이지만 비교적 정정했던 테오 라이펜라트가 평소 그의 집을 들락거리던 양자와 손자, 거기다 일하던 가정부가 하필 휴가 중이거나 멀리 있어 들여다보지 못했을 때 죽어 경찰이 개입하게 했다는 것

그리고 늘 주인 곁에 있던 개를 누군가가 하필 평소 쓰지 않아 잡풀이 무성했던 견사에 가둬 목마름과 굶주림에 지친 개가 얼핏 세어 나온 시신의 냄새를 맡고 그 밑을 파도록 했는지... 이렇게 우연이 아니었다면 예전 수도원의 터였던 넓은 이 집에서 땅속에 묻혀있던 시신을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고 그 덕분에 수십 년간 완전범죄로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을 드러나게 했다는 걸 보면 어쩌면 사실은 시신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자신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 말하는 모양새다.

집 전체를 다시 수사하다 역시 오래전 자살한 걸로 알려진 이 집안의 안주인이었던 리타 라이펜라트의 시신을 오래된 우물에서 발견하지만 이전의 시신들이 랩에 둘러싸인 채 익사한 상태였다면 그녀는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사건들이 각각 다른 사람에 의한 살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하지만 니콜라 엥엘 반장은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를 바라 더 이상의 조사 없이 죽은 테오에게 모든 혐의를 쒸우는 편한 방법을 택하고자 한다.

테오가 80대의 노인이라는 점을 빼면 그만큼 범죄에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의 평이 안 좋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그의 손에서 양육된 양자와 손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 역시 그를 괴팍하고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상질 나쁜 늙은이로 묘사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집에서 혼자 살고 있고 그가 키우던 개의 견사 밑에서 시신이 발견된 상황이라 더욱 혐의를 벗기 어려운 상태이니 엥엘 반장의 뜻을 따라도 무방한 상황이지만 약간의 의혹도 용납할 수 없는 피아는 엥엘과 대립하면서 모든 걸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한다.

피아를 비롯해 수사팀은 무엇보다 시랍화가 되어 썩지 않는 상태가 되어 발견된 시신들의 정체를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여 그들이 30여 년 전 갑자기 사라진 여성들임을 알아내고 그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범죄 수법도 밝혀내지만 그 세 명의 여자뿐만이 아닌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해된 여자들이 더 있었음을 그리고 그 수가 최소 5명은 된다는 게 밝혀지면서 연쇄살인으로 수사를 전환하고 과연 80대의 노인이 수년 전 젊은 여자를 상대로 이런 범죄를 실행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이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오래전 수도원이었던 이 집은 그 뒤 자연스럽게 부모의 손에서 자랄 수 없었던 아이들을 받아들여 보육원으로 운영되었고 이제 다 커 성인이 된 그들의 입을 통해 보육과정에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체벌이 이 집의 안주인이었던 리타에 의해 은밀하게 행해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리타가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이스박스나 우물에 가둬두거나 랩으로 온몸을 감싸게 한 후 물에 던져 넣는 방법이었다는 걸 밝혀내면서 드디어 사건과 그 집에서 자란 아이들과의 연관관계가 드러난다.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범인이 왜 이런 잔인하면서도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인을 행하는지 그리고 그런 범인이 피해 대상자를 어떤 방식으로 선택했는지가 밝혀지지만 작가의 작품들 대부분이 그렇듯 몇몇의 용의자 중 과연 누가 진짜 범인인지를 알아내는 건 책의 결말 부분까지 가도 좀체 알아 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피해자들의 나이며 외모, 직업 등 모든 것에서 공통점이 없는 상황에서 왜 그녀들이 범죄의 타깃이 되었는지는 범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정보지만 워낙 오래전에 벌어진 사건들인데다 드러난 정보 이면에 숨겨둔 그 사람의 내밀한 비밀까지 알아내어야 가능한 일인데 이제 곧 올해의 어머니날을 앞두고 있어 시간이 촉박하기만 한다.

모두가 각자 비밀을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만 숨기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깊은 상처를 곁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나누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그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진실이 드러나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때까지 밝히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살인자는 원하는 바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언제나 그렇듯 믿었던 사람의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을 발견한 후 느꼈을 충격과 슬픔은 배신당한 사람의 몫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사건들은 좀 더 빨리 드러나거나 혹은 이렇게 많은 피해자를 낳지 않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가 그 아이들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한 번쯤 귀담아들었다면... 혹은 누군가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당연한 듯 드러나는 사람을 제외하고 눈을 크게 뜨고 반전으로 뒤통수를 맞지 않으리라 결심하며 용의자를 하나씩 제외해나갔지만 범인일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또다시 비켜갔다 ㅠㅠ

어느새 50을 바라보는 나이의 피아와 새로운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보덴슈타인 콤비의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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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자리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
예른 리르 호르스트 지음, 이동윤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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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드디어 밝혀졌다.

그토록 원했던 범인을 찾은 것과는 별개도 그 사건을 모방한 사건의 범인으로 오랫동안 형을 살았던 사람이 어쩌면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한 번 술렁거렸는데 그는 내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경찰과 검찰 모두에게서 외면받았다고 한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인지는 좀 더 조사해봐야 하겠지만 만약 진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부당하게 형을 살았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누가 보상해줄까

이 책 사냥개자리도 그런 남자가 등장한다.

한 여자를 납치 감금한 뒤 살해한 사건의 범인으로 오랫동안 형을 살다 나온 피의자가 자신은 경찰들에 의해 조작된 증거의 피해자라는 진정서가 제출된다.

당연하게 이 사건은 유력 신문의 1면을 장식하면서 당시 사건의 수사 책임자이자 유명한 형사인 비스팅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

누군가가 그의 DNA를 증거물 속에 심어 두었다는 피의자 루돌프 하글룬의 주장은 사실임이 드러났고 이제 경찰 조직은 이런 사실을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결국 비스팅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희생양으로 선택된다.

이런걸 보면 조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힘없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16년 전 한 여자가 아침에 조깅을 하다 사라져 며칠이 흘러도 흔적조차 알 수 없어 모두가 그녀의 행방을 찾고자 하던 그때...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만 경찰 역시 너무나 간절히 범인을 잡고 싶었고 이런 그들의 열망에 부합하듯 용의자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루돌프 하글룬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임을 가리키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부족해 기소를 할 수 없던 그때 드디어 그를 범인이라 지목할 수 있게 한 DNA 증거의 등장은 모두를 기쁘게 하고 안도하게 했다.

하지만 그런 증거가 너무나 간절히 범인을 잡고 싶었던 경찰 동료에 의한 조작이라니... 어쩌면 당시 자신들은 그가 범인이 틀림없다는 지나친 확신으로 인해 마치 사냥을 하는 사냥개처럼 시야가 좁아져 다른 가능성을 다 놓쳐버린 채 억울한 사람을 잡아들이고 진짜 범인은 놓쳐버린 건 아닐까 비스팅의 고민은 깊어져가고 마치 그런 그의 생각이 맞는다는 듯 또 다른 소녀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사건이 발생한다.

이제 자신의 과오를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증거를 조작한 사람과 진짜 범인을 잡아야 하지만 비스팅은 증거조작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경찰의 모든 엄무에서 손을 떼야 하는 업무정지 상태라 혼자서 옛날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건 쉽지 않다.

오래전의 사건 기록부터 하나씩 다시 되짚어보기 시작하는 비스팅에 의해 눈에 들어온 사람은 기자인 그의 딸 리네가 현재 조사 중인 얼마 전 거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해자였다.

별다른 직업도 친구도 없어 원한을 살 일도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의 살해 사건은 비스팅의 사건과 전혀 무관한 듯 보이지만 현실과 달리 소설 속의 사건들은 절대로 개별적이지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두 사건이 연관되는 지 그 관계의 실체가 좀체로 드러나지않는다.

하지만 별것 없는 것 같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리네의 탁월한 감각과 수사능력으로 경찰보다 한 발 빨리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내고는 한 발 더 나아가 그와 루돌프 간의 아주 작은 연결고리를 발견하면서 위기에 처한 아빠 비스팅에게 큰 도움을 주고 사건을 점점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현재 벌어진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점 즉 과거에 벌어진 사건을 다시 되짚어가며 그때 당시 어떤 실수를 하고 어떤 단서를 놓친 건지 과거 수사기록을 복기하듯이 조사하는 과정이 지루할 틈 없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이 과정을 통해 아돌프는 진짜 누명을 쓴 게 맞는지 그렇다면 빠져나간 범인은 누구인지를 비스팅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것도 흥미로웠고 곳곳에서 탁월한 기지를 발휘해 경찰보다 한발 앞서가는 리네의 정보 수집을 통해 한 발 한 발 실체에 다가가는 다가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즐거웠다.

잔인한 살인사건의 묘사 없이 진실을 찾아가는 두 사람을 보는 것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이 두 부녀의 활약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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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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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살면서 너무나 싫어서 꼴도 보기 싫다고 생각한 사람이 한둘쯤 있을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은밀히 다가와 그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유혹에 잠시라도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그걸 실행하는 것과는 별개로...

너무나 싫어서 순간이나마 저 사람이 죽어벼렸으면 하고 앙심을 품을 수는 있지만 그걸 실행하는 건 분명 다른 일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길 두려워하니까

그런데 그걸 누군가가 내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면서 세상에서 깜쪽같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도 엄청난 유혹이고 지금 내가 그 사람으로 인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크면 클수록 제안에 응할 확률은 높지 않을까?

이 책은 누군가로부터 그런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된 여자의 이야기이다.

세라는 자신의 직장 상사이자 학교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진 교수 러브록으로부터 오랫동안 은밀한 성추행에 시달려왔지만 제대로 저항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와 단둘이 남아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술에 취했을 때 더욱 조심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대책뿐... 러브록이 너무 싫지만 지금 현재 대학에서 기간제 강사로서의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그가 쥐고 있음을 알기에 어쩔 수가 없는데 그나마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남편마저 아이들을 남겨두고 자유를 찾아 떠나버려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이제 곧 재임용을 결정지을 시간이 다가오면서 러브록의 추행은 좀 더 집요하고 노골적으로 변해가지만 문제는 그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유명하고 뛰어난 학자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가 추접하게 변하는 건 오로지 단둘이 있을 때뿐이고 그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걸 아는 사람은 대부분 힘이 없는 여자들뿐이라 누구도 그녀들의 말을 믿기보다 대외적으로 이름난 러브록의 말을 더 신임할 거라는 걸 안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그와의 잠자리를 요구하던 러브록은 결국 그녀를 손에 넣기 위해 그녀의 커리어를 위태롭게 하고 높아지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누군가가 은밀한 제안을 해온다.

처음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던 그녀지만 사방에서 마치 먹잇감을 사냥하듯 조여오는 러브록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그에게 러브록의 이름을 말하고 만다.

그들에게 그의 이름을 말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9초

이제 그녀의 운명은 29초의 그 통화시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그녀가 이름을 말한 순간부터 후회했지만 이미 화살을 떠난 활은 날아가 버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아무 일 없기를 그냥 지나가버리길 기다리지만 당연하게도 그녀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출근길에 그 남자 러브록이 사라져버린다.

소재도 흥미롭고 시작부터 러브록이라는 남자가 얼마나 지독한 색정광이자 남성우월주의 개자식인지를 보여주면서 그녀의 처지에 동정하고 같이 분노하는... 즉, 세라에게 감정이입을 유도해 그녀가 한 짓에 면제부를 주도록 하고 있다.

초반부터 몰입감이 강하고 중간 이후까지도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한순간도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했지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결말, 피를 부르는 결말을 원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소설적인 흥미요소를 아주 잘 갖춘 소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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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 아티스트
조너선 무어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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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랑 다투고 같이 살던 집을 뛰쳐나온 날 호텔 주변의 바에 들렀다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에서 걸어 나온 듯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마저 드는... 한마디로 끝내주게 환상적인

여자

이렇게만 나열하면 왠지 운명의 짝을 만나 한눈에 반한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장르는 스릴러이고 그렇다면 이 둘의 만남은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겠다.

그가 그녀를 만난 운명적인 그 바에서 그날 한 남자가 사라지고 이어 물에 빠진 채 시신으로 발견된다.

덕분에 그때 있었던 남자 역시 목격자로서 경찰의 탐문을 받지만 여자에 대해선 말하지 않은 채 혼자서 그녀가 갔을 만한 곳을 뒤지며 여자의 행적을 쫓는다. 여기까지도 스릴러라기 보다 로맨스 소설로 볼 수 있을듯하다.

사건과 그녀가 연관된 부분은 전혀 없고 첫눈에 매료된 이름도 알 수 없는 여자를 찾아다니는 남자라니... 조금은 로맨틱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

뛰어난 독성물 박사이기도 한 케일럽은 친구 헨리의 부탁으로 물에서 건진 시신을 몰래 조사해본 결과 단순 익사가 아니라 누군가가 강한 독성물질로 오랜 시간 고문하다 살해했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연이어 시체들이 떠오르고 그 시체들 대부분에서 같은 독이 검출되면서 동일범에 의한 범죄임이 드러나지만 수사에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

단순 목격자중 한 사람인 케일럽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의 행적을 묻는 경찰들에게 여자의 존재를 숨기려고 하는 그의 태도는 경찰의 의심을 불러오지만 그날 이후 그녀에게 사로잡힌 그는 아무에게도 그녀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어릴 적부터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 헨리에게조차...

마치 전혀 별 개 같지만 사라진 미모의 여자와 미혼 남자들의 연이은 실종 후 발견되는 시신의 관계는 누가 봐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케일럽의 태도나 행동 역시 어딘가 은밀하고 뭔가 비밀에 쌓인 듯 모호하다.

그리고 그가 같이 동거하던 여자친구 브리짓과 크게 싸우고 헤어진 이유 역시 명확히 밝히지 않는 가운데 밤거리를 헤매고 제대로 된 끼니조차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연신 독한 술만 마셔대는 그의 모습은 분명 어딘가 이상한데 그가 왜 이렇게 일상생활이 엉망인 채 술에 취해 사는지 그 이유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채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어 그의 과거에 뭔가 비밀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케일럽이 술에 취한 것처럼 모호하고 분명하지 않으면서 마치 뿌연 안개속 풍경을 보듯 흐릿해서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데 여느 스릴러처럼 범인의 정체를 몰라서거나 혹은 범인과 상관없는 곳에서 헤매는 경찰들을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과는 조금 다른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제외하곤 여자친구와도 경찰과의 사이에서도 분명하지 못한 태도를 취하는 그가 가장 뚜렷하게 반응하는 건 그의 환상의 여자 즉 에멀린과의 밀회에서다.

그녀를 위해 그가 마다하지 않는 일들은 분명 일반적인 남자와 다른 모습일 뿐 만 아니라 여자에게 반한 남자의 태도로 보기에도 과하다.

그리고 그녀가 데려간 곳에서 발견된 수상한 약물들과 의심스러운 증거들을 보고서도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케일럽의 태도는 마치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불사할 듯 보여 위태롭기까지 하다.

다소 느슨하고 현실과 케일럽의 생각이 뒤섞여 모호하게 흘러가다 이윽고 하나씩 밝혀지면서 가속이 붙기 시작하고 막판까지 단숨에 치달아가서 폭발하는 힘을 보여준...색다른 매력의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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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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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누군가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신고를 하지만 그 집에서 살인은 없었고 오히려 신고자라는 이유로 살인마의 표적이 된다는 설정은 영화로도 그리고 소설로도 자주 봐온 설정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데뷔작임에도 엄청난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는 선전 문구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시작은 비슷하다.

어떤 이유에선가 집 밖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 감금된 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 애나 폭스

그녀는 극심한 광장공포증에 걸리기 전 정신과 의사였고 건축가인 남편 에디와 사랑스러운 딸 올리비아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병이 발발하면서 이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스러지고 이제는 넓은 5층 건물에 세입자 한 명을 빼면 거의 혼자 살다시피한다.

그녀의 유일한 일은 그저 집주변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하루를 보내고 술과 약물을 함께 복용하며 일과를 마감하는 전형적인 약물중독자이자 알코올중독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애나에게 맞은편 집에 새롭게 이사해 온 가족이 포착되고 그 집안의 안주인인 제인과 아들 이선이 애나를 방문하면서 안면을 트게 된다.

그리고 애나가 평소와 같이 술에 잔뜩 취하고 약물에 취해서 눈뜬 한 밤 바로 앞집에서 하얀 옷을 피로 물들이고 죽어가는 제인의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 경찰에 신고하지만 그 집에서는 누구도 죽은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당연한 듯 경찰은 그녀를 향한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애나가 술과 약물에 취해 환각을 본 것이라 여기는 경찰들의 태도에 분노하지만 그녀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그녀가 본 것이 진실이라 증명할 수도 없다.

여기에 더욱 답답한 것은 자신이 제인이라 말하는 여자는 애나가 만났던 제인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그 집의 아들 이선조차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그 낯선 여자가 자신의 엄마가 맞다는...

이제 그녀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뿐 아니라 그녀를 술과 약에 취해 주변의 관심을 받고 싶어 이런 짓을 하는 불쌍한 여자로 바라본다.

그런 시선을 견디기 힘든 애나는 스스로 자기 검열의 시간을 갖지만 처음의 분명했던 확신은 점점 없어지고 자신이 본 것이 진짜가 맞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 말처럼 약물과 술에 의한 환각을 본 것인지 분명치 않다.

그런 그를 붙잡은 건 이선의 `무서웠다`는 겁에 질린 말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본 제인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스스로 그 집 안주인인 제인이라 말하는 여자는 진짜가 맞는 걸까? 모두가 공범이면서 자신을 속이고 경찰을 속이고 있는 걸까?

집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지리적 제약, 늘 술에 취하고 약에 취해있는 애나의 정신 상태, 그리고 그녀 외엔 누구도 죽은 제인을 본 사람이 없다는 분명한 한계는 읽는 사람조차 그녀가 본 것을 의심하게 한다.

여기에다 생각지도 못한 애나의 과거는 그녀의 증언의 신빙성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면서 애나가 느끼는 혼란만큼 책을 읽는 사람도 혼란스럽게 하고 점점 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본 것은 진짜일까 환각일까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제인은 과연 실제 인물인가

이렇게까지 그녀 애나를 정신없는 사람처럼 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묘사하고 끌어내리는 데는 뒤의 강한 반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뒤로 갈수록 강력하게 몰입하고 연이은 사건으로 정신 차릴 틈 없이 휘몰아치며 긴박하게 끌어가면서 독자의 눈과 정신을 사로잡는 것은 분명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었다.

뻔할 수 있는 소재에 진부할 수 있는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들어 낸 작가의 작품이 올해 연달아 출간될 예정이라니 다음은 어떤 이야기를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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