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을 걷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1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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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커가 이번엔 좀 더 스케일을 키워서 돌아왔다.

일가족 몰살이라는 큰 비극을 겪었는데 여기에 더해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과잉기억 증후군마저 가지고 있다는 설정은 데커라는 캐릭터에게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비범한 재능을 주고 여기에 핸디캡을 더한 것과 같다.

마치 슈퍼히어로를 좀 더 인간답게 보이게 하기 위한 핸디캡이랄지...

어쨌든 인간적인 면이 다소 부족했던 데커는 시리즈를 더하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노스다코타 주의 작은 도시 런던에서 한 여성이 얼굴 가죽이 벗겨진 채 누군가에 의해 부검당한 상태에서 발견된다.

분명 잔혹한 사건임엔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연쇄살인도 아닌 이 사건이 FBI 소속 데커에게 떨어지고 영문도 모른 채 재미슨과 함께 그곳으로 가게 된다.

석유 사업의 활황으로 온갖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그곳 런던은 분명히 약물과 폭력이 난무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분명 이질적이었고 무엇보다 FBI가 왜 이 사건을 주목하는 지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맡은 임무를 위해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학교 교사로 알려진 피해자가 밤의 여자였으며 브라더스라는 종교 공동체에서 기거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점점 더 피해자에 대해 궁금증이 늘어가지만 좀처럼 그녀의 정체를 밝혀낼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다.

심지어 이번엔 피해자를 처음 발견한 목격자의 집에서 그녀와 같은 종교 공동체 소속이었던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고 목격자는 행방불명된다.

게다가 시신을 부검했던 지역의 장의사는 의도적으로 부검에서 밝혀진 사실을 은밀하게 숨겼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한다.

마치 누군가가 두 사람의 수사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듯한 모양새지만 과연 누구의 짓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

온갖 수사방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그녀의 행적을 쫓던 두 사람은 이내 또 다른 벽에 부딪친다.

그것은 이곳 런던이라는 곳의 특성상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군사시설과 종교 공동체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데다 작은 도시 런던을 움켜지고 있는 두 집안마저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둘씩 희생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해 헤매는 데커와 재미슨은 과연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늘어만 가는 가운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뜻밖의 단서를 잡게 되는 두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수사를 멈추지 않는다.

단서를 쫓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는 사선을 걷는 남자는 확실히 이전 작품에 비해 스케일이 커졌고 사건 자체가 주는 무게감도 평범하지 않다.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국가 음모론... 그리고 거기에 얽혀있는 거대 기업들...

여기에다 평범하지 않은 살인사건까지...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 할만한 요소가 모두 갖춰져있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데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역시 가독성 좋고 긴박감 넘치며 스릴 만점이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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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부인
스테이시 홀스 지음, 최효은 옮김 / 그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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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조차도 연인에 의한 혹은 친구나 가족에 의한 가스라이팅은 빈번하게 이뤄졌지만 사회적 분위기상 혹은 본인 스스로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이 못나서 누군가가 늘 보호하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정보를 얻고 이런저런 사례를 접하고서야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가스라이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모 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를 보살피는 일을 하는 루비 메이는 고용주의 사정상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되고 새로운 집으로 가게 된다.

사실 그전 고용주가 미국으로 가게 되면서 루비에게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같이 갈 것을 청했지만 루비에게는 함께 갈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그래서 요크셔로 가 잉글랜드 가족과 함께 하게 되지만 이곳은 여느 가정과 달리 모든 것이 안주인이 아닌 잉글랜드씨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다.

심지어 안주인이 나서야 할 문제까지 잉글랜드씨가 해결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아이들을 제대로 봐주는 법도 없이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는 그녀를 보면서 루비는 그녀가 궁금해진다.

이토록 많은 걸 가졌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친절한 남편까지 있는 그녀가 왜 그토록 무기력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한 것도 잠시 자신의 월급을 대부분 가족에게 보태고 있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되면서 잉글랜드 부인에 대한 질투도 생긴다.

게다가 친절하고 쾌활한 잉글랜드씨와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생기면서 이런 마음은 더욱 커지는데...

심리 스릴러답게 뚜렷한 무슨 사건 사고가 생기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이 집안을 둘러싼 묘한 분위기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감이 차곡차곡 쌓이며 마침내 불씨가 되기까지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있을 뿐...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가족이지만 그 가족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순간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루비 또한 이제까지 자신의 선택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새 은밀하면서도 오랫동안 누군가에 의해 가스라이팅 당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밀도 있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잉글랜드 부인

곳곳에 숨겨둔 폭력의 증거가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기존의 심리 스릴러보다 다소 심심한 듯하지만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였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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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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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책을 제법 읽었다는 나에게 가독성이나 재미 면을 차치하고 더 이상 분위기나 접근법이 새롭거나 신선한 작품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생각지도 못한 느낌을 줬다.

표제작인 운전석의 여자를 포함 11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이 작품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특히 운전석의 여자는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헷갈렸을 정도...

특히 주인공 로제의 심리는 종잡을 수가 없어 더 헷갈렸다.

원치 않는 휴가를 가게 된 여자는 집 밖을 나서면서부터 이상한 행동을 한다.

남들이 놀라서 쳐다볼 만큼 튀는 색상의 옷을 입고 엉뚱한 데서 갑작스럽게 큰소리로 웃는가 하면 사람들에게 다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특유의 행동은 스릴러 독자로서의 관점으로 보면 누군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한 행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뚜렷한 범죄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술을 마시고 남자들과 어울리는 등... 점점 더 위태로운 행동도 서슴지 않는 여자를 보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보통의 스릴러 작품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하는 건 물론이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여자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원하는 게 뭘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이에 비해 다른 작품의 난이도는 좀 더 나은 편이었다.

특히 아버지의 딸들은 제목에서부터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의 위치를 알려주는 듯하다.

아버지와 딸들이 아닌 아버지의 소유물처럼 느껴지게 하는 제목처럼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외에 비밀을 가지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인 선글라스의 여인도 흥미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녀가 간직한 비밀이라는 게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비밀이 아니었다는 것도 그렇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긴장감이 마지막에 가서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맺는 것도 그렇고 어느 작품 하나 평범한 작품이 없다.

어려운 단어나 문장이 아님에도 술술 읽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냐고 하면 묘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가벼운듯한 문장 속에 담긴 내용은 묵직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딘가 시니컬하면서도 냉소적인데 이런 부분이 작품을 매력 있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색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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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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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에 첫 번째나 몇 번째 혹은 마지막이라는 게 붙으면 그 이전이나 그 이후에 어떤 일이나 무슨 단서가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처럼 마지막 거짓말이라면 그 이전에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그 거짓말의 내용이 궁금해지고 과연 마지막 거짓말은 또 어떤 걸 노렸는지 그 의도를 밝혀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찾게 된다.

거짓말을 하는 데 있어서 아이 어른 가릴 수 없지만 뭔가 이득을 노려서 하는 거짓말이 많은 어른들의 거짓말과 달리 아이들의 거짓말은 그 속성이 조금 다르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라기 보다 대부분 어른들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혹은 자신의 뭔가를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많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에마 역시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

15년 전 여름캠프에서 벌어진 세 소녀 실종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주요 목격자이자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자다 깨어나 보니 자신과 함께 오두막을 썼던 언니들이 깜쪽같이 사라져버렸고 그때의 충격으로 트라우마를 겪으며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다는 건 십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에마의 죄책감은 그 이외 또 다른 뭔가 비밀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 실종 사건 이후 오랜 시간 문을 닫았던 나이팅게일 캠프가 15년 만에 재개장한다.

그리고 그 캠프의 주인인 해리스 화이트 가문에서 에마에게 초청을 했고 그녀가 이를 수락하면서 또다시 그곳에 발을 내딛지만 누군가는 그녀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듯 그녀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연일 발생한다.

게다가 그녀를 환영하는 것처럼 보였던 해리스 가문 사람들조차 그녀에게 의혹을 시선을 보내지만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괴로워하던 중 이번에도 15년 전과 똑같이 캠프 오두막의 소녀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에마와 함께 묵었던 소녀들이...

모두의 의혹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15년 전에 발생한 소녀들의 실종사건과 지금 이곳에서 벌어진 소녀들의 실종사건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두 사건 모두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자 유력한 용의자로 부상한 에마는 자신의 말처럼 두 사건과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걸까?

심리 스릴러답게 초반의 진행은 느린 듯 여유롭지만 조금씩 단서가 나오면서 불협화음이 생기고 마침내 모든 것이 모여 폭발하듯 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며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과연 에마가 이전에 한 거짓말은 뭐였을까?

그리고 마지막 거짓말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전체적으로 강약의 조절이 적절하게 배분되어서 지루할 틈이 없이 읽었고 뒤로 갈수록 긴장감 넘치는 순간의 묘사가 탁월했다.

여기에 스릴러 독자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반전까지...

가독성 좋고 십 대 소녀들의 심리... 또래보다 더 눈에 띄고 싶어하고 주목받고 싶어하는 경쟁심이나 질투까지 제대로 묘사해 완성도를 높였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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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에를렌뒤르 형사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이기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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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라는 우리에게 낯선 나라에서 온 이 형사 시리즈는 기존의 스릴러나 형사물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뭔가 다른 것에 영혼을 뺏긴 듯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고 산만한듯한데 결정적인 순간에 이제까지 자신이 봤고 들었던 모든 걸 조합해 단숨에 마치 스위치가 딸깍하고 켜진 듯 범행의 전 모를 밝혀내는 데 이게 또 억지스러운 부분이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하나 없이 자연스럽다.

마치 진짜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물론 요즘의 최첨단 기기를 이용한 디지털 방식에 익숙한 형사가 아니라 발로 뛰고 주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아날로그 방식의 형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 목소리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불과 며칠 앞두고 여행객으로 가득 찬 호텔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피살자는 호텔에서 도어맨으로 일한 지 수십 년이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조차 없었기에 그런 그를 누가 살해했는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깊은 원한이나 원망이 없는 마치 무해한 사람 같은 도어맨을 죽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걸 알기 위해선 우선 그가 근무하는 호텔 내에서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찾거나 죽기 직전 그와 같이 있었던 사람을 수소문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

단지 피살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가 어린 시절 아름다운 목소리로 유명했으며 음반까지 녹음한 전력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 그 호텔 안에서는 희귀 음반 그중에서도 특히 소년 성가대의 음반만 수집하는 사람이 투숙 중이었다는 무시하기 힘든 절묘한 우연이 겹친다는 걸 깨달으면서 사건은 단숨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

어린이 스타로 반짝이던 그가 왜 이렇게 초라한 곳에서 슬픈 최후를 맞게 된 걸까?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가운데 중간중간 형사 에들렌두르의 개인적인 불행한 이야기가 섞여있다.

형사 에들렌두르는 결혼생활이 이혼으로 끝난지 오래지만 자식들마저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한 채 딸아이는 마약에 중독된 채 거리의 여자가 되었고 아들마저 알코올중독에 빠져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가족이 있지만 홀로 수십 년을 호텔의 지하방 한편에 가두듯이 살아가던 피해자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스릴러로서도 흥미롭지만 가슴에 큰 슬픔을 지닌 채 무기력하게 보이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진 에들렌두르가 과연 가족과의 화해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형사 에들렌두르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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