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어링의 침공 티어링 3부작
에리카 조핸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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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티어링의 여왕이 된 켈시

선적을 막은 대가는 티어 국민들에겐 여왕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가져오지만 귀족들에겐 반감을 사는 이유가 되었고 붉은 여왕의 군대 몰트군과의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서 켈시는 위기에 빠진다.

문제는 너무나 오랫동안 붉은 여왕으로부터 착취를 당한 탓에 물자도 부족하고 군대 또한 변변치않다는 것이다.

이런 군대를 이끌고 수십만이 몰려온 몰트군과의 전면전을 치러야만 하는 티어링의 국민들

당연하게도 내부에서부터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간 켈시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대안은 없다.

그저 여태껏 그래왔던 대로 붉은 여왕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굴욕적인 항복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신하들과 귀족들은 켈시를 압박하지만 켈시는 자신의 국민들이 짐승처럼 노예로 끌려가 가족끼리 생이별을 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생각해 전쟁을 불사한다.

그런 그녀에게 은밀히 접근해오는 잘생긴 미남 로 핀은 그녀에게 붉은 여왕을 물리칠 수 있는 그녀의 약점을 가지고 비밀스러운 제안을 하지만 페치는 그 남자완 어떤 거래를 해서도 말을 들어서도 안된다고 경고한다.

로 핀이 알고 있는 붉은 여왕의 비밀은 뭘까?

한편 두 개의 사파이어 목걸이를 걸면서부터 켈시에게는 이상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던 그녀의 외모가 점점 전 여왕이자 켈시의 엄마처럼 윤곽이 뚜렷해지고 아름다워진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원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던 한 여자 릴리의 모습이 자꾸만 보이다 점점 그녀와 동화되어 가는 것

그녀 릴리가 사는 세상은 크로싱이전으로 이곳에선 여자의 삶은 모든 것이 남편과 남자들에 의해 종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폭력에 시달려도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는 모든 자유가 박탈된 곳

게다가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도청당하는 그런 세상이었고 당연하게도 이런 체제 아래서 자유를 꿈꾸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나타난다.

그런 곳에서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에 노출된 삶을 살아가면서 아무런 삶의 의지도 남아있지 않던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분리주의자 윌리엄 티어와의 만남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뀌는 계기가 된다.

그런 그녀의 변화를 모두 직접 본 켈시는 릴리와 크로싱 사건 그리고 지금의 신세계와의 연관관계를 알게 된다.

그리고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만 적진으로 걸어들어간 켈시는 드디어 그토록 모든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붉은 여왕을 만나 담판을 지으면서 앞으로 그녀 앞에 어떤 고행이 기다릴지 궁금해진다.

처음 아무것도 몰랐던 소녀에서 점차 티어 국민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스스로를 던질 수 있는 진정한 여왕으로 성장한 켈시

그녀의 외모가 왜 변했는지도 궁금하고 진실을 아는 사람 모두가 밝히길 꺼려 하는 그녀의 아빠가 누구인지 릴리와 켈시는 서로 어떻게 연관이 되어있는 건지 모든 것이 궁금한 가운데 드디어 3부작의 마지막만 남았다.

티어 라는 신세계에서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귀족들과 종교의 힘으로 권력을 손에 쥐고 흔들려는 부패한 교황 세력 그리고 가장 강력한 적인 붉은 여왕과의 전쟁에서 켈시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살아남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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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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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왕국의 여왕에게는 하트가 없다.

여왕은 어떻게 해서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하트, 즉 심장이 없는 걸까?

처음부터 없었던 건지 아니면 어떤 이유로 있던 심장이 없어지게 된 건지 그 사연을 더듬어 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하트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냉담하고 거침없이 사람을 죽이라 명하던 하트 여왕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앨리스의 프리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핑거튼 후작의 외동딸인 캐서린은 여느 귀족과는 조금 다르다.

부모의 뜻대로 정해진 짝을 만나 결혼을 해서 평탄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디저트와 빵을 가지고 베이커리 가게를 열어 하트 왕국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만든 케이크와 타르트를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오랫동안 꿈꿔왔던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지만 그런 캐서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부모와의 차가 커서 넘어야 할 벽이 높기만 하다.

이런 케스에게 불행하게도 하트 왕국의 왕이 그녀에게 반하여 구혼을 시작한다.

그녀가 만든 케이크며 타르트 등등의 맛도 맛이지만 그녀의 외모도 한몫하는데 그녀는 왕의 구애가 절대적으로 싫을 뿐 아니라 여왕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게다가 그녀가 한눈에 반해버린 남자는 왕이 거느린 궁의 어릿광대인 조커 제스트

엇갈린 운명은 캐스와 제스트 그리고 왕 모두에게 불행의 시작이기도 하다.

왕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구애를 하려던 찰나 그 자릴 피하려다 만난 제스트는 유머가 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자에서 끊임없이 신기한 물건을 꺼내놓는 신기한 마법을 가진 미스터리한 잘생긴 청년일 뿐 아니라 전날 밤 그녀의 꿈속에 나왔던 남자라는 것도 캐스가 사랑에 빠지는 데 한몫을 한다.

당연하게도 캐스의 부모는 왕의 구혼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지만 캐스는 베이커리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그 상금으로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의 가게를 열고 독립할 것을 결심하면서 가장 좋은 재료를 찾다 손에 쥐게 된 호박 한 덩이는 가장 맛있는 호박 파이가 됨과 동시에 왕국을 공포와 혼란 속으로 빠지게 하는 괴물 재버워크를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디저트 가게를 열어 사람들에게 맛있는 디저트를 맛 보이고 싶었던 캐서린의 단순했지만 순수했던 꿈은 여지없이 망가지고 마치 파멸이 예정된 수순대로 그녀의 앞길은 진흙처럼 구르고 굴러 원래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그런 운명에 맞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평온하고 조용했던 하트 왕국에서 가차 없이 사람들을 처벌하고 냉담하게 목을 자르라 명령하는 냉혹한 하트의 여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동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해석하거나 재탄생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마리사 마이어의 작품답게 하트리스 또한 적절한 판타지와 공포 그리고 엇갈린 운명을 섞어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는데 원작 격인 앨리스 시리즈에 나오는 인물들을 곳곳에 배치 시켜놓아 그걸 찾아 비교하는 재미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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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불꽃
사바 타히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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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누군가가 집안으로 들어와 자신이 보는 앞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죽임을 당하고 오빠마저 그들 손에 끌려가는 것을 봐야만 했던 소녀 라이아는 자신의 오빠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저항군뿐이라 생각해 그들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했던 저항군은 그녀에게 조건을 걸어 오빠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적의 심장부로 가야만 한다.

그곳은 어릴 때부터 선택되어 수많은 훈련으로 감정까지 말살해 제국의 충성스러운 조직 마스크를 키우는 곳인 블랙 클리프이고 그곳에서 가장 잔인하며 인간적인 감정 따윈 남아있지 않은 총사령관의 노예가 되어 고된 매질을 견디며 저항군이 원했던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와 그녀의 동족인 스칼라는 마셜이 지배하는 제국에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고 그런 그들에게 제국 군과 마스크는 원수이자 가장 강력한 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스크로 키워진 일라이어스는 자신이 가진 지위와 힘을 원하지 않는다.

그가 블랙 클리프를 탈영하기로 결심한 날 그의 앞으로 찾아온 복점관의 예언은 그의 계획을 다 바뀌게 하고 원하지 않지만 다음 황제의 지위를 놓고 동기생이자 친구들과 경합을 벌여야만 하면서 그가 가진 꿈과 이상 등 모든 것이 변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황제가 되기 위한 트라이얼 경합은 같이 자라고 공부했던 친구도 죽여야 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적과 마주해야 하며 심지어 인간으로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 황제의 자격을 심사한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행해야 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비인간적인 경합이었다.

이에 반기를 드는 일라이어스는 그럼으로써 자신이 믿었던 가치와 마스크로서의 모든 자격을 잃은 걸로도 모자라 가장 친한 친구라 여겼던 멀린마저 잃어버리지만 그토록 원했던 육체와 정신의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가족이 죽는 순간에도 겁이 나 도망을 쳐야 했던 자신을 계속 탓했던 겁 많던 소녀 라이아는 오빠를 구하기 위해 저항군이 내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내면 깊은 곳의 용기를 발견하게 되고 일라이어스는 자신의 선택으로 동료이자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탓하며 모든 걸 내려놓으면서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이렇듯 두 사람은 모든 걸 잃거나 버린 후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만날 수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만 처음 맞는 생소한 감정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일라이어스의 어머니이자 그를 가장 미워하는 총사령관은 겉으로는 제국의 황제를 위해 충성을 맹세한 듯 보이지만 누구도 모르는 자와 비밀스러운 접촉을 하고 뭔가 책략을 꾸미는듯한 데다 그녀의 속셈이 뭔지 좀체 드러나지 않고

또 어릴 적부터 일라이어스랑 같이 자라 블랙 클리프 생도 중 유일한 여자였던 헐린 역시 일라이어스를 마음에 담으면서 라이아에게 끌리는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는데 강렬한 질투의 감정이 앞으로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일라이어스가 예언대로 될지 라이아는 오빠를 구할 수 있을지... 총사령관의 음모는 과연 뭘지 모든 것이 궁금한 채로 끝맺음을 맺었다.

내용이 방대하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편이 끝이 아니었다. ᅲᅲ

다음 편을 기다려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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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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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탁월한 작품으로 등장했던 오쓰이치

그가 쓴 작품은 잔혹한데도 묘하게 아름답고 어딘지 몽환적이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참으로 절묘해서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집은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된 단편들이고 각각의 이야기가 닮은 듯 전혀 닮아있지 않지만 알고 보면 오쓰이치가 다른 필명으로 작품을 낸 단편들로 엮은 작품집이라는 걸 알면 역시 그의 천재성에 놀랄 수밖에 없다.

7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은 오쓰이치의 초기 작품이 생각나는 염소자리 친구이다.

바람길이 통하는 집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집에는 온갖 것들이 바람에 휩쓸려와서 마치 거름장치처럼 잡동사니들이 모여드는데 거기엔 생각지도 못하는 강아지도 있었고 무엇보다 특이한 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미래의 어떤 시기의 물건들이 날아오기도 한다는 것

여기서부터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묘하게 뒤섞이는 오쓰이치다운 소재의 특성이 드러나는데 그 바람길의 집에 사는 한 소년이 미래에 있을 한 살인 사건에 대해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게 염소자리 친구이다.

반에서 폭력으로 모두 위에 군림하던 아이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하필이면 그날 그 아이를 살해한듯한 피 묻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던 또 다른 친구를 우연히 만나면서 주인공은 뜻하지 않게 사건에 깊숙이 휘말리게 된다.

여기에는 늘 죽은 친구의 말도 안 되는 폭력에 시달리던 반 친구를 외면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데서 안도했던 자신의 비겁함을 더 이상 모른척할 수 없었던 주인공의 깊은 후회가 결국에는 그 아이의 도피에 동행하게 하는데 그 친구와의 동행으로 사건의 진실을 깨닫게 되지만 선의로 한 그런 자신의 행동이 또 다른 비극을 가져오면서 오쓰이치다운 결말을 맞고 있다.선의로 한 행동이라해도 선한 끝을 보는 건 아니라는...

또 다른 섬뜩한 이야기로는 어느 인쇄물의 행방이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 익숙한 소재가 된 3D프린터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뉴스를 통해서 3D프린터로 인간의 장기를 프린트해서 대체물로 쓰이고 있고 앞으로 그 분야에서 점점 더 발전할 거라는 긍정적인 소식만 듣다 이런 걸 이용해서 사람도 만들 수 있다는 작가의 상상력은 섬뜩하리만치 현실적으로 다가와 공포감을 주고 있다.

잦은 자연재해로 늘 불안에 시달리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트랜스시버는 가족을 잃고 방황하는 남자의 애절함이 잘 드러나있어 안타깝게 느껴졌다.

죽은 아들의 목소릴 듣고 싶어 늘 술에 취해 무전기를 하는 남자... 그리고 그 무전기를 통해 죽을 때의 나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들의 엉뚱한 단어를 들으면서 매일매일을 보내는 남자가 마침내 아들을 보내고 새로운 가정을 가지며 슬픔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단편집의 제목인 메리 수를 죽이고는 소심하고 외모에 자신이 없어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던 소녀가 자신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애니메이션이나 노블에 빠져 살다 너무 심취하고 좋아한 나머지 그 이야기의 뒤를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2차 소설까지 집필하면서 변화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어느 날 문득 아버지의 유품인 잉크병을 보고 펜을 사용하다 일기장을 사서 기록하게 되고 일기장을 진열하기 위해 북엔드를 사다 결국엔 책장 가득 책을 꽂으면서 책을 읽게 되는 과정을 그린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랑 두 작품은 어떤 하나의 계기로 점점 더 달라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닮아 있다.

이렇게 전혀 잔혹하거나 그로테스크함이 없는 오쓰이치답지 않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잔혹한 현실을 잔혹하지만은 않게 그린 그 다운 작품도 있는데 어느 것이 좋으냐 하면 딱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작품이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의 매력을 잘 살린 작품집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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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정시
리훙웨이 지음, 한수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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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떻게 안 죽을 수 있나?라는 인류 이후 누구나 꿈꿔왔지만 이뤄질 수 없었던 영생, 불멸의 꿈을 이루고자 한 이가 또 한 사람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왕이라 불렀으며 그는 나라를 가지진 않았으나 나라를 가졌을 뿐 아니라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사람들 개개인의 의식을 모아서 단체로 교제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앱을 통해 엄청난 인기와 부를 구축해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제국을 만들어냈다.
무에서 유의 창조는 많은 사람들을 그의 의견에 동조하게 만들었으며 결국에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에다 의식 결정체를 이식해 언제 어디서 건 원하는 누구와도 연결할 수 있는 세상을 창조해냈다.
이는 반대로 누구라도 원하면 나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를 열었던 왕이 누군가의 죽음과 깊은 연관관계가 있다.
그 사람은 205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로 결정된 위원왕후였으며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은 충분히 누군가의 의심을 불러올만했다.
더군다나 위원왕후는 죽기 직전 친구라 할 수 있는 리푸레이에게 `이렇게 단절한다. 잘 지내길`이라는 이상한 글을 메일로 보내왔고 그 메일을 받은 리푸레이가 그의 죽음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왕후의 유품에서 그가 남긴 글과 같은 글귀가 쓰인 종이를 발견하지만 그 글이 쓰인 건 2029년도였고 이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위원왕후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걸까?
위원왕후의 과거를 조사하다 왕과 그가 한때 잡지를 창간하는 데 힘을 모았을 뿐 아니라 마음이 잘 맞는 영혼의 파트너와 같은 관계였음을 알게 되면서 더욱 그의 죽음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리푸레이는 왕이 이제껏 걸어온 길과 추구해왔던 것을 조사하다 마침내 왕의 궁극적인 목적을 밝혀낸다.
영원히 죽지 않고 살수 있는 길
그렇다. 왕은 인간의 영생을 원하고 그걸 위해 많은 연구를 해왔으며 위원왕후의 죽음도 이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왕은 어떻게 인간의 영생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에게 영생이란 결국 인간 개개인을 나누는 분별을 없애 너와 나라는 구별이 없으면 인류라는 개체에게 생과 사는 의미가 없어지고 이는 곧 영원함을 나타내므로 영생할 수 있다는 심오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이를 위해선 사람들 사이에서 분별을 없애야 하는데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문자의 소멸이라는 방식이었다.
모든 문자를 소멸하는 건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문자를 없애고 특정한 단어의 반복 사용으로 문자에 제한을 둠으로써 결국에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문자만 사용하게 되면 이는 모든 인류의 동일화에 도움이 되고 이는 인간의 불멸에 필수적이다.
그런 그와 시를 쓰고 글을 쓰는 리원왕후의 대립은 어쩌면 당연하고 왕후의 결정은 왕의 오만한 행동에 대한 반발의 결과일수도 있음을 밝혀내는 리플레이
이제 이 모든 수수께끼를 푼 리푸레이에게 왕은 최후의 선택을 요구한다.
인간의 불멸이라는 것의 의미를 이런 식으로 풀 수 있음을 사람들 대부분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불멸이란 당연히 육체의 불멸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정신 혹은 의식의 불멸이라는 다른 시각으로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는 왕과 서정시는 솔직히 읽기에 녹록지 않은 작품이다.
내용도 심오하지만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한자어, 그리고 철학적인 내용들은 장벽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런 걸 넘으면 마치 매트릭스가 보여준 미래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흥미롭다.
누군가에 의해서 조정될 수도 있는 의식,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선한 의미라고 하지만 원하는 바를 위해서 한 방향으로 조정하고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이를 받아들일 뿐 만 아니라 문제의식조차 갖지 못하는 세상은 살기엔 편리할지 몰라도 인간이 가지고 고유의 개성과 다름에서 오는 다양성은 사라진다. 이런 걸 보면 지금 현재의 모습과 큰 괴리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느새 누군가의 의도로 대중의 의견이 방향성을 잃어버리거나 무작정 한 방향으로 끌려가는 걸 느꼈을 때가 많은데 이런 세상이 바로 왕과 같은 사람이 원했던 세상이랑 뭐가 다른가
왕이 자신의 후계자는 비록 인류의 영생이라는 목표를 위해 문자를 소멸하지만 인간 개개인의 감정이 아닌 인류의 깊이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감화시킬 수 있는 서정을 이해하는 사람... 즉, 그런 문자와 문학을 없애기 위해서 문학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일견 설득력이 있어 더 무섭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왕과 서정시는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조금은 두려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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