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이상한 책방 작고 이상한 로맨스 시리즈 2
베스 굿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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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이상한 시리즈 그 2번째 이야기

이번엔 유명한 여배우가 일반인과 사랑하는 이야기인데 줄거리만 봐서는 그 유명한 영화 노팅힐이 연상된다.

마침 남자 주인공인 닉 올드가 책방을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비슷한 건 여기까지

두 사람의 사랑은 애틋하거나 로맨틱하기보다는 좀 더 격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면이 강하고 다소 충동적인 부분도 있다.

일단 두 사람은 이곳 콘월에서 나고 자라 어릴 적부터 잘 아는 사이인데다 서로에게 첫사랑이자 잊지 못할 사람이라는 점도 그렇고 그렇게 사랑했던 두 사람이 한순간의 성질을 참지 못한 결과 서로를 그리워하며 미워하다 보낸 세월이 장장 10년이다.

10년 만에 해후한 두 사람은 다시 마주친 순간부터 불꽃이 튀고 원망하는 마음과는 별도로 강력한 끌림을 느끼는데 두 사람에게는 장애물이 있었다.

바로 닉이 기혼남이라는 것

게다가 곧 10대에 접어들 딸아이를 둔 남편이기도 하다는 점인데 두 사람 중 특히 닉은 자신이 기혼 상태라는 걸 전혀 꺼려 하지 않고 그녀 데이지 다이아몬드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선다.

물론 여기에는 닉 나름의 사정이란 게 있는데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두 사람이 이혼을 조정하기 위해 별거 중이라지만 우리의 정서에는 이런 관계가 건강하게 보이지 않아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콘월에서는 닉의 결혼생활에 대해 알고 있어서인지 둘의 만남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아니 몇몇은 당연하다고 여길 정도로 두 사람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공인된 커플이었고 이 두 사람이 맺어지는 것에 정당함을 부여하기 위해서 닉의 배우자인 한나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두 사람의 틈을 이용해 가로채기 하듯 닉을 빼앗았지만 그렇다고 닉을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닐뿐 아니라 자신의 불륜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그와의 결혼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성격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극도의 히스테릭함을 보이는 한나

그래서 그런 한나를 참고 있는 닉에게 동정심이 들 정도였다.

데이지 또한 지금은 런던에서 잘나가는 배우고 성공한 상태지만 어릴 적 너무나 사랑했던 닉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 항상 마음 한쪽이 텅 빈듯한 외로움에 시달렸기에 그와 해후한 후 그를 멀리하기가 쉽지 않다.

서로에게 유일한 사랑이었던 두 사람이 마침내 서로 함께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아주 작은 책방은 역시 이 시리즈의 특성 때문인지 중간 과정이 많이 생략된 기분이다.

짧은 인트로 후 바로 본론 그리고 에피소드로 되어있는 플루트는 웬만한 장편 로맨스 소설에 비유하면 짧은 에피소드 몇 편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기엔 너무 짧은 페이지... 그래서 로맨스 소설의 특기인 달콤한 설렘을 맛보기엔 늘 아쉬움이 남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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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크로스파이어 세트(총 6권)
지은이 실비아 데이 옮긴이 이주혜 / 21세기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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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한참 이런 유의 책이 유행할 때 사놓고 잊어버린 책이었는데 주말에 모처럼 마음먹고 읽기 시작했고

짜증과 분노를 넘어 오기까지 부려가며 읽었는데 다 읽고 보니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도대체 이 끝날 줄 모르는 이야기는 몇 편까지 끌고 갈 작정인 거지?

하는 오로지 그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보니 이후에 나온 책이 없다.

원래 아직 출간 전인 건지 아니면 국내에서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아 출간을 미룬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말은 모른다는 이야기

그래도 이전까지의 내용을 모아 유추해보면 대충은 알만하다.

대학 졸업 후 직장 때문에 뉴욕으로 온 에바는 우연히 같은 빌딩 엘리베이터에서 첫눈에 보자마자 5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성적으로 끌리는 남자를 발견하고 마치 사로잡힌 듯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그리고 운명적이게도 그 남자 역시 에바에게 뭔가 느낀 듯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그녀에게 잠자리를 제안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당연하지만 에바는 이런 제안을 거절하고 그때부터 그 남자의 적극적인 공세가 시작되는데 알고 보니 이 남자가 세계 25대 갑부이자 젊고 섹시한 독신남인 기데온 크로스가 아닌가... 이런 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터무니없는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자신이 가진 성적 매력과 부를 이용해 에바에게 마음껏 대시하고 그런 그를 피하기 힘든 에바가 마침내 정사를 치르는 데 그 장소가 범상치 않다.

달리는 리무진 차 안에서 자신은 그 사람과 마음이 통하지 않는 관계는 원치 않는다고 말한 바와 다르게 그에게 적극적으로 유혹해 원하는 바를 얻게 되는 에바

둘이서 엄청난 기쁨을 맛본 것도 잠시, 관계가 끝난 후의 기데온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냉담하게 그녀를 대하고 이에 상처를 입은 에바는 그를 피하게 된다.

이후부터 둘이서 늘 사소한 일로 싸우고는 몸으로 그 화해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늘 감정적이었던 에바는 크로스에게 흠뻑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어하는 반면 크로스는 그녀의 모든 걸 통제하기 시작할 뿐 아니라 엄청난 질투심을 발휘해 그녀 주변의 모든 남자를 적대시한다.

크로스가 하는 걸 보면 그 역시 에바에게 빠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많은 걸 그녀에게 보여주지 않고 비밀스레 감추기만 하면서 둘 사이의 균열을 만든다.

알고 보면 두 사람 다 어릴 적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성적인 폭행을 당한 전력이 있었고 이 상처가 비밀이 되고 그 사람의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발휘, 둘 다 마치 섹스 중독 같은 삶을 살고 있는듯한데 문제는 두 사람이 벌이는 행각이 시간도 장소도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 그야말로 자신이 원하면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그걸 6권에다 쏟아내고 있는데 나중에는 읽다 지칠 정도로 별 내용도 없이 한 사람은 뭔가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한다는 핑계로 비밀스러운 행동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남자의 마음이 변한 건지 고민하고 우울해하다 만나면 몸으로 푸는 패턴의 반복이 지겹게 느껴졌다.

사건이나 스토리 중심이 아닌 그야말로 씬 중심... 두 사람 주변에서 사건은 벌어지는 데 그 사건에 대한 묘사는 없고 그저 누군가의 입을 통해 사건의 진행 상황이나 진상을 밝히는 식이라 몰입감도 떨어지고 캐릭터들 역시 입체적이지 않아 매력을 느낄 수가 없다.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과도하게 섹스를 즐기거나 누군가를 걱정하는 걸 넘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정상적인 범주가 아니라는 걸 제외하고라도...

사랑과 집착 그리고 고민을 모두 몸을 섞으면서 해결하는 두 사람은 왠지 사랑하는 연인이라기 보다 그냥 집착에 가까운 사이로 보여 달콤한 로맨스가 아닌 정사씬이 난무하는 에로 소설로 느껴졌다.

6권이나 되는 내용 중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 사람의 정사씬은 더 이상 설레지도 않고 아름답게 느껴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지겨움에 몸서리친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

뒤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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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이상한 비치숍 작고 이상한 로맨스 시리즈 1
베스 굿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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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마존 킨들 `올스타` 우승 작가의 중독성 강한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라는 소개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관심을 가진 책인데 일단 얇고 가볍다.

그리고 내용 역시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은... 어쩌면 처음 로맨스 소설을 읽는 사람이 원하는 걸 갖춘 작품인지도 모르겠지만 국내 로맨스 소설을 좀 읽었다 싶은 사람에게는 다소 밍밍하고 싱거운 맛으로 느껴질듯하다.

갑작스러운 언니의 죽음으로 10대의 조카를 맡게 된 애니

언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조카를 잘 돌보고 싶어 하지만 어린 조카는 여전히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 중이다.

그런 조카를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었던 애니는 환경을 바꿔보기 위해 런던을 떠나 절친이 있는 바닷가 콘월로 향하지만 도착하면서부터 순탄치 않다.

그녀의 차를 막아서는 양들부터 그녀가 운전하는 차의 뒤를 따라오는 남자와 괜한 신경전을 벌이는 일까지...

바쁘고 빠르게 움직이는 런던과 달리 이곳 콘월은 모든 것이 느긋하고 여유로울 뿐 아니라 작은 동네여서인지 서로의 사생활이란 게 없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신경을 묘하게 긁어대는 옆집 비치 숍의 남자 가브리엘은 짜증스럽고 다소 불퉁한 태도를 보이지만 섹시하고 매력적인 그에게 끌리는 걸 느낀다.

싸우고 미워하다 어느새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의 전개가 뻔히 보이지만 책의 두께가 얇아서인지 두 사람의 갈등이 심각해진다거나 복잡해지지 않고 두 사람의 애정을 불타오르게 할 촉매제인 연적의 등장이 없다는 점이나 오해와 갈등으로 인한 감정의 소모가 없다는 점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오로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만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면 남주가 재벌이거나 기업의 경영주와 같이 부자인 경우가 많은데 비록 자신의 가게지만 보통의 평범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물론 그 남자가 엄청 섹시하다는 여주의 감탄은 있었지만...ㅎㅎ

이런 이유들로 로맨스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좋을듯하다.

나 같은 경우는 오히려 그런 점이 아쉽고 싱겁게 느껴지는데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가 많이 없어 등장인물이 너무 입체적이지 못하고 단조로워 캐릭터의 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남자 주인공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기엔 지면이 좀 부족한듯하다.

아마도 페이지의 제약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두 사람의 감정 표현이 좀 더 풍부하고 에피소드가 좀 더 다양하게 보여줬으면 좀 더 맛있는 로맨스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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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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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 여자

하지만 말 붙일새도 없이 스치듯 지나쳤고 그 남자를 잊지 못해 오랫동안 찾아 헤맸지만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의 연인으로 만나게 된다.

친구의 연인을 사랑한다니... 이렇게 만 보면 마치 무슨 삼류 연애소설 같기도 하고 막장 드라마 같기도 하지만 그런 뻔하고 통속적인 소재를 자극적이거나 사랑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모든 걸 사랑 때문이라는 식으로 풀어가지 않는다.

일단 가장 친한 친구인 세라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매력적일 뿐 아니라 누구라도 친구로 두고 싶을 정도로 예쁜데도 잘난척하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도 적극적인 밝고 쾌활한 타입이다.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친구를 위해서 자신의 즐거움도 포기할 줄 아는 의리녀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미워할수도 없는 캐릭터...그런 세라가 없는 생활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데 그런 친구에게 내가 그토록 찾던 사람이 네 애인이라는 말을 어찌할 수 있을까

로리가 침묵과 외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한다.

잭 역시 그 정류장에서의 잠깐의 마주침에서 어떤 힘을 느꼈지만 떠나는 버스를 뒤쫓기엔 너무 늦은 걸 오래 후회하던 차에 새롭게 사귄 세라의 절친이 바로 그녀임을 알았다.

세라도 로리도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선 그날을 절대로 아는 척하거나 입에 올릴 수 없기에 모른 척 외면하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세라와 만나는 동안에도 로리가 떠오르는 걸 막을 수 없어 힘들다.

이렇게 두 사람은 절친에게 연인에게 그리고 서로에게도 비밀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서로 아는 척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몇 년을 함께 보낸다.

주인공인 연인이 서로 맺어질 수 있도록 흔히 쓰는 수법 즉 그 친구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바람을 피운다거나 혹은 주인공 중 한 사람에게 중대한 일이 생겨 고통받는 걸 위로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식으로의 뻔한 전개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로리는 친구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샘 역시 연애하는 동안 끝까지 세라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여줘 주변을 배려하는 성숙한 남녀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모습도 그 사람과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묵묵히 지켜보고 상대방의 행복을 기원하는 인내의 시간이 있었기에 결국 두 사람이 맺어지는 걸 세라도 큰 상처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고 독자에게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서로 첫눈에 반했지만 10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된 로리와 샘

친구의 연인을 마음에 두고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로리의 심경과 이미 세라와 연애를 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외면한 탓에 두고두고 방황하는 샘의 심리도 제대로 잘 표현해 공감이 많이 갔다.

반했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채 오로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고자 하는 게 아닌 그들이 왜 맺어질 수밖에 없는지를 긴 과정을 통해 이해시키고 있다.

다소 뻔할 수 있는 소재로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12월의 어느 날은 설렘 가득하고 풋풋하지만 서툰 어린 사랑이 아니라 인내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도 아는 어른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긴 여정의 끝에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아름다워 더욱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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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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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살 방을 구하러 다니는 여자 티피

그리고 그런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그녀의 친구들

티피가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집주인이자 남자친구인 저스틴이 새로운 여자친구와 나타나 방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고 그런 이유로 한시라도 급히 방이 필요한데 런던의 물가는 살인적이라 그녀가 가진 예산으로는 옳은 방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녀는 지금 사랑도 잃고 살 곳도 없는 막막한 처지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누군가의 방을 셰어하기로 하지만 이번엔 더 불리한 조건이다.

방을 나눠쓰는 정도가 아니라 한 침대를 같이 써야 하지만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이 정도가 최선... 같은 침대를 쓸 사람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기만을 바란다.

여자친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침실을 나눠쓰기로 한 남자 리언의 사정은 이렇다.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로 주로 야간 업무를 하고 있지만 그가 자신의 침대를 낯선 사람과 나눠써야 할 정도로 돈이 급한 건 동생 리치 때문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동생을 위해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고 목돈이 나올 데라곤 자신이 기거하는 방을 빌려주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비록 여자친구가 반대하고 누가 봐도 다른 여자랑 같은 침대를 써야 하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이렇게 각자가 절실한 경제적인 이유로 한 침대를 나눠쓰게 된 남녀

특별한 걸 공유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질 것 같지만 그렇게 쉽게 가면 밋밋해질 수 있기에 핸디캡을 둔다.

두 사람은 절대로 만나서는 안된다는 게 이 셰어하우스의 계약조건이라는 게 첫 번째 핸디캡이라면 리언에겐 연인이 그리고 티피에겐 지금은 헤어졌지만 언제 다시 합칠지 모르는 전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이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걸 막는 두 번째 핸디캡이다.

게다가 9시 출근해 6시에 집에 오는 평범한 직장인인 티피와 밤에 근무해 아침에 티피가 이미 출근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리언은 시간상으로도 만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

그런데도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를 마음에 담는다.

이렇게 되기 전 두 사람의 소통 도구는 전화도 이메일도 메신저도 아닌 그야말로 구시대 유물 같은 쪽지다.

쪽지에 서로 할 말을 써서 집안 여기저기 붙여놓고 출근하면 다른 사람이 퇴근하면서 쪽지를 읽고 또다시 쪽지에 답을 하는...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핸드폰도 없던 무렵 친구들과 서로 쪽지를 던져가며 의사소통했던 모습과 닮아있는데 의외로 이 구시대적 방법이 상당히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티피의 상당히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장 덕분인듯한데 그런 덕분에 폐쇄적인 성격의 리언조차도 그녀의 쪽지 덕분에 웃음 짓는 일이 많아진다.

이 두 사람의 소통 방법은 요즘같이 빠른 걸 추구하는 사람이 볼 때는 답답한 감도 있지만 늘 소극적이고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어려워하는 리언이나 이제 막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한 짓이 뭔지를 깨달아가는 티피에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의사소통하는 이런 방법이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줘서 어울렸고 그런 덕분에 쉽게 서로에게 빠져들 수 있었던 듯하다.

자신도 모르는 새 남자친구에 의해서 스스로는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고 늘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위축되어 있던 티피가 기다려줄 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섬세한 남자 리언을 만나 자신감을 찾아가며 조금씩 서로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달콤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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