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연간의 격정 1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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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살살 불어올 땐 평소 읽는 스릴러도 좋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달달한 로맨스가 더 땡긴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제목부터 사랑이 넘쳐흐르는 이 책 화평연간의 격정

중국판 궁중 로맨스이자 정치 드라마이며 특이하게도 퀴어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중국 북송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격한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데 궁중 로맨스라고 칭할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한 부분이기는 하다.

높은 담에 둘러싸인 궁궐에서 로맨스를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한 명뿐...

수많은 비빈을 마음껏 둘 수 있고 궁녀 역시 모두 황제의 소유인데 그럼에도 그 많은 여자를 물리치고 황제가 사랑에 빠진 상대가 동성이라는 뜻이 된다.

그것도 평범하지 않은 데 어떤 일에도 기뻐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은 채 언제나 늘 한결같음의 표상과도 같은 황제가 격한 사랑에 빠졌다니...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태학생 유가경은 오랜 친우가 느닷없이 역모에 휘말려 끌려갔다는 소식에 여기저기 줄을 대다 황제의 가장 최측근에서 보살피는 환관인 추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감히 만나볼 수 없는 존재인 황제를 알현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황제 융은 그와의 대면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바로 자신의 지아비가 되라는...

눈앞이 아찔하고 심장이 떨려 헛것을 들었다 생각한 것도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에 와있었고 수많은 무사와 내관들에 둘러싸여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이른바 감금상태가 된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그들은 자신에게 관심은커녕 대꾸조차 하지 않고 그 넓디넓은... 출구조차 없는 밀원에 갇힌 채 언제 올지 모르는 황제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는 유가경

그는 자신을 가둔 황제를 향해 분노와 증오심을 느끼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그렇게 가끔씩 들러 애절한 눈빛을 보내고 연모의 정을 보이는 황제에게 처음의 감정과 달리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이렇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동안 그들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황제 융을 키우다시피하며 그에게 아비 같은 존재인 환관 추신

하지만 융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그와 자신은 정치적으로도 일심동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런 추신에게도 황제의 태경에 대한 마음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을 뿐 아니라 그토록 뜨거운 격정이 있을 거라는 걸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늘 한결같았던 황제의 태경에 대한 사랑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황제의 이런 격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조금씩 우려되던 중 다음 대를 이을 태자를 결정하는 것에 있어 같은 뜻이었던 두 사람에게서 간격이 생겼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1권이 황제의 느닷없는 사랑... 그것도 비빈을 두고 장성한 자식까지 둔 삼십 대의 황제가 느닷없이 동성의 어린 남자에게 빠져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면 2권에서는 아마도 정치 드라마답게 후계구도를 둘러싼 치열한 암투나 정쟁이 다뤄지지 않았을까 싶다.

조금 낯선 동성 간의 사랑이 색다르게 다가오긴 했지만 역시 궁중을 소재로 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치열한 수 싸움이나 정적 간의 날카로운 정쟁을 보는 게 아닐까

본격적으로 서로 치열하게 얽히면서 인간이 느끼는 온갖 감정들... 질투와 분노 그리고 오해와 원망이 얽혀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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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랜더 1
다이애나 개벌돈 지음, 심연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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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걸 잘 안보다 보니 어떤 드라마가 인기인 지 잘 몰랐는데 2014년부터 시작해 공전의 히트를 쳤고 현재 시즌 6까지 나온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라는 아웃랜더

스토리를 들여다보니 왜 이 작품이 인기가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 가능했다.

일단 현재가 아니라 18세기를 배경으로 했고 그 당시의 인물이 아닌 현재의 인물이 자신도 모르게 그 시대로 타임 슬립해 그곳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부터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아무래도 여자는 그저 잠자리의 대상이고 남자의 부속품 같은 위치에 있는 데 현대의 여성이 그 시대로 가 남성우월주의가 가득하고 남성이 기득권을 차지한 곳에서 자신의 목소릴 내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하면서 멋진 남자 주인공마저 사로잡는다는 설정은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현대의 배경도 지금으로 보면 지극히 옛날인 1945년이라는 점이 궁금했는데 내용을 보면 여주인공인 클레어의 캐릭터를 위한 게 아닐까 싶다.

전쟁이 막 끝난 시점인 1945년을 배경을 한 이유에는 아무래도 클레어가 단순히 책상에서 일을 한 현대 여성이 아닌 간호사로서 전쟁터를 누비고 전쟁을 몸소 겪어서 18세기의 거친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용이했고 또한 간호사로서의 커리어를 십분 살려 치료사로서 당당히 자신의 위치를 잡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배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만약 그녀가 현장 경험이 없는 평범한 현대 여성이었다면 거친 폭력과 야생이 숨 쉬는 남자들의 혹독한 세계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저 이쁜 얼굴이 전부인 민폐 주인공이 되기 십상이었을 것이고 그런 여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적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시대적 배경 및 그녀의 직업을 전략적으로 배치했고 그녀가 떨어진 곳인 18세기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던 시기라는 점 또한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자기 떨어진 그녀를 양측에서 서로 간첩이라 의심하는 게 이런 부분에서 설명이 된다.

전쟁이 끝난 후 떨어져 있던 남편이랑 사실상의 신혼여행을 왔다 자신도 모르는 새 18세기 스코틀랜드로 떨어진 클레어는 이곳에서 처음 만난 남자인 잉글랜드군의 대위 조너선 랜들을 보고 깜짝 놀란다.

자신의 남편과 거의 똑같은 외모를 가진 그에게 자신도 모르게 친밀감을 가지지만 조너선은 갑자기 자신들이 있는 곳에 불쑥 나타난 그녀를 보고 첩자로 오해해 그녀를 체포하려 한다.

게다가 이후에도 그는 그녀와 그녀의 연인에게 절대적인 악역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한다.

위기의 상황에 마침 그곳을 지나던 스코틀랜드의 매켄지 씨족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의 손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잉글랜드인 인 그녀가 스코틀랜드의 씨족 사회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매켄지 씨족 사람들로부터 첩자로 의심받는 등 그녀는 이곳으로 떨어진 이후 매일매일이 위기의 연속이다.

그런 그녀가 다친 사람을 치료하면서 호의를 얻어 그곳에 임시 거처를 구하게 되지만 완전히 의심을 거두지는 않았고 이 모든 의심에서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씨족의 사람인 제이미와 혼인을 하게 된다.

제이미 역시 나름의 필요가 있어 전략적으로 그녀와의 혼인을 선택한 것이지만 둘은 함께 하면서 점점 더 서로에게 끌리는 걸 느끼는 데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마음에 담아 가는 과정이 섬세하면서 세심하게 그려진 아웃랜더는 확실히 여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스코틀랜드의 젊은 전사 제이미가 전투에 능하고 여자를 소유물로 여기는 여느 남자들과 같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아픈 상처가 있어 여자들로부터 보호본능을 이끌어 내고 또한 뭔가 말하지 않은 큰 비밀을 가진 남자라는 점에서 신비한 매력 또한 잘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가장 중요한 덕목인 잘 생기고 신체 건강한 젊은 남자이면서 클레어를 만나기 전까지 여자 경험이 없었던 순진한 남자라는 점 그리고 그녀와 결혼한 이후부터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순수한 남자인 그에게 클레어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다 끝내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로맨틱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폭풍 같은 열정을 에로틱하게 묘사하는 부분에선 누구라도 그들의 로맨스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사실 드라마도 보고 싶지만 원작 소설의 맛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해 실망할까 하는 마음이 들어 망설여진다.

두 사람의 로맨스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그들이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숲에 사는 모든 동식물에 대한 묘사까지... 상당히 많은 연구와 고증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라는 게 느껴져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녀가 과연 현대로 돌아갔을 지...이후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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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손길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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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즐겨 읽을 때 신들이 하는 작태가 참으로 가당치 않아서 이런 신이라면 믿고 싶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도대체 신이라는 사람들이 권위도 없고 감정 기복은 죽 끓듯 하는 데다 자기감정에만 너무 충실해서 자신들 눈에 띈 사람들 꽁무니를 쫓기 바쁘다. 게다가 엄청난 외모지상주의까지...

그래놓고는 자신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죽여버리고 또 자신의 마음을 받아줬다 해도 자식을 낳고는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신으로서의 권위가 서고 대우를 바랄 수 있을까

참으로 난잡하기 그지없구나 하고 어처구니없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신화가 사랑받는 건 신들이 가진 무한한 능력과 힘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런 절대자인 신과 인간이 한데 섞여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욕망과 질투, 애욕을 비롯한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로 너무 재밌게 풀어놨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 어둠의 손길은 그중에서도 저승의 신이자 죽음의 신인 하데스와 그의 연인인 페르세포네와의 로맨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그중에서도 로맨스 부분을 좀 더 에로틱하게 묘사한 에로틱 로맨스 판타지다.

한때 동화를 재해석한 여러 버전이 봇물처럼 유행했던 때가 있는 데 그것의 어른 버전이라고 보면 될 듯

봄의 여신 이자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존재를 숨기다시피한 채 자랐고 이제 인간들과 어울려 대학생활을 하는 등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들조차 그녀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데 이는 엄마인 데메테르가 그녀를 온실에 가두다시피 한 채 과보호하며 키운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그녀가 신임에도 불구하고 신으로서 별다른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저승의 지배자인 하데스와 만나 사랑에 빠질 수 있었을까?

페르세포네는 특히 하데스라면 치를 떨면서 그와 절대로 마주치지 말라는 엄마의 잔소릴 듣고 자라 오히려 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충만했고 마침 그의 소유인 클럽에 갈 기회가 생겼을 때 엄마의 충고를 무시하고 그곳으로 가 마침내 소문의 그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와 마주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전율했고 한순간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엄마인 데메테르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새 그와 계약을 맺고 저승과 현실 세계를 왕래하면서 그와의 관계가 깊어지게 된다.

신화를 바탕으로 했고 무대가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것만 다를 뿐 여느 로맨스 소설과 다를 바 없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던 남녀가 처음 만나 서로에게 빠지지만 처음 느끼는 감정에 당황해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외면하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어 결국은 서로 함께 하고자 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사람들의 출현 즉 악조의 등장 역시 여느 로맨스의 공식과 다르지 않다.

단지 그렇게 사랑에 빠진 대상이 사람이 아닌 신이라는 점만 다를 뿐...

그리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소설답게 좀 더 에로틱한 묘사가 많다는 점 역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데메테르로 인해 오히려 스스로 성장해 자신의 힘을 깨칠 기회를 잃었다는 걸 깨달은 페르세포네가 스스로 여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랑을 키워 나갈 수 있을지... 아마도 2편에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신화를 재해석했다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단순하게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좀 더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겁지않아서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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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밤 여행자 1~2 - 전2권
자오시즈 지음, 이현아 옮김 / 달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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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낯선 시대로 떨어진다면...?

판타지 소설을 즐겨보는 사람에게 타임 슬립 타임 워프 같은 소재는 이제 너무 흔하디흔한 설정이라 식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현대에서 불만족스럽게 살던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지금보다 훨씬 더 과거로 간 후에 벌어지는 일들이란 대체로 문명화되고 기계화되어 모든 것에서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힘들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그 시대의 사람들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점에선 몇 점 아니 수십 점 앞서서 게임을 시작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마치 전능하다 싶을 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처음에는 이런 설정 즉 모든 걸 알고 미리 대비해 엄청난 능력자처럼 보이는 게 흥미롭고 신기했지만 몇 편의 성공 후 너도나도 이런 설정을 빌려와 비슷한 스토리가 봇물처럼 나오다 보니 이제 식상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비슷한 설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 밤 여행자 역시 한 사람은 1937년에서 느닷없이 2015년의 상하이로 오고 다른 사람은 반대로 2015년의 현대에서 전쟁이 발발한 1937년의 상하이로 타임 슬립한다는 점에선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단지 밤 10시면 어디에 있든 2015년으로 오고 새벽 6시면 다시 1937년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설정을 둔 이유나 왜 그렇게 되는지 타임슬립의 원리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왜 두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역시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열심히 상황을 맞춰갈 뿐이었다.

그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와 깜빡이는 현관의 등을 갈았을 뿐인데... 정신 차려 보니 같은 집이지만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주변 환경이 달라졌음을 알게 되는 성칭랑

같은 날 법의관으로 사건 현장을 조사하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온 쭝잉은 집에서 낯선 사람의 향기를 느낀다.

그렇게 1937년을 살아가던 변호사 성칭랑과 2015년을 사는 법의관 쭝잉이 상하이 699번지의 집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밤 여행자는 읽으면서 작가가 로맨스 소설을 쓰면서 그저 장식처럼 타임슬립이라는 걸 가져온 게 아니라는 걸...많은 조사를 한 후에 쓴 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우리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1937년은 중국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시기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일 전쟁이 발발하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난징대학살이 벌어지던 시기의 상하이라는 것도 그렇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나 배경이 실제 1937년에도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실존하는 건물과 장소라는 점도 그렇다.

그런 대변혁의 시기에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성칭랑은 사실 엄청난 부를 대대로 소유하고 많은 직원을 거느린 성가 집안의 사생아였다.

당연히 형제자매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은커녕 멸시받고 천대받기 일쑤였으며 심지어는 공관에서 일하는 하인들도 그를 업신여겨 제대로 주인 대접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상하이에서 일본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가족과 가족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이 집안에서 그의 자리는 없다.

쭝잉 역시 거대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었지만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이 외로운 처지라는 점에서 성칭랑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쭝잉은 재혼한 아버지가 뒤늦게 얻은 외아들과 특이체질이 같다는 이유로 필요할 때 마음껏 써먹을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질 뿐이었다. 그녀에게도 집안에서 그녀의 자리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가족이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사랑은커녕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어디에서나 아웃사이더로서 외로움을 가슴 깊이 간직한 두 사람이 양 시대를 오가면서 목숨을 건 위험을 겪고 서로 의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고 젊은 남녀가 그렇게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마음에 담아 가는 과정이 현대의 빠른 사랑법이 아닌 1937년의 사랑법을 따라 서서히 마치 물감에 색이 스며들듯 서로에게 스며들어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 쭝잉의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에 숨어 있는 비밀을 밝혀가는 과정을 담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 밤 여행자는 이제까지 중국 로맨스 소설은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여겼던 내게 새롭게 인식되게 한 책이었다.

로맨스 소설에 있어 남주인공이 차지하는 위치가 지대한만큼 책 속에 나오는 성칭랑이라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매력 즉,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젠틀맨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여주인공인 쑹잉 역시 처음엔 제대로 된 발언을 하지 못하고 부당한 일에도 참기만 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뒤로 갈수록 제 목소릴 내고 스스로 위험한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해가는 것 역시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섞어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로맨스 소설답게 로맨틱하게 그려진 밤 여행자

별 기대 없이 읽어 더 마음에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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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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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출간되는 책이 많다 보니 이 책에 전작이 있는 것도 그 전작이 엄청나게 히트해서 영화화한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읽었는데 다행히도 전작을 안 읽고 읽어도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언제나 느낀 거지만 일본 사람들의 여고생 혹은 고교 시절에 대한 애정은 우리 같은 사람이 느끼기에 불가사의하다 생각될 정도다.

어쩌면 그때가 가장 순수하다고 생각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들여다보면 고교생의 사랑이라 하기엔 그 무게감이나 깊이는 우리나라라면 20대의 청춘들이 겪을 만한 깊이와 내공이 보인다.

마치 고등학생의 모습을 한 20대의 청춘들의 사랑과 갈등, 방황이라고 할지...

갓 대학을 들어온 새내기 나루세는 언젠가부터 발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슬픔을 안고 있는 듯한 선배 와타야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사귀자는 그의 고백에 자신을 진짜로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고백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왜 이런 이상한 조건을 걸었던 걸까?

이 책에선 두 사람이 사귀게 된 현재에는 나루세의 시점과 와타야의 시점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인지를 보여준다면 와타야의 과거를 통해 그녀가 왜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녀의 과거가 이 책의 전작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와 연결된다.

한창 감성이며 모든 것이 예민할 시기에 자신의 절친이 좋아하는 사람을 나 역시 좋아해 본 경험은 한 번쯤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늘 함께 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던 시기에는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 등 취향이며 취미가 서로 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타야 역시 시작은 이런 감정과 비슷했던 듯하다.

사고로 인해 선행성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친구 히노에게 어느 날 한 남자아이가 고백을 했을 때만 해도 와타야는 그 남자아이 역시 자신의 친구에게 고백해오던 여느 남자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히노가 그 아이의 고백을 받아들이면서 달리 보였고 그 아이가 히노를 대하는 다정한 모습을 보면서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같이 어울리고 곁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이 커져가는 걸 느끼는 와타야

어쩌면 스토리 자체는 진부함을 넘어서지 않는다.

한 남자를 두고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한다는 삼각관계라는 설정은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소설에서도 흔하디흔한 이야기지만 히노라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선행성 기억 상실이라는 특수성을 덧입히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숨기면서 친구의 연애를 응원하고 지켜본다는 와타야의 성숙함 그리고 그렇게 지켜준 연애가 미완성으로 끝맺음을 하면서 오히려 그들의 사랑에 완전함을 더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을 뿐인 와타야의 상실감과 허전함을 또 다른 사람인 나루세가 비집고 들어와 위로해 주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투명하고 순수해서 더 아름다운 로맨스의 정석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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