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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루 세트 - 전3권 ㅣ 블랙 라벨 클럽 6
김수지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자신과 정반대되는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란다.
소극적인 사람은 적극적인 사람이 마른 사람은 조금 살집이 있는 사람이..그리고 성질이 급한 사람은 느긋한 사람이..
그렇게 자신과 정반대되는 사람에게 끌려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지만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인데 잔인한것은 그렇게 처음에 그 사람에게 끌렸던 이유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강력한 원인이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닌가?
그래서 영원한 사랑을 입에 올리는 경솔함은 젊은 사람들만이 할수 있는 일종의 특권과도 같다.
사람은 점점 나이들면서 사람의 본질도 사랑이라는 것도 영원하지않고 변하기 마련이라는걸 슬프지만 체념하듯 깨닫기 때문이다.
이런 사랑의 속성을 하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자신은 할수 없는 영원한 사랑을 드라마나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게 되고 그것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로맨스 소설이 유치하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봉루는 작가의 나이 15세때 처음 연재를 시작해서 18세때 그 결말을 맺었다는 설명을 듣고 참으로 놀라웠다.
단순한 로맨스소설로 치부하기엔 책속에 나오는 다양한 나라와 그 속에 녹아드는 다양한 군상들 그리고 3권 전체를 아우르는 스토리의 힘이 어린 사람이 쓴 글이라고 생각할수 없을 정도의 글이였기 때문이다.
선계에서 봉루를 지키는 것이 유일한 임무이기에 이성을 연모하는 마음은 커녕 제곁에 누구도 정을 주지않으려 자신의 마음을 꽁꽁 싸고 흔들리지않는 정결한 마음을 가진 아사란과 그런 그녀를 도와 선계를 지키던 사신공들
하지만 그런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자키던 신단수가 더럽혀지고 그녀 아사란은 자신의 피로 봉루를 정화하려한다.
더이상은 미련이 없는 삶이었기에 자신의 목을 내어 놓는것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던 그녀를 대신해 그녀가 데려다 길르던 여우족의 마력으로 엉뚱한 곳에 떨어지면서 그런 그녀의 생각은 이뤄지지않게 된다.
그녀가 떨어진곳은 백년간 람이 지지않아 모든것을 불태우던 죽음의 땅 붉은 사막..최고의 음의 기운을 가진 그녀에게 불의 기운이 최극에 달한 이곳 사막은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그리고 그곳을 전쟁광이자 악마적인 힘을 지닌 로테이스의 황제 다리우스의 토벌로부터 간신히 지켜오던 유일한 종족인 붉은 사막종족에게 눈에 띄어 그들과 함께하지만 곧 강력한 제왕인 다리우스의 눈에 띄이게 되고 그녀는 그의 궁으로 끌려온다.
스스로도 왜 그녀에게 눈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지 모른 채 계속 신경이 쓰이던 존재인 그녀 아사란을 곁에 두고서도 다가오려하지않던 다리우스는 마침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않았던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극명하게 서로 대비되는 구조를 보인다.
미치광이 아비로부터 부정당하고 어미의 지독한 복수심과 저주로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불사의 몸을 갖게 된 다리우스는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며 마치 악마의 화신같은 존재로 사람을 죽이거나 취하는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이 자신의 기분에 따라 닥치는 대로 행하는 인내심이라곤 전혀 없는 불의 남자이지만 그가 유일하게 원하는 여자가 된 아사란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닌 환국의 선계..그중에서도 가장 순결하고 고결한 신분의 사람으로 자신의 피로 더럽혀질 봉루를 정화하는것이 유일한 사명이기에 모든 속세의 정을 끊고 오로지 희생과 책임 그리고 인내하는것으로 살아오던 물의 여자
이렇게 악의 화신과 선의 화신과도 같은 남녀가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인정하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루게 되는 과정이 3편에 걸쳐 쓰여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다른 로맨스와 차이가 있는것은... 다리우스와 아사란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주가 죄기는 하지만 이 들 주인공외에도 그들과 엮인 주변 인물들과 또다른 조연급 들의 생생한 캐릭터와 사막화되는 도시에서 물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온갖 전투들 그리고 그런 전투에 등장하는 수많은 마물들이 마치 한편의 무협소설과도 같이 장대하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아수라장과도 같은 전투에서 자신의 부족을 멸족시킨 악마같은 다리우스를 증오하고 또 증오하며 복수심에 불타던 사람들이 결국 자신 역시 다리우스와 별차이가 없이 어느샌가 그와 점점 닮아가는...점점 피에 익숙해지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잘 그려내고 있다.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을수 있고 마음먹은건 다 이룰수 있는 ...최고 정점의 권력을 손에 쥐고 다른 사람의 목숨마저도 좌지우지할수 있는 초인간적 능력을 가진 다리우스가 행복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커다란...무엇으로도 채워질수 없는 구멍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내며 차라리 죽기만을 원하던 모습은 어딘지 연민을 느끼게 한다.
불타오르는 사막의 열기도...몸속을 갉아먹던 증오의 마음도...
결국 사랑만이 정답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