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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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비혼을 주장하는 사람도 많고 결혼을 해서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는 딩크족도 많고 결혼 자체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란 인식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대다.

그만큼 자신의 주장도 강해지고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판단도 빠르고 행동 또한 빨라 조금이라도 자신이 생각했던 바와 다르다면 거침없이 이혼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렇다고 이혼을 선택한 사람이 다 경솔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새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자신의 만족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주의적인 사고가 당연시되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과 함께해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면 이혼도 하나의 선택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갈수록 이혼율이 높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우여곡절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 소개된 사연에서도 나름의 이유와 사연이 있는데 누가 봐도 이혼하는 게 당연한듯한 부부가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혹은 부부간 대화의 부족으로 인한 오해가 쌓여 정작 이혼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이혼을 선택한 사람도 있고 이혼을 시발점으로 새 출발하기 위해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사례의 대부분을 만화로 표현해서 사연의 경중을 막론하고 읽는데 부담이 적은 것도 좋았다.

그들 각자에게는 피 끓고 아픈 사연 일수 있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너무 무겁고 읽는 사람의 마음조차 한없이 가라앉게 하는 건 사실 꺼려지는 게 당연하다. 왜냐하면 어차피 나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혼 변호사는 참으로 감정적으로 고된 일일 듯하다.

일단 이혼을 원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의 이혼 소송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도 그들의 사연을 구구절절 들어야 하는데 각자 슬프지 않고 원통하지 않은 사연이 있을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단 묵묵히 들어주는 것이 먼저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은 뒤에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감정적인 소모는 말할 것도 없고 늘 싸우고 서로를 원망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혼에 회의가 들지 않을까 싶은데 저자는 이혼 변호사이기 전에 학창시절부터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현실적인 조언을 잘 해주는 그런 친구였다는 걸 보면 천직이 아닐까 싶다.

사연들을 보면서 느낀 건 중년 이후의 부부의 경우엔 가정폭력이나 외도, 혹은 가부장적인 배우자의 태도를 묵묵히 참아오다 아이들이 장성한 후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이혼소송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젊은 부부의 경우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연애시절에 깨닫지 못했던 생활에서 오는 서로 다름의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 결국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듯했다.

결국 중장년층의 이혼은 나보다는 자식이 우선이어서 자식이 장성한 순간 이혼을 미련 없이 선택하는 거고 젊은 부부의 이혼은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믿음으로 나의 만족과 행복을 우선으로 둔다는 점이 다르다.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점점 더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

그렇다고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가차 없이 헤어짐을 선택하기 보다 저자의 말처럼 부부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우선 대화를 진지하게 해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부부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해본 후 선택하는 것 후회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 노부부의 이혼 사례에서 젊었을 때 잦은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다 아이가 장성한 후 결국 이혼하게 된 부부의 경우를 보면서 조금 더 일찍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사과하고 반성했다면 뒤늦게 가슴 치며 후회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부부간 대화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지만 그 내용만큼은 가볍지 않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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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7일 - 페로제도
윤대일 지음 / 달꽃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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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일상 탈출을 꿈꾼다.

그게 먼 해외여행이기도 하고 가까운 국내여행이기도 하다는 점만 다를 뿐 모든 시름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데 훌쩍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만 한 것이 있으랴

그래서 요즘은 연휴가 끼여 있거나 징검다리 휴일이 있는 달엔 몇 달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비행기나 호텔 예약은 꿈도 꾸지 못한다.

다만 휴가 기간이나 연휴같이 직장인들 대부분이 비슷한 시기에 여행 스케줄을 잡다 보니 어딜 가든 인파가 넘쳐나고 먼 타국에서도 한국 사람을 쉽게 본다는 점은 늘 아쉽게 느껴져 우리도 외국처럼 휴가 기간의 다양성이 적극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직장인이다 보니 여행 계획은 오래전에 세웠더라도 휴가 기간을 무시하지 못한 듯 비슷한 시기에 여행 일정을 잡은듯한데 그나마 도시 위주의 여행보다 자연환경이 빼어나고 여유로운 곳 위주의 여행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사람에 치여 고생하지는 않은듯하다.

저자가 소개한 곳은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듯하지만 큰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는 않아서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는 몰랐던...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 중 하나였는데 자연환경이 빼어나고 태곳적 자연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웅장하면서도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사진으로도 그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로 빼어난 환경이 돋보이는 페로제도는 아메리카 대륙 쪽이 아닐까라는 예상을 깨고 북유럽 쪽에 위차 해있다.

18개의 섬으로 이뤄진 페로제도는 위치의 특성상 외침이 심했고 오랫동안 피지배국의 위치에 있었다는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그 오랜 세월 자신들의 언어를 지켜오고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놀라운 국가이기도 하고 왠지 우리나라와 닮은듯해서 동질감을 느끼게도 했다.

지금도 덴마크령에 속하지만 자국의 언어와 자국의 화폐를 사용하는 폐로 제도는 페로라는 뜻이 양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것처럼 양들의 나라... 어딜 가나 양들이 있고 자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은 여유를 느끼게 한다.

여행을 가기 전 그 나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는 알아가는 것이 당연하듯 저자 역시 어느 cf 배경이 된 페로제도를 보고 한눈에 반해 여행 장소를 정한 사람답게 그곳의 온갖 정보를 수집해 최소한의 짐을 꾸리고 최대한 필요 없는 경비는 줄이는 노하우를 보여준다.

북유럽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엄청 춥다거나 하지는 않는 페로제도는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와 비슷하다는 점도 여행에 장점이라면 장점... 특히 덥고 습한 여름의 휴가 때 가면 더위도 피할 수 있고 때묻지 않은 자연을 볼 수도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지

다만 이곳 역시 북유럽의 물가를 피해 갈 수 없는지라 모든 것이 비싸고 호텔이나 식당 같은 편의시설이 많은 편은 아닌듯하다.

코끼리 발을 닮은 이 절벽도 얼마나 오랜 세월 그곳에서 파도에 깎이고 물살에 치이면서 이런 모양이 되었을까 하는 경외감을 느끼게 해준다.

여행의 트렌드도 자꾸 바뀌고 있다.

패키지 여행으로 여러 나라의 유명한 장소만을 다니다 원하는 곳만 집중적으로 여행하기도 하고 이제는 그곳에서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그 주민처럼 살아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듯이 어떤 테마를 정해놓고 여행을 다니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듯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카페 투어를 하거나 혹은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이 간 발자취를 쫓아가거나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쫓아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과감하게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거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면서 sns 같은 걸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여행 경험을 책으로 내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다.

저자처럼 원하는 곳에서 일주일간의 꿈같은 휴가를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꿈꿀 수만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늘 봐왔던 곳 누구나 가 본 곳이 아닌 조금은 색다른 곳 페로제도의 모습은 색다른 볼거리를 줬다는 점에서 만족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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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 현실 자매 리얼 여행기
한다솜 지음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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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세계여행이 아닐까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불만족스럽거나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는 열망 혹은 지금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숨어있는 소망이지만 경제적 혹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선뜻할 수 없는 일이기에 누군가 모든 걸 놓고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이 부러움을 떠나 존경심까지 품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세계여행에 대한 나의 감상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낯선 곳에서 한두 어달 살아보기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나이가 좀 들고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크루즈로 세계여행을 하며 여생을 즐기기보다 한창 일 할 나이의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나를 찾아서 혹은 뭔가 목표를 가지고 세계를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며 떠나는 여행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예전 같으면 그저 마음속으로만 언젠가 여유가 되면 꼭 세계를 누비리라 하는 마음으로 현재의 팍팍한 일상을 버티던 사람들이 더 이상 미래를 위해서 참기만은 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을 보람차고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듯한데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즐거움도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불안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견디는 것보다 조금은 더 여유롭고 행복한 듯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한 씨 자매 또한 늘 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더 이상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아 선택한 것이 오랫동안 버킷리스트로 남아있던 세계 여행이다.

요즘은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어디서나 쉽게 접속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자매는 참으로 운이 좋은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웠다.

같이 여행을 다니며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먹으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느낀 점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매의 여행이 더욱 부러운 점이다.

현실 자매의 리얼 여행기라는 표제답게 같이 여행 계획을 짜고 부모님을 설득 시킨 과정이며 어떤 곳을 얼마만큼 묵을지 등등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짜고 실천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려져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는 꿈의 열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 자매들이 처음부터 실수 연발하며 배를 곪아가며 기차를 타고 유럽으로 가는 모습에서는 여행을 시작하는 흥분과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화려한 유럽에서의 일정... 그중에서도 자매들이 꼭 가보고 싶었다던 스위스는 멋들어진 자연 풍경에 감탄하고 비싼 물가에 놀라게 한다.

너무나 멋진 풍경들과 건축물들은 사진으로 표현된 것만 봐도 셀러임을 느낄 정도로 멋졌는데 특히 언니 쪽의 취미인 카페 탐방하기 같은 건 여행을 떠날 때 나름의 목적이나 테마를 정해놓고 떠나면 훨씬 더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유럽은 워낙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 한국관광객이 없는 곳이 없는 것 같은데 이에 반해 아메리카 대륙의 여행은 좀 더 흥미로웠다.

특히 자매들이 간 날이 한창 월드컵 예선전이 벌여졌던 때여서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긴 너무나 인상적이고 감개무량했던 경기 덕분에 어부지리로 올라간 멕시코 사람들의 반응은 그녀들이 느꼈던 만큼 재밌었다.

축구 하나로 울고 웃으며 기분 좋게 한국인에게 가격을 깎아주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다른 곳도 아닌 페루의 쿠스코에서 한 달 살기를 실천한 자매의 이야기는 그녀들이 그때 느꼈던 만큼의 여유가 느껴져 좋았다.

우리처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지 않아도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도 삶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몹시도 부러웠고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그런 곳에서 모든 부담과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이며 간 곳에 대한 감상과 사진을 찍은 것은 당연하지만 자매들 간의 사소한 의견 다툼도 동생에게 느낀 언니의 불만도 마치 일기처럼 써놓아 진짜 현실 자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갔다 아메리카로 와놓고 다시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는 일정이 이상하다 느꼈지만 남자친구와의 일정을 고려한 스케줄이었다는 걸 보면 좋은 곳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기쁨이 느껴져 부러웠다.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을 계획하고 서로가 원하는 곳에서 짜잔 하고 만나는 모습이란... 얼마나 멋지고 로맨틱한지 모르겠다.

확실히 요즘 세대는 여행을 자주 다니고 계획을 짜 본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런 플랜을 세우는 것이 참으로 능숙하고 여유롭기까지 하다.

어디를 가려면 어떤 걸 미리 준비하고 어떤 걸 미리미리 갖춰놓아야 하는지부터 어디에서 해야 좀 더 실속 있고 경제적인 루트를 짤 수 있는지 많은 것을 서로 공유하고 교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나도 꼭 이렇게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다.

자신들이 지나온 곳의 모든 루트며 경비에 대한 세세한 표기까지 따로 적어 놓아서 여행에 얼마의 경비가 들고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거창한 꿈과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한결 여유로워지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여 너무나 멋있게 보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며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 그게 여행의 의미가 아닐까?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떠나 세계를 누비며 많은 것을 보고 겪으며 좀 더 성숙해지고 자유로워지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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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학의 경계를 걷다 - 김종회 문화담론
김종회 지음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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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 하면 왠지 조금은 어렵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

제법 책을 읽는다 자부하는 나조차도 소설이라 칭할 때와 문학이라 부를 때에는 그 무게감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인데 이 담론집을 읽다 보면 조금은 그 생각이 달라진다.

저자는 문학평론가로서도 오랫동안 활동해온 경력이 있고 많은 작품을 접해온 경험으로 이 책에서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문학 일명 디카시라 불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 문학과 접하기 어려운 북한문학을 비롯해 세계문학을 다양하게 살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역사가 어떻게 우리의 삶으로 들어오는지 거기에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 역사적 사실에 뼈대를 붙이고 비어있는 곳에 작가적 상상을 가미한 이야기를 덧붙여 문학적 소재로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점차 역사가 현실감 있게 그리고 친근감 있게 다가오게 되고 더불어 문학은 역사를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는데 한몫을 한다.

또한 어느새 우리나라의 문화가 전방위적으로 다양하게 사랑받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늘 번역상의 문제로 예외시 되던 우리나라 문학의 해외 유명상 수상에 대한 의견은 특히 공감이 갔다.

저자의 말처럼 해외에서의 수상에는 전문 번역가의 힘이 절대적으로 컸고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학작품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제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우리나라 작품뿐만이 아니라 해외 작품을 우리에게 소개하는 데에 있어서도 번역은 중요한 만큼 전문 번역가의 양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 적극 찬성하는 바다.

또한 문학의 소재면에서도 이전에는 전쟁과 이념, 정치적 사상적 문제를 소재로 주로 다뤘다면 앞으로는 맨 부커 상의 주인공인 한강 작가처럼 이런 문제가 아닌 세계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소재를 다뤄야 하고 점점 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문학에는 당시의 시대상이나 문화가 깃들어있고 그 시대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성에서 시작한 디카시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인 디카시는 영상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 딱 맞춘듯한 문화 콘텐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시와 친근한 영상의 결합은 좀 더 친숙하게 문학 장르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문학은 늘 우리 주위에서 우리 삶과 함께 있어왔고 때로는 위로와 격려가 되고 때로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를 해왔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문화강국으로 나아가려면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도 문학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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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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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젊었을 땐 생각도 못 한 것들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몸과 마음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자각하는 건 별도로 치더라도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해도 먹고 생활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등 기본적인 생활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 이를테면 경제력의 상실이나 병든 부모의 병구완 같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요한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새 우리도 노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일본처럼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는 게 얼마 남지 않았다는 뉴스의 경고가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 이런 문제는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저자는 우리보다 먼저 이런 여러 문제를 겪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를 바탕으로 나이 들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에서는 특히 나이 들어서도 일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여성이라는 존재의 정체성과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다.

지금은 남녀 고용 평등 시대라 일컬으며 여자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을 하고 정년 역시 남자와 다를 바 없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라 해도 여자들 스스로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자신이 직장에서 정말로 필요한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는 데 이는 날마다 발전하는 IT 기술이나 직장 내의 달라진 풍경이 이를 따라가기 힘든 노년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고민이 여자에게만 국한된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에 비해 이런 고민을 하는 여성의 수가 많다고 한다.

갈수록 수명은 길어지는데 비해 연금정책은 실패해 노후를 위해서도 일은 필요하지만 이런 걸 떠나 자신이 원하고 할 수 있다면 이런 눈치를 보지 말고 일하라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축적된 경험은 무용지물이 아닐뿐 더러 일하고자 하는 당연한 자신의 권리를 눈치 보지 말고 누리라는 조언은 확실히 위안이 된다.

또, 요즘은 어디에나 동안이 대세이고 자신의 나이보다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열풍에 휩쓸려 자신의 진짜 나이를 잊고 한층 더 젊어지고 싶다는 욕심에 무리하게 성형을 하거나 지나치게 외모를 치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겉모습이 젊어진다고 속까지 젊어지는 건 아니라는 지적은 뼈아프게 느껴지는 것이 어느새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전부이고 늙는 것이 나쁘다 믿는 얄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외모 꾸미기는 분명 한계가 있는데 그 한계에 도달했을 때 느낄 공허함과 허탈함은 무엇으로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나이 드는 걸 두려워만 하지 말고 잘 사귀는 방법을 찾기를 조언한다.

외모의 변화에 특히 여자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이 드는 걸 두려워하고 폐경이 오면 더 이상 자신이 여자가 아니라 생각하고 절망하는 여자들의 많다.

저자는 자신이 나이 들었음을 느끼고 지나치게 두려워하다 삶의 여유를 잃고 무너지는 환자들을 지켜봐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경쾌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킨 경험이 있다.

정신과 의사에서 수련을 통해 몸을 고치는 의사로 활동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을 배우면서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뭔가 새로운 걸 배우는 데는 나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이 들면서도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나이 듦에 따르는 여러 가지 변화를 순응하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걸 찾아본다면 스트레스는 덜 받고 좀 더 충실한 노년의 삶이 되지 않을까?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어서 문장 하나하나가 많이 와닿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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