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회사 밖에도 길은 있다, 행복 충만한 두 번째 인생 성황리에 영업 중!
쑬딴 지음 / 잇콘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기업을 때려치웠다는 것만 봐도 요즘 같은 경기에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소위 잘나가는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선 유행이 한물 간 북 카페를 동네에 차렸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같이 생각할듯한데 저자의 생각을 가만 들여다보면 또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매일매일 실적에 치이고 일에 치여 계절이 변하는 것도 모른 채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금 다니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꿈과 같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래서 이 모든 걸 단박에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직장을 때려치운 건 아니고 최소 2년 동안 버틸 수 있는 생활자금에다 가게를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비 정도를 마련한 후 차근차근 정리의 순서를 밟았다는 데서 저자의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회사에 화가 나거나 불만이 쌓여서 무턱대고 저지른 일이 아니라 더 이상 회사의 월급만을 바라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게 아닌 자기 행복을 위해 그리고 원하던 삶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 북 카페를 차렸다는걸...

이런 꿈을 꾸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저자 또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데 무엇보다 귀 기울여할 부분은 막연한 희망을 품고 창업하지 말라는 부분이다.

2년 정도 수입이 없어도 버텨낼 자금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퇴직은 미루고 일단 안정적인 자금 확보에 힘을 써야 한다는 점 그리고 구체적인 퇴직 날짜를 잡아서 그 날짜에 맞춰 준비를 한다는 점들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조언이다.

구체적인 퇴직 날짜를 잡고 주변에 알림으로써 직장에서의 일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은 저자의 평소의 일처리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이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 역시 높이 사 줄만하다 생각한다.

이렇게 북 카페를 마련해서 주위 사람들과 친해지고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는 희망은 이뤄진듯하다.

거기에는 매일매일의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한데 처음에는 어떤 희망을 품고 삶을 여유 있게 살겠다 생각하고 창업을 했다가도 막상 지나치게 매출을 신경 쓰고 돈을 좇는데만 전념한다면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람쥐 쳇바퀴 구르는 듯한 생활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글에서도 저자가 느끼는 여유로움이 물씬 묻어난다.

반려견 탄 이랑 출근길에 산책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도 나누며 사시사철 변화하는 계절도 맘껏 만끽하는 모습이 사뭇 부럽게 느껴졌다.

사실 남들처럼 큰 평수의 아파트에 살고 큰 자동차를 타고 비싼 물건을 갖고 싶다는 마음만 조금 덜어내면 누구나 지금 보다 좀 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비가 미덕인 세상을 살고 남과 늘 비교하는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그 조금의 덜어냄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책 속에 나온 북 카페는 여느 카페들보다 화려하거나 인테리어가 이쁘지 않았다.

책도 자신의 책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얻은 책 같은 걸로 채우고 이쁜 조명이나 소품 같은 것도 없는... 다소 밋밋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로움이 느껴져 이런 삶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 나온 순이익으로 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 역시 나름의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직장 생활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직장이 아닌 다른 길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박완서 작가님

출간하신 책도 많지만 같은 책이라도 시대를 따라 새롭게 재출간한 책도 많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서 시대를 아울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작품마다 작가가 쓴 서문이나 후기만을 모아놓은 책인데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나의 작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있었다는 뜻이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서 작가의 후기나 서문을 빼놓지 않고 읽는 나에게도 이 책은 단순한 작가의 감상을 적은 후기 같은 게 아니라 뭐랄까 마치 작가가 옆에서 차근차근 말씀하는 것 같은 친근감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하나의 작품이 나온 배경이나 그때의 시대적 상황 그리고 글을 쓰면서 느낀 감상 같은 게 담백하게 쓰여있어 수식어가 많거나 꾸밈이 많은 글을 읽을 때의 피곤함이랄까 그런 게 없이 편안한 느낌이 들었고 그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받는 작가임에도 언제나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는 게 인상 깊었다.

소개된 작품 중에는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 많아 서문에 쓰인 작품에 대한 글을 읽고 그 책에 대해 호감이 생기기도 했는데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작가의 데뷔작인 나목에 대한 깊은 애정도 인상적이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란 것에 대한 애틋함과 자랑스러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아쉬움을 가지고 있듯이 작가 또한 그러한데 스스로 평하신 나목에 대한 평 즉 평론가의 대단한 평가보다 독자의 사랑이 훨씬 더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쓰신 글에서도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작품 중 6.25전후 배경이 많은 건 작가가 그 시기에 청춘을 보낸 경험치에서 우러나온다는 것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게 한 작품 엄마의 말뚝 2는 쓰고 나서 쓴 것을 후회했던 당시의 절절한 심정 또한 침묵과 실어의 발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서문이나 발문을 통해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 만 아니라 다른 작품 즉 출간 당시에는 말하지 않았거나 말할 수 없었던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 혹은 사연도 풀어놓아서 단순히 작가의 후기를 적는다는 느낌보다 좀 더 개인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작가의 글에서 느끼는 친근감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1998년 너무도 쓸쓸한 당신에서의 서문에서는 줄어드는 독서인구와 특히 단편을 더 잘 안 읽힌다는 걸 알면서도 단편집을 책으로 출간해주신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는 건 아닌지에 대한 글이 와닿는데 모든 서문과 후기에 빠짐없이 책을 출간해준 출판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기하신 작가의 겸손한 태도와 맞불려 더 잔잔한 감동을 준다.

창밖은 봄의 서문에서 작가 스스로 쓴 박완서 연보에서 마흔이 넘어 글을 써서 당선되기까지 작가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릴 적부터 작가의 꿈을 꾸고 많은 필사와 습작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어 의외의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많은 작품에서 소박하고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소탈하고 친근감 있는 글을 쓰신 것처럼 서문이나 발문에서도 그런 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 서문이나 발문이라는 것이 대부분 작품을 끝낸 후 쓴다는 특성상 본 작품보다는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고 그래서 어쩌면 좀 더 작가의 본심이나 평소의 모습이 더 드러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서문과 발문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엮을 생각을 했다는 것에도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절에 따라 산다 - 차와 함께라면 사계절이 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에는 티를 마시는데 따르는 여러 가지 에티켓이 있고 그 에티켓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교양이 있고 없고를 판가름한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비슷해 차를 마시는 데도 법도와 절차가 있어 이를 다도라고 하는데 특히 동북아 쪽 그러니까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특히 다도에 민감함을 넘어 정신 수양의 척도로 삼기도 했다.

보통 사람의 시선에서는 바쁜 시대를 살면서 온갖 복잡한 절차와 순서가 차 맛에 뭐 그리 영향을 미칠까 의구심도 들고 밑바탕에는 이런 차 한 잔을 마시는데도 복잡한 절차와 순서를 지키도록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예로부터 그런 걸 즐길 여유가 있는 기득권층이 자신들만 즐기기 위해 만든 음모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용히 정좌해서 차 한 잔을 음미하는 모습은 확실히 풍류가 느껴지고 어딘지 여유로움이 느껴져 다도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수십 년째 같은 다도 수업을 다니면서 여전히 다도를 배우고 그 맛을 즐기는 모습이 사뭇 여유로워 저자가 왜 바쁜 일상을 쪼개 이런 시간을 갖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다도 수업 자체가 시간이 멈춘 듯 여유로움이 넘치는 곳에서 느긋이 진행되는데 그 모습은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차 한 잔을 즐기기 위해 모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짧게는 몇 년에서 수십 년째 같은 수업을 다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졸졸 흐르는 물이 담긴 돌 대야에 손을 씻으면서 정결히 한 후 마루에 올라 그날 그날에 따라 다른 글귀를 써놓은 족자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놓아둔 꽃을 보며 정좌해서 절을 하는 모습은 다도 수업이 단순히 차를 마시는 법이나 차를 우려내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계절의 변화를 함께 하며 그 계절에 맞게 차를 진하게도 우리고 연하게도 우릴뿐 아니라 찻물을 끓이는 것도 달리하고 그에 곁들여내는 간식의 종류를 보면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봄에 어울리는 간식이나 여름, 가을, 겨울의 차에 어울리는 간식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차 맛과 어우러지는 그 맛의 차이를 표현하는 글을 보면서 저자가 참으로 이런 묘사에 탁월하구나 싶어 감탄하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표현도 멋지지만 갈색 표면 속에 초록색 앙꼬가 들어있는 만주를 봄에 내놓는다거나 사회에 나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부족해 고민하는 어린 제자에게 꽃은 붉게 피면 되고 버들은 푸르게 우거지면 된다는 글로 위로해주는 노스승 또한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단순히 차나 그에 어울리는 간식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는 것도 탁월한데 기온의 차이나 시간의 차이로 계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다도 교실의 정원 한자락에 핀 꽃의 변화나 바람의 흔들림 혹은 찻물을 끓이는 풍로와 화로를 통해서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역시 멋지게 느껴졌다.

저자가 표현한 글을 보면 마치 눈앞에 그 다도 교실이 열리는 곳이 그려지는 듯할 정도로 묘사력이 탁월한 데 특히 의성어가 섞인 표현은 조용한 산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한 번쯤 이렇게 조용히 차를 음미하고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도가 이렇게 멋스럽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력과 정의 -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안경환.김성곤 지음 / 비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다소 어렵거나 멀게 느껴지는 법이 문학과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고 비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폭력과 정의는 딱딱하게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상당히 재밌고 흥미로웠다.

일단 소개되는 영화나 책이 대부분 많이 알려진 것들이라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나 책 속의 한 장면이나 아니면 중요한 포인트 부분들과 매칭 시켜 설명하고 있어 더 와닿았다.

영화나 문학에서 왜 그렇게 많은 법정 장면이나 법이 등장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그렇다.

영웅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영웅의 부재는 법의 필요성을 대두시켰고 법이 영웅의 빈자리를 차지해 억울한 사람이나 약한 사람을 도와 정의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은 확실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1장 법의 이면에서 주로 다뤄지듯이 법이 반드시 약자의 편을 들거나 아니면 선한 자의 편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한 잣대를 대어야 한다는 명분을 버린 채 부자이거나 힘이 있는 사람의 편에 서서 교묘하게 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같은 법 조항이라도 다루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법정 씬에서의 충격적 반전으로 기억되는 영화 프리이멀 피어에서 에드워드 노튼이 보여주는 모습은 과연 법은 진실의 편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고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모든 국민의 기본 권리이자 법의 근간인 법앞의 평등에 대해 과연 그런지에 질문을 한다.

그 대상이 성매매 여성이라 할지라도 같은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지 왜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 평등권을 당연한 듯 침범하면서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법의 이중성에 대해 충분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2편에 다뤄지는 정의와 편견 역시 흥미로웠는데 자신을 정의롭다 생각하고 정의를 따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독선으로 흐를 우려가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이즈 러너에서 스스로를 옳다 생각해 정의의 사도라 자치하는 사람들이 행하는 폭력이라든가 채식주의자에서 딸에게 억지로 육식을 먹이는 아버지는 물론이지만 딸 역시 채식을 하는 자신만이 옳다 생각하며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 즉 육식을 하는 사람이 다른 것이 아닌 틀리다는 인식 역시 독선임을 꼬집고 있다.

꼭 육체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만 폭력이 아니라 이런 독선적인 생각 역시 타인에 대한 폭력의 하나라고 보는 의견은 확실히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또한 만연해있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작품 앵무새 죽이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었는데 비해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읽어왔던 동화 빨간 모자 아가씨는 단순하게 교훈을 주는 동화로만 생각해왔을 뿐 한 번도 남녀평등의 시선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 우리가 얼마나 이런 편견에 젖어있고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교육되고 있었는지를 깨달으면 소름이 끼친다.

이렇게 많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정의와 폭력의 모습은 낯설고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라는 데서 더 놀라움을 준다.

우리가 옳다고 행하는 것이 반드시 정의이고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그리고 지금은 옳은 정의지만 세월에 따라 혹은 정의를 수단으로 다루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정의의 기준은 변할 수도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우리가 읽거나 보면서 느끼거나 뻔히 드러나보이는 부분 외에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이거나 혹은 알지 못했던 부분에서의 법과 정의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가까이 있는지를 책을 통해 깨달으면서 새삼 그 중요성을 자각하게 했다.

눈 똑바로 뜨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흐려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 그게 최소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서늘한여름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의 시작부터 연애와 동거를 거쳐 결혼을 하고 사랑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저자가 심리 상담을 공부해서인지 상당히 와닿는 글들이 많았다.

특히 관계에 서툴러 상처받고 힘들어하거나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겪는 다름에서 오는 차이에 관한 고민이라거나 혹은 마음과 달리 다른 방향으로 가는 연애 때문에 눈물 흘려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이 가는 글들이어서 어쩜 이렇게 잘 끄집어내서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했다.

이십 대 이런저런 이성을 만나 여러 가지 색깔의 사랑을 했지만 마음과는 달리 어느새 변해버린 사랑으로 힘들어하다 만난 지금의 남편과의 연애부터 동거를 거쳐 결혼생활을 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 글들이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느껴봤음직한 글들이 많아 더 공감을 얻는게 아닐까 싶다.

저자는 화목하지 않은 집안의 장녀로 자라서 살아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새 사랑과 결혼에 부정적이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걸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없이 여유롭고 느긋한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조금씩 깨닫는다.

그리고서야 왜 자신의 옛사랑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닫게 되고 지금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게 된다.

자신의 이상형도 아니고 이 사람이랑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남편과의 연애와 결혼은 의외로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가치관이 다르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대부분의 연애나 결혼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의미로 맞춰주거나 참기 마련인데 그러다 그 오랜 인내가 끝내 터져버리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있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거나 심한 경우 그대로 이별을 맞게 된다.

저자 역시 이런저런 사랑에 실패를 맛본 후에서야 비로소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그대로 내보이고 바닥을 보이면서도 부끄럽거나 두려움이 없는 편안함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신뢰 즉 상대방에게 내 바닥을 보여줘도 창피하지 않다는 마음이 이 연애가 성공한 까닭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연애를 했을 때 상대방에게 무조건 이뻐 보이고 싶었고 있어 보이고 싶었고 뭐든 내 본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기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당연하지만 이런 연애는 결과가 좋지 않았던 반면 처음부터 볼꼴 안 볼 꼴 다 보이고 또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창피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사람이 지금의 남편인 걸 보면 연애라는 게 상대의 온갖 모습을 다 보일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진정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외에 아이를 출산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나 이 땅의 결혼한 유부녀라면 누구나 당연히 봉사해야 한다 생각했던 제사의 의무에서 당당하게 손을 터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혁명적으로 느낄 정도였다.

빨래와 청소는 저자가 요리는 남편이 하면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그럼에도 서로 사소한 데서 오해를 하거나 혹은 섭섭한 마음이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는 모습은 여느 부부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럼에도 이 부부의 사는 모습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은 끊임없이 대화를 진솔하게 나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했는데 사소한 규칙들, 이를테면 묻는 말에 단답형으로 대답하지 않기, 모르더라도 대답하기, 정보가 아닌 느낀 감정부터 이야기하기, 결론부터 말하기 등등을 만들어놓고 대화를 위한 노력을 했다.

이 규칙 몇몇은 어떻게 대화를 풀어야 할지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꿀 팁이었다.

어떤 글들은 가슴 깊이 와닿았고 또 어떤 글들은 조금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많이 공감이 갔다.

사랑하는 데 있어서 혹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답이 있을까

나의 성격이 누군가에게는 못 견딜 정도로 예민하게 느껴지지만 다른 누군가는 보듬어 주고 사랑해줘야 할 대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듯이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어떤 정답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왜 저자의 글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진솔하고 덤덤하게 느낀 감정 그대로를 전달해서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