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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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씩 의학 드라마가 방영될 때가 있는데 대부분이 흉부외과가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왜 항상 흉부외과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대체할 수 없고 오로지 하나뿐이며 심장이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추기에 가장 드라마적인 장면을 연출 가능해서 가 아닐까 미루어 짐작했다.

이 책의 저자 치넨 미키토의 작품은 가면병동으로 처음 접해서 당연히 이 작품 역시 의학 스릴러나 미스터리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 의료계 현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배경이 되는 곳은 당연하지만 흉부외과였고 최고의 흉부 외과의에게만 돌아가는 수술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전공의 가 주인공이다.

준세이카이의대 병원 흉부외과에서 일하고 있는 다이라 유스케는 최고의 심장전문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잠을 줄여가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신보다 1년 후배이자 이 병원의 실세이며 최고의 흉부외과의사인 아카시 과장의 조카와 경쟁구도를 펼치고 있지만 그는 뒤를 봐줄 뒷배도 없는 형편이라 언제나 수술에서 밀리고 있어 실전의 경험이 늘 부족한 상태

그런 그에게 아카시 과장이 특명을 내린다.

새로 들어올 3명의 인턴 중 2명을 흉부외과에 입국시키면 흉부 외과의들이 꿈꾸는 파견지로 보내주겠다는 조건은 솔직히 실현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하지만 인턴을 입국시키지 못하면 흉부외과가 없는 시골의 병원으로 파견될 것이 뻔했기에 물러설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처음부터 인턴들에게 얕보이는 등 실수를 연발하고 중요한 수술에 변변찮은 어시스트만 하고 있는 그를 인턴들이 무시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적절히 분해하고 부담을 나누는 일에 영 서툴기만 하다.

그래서 언제나 모든 뒤처리는 그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그를 한심하게 보는 인턴들의 시선에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술방의 모든 관리를 도맡고 있는 의국장은 노골적으로 아카시 과장에게 아부하며 중요한 수술은 과장의 조카에게 맡겨 유스케는 점점 더 자신의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병원 내에 괴문서가 나돌기 시작한다.

아카시 과장이 제약회사와 관련해 데이터를 조작해 주고 일련의 돈이 오갔다는 뇌물 스캔들은 이내 병원을 흔들고

과장은 이 일에 대한 조사까지 유스케에게 부탁한다.

과연 아카시 과장의 실각으로 가장 크게 덕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렇게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병원 내에 실력과 관계없이 그곳에서도 정치와 줄타기가 만연하고 어떤 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메디컬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잔잔하지만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로 나눠져 전개되는 데 정치에 둔감하고 고지식한 성품의 유스케가 자신도 모르는 새 두 가지에 걸쳐져 있고 그 중심에 괴문서의 범인을 찾는 문제가 끼여 있는 상황이다.

그를 중심으로 우직하고 사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디에 줄을 서야 자신에게 유리한 지 모른 채 결정적인 순간에 환자에게만 관심을 두고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를 펼치는 그를 보면서 답답함과 함께 그의 고민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가 한 선택으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가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런 선택을 하는 그가 바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의사로서 훌륭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별도로...

어찌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의사에 가깝지만 현실은 실력 좋고 연줄 좋은 후배에게 밀리고 제대로 실력을 늘릴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에게 무시당하기 예사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이런 진심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전해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설이기에 가능한 전개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정치구도를 보는 재미도 좋았고 가독성 역시 일본 소설답게 좋아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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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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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부당한 일을 당할 때가 있는 데 상대방이 나보다 힘이 셀 경우 그 부당함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 간의 이야기에도 그런데 하물며 상대방이 대기업이나 권력을 가진 경우라면 제대로 된 저항을 하기는커녕 저절로 주눅이 들어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닌 것이 상대가 아무리 크고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라 할지라도 자신의 부당함을 해소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간혹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속된 말로 용자라 부른다.

이 책에 나오는 아카마쓰 도쿠로가 그런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다 보면 누가 봐도 체급이 다른 싸움에도 전심전력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저절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길 가던 모자에게 트레일러에서 빠져나온 타이어가 덮치는 사고가 일어나고 그 사고로 젊은 엄마가 숨지게 된다.

이 사건은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고 당연하지만 이 트럭을 몰던 운수회사는 사방에서 비난을 받게 된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것도 잠시 이 사고의 원인이 정비 불량으로 발표가 나면서 큰 거래처도 끊기고 거래은행에서는 대출을 막아서는 등 아카마쓰 운송은 경영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정비 불량이라는 조사에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조사를 담당했던 호프 자동차에 재조사를 의뢰하지만 당연하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고 난 차량의 부품을 돌려달라는 당연한 요구조차 묵살해버리는 태도에 분노한다.

더군다나 거래처인 자신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호프 자동차의 태도는 아카마쓰로 하여금 투쟁심만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뭔가 숨기는 듯한 태도에 의심을 더해가던 중 얼마 전 자신과 비슷한 사고 즉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바퀴가 빠진 사고가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런 의심은 더욱 굳어간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들이 요구하고 정당한 권리임에도 사고 차량의 부품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 호프 자동차로 인해 과실책임이 유무를 증명할 수 없어 답답하던 중 호프 자동차가 그동안 중대 결함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었다는 걸 한 잡지기자가 취재에 돌입하면서 분위기는 전환된다.

읽으면서 대기업의 횡포에 눈물짓는 중소기업 혹은 하청업체 생각이 났다.

이케이도 준은 이런 식의 포맷을 이용해 대기업의 횡포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소설을 즐겨 쓰고 있고 비록 현실에서는 힘들지라도 소설 속에서나마 그런 갑중의 갑에게 통쾌한 한방을 먹여 독자들로부터 막힌 속을 뚫어주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하고 있다.

특히 이 책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이를테면 자신들의 물건을 팔아주는 소비자에게 대기업은 대부분의 판매자가 취하는 을의 입장이 아닌 갑의 입장에서 뻣뻣하고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있을 뿐 아니라 클레임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자세를 취할 때가 많은데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제조물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걸 입증하는 책임을 생산자 즉 대기업이 아닌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부조리함을 아카마쓰 운송이라는 힘없는 중소기업을 통해 묘사하고 있는데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지 충분히 와닿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잘나가는 대기업이고 이름난 회사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타성에 젖고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치려 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걸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소설로서도 아주 재미있고 사회고발 소설로서도 확실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하늘을 나는 타이어가 왜 이케이도 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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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유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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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나 재물을 얻기 위해 누군가를 유인하거나 납치해 몸값을 받아내는 걸 보통 유괴라고 한다.

원하는 게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납치 대상을 통제하고 있어야 하는 까닭에 보통은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관리를 위해서라도 납치 대상의 수는 한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보통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책의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는 통상의 이런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을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발상의 전환으로 읽으면서 내내 감탄하게 만든다.

일본 전 국민을 납치한다는 대담한 발상은 얼핏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헛소리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이 똑똑한 작가는 사람들의 그런 허를 찌르고 들어온다.

총리 공관으로 자신들을 블루 라이언스라 칭하는 낯선 자가 전화를 걸어와 자신들이 일본 국민 전체를 납치하고 있다며 국민의 몸값 5천억 엔을 요구한다.

누가 들어도 헛소리인 이 말은 당연히 묵살되지만 그로부터 사흘 후 도쿄의 한 찻집에서 젊은 남녀가 청산가리를 먹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화를 장난전화로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여기서 천재적인 탐정인 사몬지 스스무가 등장한다.

쉽게 풀릴 수 없고 대놓고 대대적인 수사를 하기도 쉽지 않은 이 사건에 경찰은 사몬지의 도움을 청하게 되면서 쉽게 풀릴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은 가닥을 헤아리게 되지만 블루 라이언스팀 역시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살인사건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폭발시키는 대범한 사건까지 일으켜 수많은 희생자를 낳으면서 그들의 위협은 점점 더 실체를 얻게 되고 경찰 역시 모든 걸 동원해 범인을 쫓지만 그들은 한 번의 실수나 단서를 내놓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경찰의 완패는 당연한 거고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블루 라이언스팀은 느닷없이 노선을 변경해 자신들의 입장을 쓴 입장 문과 이제까지 총리실과의 통화를 녹음한 녹음본을 언론에 흘리고 대담하게도 국민들과 직접 협상을 시도한다.

목숨이 아깝다면 자신들이 지정한 와펜을 5천 엔에 구입해 달고 다닌 사람은 무차별 살인에서 제외해 준다는 다소 터무니없는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져 이내 국민들은 너도 나도 와펜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읽으면서 이 천재적인 발상을 한 작가에게 내내 감탄했다.

대체로 납치 사건의 대부분이 실패로 끝나는 이유는 몸값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잣집 사람을 납치해 거금을 요구하고 용의주도하게 탈출 계획을 세웠다 해도 납치 대금을 받기 위해선 한 번은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데 그때를 경찰들이 그대로 두고 보지는 않는 법... 그래서 납치 사건 대부분은 납치 대상의 생사 여부와는 별개로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블루 라이온스라는 천재적인 범죄 집단을 내세워 누군가를 힘들여 납치하지 않고도 오히려 전 국민을 납치한다는 기발한 발상에다 한 술 더 떠서 몸값을 받을 때의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택한 방법이 국민들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다지 비싸지 않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몸값을 지불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독창적이고 천재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략의 탁월한 점은 또 있다.

용의자를 특정해도 그들의 범죄사실을 증명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무엇보다 국민들 스스로 물건을 산 것이기 때문에 그 돈을 법적으로 뺏을 수 없다. 그야말로 눈뜨고 모든 걸 뺏기는 형상인데다 사람들이 와펜을 많이 달면 달 수록 경찰 입장에선 조롱당하는 느낌을 들 수밖에 없으니 블루 라이언스로서는 일타이피의 상황

점점 더 흥미로워진 상황이지만 이 똑똑한 범죄자들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즈음 작가는 역시 천재적인 탐정을 내세워 또 한 번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기발한 작전을 구사한다.

읽으면서 전무후무한 이 작전을 짜낸 작가의 탁월함에 손뼉을 치게 되고 더 놀라운 건 이 책이 첫 출간된 시기가 1977년이라는 점이었다.

그 당시에 이 정도로 뛰어나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범죄를 구상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작가의 기발하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독성은 기본!! 소재부터 전개 그리고 결말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수 없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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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무죄
다이몬 다케아키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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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수많은 루머와 용의자만 남긴 채 끝내 밝혀지지 않아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는듯했다.

그러다 2019년 마치 벼락을 친 것처럼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검거라는 속보가 뜨고 진범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야 비로소 모든 게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진범이 밝혀진 후 오히려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당시 10번의 살인 사건 중 유일하게 범인이 잡혔던 8차 살인사건 역시 자신이 한 짓이라는 진범의 진술 때문이었다.

사실 그동안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 의견을 내놨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지지 않았고 덕분에 그 사람은 수 십 년의 세월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그런 그가 얼마 전에 재심을 청구해 마침내 온전하게 누명을 벗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의외였던 건 그 재심 청구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누가 봐도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게 분명한데 그런 사람이 사법적으로 자신의 누명을 벗는 게 왜 쉽지 않은 걸까?

여기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 당시의 재판 기록이나 증거 같은 걸 찾기 쉽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사법부에서 자신이 내린 판결을 쉽게 번복하려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는 듯하다.

이 책 완전 무죄에서도 원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변호사로서 입지가 아직 단단하지 않은 마쓰오카는 누가 봐도 쓰레기 같은 인성을 가졌고 충분히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목격자 증언의 신빙성과 그를 범인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걸 들어 유력한 용의자를 무죄 변론해 단숨에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

그런 때 로펌의 시니어 변호사로부터 재심사건을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그 사건은 21년 전 한 아동을 납치 후 살해 한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히라야마가 당시의 재판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음을 주장하며 재심 청구를 요청했지만 당시 용의자였던 히라야마가 자백을 했고 그의 범죄를 증언할 목격자도 있었던... 누가 봐도 명백한 사건이었다.

게다가 마쓰오카는 사실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죽은 아이 외에도 두 명의 아동 납치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었고 그녀 역시 납치된 사건의 피해자면서 유일하게 탈출에 성공해 살아남은 생존자였던 것

어린 시절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 눈을 떴을 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결박당한 채였고 운 좋게 자신을 묶은 줄을 풀고 그곳을 빠져나온 이후로 그녀는 21년이 지났음에도 매일 밤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는 히라야마를 대면하면서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상처를 위해서 재심을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그를 대면한 후 생각이 달라진다.

어쩌면 그의 주장대로 그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심은 이내 확신이 되고 히라야마는 억울한 희생자에 불과했음이 드러나지만 당시 그를 조사하고 심문했던 경찰들을 비롯해 그에게 유죄 선고를 내리도록 했던 검사까지 당시 자신들이 그를 심문하면서 저지른 온갖 불법적인 일이 드러날까 두려워 단단한 방어막을 치고 결사적으로 방어한다.

그들 중 일부의 사람에겐 히라야마가 진짜로 범인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았고 자신을 위해서 그가 반드시 진범이어야 했다.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히라야마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는커녕 어떤 단서도 없어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당시 그를 심문하고 조사했던 두 명의 경찰 중 한 명이 느닷없이 자신이 그를 대상으로 폭행이 있었을 뿐 아니라 결정적 증거인 죽은 아이의 머리카락 역시 자신이 그의 차에다 몰래 둔 것이었다는 모든 걸 뒤집을 증언을 한다.

이후 모두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분위기가 급변한다.

어린아이를 납치하고 살해한 범인을 잡은 우수한 경찰들이 이제는 폭력과 거짓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 낸 무능하고 나쁜 경찰이 된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모두가 당연하다 생각했던 진실이 단숨에 뒤집어지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당시 납치의 피해자였다 이제는 범인이었던 사람을 위해 변호사로서 그의 무죄를 증명하는 처지가 된 마쓰오카와 당시 사건 담당 경찰로서 어린아이를 상대로 몹쓸 짓을 벌인 희대의 나쁜 놈을 잡았고 자신은 옳은 일을 한 거라 굳게 믿는 아리모리의 시선으로 두 사람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의심 그리고 마음의 변화를 담고 있는 완전 무죄는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스토리가 탄탄하고 짜임새 있어 몰입감이 좋았다.

그리고 끝까지 히라야마가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든 작가의 의도는 적중해서 좀처럼 그에 대한 의심이 걷어지지 않는다.

사건 당시의 뚜렷한 알리바이도 없고 평소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평가 역시 좋지 않았던 점은 아리모리를 비롯한 경찰들이 왜 그를 쉽게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에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불법적인 일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그런 일을 하면서도 자신들은 정의를 행사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거침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이 밝혀진 후 보면 그들이 믿었던 정의를 구현한다는 신념이 얼마나 알량한 건지... 그런 신념이 오히려 자신들을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스토리로서도 재밌지만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전 무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소설답게 가독성 좋고 의외의 반전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길지 않은 이야기라 한 호흡으로 단숨에 읽을 수 있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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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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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아내를 죽였다...

도발적인 문구가 인상적인 미치오 슈스케의 신작 용서받지 못한 밤은 읽는 내내 몰입하게 하고 숨죽이게 하는 작품이었고 작가의 역량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좋아하던 작가의 신작이어서 기대가 컸는데 역시 명불허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작품이었다.

일단 시작은 평범한 부부와 네 살배기 딸이 있는 가정이 느닷없는 사고로 한순간에 달라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딸아이가 아빠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한 일이 결과적으로 아내를 죽게 한 것인데 아빠 유키히토는 이런 사실을 어린 딸이 알면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모든 것을 덮어두기로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딸아이도 어느새 20살이 되었지만 평온한 것도 잠시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와 그때의 사건을 들먹이면서 돈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가게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극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로 유키히토는 혼절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딸아이 유미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 여행을 결심하지만 유미로부터 아빠의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고 이야기는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초반부가 이렇게 딸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숨기고 있던 아빠와 그런 부녀의 비밀을 누군가가 알고서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라면 본격적인 내용은 이 부녀가 여행의 장소로 택한 유키히토의 고향으로 가면서이다.

유키히토의 가족은 누구도 고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누나와 돌아가신 아버지와는 끝내 화해하지 못한...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었고 그 배경에는 30년 전 유키히토 가족이 쫓기듯 고향을 떠난 이유가 깔려 있었다.

이들 가족에게 고향은 사랑하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의문사가 있었고 엄마의 죽음에 뭔가 관계가 있는 듯하지만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던 그 마을의 실세이자 유지인 4명에게 누군가가 독버섯으로 살해를 기도해 그중 두 명을 죽게 한 사건과 그 사건의 범인으로 아버지가 지목된 과거가 있었다.

더불어 그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친 벼락을 맞아 누나는 한쪽 귀의 청력을 잃고 몸에 큰 화상 자국을 남겼으며 유키히토는 당시의 충격으로 그때의 대부분의 기억을 잃은 날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좋은 추억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고향...

하지만 유키히토는 어릴 적의 시선이 아닌 나이 들어 그때 당시의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믿어왔던 진실에 의문이 생긴다.

모두가 살인자라고 믿는 자신의 아버지가 정말로 복수를 위해 냉혹하게 사람들이 먹을 음식에 서슴없이 독을 탔을까?

그렇게 믿기엔 여기저기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고 당시에는 별 의미가 없었던 아버지의 혼잣말에서 유키히토는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다는 예감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사건 당시에 있었던 일을 재구성하면서 사건의 본질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하나의 사건이 숨기고 있었던 비밀과 거짓말은 모두를 상처 입히고 숨겨지는 듯했지만 끝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만천하에 드러나는 데 그 비밀이란 게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슬프고 가슴 아프다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진실에는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절절한 父情이 있었고 그런 점에서 보면 父子는 다른 모습 다른 상황이지만 행동은 서로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이런 부분은 언제나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사소한 실수나 잘못으로 자식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죄를 덮어야 할까 아니면 자식으로 하여금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맞는 걸까?

이 책에 나오는 아버지들은 그 딜레마에 대해 자식의 죄를 덮고 자신이 안고 가는 걸로 자신의 부정을 표현한다.

책을 읽는 순간부터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재밌었고 스토리도 탄탄해서 빈틈이 없었다.

역시 언제 봐도 기대를 빗나가지 않는 미치오 슈스케 다운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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