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는 대부분 주거의 형태가 아파트다 보니 인테리어적인 부분은 몰라도 집의 구조는 평수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요즘에는 디자인이나 설계부분에서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가 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크게 바뀔 수 없다.

그래서 집을 배경으로 하는 공포물이나 호러물은 집 자체가 주는 공포가 아닌 그 집안에 사는 사람이 공포의 대상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는 그 집이 가지고 있는 자체의 분위기만으로도 얼마든지 공포물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우리보다 지진 등의 영향으로 단독주택이 많은 일본 역시 마찬가지로 그 집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공포물이 제법 있는 데 이 책 이상한 집 역시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집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 은밀하고 비밀스러움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어느 날 오컬트 작가인 남자에게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새로 살 집이 채광도 좋고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집이라 마음에 드는 데 설계도면 상에서 묘하게 이상한 부분이 있어 신경이 쓰인다는 말을 들은 나는 그 설계도를 건축 설계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로부터 들은 말은 분명히 집은 평범하지 않은 어딘가 이상하고 묘한 부분이 있다며... 자신이 생각한 가설을 들려주는 데 그 내용이 생각지도 못한 섬뜩한 것이었다.

겉으로 봐선 평범한 집이지만 아이 방이 있는 2층을 들여다보면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일단 아이 방 답잖게 창문이 하나도 없는 점... 그리고 아이 방을 들어가려면 두 번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

거기에다 1층 부엌을 비롯해 막혀있는 숨겨진 공간이 있는 데 2층 도면과 겹쳐보면 서로 연결된다는 점을 들어 건축 설계사는 무서운 가설을 세운다.

혹시 이 집은 누군가를 은밀하게 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며 아이는 살인의 도구로 쓰인 게 아닐까 하는...

그의 가설은 그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대담하고 무서운 가설이지만 집의 이상한 설계와 맞물려 마냥 과장이거나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내용을 담아 기사를 적은 나에게 누군가가 연락을 해온다.

자신의 남편 역시 이상한 집에서 살해당한 게 아닐까 한다는 그녀의 말은 나로 하여금 반드시 그녀를 만나봐야만 하는 필요를 느끼게 했고 그녀가 가져온 또 다른 이상한 집의 도면이 처음 그 집과 분명 다르지만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내용은 길지 않을 뿐 아니라 필자인 나와 건축 설계사와의 대화 그리고 남편을 잃은 여자와의 대화처럼 전부 대화 형식으로 쓰여 있다.

그래서 글자체가 군더더기가 없고 간결해서 대화 속의 내용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단지 설계도상의 어딘가 이상한 점을 찾다 왜 이렇게 집을 이상하게 지어야했을까로 시작해 결국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가설을 세웠지만 어디까지나 가설이었을 뿐... 그 자체로는 사건성은 없다

하지만 얼마 뒤 그 집이 있는 근방에서 토막 난 사체가 발견되면서 이제 단순히 가설로만 볼 수 없게 된다.

하나의 가설에서 발전해 점점 더 덩치를 키우는 의혹에 불을 붙인 건 나의 기사를 보고 찾아온 여자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부터다.

이상하다는 의혹에서 시작해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나오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확장되어가는 구조다.

그리고 집을 둘러싼 비밀을 찾아가다 드러난 진실은... 역시 생각처럼 섬뜩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다.

사람의 관념이란 게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그리고 하나의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어떤 짓까지 벌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상한 집은 처음부터 소설의 형태가 아닌 오컬트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우케쓰의 동영상에서 출발했다는 것부터가 평범하지 않다.

생각해 보면 무섭고 섬뜩하지만 그럼에도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묘한 매력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의 성공은 독특한 발상과 기획력이 가져온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의 눈물
하세 세이슈 지음, 허성재 옮김 / 혜지원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에서든 소수가 된다는 건 불평등과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땅에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거나 혹은 일본의 목적하에 강제로 낯선 땅으로 이주당한 채 살아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설움에 대해 낯설지 않다.

인류 역사상 원주민이 살고 있는 곳에 낯선 민족이 들아와 원래 살던 원주민을 몰아내고선 그 땅의 주인이 된 경우는 하나 둘이 아니다.

멀리 호주나 미국을 비롯하여 가까운 곳으로는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홋카이도의 토착 주민인 아이누족의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일본 사람과 외견상의 차이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다른 문화 차이로 인해 많은 갈등이 있었고 편견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 신의 눈물에서는 그런 아이누족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온갖 자연재해가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한 결과이며 그 대가는 우리의 후손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홋카이도 작은 동네에서 아이누족 목조 작가로 활동하는 히라노 게이조에게 본토에서 낯선 사람이 찾아와 제자로 받아들여달라고 요청한다.

그의 이름은 오자키 마사히코

모두가 떠나는 곳에 찾아 온 본토사람...누가 봐도 수상한 상황이지만 웬일인지 절대로 낯선 사람을 자신의 영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이조가 그를 받아들이고 손녀인 유우는 이 상황이 이상하기 그지없다.

부모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어버리고 할아버지인 게이조와 살기 전까진 자신의 피에 아이누족의 피가 섞여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유우는 학교에서 그걸 이유로 이유 모를 왕따와 괴롬힘을 당하면서 이곳이 너무나 싫어 하루빨리 이곳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우의 경계와 게이조의 냉대에도 자연스럽게 이 집에 스며들어가는 오자키는 사실 도쿄에서 이곳까지 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오자키와 그런 오자키를 귀찮아하면서도 결국 곁에서 자신의 작업을 지켜보는 걸 허락하는 게이조...

그리고 평소 무뚝뚝하고 말이 없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인 게이조에게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던 자신에게 이곳의 곳곳을 구경시켜주고 곁에서 친절하게 보살펴주는 오자키로 인해 유우는 그저 싫기만 했던 이곳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작가의 유명한 불야성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전혀 다른 느낌의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진 솔직히 괜찮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인데 책 속에 자연스럽게 소수민족과 본토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불평등, 억압 문제를 다루고 주인공인 오자키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의 시선에서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려하지 않는 모습에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억울함을... 그리고 이 모든 걸 넘어 결국은 모두가 자연 앞에 있어서 가해자임을 드러내는 이 모든 과정을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롭게 그려져있어 내 의심을 불식시키고 있다.

캐릭터들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을 제대로 잘 살렸고 그 속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 역시 우격다짐처럼 우겨넣는 방식이 아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수긍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드보일드 장르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보존하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누족의 이야기나 그곳에 살고 있는 온갖 동물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시튼 동물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여기에다 살인사건이라는 갈등 요소를 넣어 긴장감을 불어넣고 독자로 하여금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걸 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장르 불문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집의 평면도를 보고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 너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우리가 편안히 쉬면서 안식을 취하는 집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그 충격적 진실을 알고 싶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사회적 문제를 날카로운 비판과 은유로 고발해오던 작가 무라타 사야카

단순히 사회현상과 사회문제를 고발하기 보다 여기에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고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소설적인 재미를 곁들여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편의점 인간도 그렇고 소멸 세계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충격적이고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 터무니없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오싹하게 느껴진다.

이 책 지구별 인간도 그 범주에서 그렇게 멀어지지 않았다.

자신을 스스로 마법 소녀라고 칭하는 나쓰키를 처음 봤을 땐 어딘가 지능이랄지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언니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든지 할아버지 집에서의 이야기를 보면 남과 조금 다를 뿐 상상력이 풍부하고 제법 통찰력도 있는... 흔히 말하는 4차원의 사고를 가진 아이 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나쓰키의 일상은 학대받는 아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언제나 감정 과잉인 상태에서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 나쓰키를 대하는 엄마와 그런 아내를 보면서 모른 척 외면하는 방관자 아빠 그리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와 학교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을 동생에게 퍼붓는 언니... 스스로를 쓰레기통으로 칭하는 것만 봐도 이 집안에서 나쓰키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가족들의 학대는 나쓰키로 하여금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했고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도록 만들었는데 그런 나쓰키의 위치와 감정을 재빨리 간파한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성적 만족감을 위해 나쓰키를 이용한다.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고립되고 힘들어지지만 그런 나쓰키를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던 사촌 유우와 좀 더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나쓰키는 조금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두 사람은 둘만의 결혼을 한다면서 가족들을 충격에 빠뜨린 그날 이후 성인이 될 때까지 만날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사라져갈 즈음 지금의 남편인 도모오미를 만난다.

도모오미 역시 폭력적인 집안에서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아 성과 번식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과 혐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집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이 필요했었고 이런 조건들이 맞아 나쓰키와 가정을 이뤘다.

서로 접촉하지 않은 채 그저 한 집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 만족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도 잠시... 도모오미 역시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 결국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고 휴식을 취할 겸 해서 나쓰키의 할아버지 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릴 적 유일하게 이해해 주던 유우를 만나 셋은 마침내 자신들에게 출산을 강요하고 공장처럼 모든 걸 똑같이 규격을 맞출 것을 요구하는 이 세계를 거부하기로 결정한다.

자신들은 지구별 사람이 아닌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기에....

그들 세 사람이 살기로 결정한 뒤부터 이야기는 파격적이고 충격적으로 흘러가지만 오히려 그들의 모습이 점점 더 안타깝고 슬프기까지 했다.

결국은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이 세계가 그들에게 가하는 폭력에 끝까지 저항하는 그들은 결국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걸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지만 세 사람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그냥 닥치는 대로 살면서도 별다른 걱정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순수하다.

그런 모습 즉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고자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더 두렵고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음을 알기에 이들이 결국 파멸하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의 다름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된 사회에서 남과 다르다는 게 얼마나 힘들 수 있는지... 그리고 출산에 관한 문제조차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필요에 의한 강요를 받는 지금의 모습을 날카로우면서도 충격적으로 그리고 있는 지구별 인간은 처음엔 흥미롭게 읽다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충격파에 다 읽고 난 뒤 정신이 멍함을 느꼈다.

어쩌면 작가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주제...모든것에서 획일화를 강요하고 개인에게 출산을 의무처럼 느끼도록 강요하는 지금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걸 작가는 스스로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머 퀘스트
기타야마 치히로 지음, 이소담 옮김 / 폭스코너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때로 생각보다 더 성숙하고 생각보다 더 통찰력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다.

어쩌면 영원히 아이의 순수한 감성 그대로를 간직한 채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모습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녹아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성큼 성장하고 자라있는 모습이 대견하다가도 때론 아쉽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책 서머 퀘스트에 나오는 어른들이 소년 히로키에게 하는 거짓말에는 그런 의미가 숨어있음을 알고 있기에 히로키의 마음도 이해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선택을 한 어른들의 결정 역시 십분 이해가 가는 건 아무래도 내가 자식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본 탓이 아닐까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히로키는 아빠의 얼굴조차 모르고 자랐다.

게다가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이 말하는 아빠의 죽음에는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히로키는 늘 아빠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으면서도 엄마에게 대놓고 물어보지 못한다.

엄마가 슬퍼하는 건 싫기 때문이다. 이렇게 히로키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착한 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히로키의 궁금증이 사라진 건 아니다.

왜 엄마와 주변 사람들은 아빠의 죽음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왜 아빠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는지...

한 살 한 살 자라면서 아빠와 웃는 눈매가 닮았다는 걸 말고 아빠에 대해 알고 싶어지지만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물어볼 수 없다

그러다 이모, 이모부라 불리는 엄마, 아빠의 동창생 부부의 집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카메라를 몰래 현상해서 그날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히로키는 엄마 몰래 아빠의 흔적을 쫓아 10년 전 사고 현장이었던 곳으로 혼자 길을 찾아간다.

초등학생 히로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마치 히로키의 일기 같은 느낌을 준다.

때론 아이처럼 발랄하면서도 유쾌하지만 때론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고민도 털어놓고 자신만의 감상을 적어 놓은 게 너무 친근감이 있게 다가온다.

지금 현재 히로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빠에 대해 알고 싶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고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아라타가 자신과 다른 중학교로 진학해 서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라타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싫으면서도 그런 말을 해서 안된다는 걸 알고 있는 히로키는 엄마에게 아빠에 관해 묻지 않을 정도로 또래에 비해 감수성도 좋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더 이 아이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빠의 죽음에 대한 비밀 외에는 여느 또래 친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히로키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감정을 과잉해서 묘사하거나 아빠의 부재라는 걸 지나치게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서 오히려 더 히로키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또한 남들은 모르지만 부모의 갈등에 자신들의 진학이 도구가 되는 걸 알고 있는 아라타의 선택 또한 어른들의 생각보다 아이들이 휠씬 더 성숙함을 보여주는 예다.

그저 아직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아이들이란 존재는 늘 이렇게 주변 어른들을 놀래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존재가 아닐까

아빠의 흔적을 쫓는 여행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히로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읽고 난 후의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가독성도 좋고 전체적으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덤덤한 필체가 더 좋았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