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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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아내를 죽였다...

도발적인 문구가 인상적인 미치오 슈스케의 신작 용서받지 못한 밤은 읽는 내내 몰입하게 하고 숨죽이게 하는 작품이었고 작가의 역량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좋아하던 작가의 신작이어서 기대가 컸는데 역시 명불허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작품이었다.

일단 시작은 평범한 부부와 네 살배기 딸이 있는 가정이 느닷없는 사고로 한순간에 달라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딸아이가 아빠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한 일이 결과적으로 아내를 죽게 한 것인데 아빠 유키히토는 이런 사실을 어린 딸이 알면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모든 것을 덮어두기로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딸아이도 어느새 20살이 되었지만 평온한 것도 잠시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와 그때의 사건을 들먹이면서 돈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가게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극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로 유키히토는 혼절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딸아이 유미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 여행을 결심하지만 유미로부터 아빠의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고 이야기는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초반부가 이렇게 딸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숨기고 있던 아빠와 그런 부녀의 비밀을 누군가가 알고서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라면 본격적인 내용은 이 부녀가 여행의 장소로 택한 유키히토의 고향으로 가면서이다.

유키히토의 가족은 누구도 고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누나와 돌아가신 아버지와는 끝내 화해하지 못한...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었고 그 배경에는 30년 전 유키히토 가족이 쫓기듯 고향을 떠난 이유가 깔려 있었다.

이들 가족에게 고향은 사랑하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의문사가 있었고 엄마의 죽음에 뭔가 관계가 있는 듯하지만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던 그 마을의 실세이자 유지인 4명에게 누군가가 독버섯으로 살해를 기도해 그중 두 명을 죽게 한 사건과 그 사건의 범인으로 아버지가 지목된 과거가 있었다.

더불어 그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친 벼락을 맞아 누나는 한쪽 귀의 청력을 잃고 몸에 큰 화상 자국을 남겼으며 유키히토는 당시의 충격으로 그때의 대부분의 기억을 잃은 날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좋은 추억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고향...

하지만 유키히토는 어릴 적의 시선이 아닌 나이 들어 그때 당시의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믿어왔던 진실에 의문이 생긴다.

모두가 살인자라고 믿는 자신의 아버지가 정말로 복수를 위해 냉혹하게 사람들이 먹을 음식에 서슴없이 독을 탔을까?

그렇게 믿기엔 여기저기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고 당시에는 별 의미가 없었던 아버지의 혼잣말에서 유키히토는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다는 예감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사건 당시에 있었던 일을 재구성하면서 사건의 본질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하나의 사건이 숨기고 있었던 비밀과 거짓말은 모두를 상처 입히고 숨겨지는 듯했지만 끝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만천하에 드러나는 데 그 비밀이란 게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슬프고 가슴 아프다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진실에는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절절한 父情이 있었고 그런 점에서 보면 父子는 다른 모습 다른 상황이지만 행동은 서로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이런 부분은 언제나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사소한 실수나 잘못으로 자식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죄를 덮어야 할까 아니면 자식으로 하여금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맞는 걸까?

이 책에 나오는 아버지들은 그 딜레마에 대해 자식의 죄를 덮고 자신이 안고 가는 걸로 자신의 부정을 표현한다.

책을 읽는 순간부터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재밌었고 스토리도 탄탄해서 빈틈이 없었다.

역시 언제 봐도 기대를 빗나가지 않는 미치오 슈스케 다운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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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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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살인곰 서점에서 탐정으로 일하기 전 하무라 아키라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과거가 드디어 밝혀지는군요.처음의 그녀 모습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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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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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아련함과 함께 소녀 감성이 느껴지는 이 책은 일본 소설 그중에서도 소녀와 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느끼는 감성...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이 그대로 담겨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인들의 여고생 사랑은 언제 봐도 특별한 것 같다.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 중 공전의 히트를 친 작품이 몇 개 떠오르는 데 이 작품 속에서의 여고생도 특별하다.

그리고 그런 특별한 여고생 곁에 있는 남학생은 언제나 평범하지만 우직하고 믿음직스럽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도 이런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하게 생활하던 하루토와 학교에서 철의 여인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별명으로 불리는 미소녀 아야네는 만약 그때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하루토의 시를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이였을 뿐... 서로 접점은 없는 사이였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조부모의 밑에서 자라 그저 공무원으로 취업해 자신을 돌봐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곁에서 노후를 돌봐드리겠다는 목표 외에는 별다른 포부도 야망도 없었던 하루토의 유일한 취미는 시를 쓰는 것이었고 음악을 만들 순 있지만 작사는 할 수 없었던 아야네에게 하루토의 존재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학급에서 어딘지 겉돌고 있는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도 있었기에 금방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야네가 작곡을 한 곡에 하루코가 작사를 해 노래를 만들면서 서로 가까워지고 하루코는 아야네가 작사를 할 수 없는 상황 즉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난독증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한창 예민할 시기의 아이들이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서로 같이 공동작업을 오랜 시간 한다면 그다음에 오는 일은 뻔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하루코는 또래의 남학생답지 않은 결정...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야네가 자신 때문에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서는 안된다 생각해 떠나기 싫어하는 그녀의 등을 밀어 그녀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쿄로 떠나보낸다.

이야기의 시작은 하루코가 사랑하는 그녀에게 자신과 유명 가수가 된 아야네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이야기 전체의 복선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전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에서도 주인공은 다소 특별한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걸로 되어 있는데 이번엔 주인공이 글을 읽기 힘든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소녀들에게 이런 특수한 핸디캡을 부여하고 그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난관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으로 난관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병약한 소녀 곁에는 언제나 말없이 지켜봐 주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남학생이 있는...

작가는 아마도 아름다운 동화 같은 사랑을 동경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비슷한 느낌의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는 고등학생들의 풋풋하지만 순수한 그 시절을 가장 이상적으로 뽑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이 풋풋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성인의 막연한 생각일 뿐... 요즘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의 생각처럼 고등학생이라고 마냥 순수하고 풋풋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쓴 사람이 어린 나이가 아닌 막연히 고교 생활을 그리워하는 성인이라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일본 소설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어떤 작품과 어딘가 비슷한 전개를 가져가고 있는 듯한데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한다.

일본 소설답게 가독성도 좋고 큰 부담 없이 읽기엔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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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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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인터넷이나 sns 상에 익명성 뒤에 숨어 온갖 욕설과 자신의 악의를 거침없이 드러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별다른 제재나 제약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이 그저 재미 삼아 혹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는 이유의 대부분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어떤 소기의 목적을 가졌거나 나쁜 의도로 사람들을 선동하고자 한다면 인터넷이나 sns를 이용하는 것 만한 방법도 없지 않을까 싶다.

후루타 덴이 쓴 이 소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에서도 그런 익명성 뒤에 숨은 악의를 표현하고 있다.

마음 맞는 파트너가 있고 커리어 역시 잡지를 만드는 회사에서 나름 인정을 받고 잘나가던 카에데

하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이제까지 그녀가 쌓은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던 잡지에서 손을 뗄 처지에 놓인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동료의 은근한 조롱과 질시, 회사의 압박에 숨이 막혔고 그런 그녀의 눈에 딸아이의 옷을 만들어주면서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느끼는 듯한 소라 파파라는 닉네임의 그 사람이 위선자처럼 느껴져 비판의 댓글을 남긴다.

당신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나요?

단 한 문장의 말...

그것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을까?

한편 오랜 세월 잠든 채 누워있는 아내의 병구완과 주말에만 함께할 수 있는 딸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주중에는 병원에서 주말에는 딸아이가 있는 본가로 가야 하는 다나시마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딸과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자신이 가진 솜씨로 딸아이의 옷을 만들어 주는 걸로 대신하는 그에게 당신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느냐고 묻는 누군가의 댓글은 그를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이 어떤 심정으로 이 일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이 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그는 자신에게 이런 글을 남긴 사람을 추적해 같은 방법으로 응징하고자 했다.

이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채 그 사람을 추적해 그 사람의 일기와 글을 모두에게 공개하고 원하던 대로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악플이 달리는 걸 즐기게 된다.

따로따로 놓고 보면 두 사람은 그저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특별한 악의를 품고 있거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댓글을 남기거나 한 게 아니지만 결과는 두 사람의 상상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어느 순간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파국으로 치닫는 데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나며 반전에 반전을 더한다.

열정을 다해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좋아하고 마음 맞는 파트너가 있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30대의 커리어 우먼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허울좋은 삶인지 그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어쩌면 늘 위태롭게 삶을 영위해 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많은 시간 함께하는 동료는 내가 한순간만 삐끗하면 언제든 내 자리를 차고 들어올 수 있는 잠재적 라이벌일 뿐이고 함께하지만 진짜 짐을 나눌 수 있는 사이는 아닌 그저 마음이 맞는 동안 함께하는 사이일 뿐인 파트너...

위기 상황에서 그녀가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 어디에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마음 편히 털어놓고 도움을 받을 수 없는대서 오는 그런 감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어서인지 공감이 간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표지의 그림이 다시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도 적절한 표현인지...

처음부터 주인공인 여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었고 그래서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다 생각지 못했던 반전까지...

가독성 있고 몰입감 좋고 마지막 반전까지 삼박자가 잘 갖춰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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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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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판타지 그리고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섞어 참으로 오묘한 매력을 보여주는 온다 리쿠

극사실적인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그래서 온다 리쿠의 책은 언제나 쉽지 않다.

분명한 뭔가가 도출되기보다는 언제나 모호한 상황과 결말마저 이 사람이 범인이라고 하는 방점을 찍어주지 않는 대서 오는 그 개운하지 않은 뒷맛

그럼에도 그녀의 책은 언제나 호기심을 불러와 신간이 나오면 찾아보기도 하고 사람들의 평을 관심 있게 보기도 한다.

이 책 유지니아는 그런 온다 리쿠식 미스터리의 정점의 작품이라고들 평하는 데 그래서인지 이번에 새로운 색을 입고 재출간했다.

지방의 명문가 잔치에서 마을 사람을 비롯해 명문가의 사람들 대부분이 독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주변으로부터 평판이 좋은 명문가를 노린 독살 사건인 이 사건은 이 집안의 아이 두 명을 포함 6명의 아이들까지 희생된 잔혹하기 그지없는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을 모으지만 좀처럼 용의자를 특정 짓지 못한 가운데 생각지도 못했던 남자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를 통해 범인이 드러났다.

하지만 자살한 범인과 이 집안에는 어떤 접점도 없어 공범의 존재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대충 마무리되고 만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 누군가에 의해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그날의 진상을 각자의 관점에서 풀어놓고 있다.

당시 직접적으로 그 사건을 겪은 걸로 논문을 쓰고 결국에는 책을 출간한 사람부터 그날 살아남았지만 범인으로 오인받아 고통스러워했던 그 집안의 가정부, 범인을 유난히 따랐던 남자아이 그리고 그 집안의 비극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눈먼 소녀 등등

그들의 입을 통해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대부분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범인은 왜 그런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근거가 없어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지방의 명문가로 명성이 자자하고 풍족하고 여유로운 집안이 대부분 그렇듯 큰 소리 날 일이 없이 화목해 보이는 그 집안에서 왜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야만 했는지...

그 집의 유일한 안타까운 점은 몸이 허약하고 앞을 볼 수 없는 외동딸이라는 존재뿐...

하지만 눈먼 소녀라는 이 존재는 상당히 특이하다.

비록 앞이 안 보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존재였고 사람들로부터 호감과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소녀는 동정의 대상이기보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동경의 대상이라는 점도 그녀의 특별함을 나타내준다.

눈이 안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행동에서 우아함이 넘치고 자연스러워 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녀가 보이면서 안 보이는 척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불러올 정도로 그녀는 특별한 존재였고 인터뷰에서도 그런 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어쩌면 그녀가 그토록 모두로부터 특별 취급을 받는 데에는 그녀가 앞이 안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작용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 모든 이야기는 그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후 20여 년이 지나 인터뷰를 통해 그날의 사건을 비롯해서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죽음들이 드러나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는데 언제나 끝날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전개로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범인이 범인이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책이 모호함과는 대비되는 것으로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것에 짙은 파란색과 하얀 백일홍과 같은 강렬한 색채가 등장하고 화려한 꽃이 등장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여성적으로 몰고 간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인 온다 리쿠가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쓰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워서도 더 잔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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