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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강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평점 :
경제 서적 혹은 경제사와 같이 경제가 들어가는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다.
요즘에는 워낙 다양한 종류의 책이 나오고 있어 좀 더 쉽게 경제를 알려주기 위한 방법은 많지만 그럼에도 기본에 대해 모르면 그것조차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그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흥미롭게 하기 위해 그림이라는 도구를 사용했다.
사실 그림이라는 것도 종교화 같은 특별한 작품을 제외하면 당시 문화를 배제한 채 그릴 수는 없고 알게 모르게 그림 속에 당시의 생활상이나 모습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는 걸 착안해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책은 일단 크게 1,2부로 나눠져 있다.
1부에서는 유럽에 부를 이어갈 수 있게 한 물건들 즉 재화를 중심으로 그리고 있다면 2부에서는 보다 더 유럽 역사에 치중해서 그리고 있다.
아마도 1부에서는 독자들의 흥미를 북돋을만한 가벼운 소재 위주로 가면서 2부에서 펼쳐지는 본격적인 유럽 부의 역사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한 안배가 아닐까 싶다.
일단 유럽에 엄청난 부를 안겨준 재화를 보면 스위스의 용병이나 로마제국의 길 혹은 헨리 포드의 자동차 분업 같은 특정한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역의 대상이 되는 상품을 통해서였다.
독일의 기반이 된 맥주나 엄청난 식민지 전쟁을 불러온 향신료 그중에서도 특히 후추와 같은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대구나 청어가 유럽의 역사를 바꾼 존재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대구와 청어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말리는 데 필요한 소금이 필요해졌지만 소금을 얻는 게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었다.
그래서 소금은 당시에는 금과 같은 귀한 대접을 받았을 뿐 아니라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오늘날 월급쟁이를 샐러리맨이라 불리는 것도 소금에서 나온 말이었고 군사들이 월급 대신 소금으로 받는다는 데서 솔저가 유래했다는 걸 보면 당시 소금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얻은 말린 대구를 통해 멀리 다른 대륙으로까지 진출할 수 있는 대항해의 길이 열렸고 청어로 인해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배타적 경제수역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렇게 은이나 소금, 대구와 같은 걸 통해 엄청난 부를 손에 넣은 유럽은 돈이 되는 걸 쫓아 대항해를 시작했고 아시아에서 가져온 향신료를 통해 또다시 막대한 부를 얻게 된다.
아시아에서 가져온 향신료가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유렵 각국에서 서둘러 돈을 좇아 아시아로 아시아로 향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고 그로 인해 인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중국까지 유럽의 손아귀에 떨어져 자원의 수탈 대상이 된다.
책에서 다뤄진 건 유럽의 역사와 다름없지만 문제는 이런 선진국이라 불리는 강호들의 약자에 대한 수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위해 마음대로 국제법을 새로 만들거나 바꾸기도 하는 등 자신들만의 룰을 만들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그들만의 리그에 뛰어들 수 없도록 만들면서까지 돈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저자는 역사를 통해 유럽의 경제사 아니 수탈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가장 고통받는 건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다.
자신들이 가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판을 뒤집고 흔들어대고 있는 지금... 어쩌면 이 책은 우리에게 경고를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재밌게 읽다 문득 두려움을 느끼게 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