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에 관한 예언 살림 펀픽션 3
요시카와 에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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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시절 직장 선배와 회식 후 재미로 찾아간 길거리 점집에서 "자네는 30대 후반에 결혼할꺼야"라는 점쟁이 말에 이런 이런 앞으로 결혼하려면 10년이 더 남았잖아 지금 사귀는 여자친구는 어떡하라구 하고 그 점쟁이를 비웃었었다. 그런데 그 당시 결혼을 약속한 친구랑은 여러가지 일로 결혼이 무산되었고, 몇 번 선도 보고 소개팅도 해봤지만 이상하게 계속 안되다가 점쟁이 말대로 결국 30대 후반에 지금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점쟁이가 저주를 내린 건지, 아님 정말 내 운명이 그런 건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웃음도 나온다. 요시카와 에리의 “나의 결혼에 관한 예언”은 나처럼 믿거나 말거나한 결혼에 관한 예언을 받은 주인공이 운명의 남자를 찾아나서는 좌충우돌의 황당한 연애담을 그린 책이다.

 주인공인 “히라시아 리카”는 예일대에서 간호사 자격증을 따고 일본에 돌아와서 유명 대학병원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간호사다. 그러나 한 사건으로 인해 그녀의 건강한 삶이 멈추어 버렸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인도로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부터 쿵쾅거리는 엉뚱한 일이 시작된다. 울창한 열대 우림 속에서 리카가 타고 있던 버스는 사고로 멈춰 서게 되고, 그녀가 타고 가던 버스는 뒤에 온 민영버스에 의해 견인되어 버린다. 그리고 붕 달렸지만 앞에 앉았던 운전사 아저씨가 안 보인다. 쿵! 버스는 반으로 두동강이 나고 앞부분만 달리고 뒷부분은 남아버린다. 그런 황당한 상황 속에 갇혀버린 리카를 짜짠하고 등장한 멋진 남자 류 - 대기업 회장이자 잘 생긴 얼굴에 큰 키, 냉철하고 명석하지만 리카에겐 항상 다정 다감한 따뜻한 남자다. 다만 유부남이라는 사실 - 가 구해주고 둘은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 버린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인도의 점쟁이는 그녀에게 “스물아홉에 결혼, 기묘한 동물 그림, 기호 같은 문자, 그리고 ‘38’이라는 숫자”가 적힌 결혼에 관한 예언이 담긴 쪽지를 건네준다. 이때부터 그녀의 운명의 남자를 찾아 나서는 3년간의 파란 만장한 모험(?)이 시작된다.

리카의 남자에 대한 로망의 첫 대상은 언제나 따뜻하게 손잡아 주시던, 세 살 때 안타깝게 갱단에 의해 돌아가시고 만 아빠였다. 그녀 앞에는 참 많은 남자들이 결혼에 대한 예언처럼 등장한다. 인도 여행 중 만났던, 예언의 38이라는 숫자와 나이가 일치하는 대기업 회장 “류”, 돌아가신 아빠 대신 어린 리카와 놀아주었던 동료 경찰관의 아들이자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손잡아 주던 히로 오빠 - 나이는 틀리지만 차번호와 기호 표시가 일치한다 -, 그녀가 대학 병원 간호사로 있었을 때 아빠를 죽게 만들었던 갱단의 일원을 구해주고 나서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혼자 울고 있을 때 만났던, 나중에 큰 고통을 안겨 주었던 전 애인 시마다 아쓰시 - 예언에 맞추려는 듯이 38송이 장미꽃으로 억지를 부린다 -, 엄마의 한국어 수업 선생님인 승제 - 군복무를 38선 DMZ에 근무 했었단다 - 등등 리카가 만나는 모든 남자들은 운명의 숫자인 38의 숫자를 가지고 리카 앞에 나타나서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리카는 어떻게 보면 남성편력이 가히 심한, 생각이 없는 여성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순간 순간을 진실로 그 남자들을 사랑한다. 리카는 만나는 남자들에 대하여 계산하거나 이익을 먼저 따져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여 그 남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순수한 사람이었다 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녀가 남성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문 간호소 일에 열정적으로 일하는 리카의 모습을 통해 안정적인 자신의 회사를 몇 백년이 지나도 튼튼히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도전적으로 일하게 되는 “류” 처럼 그녀의 남자들이 오히려 그녀에 의해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녀의 예언의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끝(계속?)이라는 끝 맺음말은 그녀의 예언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생각하는 바로 그 남자, 또는 아직도 등장하지 않았을 새로운 어떤 남자가 바로 그 남자일 수 있다는 열린 결말(멀티엔딩)으로 마무리한다.

그녀의 좌충우돌의 연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은 중간 중간 읽으면서 과연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마지막 페이지를 몇 번을 펼쳐보게 만드는 재미를 준다. 연이어 계속되는 반전에 또 반전,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도대체 이 책의 주인공인 히라시아 리카, 이 친구는 누구랑 결혼하는 거야, 예언은 결말이 어떻게 되는 거야 하는 궁금함과 주인공의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에 매료되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작가의 위트가 넘치는 마지막의 “끝[계속?]”은 읽고 나서도 과연 주인공 리카가 어떤 남자와 결혼하게 될 런지 상상하게 만드는 여운의 즐거움을 준다.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 자신의 손을 잡아줄 따뜻한 손을 가진 남자를 기다리고 있을 그녀들에게, 결혼이란 현실에 절망하기 보다는 결혼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과 연애의 설레임을 아직은 간직하고 싶을 그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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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차별화 전략 - 아이폰, 스타벅스, 나이키는 어떻게 고객을 사로잡았나?
노아 케르너 & 진 프레스먼 지음, 한예경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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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누구나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들 수 있을까?”
 

수많은 기업들과 마케팅 담당자들의 골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이 질문에 대하여 노아 케르너와 진 프레스먼은 그들이 공저한 “창조적 차별화 전략”에서 “상품을 팔리게 만드는 1%의 가치를 창출하고 명확한 컨셉트를 부여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해답을 제시한다. “그걸 누가 모르나, 도대체 그 1% 가치가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찾냐고”라고 바로 반문하게 되는 조금은 허무(?)한 답변에 대해 작가는 100여명의 혁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각종 기업들의 풍부한 사례, 그리고 공동저자인 “진 프레스먼”의 회사인 세계적 유명 의류회사 “바니스”의 사례를 예로 들어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이야기 하는 창조적 차별화 전략에 대해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

“Me-Too" 가 아니라 ”Think Different" 전략에 관심을 가져라. 

프랑스산 명품 보드카인 “그레이 구즈”는 다른 보드카들과 품질과 맛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슈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성공했다. 불투명한 술병, 나무상자 포장, 최고의 보드카 생산지 프랑스에 공장을 둔 점, 파격적인 비싼 가격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자선단체 행사, 사교모임 기증행사와 주류업계 종사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전략을 통해 “최고급 보드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다른 보드카 업체들이 뒤늦게 품질을 높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결국 “모방”에 지나지 않았고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품질보다 뛰어난 광고는 없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의류업체 트렁크(Trunk Ltd)는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스타들의 고전적인 스타일을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어 유명 인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자신보다 더 명망 있는 음악가들의 이미지를 얻고 싶은 마음에 유명인들은 트렁크를 입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이것이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도 가장 언론에 많이 실리는 이유가 되엇다. 사실 트렁크는 누구에게도 자기들의 옷을 입어달라고 하거나 돈을 지불하지도, 공짜로 주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이점이 유명 인사들이 제품을 더욱 높게 평가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트렁크의 차별화 포인트는 유명인의 옷장에 걸려있는 물건이라는 점이 아니라 품질이나 시장성 면에서 소비자에게 친숙하고 가치잇는 브랜드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대중들에게 그들이 맘껏 가질 수 없는 것을 (적절하고 완벽한 타이밍에) 제공하라.

그래미 어워드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레퍼 겸 배우 에미넴은 흑인들의 전유물이라는 힙합에서 백인 랩퍼로서 큰 성공을 거둔다. 그가 데뷔한 1990년 대 힙합을 즐기는 주류 소비자 계층이 백인 꼬마(청소년)들로 바뀌는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 주 소비층이었던 그들은 피부색이 검지 않다는 이유로 투팩(Tupac)과 같은 성공을 꿈꿀 수 없었는데, 아주 적절하고 완벽한 타이밍에 그들이 열망하던 꿈을 실현시켜준 영웅이 바로 에미넘이었다. 에미넘 덕분에 백인 꼬마들도 음반 프로듀서의 꿈을 꾸게 되었고, 백인 랩 가수의 꿈이 더 이상 코웃음 치거나 이상한 아이로 취급받지 않게 되었다.

 책에서는 위에서 소개한 사례 이외에도 수많은 인터뷰와 사례들을 통해 과연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전략이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화 전략에 있어서 때로는 상호 모순되는 설명도 있었고 - 품질을 가장 큰 무기로 강조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품질보다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너무 많은 인터뷰와 사례가 오히려 구성을 산만하게 하는 점도 있어 전략 주제에 해당하는 대표 사례 한 두 개 중심으로 책을 구성했으면 좀 명확하고 쉬운 설명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책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돈을 쓰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것”, 남들과 비교하여 돋보이고 독특해야 하며 전혀 다른 궁극적인 상태의 그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론 맺는다. 어찌 보면 뻔한 결론일수 도 있겠지만 그동안 막연하게 느꼈던 “차별화”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접목할 수 있는 방법적인 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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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해학 - 사찰의 구석구석
권중서 글.사진 / 불광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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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참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수려한 산속 풍광과 잘 어우러진 고색창연한 사찰 건물들, 자신과 닮은 얼굴이 하나는 반드시 있다는 말에 꼼꼼히 들여다 보게 되는 만불상, 초파일날 어머니께서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걸어 놓으셨다는 대웅전 천장을 빼곡하게 메운 각종 연등들, 사찰 벽면에 그려져 있는 제 불보살들과 신중들의 탱화들, 대웅전 앞마당에 놓여있는 옛스러운 석탑들,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각종 석불들, 대웅전 뒤 켠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산신각에서 만나는 산신과 호랑이 그림 등등 하나하나 둘러보다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린다. 그중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은 절 입구 천왕문에서 만나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사천왕상일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보관과 갑옷을 차려 입고 손에는 칼과 삼지창, 악기를 들고 각종 악귀와 죄인 - 정확히는 생령좌(生靈座)라는 귀신이다 -들을 발로 밟고 있는 모습들이 무서워서 어릴 적에는 천왕문을 가로질러 가지 못하고 멀리 돌아가곤 했다. 이제는 사천왕상의 과장된 표정과 발 밑 귀신들의 고통스럽고 불쌍한 표정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을 만큼 나이 들면서는 그 모습들이 재미있어서 절에 가면 대웅전 부처님은 보지 않아도 사천왕문은 꼭 둘러보곤 한다. 권중서의 “사찰의 구석구석 불교 미술의 해학”은 절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미술품들의 테마들, 즉 불법 수호신들, 불보살들, 석가모니 일대기 그림이나 조각, 불상, 조형물들이 보여주는 익살과 해학적인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다.

근엄과 경건함이 일반적인 통념인 종교 미술에서 유독 우리나라 절에서는 사천왕상 발 밑 악귀들이나 하나하나 표정이 다 다른 기기묘묘한 만불상, 부처님 설법중 떠드는 아라한 모습, 제신장도에서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몇몇은 딴곳을 바라보는 모습 등등 웃음이 나올 법한 재미있는 장면 들이 많은 것일까? 작가는 해학이 풍부한 우리의 민족성이 투영되었다고 보고 있다. 경직되었던 마음을 일순간에 풀어주고 고단한 삶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부처님의 말씀을 해학과 익살로 표현해냈다고 한다. 책에서는 참 많은 절의 그림과 불상, 조각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책 말미의 불교 지옥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 해학과 익살을 잠깐 소개해본다. 

인간의 죄업을 심판하고 그 죄업에 따라 벌을 받는 장소인 “지옥”은 많은 종교에서도 등장하는 대표적인 사후 세계라 할 수 있는데 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지옥에도 한줄기 구원의 길이 열려 있으니 지옥에 떨어지는 인간들을 인도하여 안락한 정토나 해탈의 길로 이끌어주는 “지장보살”이 바로 그 구세주와 같은 존재이며 지옥의 고통을 묘사하는 지옥 그림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과 여유로 묘사되고 있다. 책에는 여러 절의 지옥도가 등장하는데 그중 파주 보광사 명부전 지옥도 모습(P.301)을 살펴보면, 우측 상단에 나타난 지장보살과 좌측 합장하며 지장보살을 쳐다보는 염라대왕과 그림 중간의 몇몇 판관들과 옥졸들의 모습, 특히 그림 중간의 한 판관은 비뚤어진 관을 다시 쓰려는지 아니면 지장보살의 출현으로 엉망이 된 재판이 염려스러운지 머리를 감싸고 인상 쓰는 모습이 참 재미있고 익살스럽다.. 같은 페이지 서울 개운사 명부전 지옥도에는 말과 소 머리를 한 두명의 지옥 옥졸들이 죄인들을 가리키면서 “이거 어떡하지? 풀어줘야 돼 말아야 돼?“ 하고 서로 논의하는 장면이 익살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사찰의 각종 미술품에 대하여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불교 교리 소개와 함께 해학과 익살에 코드를 맞추어 소개한 점이 재미있었지만, 아쉽다면 너무 많은 것을 책에 담고자 하는 의도가 오히려 산만한 구성과 나열로 책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수많은 그림들에 대하여 사찰별로 색인을 만들어서 뒤에 첨부했다면 추후에 이 책에 소개된 절을 방문할 때 그림들과 내용들을 쉽게 다시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책 머리에 작가가 이야기 한 것 처럼 “조상들이 남긴 불교 조형물에서 부처님의 숭고한 뜻을 살피고 그 안에 녹아 있는 해학과 여유가 바쁜 삶속에서도 잠시 쉬며 마시는 시원한 한 잔의 물이 되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의도는 적어도 나에게는 제대로 먹힌 듯하다. 앞으로 찾게 될 절에서 만나는 그림들이나 조각들이 예전처럼 그저 휙 둘러보고 마는 그런 풍경이 아니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장면들을 꼼꼼히 눈여겨 보고 웃음 지으며 같이간 가족들에게 설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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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어둠 -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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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경제에 있어 최고의 이슈는 당연 토요타 대량 리콜 사태일 것이다. 

 “품질경영”, “경영혁신” 대표적인 모델로 항상 벤치마킹 대상 1순위 기업으로 손꼽히던 토요타가 자신의 강점인 “품질”문제로 수 십년간 쌓아온 신화가 단숨에 무너져버리고 생존마저 위협받게 된 작금의 현실이 잘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라 각종 언론이나 연구기관들의 원인에 분석 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공통된 의견은 성장을 중시한 나머지 그토록 강조해왔던 품질관리를 오히려 등한시했고, 일본기업 특유의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소비자의 불만에 늦장 대처하게 만들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태가 일어나기 2 년 전인 2007년 10월 마치 이러한 사태를 예언한 듯한 책이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마이뉴스 재팬의 “토요타의 어둠”이 바로 그 책으로 저자 후기에서 “초 합리주의처럼 보이지만 토요타 시스템은 실은 비합리적 시스템이며, 내부 고발, 외부 비판도 없기 때문에, 사내 사상통제를 기반으로 현재의 시스템에 온존되어 큰 규모의 자기 개혁이 일어나지 않고 있어,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라고 한 예견은 3년도 채 되지 않은 “멀지 않은 장래”에 정확히 실현되었다.

 일종의 고발성 탐사 보도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세계 제일의 자동차 생산대수와 최우량기업이라는 토요타의 밝은 이미지에 가려진 어두운 부문, 즉 규율준수와 일체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치 “북한”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폐쇄적인 조직문화, 과중한 노동 강도, 형편없는 복지시설, 노사 일체형 노동조합, “파워하라(Power Harassment의 일본식 축약어로 힘 있는 상사의 괴롭힘을 뜻함)”를 당하는 하청업체 등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특히 책 중반에 소개되고 있는 지난 2002년 2월 과도한 잔업에 시달리던 30세 사원이 과로사한 사례는 세계 1위 기업 토요타 자동차의 구조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토요타의 품질문제는 최근 한 두 해 문제가 아니라 지난 2004년~2006년 3개년 간 약 512만 대를 팔고 511만 대를 리콜하는 결합률 99.9%를 나타내고 있고, 그 당시에도 토요타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부인하고 감추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보면 토요타의 늦장대응은 마치 오랜 전통이냥 계속 이어져 왔고 결국 이렇게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워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토요타의 어두운 면들이 그동안은 왜 물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까? 저자는 10년 이상 계속 수위를 차지하고, 2007년 1,054억 엔을 쏟아 부은 일본 제일의 광고선전비가 잡지, 신문, 출판사, 인터넷 신문 어느 하나 예외 없이 철저히 입을 막아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서점이나 신문에는 토요타식, 토요타류 같은 자사에서 발표한 정보에 기초를 둔 편파적인 아부성 내용들만 넘쳐날 뿐 과로사, 탈세, 성추행 등 어두운 면은 철저히 감춰지고 축소되어 왔다는 것이다. 

 솔직히 현재 직장생활을 하는 내 입장에서 2장에서 소개된 “토요타 직장 환경 실태”가 과연 최악의 근무 여건인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리는 부분도 있었고, 필리핀 토요타 공장에서 있었다는 스트립쇼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여느 삼류 주간지에서나 볼 수 있는 가쉽성 기사가 과연 필요한 내용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변변히 책 광고조차 하지 못했지만 베스트셀러에 오른 우리나라 어느 책처럼 비록 광고수입에 자유롭기 때문에 토요타를 성역시 할 이유가 없었다지만 이 책도출간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어진다. 책 내용은 다소 미흡하지만 금기시되는 성역에 대한 도전, 진실의 추구가 이 책의 가치를 한껏 고양시켜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토요타에서 삼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비약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파멸로 향하는 구 일본군이 되지 않기 위해서 썼다는 이 책처럼 현 토요타 사태가 성장제일주의, 조직 우선 주의 등 비슷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내일 당장 벌어져도 전혀 이상할 것 없다는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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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3
이은희 지음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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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 채널 여기저기에서 미드를 경쟁적으로 방송하는 것을 보면 요새 미드가 대세이긴 대세인가 보다. 가끔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같은 드라마, 같은 에피소드를 여러 채널에서 동시 방영하거나 어느 채널은 아예 특집 편성으로 하루 종일 드라마 시리즈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전편을 방영하기도 한다. 내 취향은 "X-FILE", “슈퍼내츄럴”,“히어로즈”같은 판타지 장르라 기타 장르 드라마는 그저 시간날 때 한 두 편씩 보곤 하는데, 그래도 주로 보게 되는 드라마가 과학 수사물인 “CSI"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한편 한편이 독립적이어서 전체 스토리를 챙겨볼 필요가 없고, 치밀한 플롯과 트릭, 반전이 묘미인 정통 추리 소설과는 달리 과학적 수사를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장면이 제법 흥미롭기까지 하다. 나야 과학전공자가 아니어서 과학적 근거가 과연 타당한지를 판단할 만한 소양이 없고 각종 전문용어는 그저 친절한 자막 한번 읽어주고는 금새 잊어버리게 되고, 그저 스토리 위주로 편안히 시청해주면 되니 전혀 부담이 없다.  그런데 무엇을 보든 ”저것이 과학적으로 말이 될까?“를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따져보는, 그래서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그냥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안돼?“라고 종종 핀잔을 듣는 조금은 피곤한 시청자가 아예 미드에 나오는 각종 과학적 상식을 책으로 엮어냈다. 과학이라면 어렵다는 편견을 가진 일반 독자들을 위한 쉽고 재밌는 과학 에세이를 여러권 펴낸 이은희의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에는 “CSI", "성범죄수사대 SYU","하우스”,“프리즌 브레이크”, “NCIS" 등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되었거나 지금 한창 방영중인 드라마들 30편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다. 책의 구성은 우선 한 페이지 정도로 드라마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과학적인 상식을 설명하는 형식인데, 예를 들어 주인공의 온 몸에 새긴 문신이 인상적이었던 탈옥 범죄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편에서는 문신의 기원과 문신의 방법, 문신을 통해 C형 간염 등 각종 질병이 유발되는 점들, 새기는 것보다 지우기가 더 어려운 이유 등 문신 전반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덜 익힌 돼지고기 햄을 먹고 촌충에 감염되어 발작 증세를 일으킨 환자를 치료하는 ”하우스“ 편에서는 작가의 해부학 실습 시절 경험과 함께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 기생충의 종류 등에 대해 설명하며, 연쇄 살인범들만을 골라서 죽이는 살인마를 그린 ”덱스터“의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인 아침 식사하는 장면에 대해선  건강에 치명적인 주인공의 아침식단에 등장하는 포화지방, 불포화지방, 트랜스 지방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불행한 어린 시절로 인해 흉악범이 된 사형수 이야기인 ”그레이 아나토미“편에서 소개된 할로 박사의 과학 실험이었다. 할로 박사팀은 ”붉은 털 새끼 원숭이 실험“을 통해 기본적인 회로만을 갖춘 채 태어나는 인간의 뇌는 자라면서 얻는 경험으로 채워나가야 하는데, 자신을 따뜻하게 안고 어르고 달래주는 부모의 존재가 뇌의 정상적인 발달을 유도하여 아이의 신경계를 자극하고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우게 한다는 것, 즉 아이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사랑이 필요하는 것을 입증한다. 작가는 이와 같은 할로박사의 실험을 예로 들면서 사랑이란 주로 포유동물 이상의 고등 동물의 뇌에서 발견되는 번연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며, 뇌가 가장 발달한 인간이 지구상 어떤 생명체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행운의 종으로 사랑을 배우는 것은 바로 삶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한편 한편 드라마의 줄거리를 읽고 관련한 과학상식을 확인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해서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어린 학생들이나 미드에 푹 빠져 지내는 어른들까지 누구나 다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만한 책이다. 다만 여기에 소개되고 있는 드라마는 과학적 상식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서만 소개되는데 드라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소개가 곁들여졌다면  하는 점과 드라마 에피소드가 실제로 과학적으로는 허구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지와 같은 드라마 자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좀 더 있었다면 더 흥미롭고 재밌었을 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좀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드라마와 과학 상식을 소개하는 후속 권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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