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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더 받는 당신이 있다 - 상처받지 않는 힘
김신영 지음 / 대한출판사 / 2022년 6월
평점 :

상처를 더 받는 당신이 있다 | 남에게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게는 자아정체감이 있다
광물 고유의 성질 중에 경도(hardness)라는 것이 있다. 경도란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 성질이다. 다이아몬드는 경도가 높은 광물이다. 얼마나 단단하면 다이아몬드로 금속을 자를 수 있다. 반면, 흑연은 경도가 낮은 광물이다. 연필심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흑연은 잘 부러지고 표면에 흠집을 내기도 쉽다.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같은 탄소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나 원자의 배열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진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같은 인간이라도 유독 상처에 민감한 사람이 있고, 반대로 웬만한 타격에는 꿈쩍도 안 하는 사람이 있다. 【상처를 더 받는 당신이 있다】는 책 제목처럼 유독 상처를 더 받는 사람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으며, 그들이 상처받지 않는 영혼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 책이다. 학생과 교장이 나눈 20번의 상담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우선 교장에게 상담 받으러 온 학생의 처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남들보다 상처를 잘 받는 것으로 예상되는 이 학생은 사사로운 말 한마디에 삐지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상처 받는 학생이 아니다. 이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대상은 명확하다. 이 부분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두 사람간의 대화를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은 정신분열증을 앓는 엄마와 동생을 둔 여학생이다. 학생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학교친구들에게 “너의 엄마 정상이 아니라며?”, “미친년”, “웬 메이커 운동화를 신고 다녀?”와 같은 폭언과 욕설을 듣고 있으며, 너무 힘든 나머지 끝내 자살 시도까지 했던 학생이다. 깊은 상처에 괴로워하는 학생이 교장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상처를 더 받는 당신이 있다】의 저자이면서 학생과 상담을 시작하는 교장은 괴롭히는 학생이 아니라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에게 주목한다. 그러면서 상처는 타인이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는 것이라 말한다. 교장이 상처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때 책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 ‘자아정체감’이 등장한다. 교장은 피해학생에게 자아정체감이 부재해서 상처를 더 받는 것이라 말한다. 교장은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남과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나를 사랑하는 법 등을 설명하면서 스스로 자아정체감을 갖춰야 하는 이유와 갖추는 방법을 설명한다.
교장의 이야기만 떼어놓고 보면 다 좋은 이야기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학생은 친구들에게 일방적인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피해학생이 자아정체감만 키우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는 게 조금 아쉽다. 실제 상담 내내 피해학생은 교장의 이야기에 이성적이며 논리적으로 끊임없이 반박한다. 난 그런 학생의 모습에 감정이입 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피해학생을 괴롭혔던 가해학생들 역시 자아정체감이 없는 것이며,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을 측은하게 생각하도록 한다. 마지막 상담 때는 피해학생이 자신을 괴롭혔던 학생들에게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엄마와 동생을 직접 보여주고, 진짜 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이 모든 상황이 해결된다. 교장이 줄곧 주장했던, 피해학생이 자아정체감을 얻게 된 순간으로 해석된다.
‘악[惡]’이 너무나도 또렷한데도, 오히려 내 안에서 문제점을 찾으려 하고, 유대인 부모처럼 자아정체감이 있는 아이로 기르지 못한 부모에게서 원인을 찾고, 나를 괴롭히는 그들에게 내 아픔까지 드러내는 모습에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 역시 아직 자아정체감이 없어서 그렇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상처가 없을 수 없고, 상처를 외면할 수도 없다. 결국 경도가 높은, 단단한, 강한 나로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 상처 받은 오늘을 보냈을 때, 나에게서 상처의 원인을 찾기 보다는, 그 상처를 받고도 오늘을 견뎌낸 나를 먼저 격려하고 응원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하루만큼 강해진 너에게 자아정체감은 자동으로 따라 오리라 믿는다. 남에게 상처받지 않는 영혼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