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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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과학을 소재로 한 인문학 잡담‘이라고 소개했지만, 나에게는 ‘잡담‘이 아니었다. 역시나 물리학과 수학은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뇌과학과 생물, 화학은 재미를 넘어 신기하기까지 했다.

저자는 인문학이 당면한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이 물질 세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다. 과학으로 맹자와 칸트의 철학을 새롭게 이해하고, 공산주의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생물학을 통해 재미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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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리처드 도킨스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인간이 한낱 ‘유전자의 생존기계라는 사실‘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문과남자의 과학공부>의 작가 유시민도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는데, 도킨스의 이론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그럴법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고, ’내가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지 알아서 기뻤‘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그동안 자신이 왜 대답을 못했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 삶에 주어진 의미라는 건 없기에 저 질문은 잘못되었다는 사실. 주어진 의미 따위는 없기 때문에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가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본능의 동물이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는 아주 복잡한 종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작가는 호모 사피엔스를 ’진화가 만든 기적‘으로 보며 자존감이 올라갔다고 한다. 

작가의 다짐이 나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와 적어본다. 근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는데, 조르바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이 안나다니…서서 죽었구나…

나는 유전자가 만든 몸에 깃들어 있지만 유전자의 노예는 아니다. 본능을 직시하고 통제하면서 내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행위로 삶의 시간을 채운다.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목표를 추구한다.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방식을 선택할 권한을 내가 행사하겠다. 유전자, 타인, 사회, 국가, 종교, 신, 그 누구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겠다. 창틀을 붙잡고 선 채 죽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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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9-15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 걱정 없이
조르바 처럼 긍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매나 좋을까요.

조르바 삶의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에피쿠로스적인 그의 삶이
부럽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coolcat329 2023-09-16 16:59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나이를 먹다보니 자기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부러워집니다. 그동안 세상의 시선속에서 갇혀 살았던 느낌이 드는 건 저뿐인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한밤의 아이들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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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8월 15일 인도 독립일에 1001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 중 독립하는 순간, 자정에 태어나 새로 탄생한 인도와 그 운명을 함께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 한 국가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한 개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버무려 그야말로 인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엄청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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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8-28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다 말았는데... 다시 도전해야지 싶습니다.

coolcat329 2023-08-30 09:09   좋아요 1 | URL
읽으면서 <백 년의 고독>과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뭐가 더 좋은지 결정을 못 내렸습니다.
둘 다 너무 매력적인 걸작이에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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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사람들. 그 어쩔 수 없는 나라 사랑. 제국을 관리하도록 훈련을 받았고 온 세상의 파도를 다스리도록 양성되었으나, 그 모든 것을 빼앗긴 사람들. (p.169)]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e 1931~2020)가 1974년 발표한 작품으로 '카를라를 찾아서(The Quest for Karla)'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수십 년 전 소련 정보부가 영국 정보부에 심어 놓은 '두더지(이중 첩자)'를 색출하기 위해 은퇴한 전직 요원 조지 스마일리가 비밀리에 수사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말 리얼한 스파이의 세계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숨 막히는 첩보전을 기대한다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 않고 '인생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교차'시켜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바로 이런 점이 많은 평론가들이 르 카레의 작품을 단순 첩보 소설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깊이가 있는 소설로 평가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조지프 콘래드(Joseph Conrad 1857~1924)의 <비밀 요원>이 많이 생각났다. 존 르 카레의 이 걸작이 <비밀 요원>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실감했다. 르 카레가 '스파이 소설의의 대가'라고는 하지만 이런 장르를 탄생케 한 작가는 분명 조지프 콘래드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십수 년 전에 사서 읽다가 중도 포기하고 팔아버린 부끄러운 전적이 있다. 그러다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 몇 년 전 다시 사서 이번에 드디어 완독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책이 오타가 꽤 많고 번역이 그다지 좋지 않음을 느꼈다. 그래서 이 복잡하면서도 치밀한 내용이 사람들에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번역 때문에 별 하나를 빼려다 말았다)


영국 어느 평론가의 말대로 '스파이 플롯과 보편적 주제의 완벽한 융합'을 이루면서 냉전이 고조되던 한 시대의 상황을 잘 담은 훌륭한 작품이다. 

콘래드의 <비밀 요원>과 르 카레의 <팅커...> 둘 다 어둡고 쓸쓸하지만 전자가 희극적인 요소가 있었던 반면 후자는 좀 더 클래식한 품격이 있다고 할까...

르 카레의 책들을 조금씩 모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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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8-02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콘래드의 <비밀요원>꼭 읽어봐야겠네요!!

coolcat329 2023-08-03 09:14   좋아요 1 | URL
네~~미미님 꼭 읽어보세요.
스마일리의 외모가 어디서 왔는지 아실 수 있답니다. 더운 날 건강히 보내세요!

새파랑 2023-08-04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래드의 영향력이 이 작품에서도 보이나보군요~!! 존 르카레는 안읽어봤는데 ㅋ여름엔 역시 스파이 소설이죠~!!
 
체실 비치에서 (영화 특별 한정판, 양장)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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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북서부의 작은 마을 출신의 역사학을 전공한 에드워드와 중산층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플로렌스. 두 사람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 1년 간 교제하다가 결혼식을 올리고 이제 막 체실 비치로 신혼여행을 왔다. 

두 사람은 앞으로 함께할 나날들을 꿈꾸며 '어딘가 더 높은 곳으로 오르리라는 기대'를 잔뜩 품고 있지만 두 사람은 자신만의 걱정으로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은 바로 첫날밤이다. 보수적인 가치관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은 아직까지도 순결을 지키고 있는데, 에드워드는 그동안 참았던 욕망 때문에 첫날밤에 과도하게 흥분해 잠자리를 망칠까봐, 플로렌스는 어린 시절의 어떤 일로 인해 섹스에 대한 혐오감과 수치심을 가지고 있어 잠자리가 마냥 두렵기만 한 상황이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점점 시간은 다가오고 두 사람은 어떻게든 그 일을 치르기 위해 침대로 향하는데...이런 두 사람의 심리를 알고 첫날밤을 몰래 지켜보는 독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언 매큐언(Ian McEwan 1948~)은 <속죄>를 통해 처음 만나 단번에 좋아하는 작가로 등극한 작가이다. <속죄>는 지적이면서도 섬세한 문장과 탁월한 심리묘사가 빛나는 소설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소장하고 싶어 사기까지 했다. 

근데 이번에 읽은 <체실 비치에서>의 심리묘사는 정말로 돋보인다. <속죄>보다 스케일은 작지만 두 남녀의 심리를 차분하면서도 품격 있는 문체로 보여줘 독자는 두 인물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다.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된 두 사람. 작가는 '그들은 어떻게 만났고, 왜 이다지도 소심하고 순진했을까?'(p.48) 물으며 두 사람의 입장을 회상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서로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에드워드와 플로렌스,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현실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을 갖지 못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서로의 모습과 분위기에 반해 사랑에 빠졌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 사랑은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자유와 해방으로 이끌지 못했다.  


작가는 도대체 이들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또 묻는다.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방해하고 있는가? 그들의 성품과 과거가, 무지와 두려움과 소심함과 까탈스러움이, 권한과 경험, 느긋한 태도의 결핍이 그랬고, 그 다음엔 막장에 다다른 종교적 금기가, 영국인 특유의 민족성과 계급이, 그리고 역사 자체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뿐이었다. (p.117)]


작가는 이 두 사람의 문제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국의 보수적인 가치관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은 비록 현실에서는 자유와 해방을 갈망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몰랐다. 일례로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와의 섹스를 그토록 갈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로렌스를 자연스럽게 관계로 이끌 세련됨이 부족했고, 플로렌스는 섹스를 그저 안내서로 학습하면서 억지로 깨우치려고 한 데서 알 수 있다. '성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 남녀 사이에 이토록 중요하구나...'다시 한 번 느꼈다. 


길지 않은 중편 분량의 소품 같은 책이지만 두 남녀의 심리 묘사가 눈부신 작품이다.

처음 연애를 시작하시거나 누군가와 썸 타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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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21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분들께 추천한다니 ㅋ 뭔지 알거 같습니다 ㅋ
제가 이책을 젊었을때(?) 읽었어야 하는데 ㅋ 저도 심리묘사가 흥미롭더라구요^^

coolcat329 2023-07-21 19:24   좋아요 1 | URL
그게 참 중요하더라구요...😅🤣😂
이 소설은 이언 매큐언의 경험이 아닌가...싶을 정도로 묘사가 참 깊어서 말이죠~😅

Falstaff 2023-07-21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흑... 오늘이 중복, 복달임으로 육회 잔뜩 쐬주에 비벼먹고(비윱니다, 비유), 좀 얼큰해서 맥주 한 캔 딴 다음에 쿨캣님 페이퍼 읽다가, 자판에다가 맥주를 왈칵.... 흑흑흑....
복달임을 해서 그런지 역자 이름이 하필이면 우달임이라 재밌다고 댓글 쓰려다가 말입죠. ㅜㅜ

coolcat329 2023-07-21 19:27   좋아요 1 | URL
어머! 자판 망가지지 않으셨나요? ㅠㅠ
오늘 맛나게 술 드셨군요~~
자판 문제없길 바랍니다.

근데 역자 이름이 그러고보니 재밌네요~ㅋㅋ
부를수록 이쁜 이름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7-21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토너, 라는 소설에도 신혼여행 가서 첫날밤을 능숙하게? 치르지 못해 실패한 신혼여행이 되고 말지요. 그들은 인정하기 싫어했지만...
금기시 되어 있는 성문화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coolcat329 님이 글을 잘 쓰셔서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읽고 싶어지네요. 제가 읽게 된다면 님의 덕분, 입니당~~

coolcat329 2023-07-21 21:52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스토너도 그랬죠. ㅠㅠ
소설 시대 배경이 1962년인데 당시 영국 사회가 굉장히 보수적이었더라구요.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 추천합니다. <칠드런 액트>도 좋았어요.

레삭매냐 2023-07-25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 읽으면서 그것
참 참 참하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로도 나와 있다고 하는데
책과 어떻게 다른 느낌일 지
궁금하네요.

coolcat329 2023-07-26 17:42   좋아요 1 | URL
저도 영화는 못봤어요. 여주인공이 <속죄>에서 그 xx라 싫어서요. 😖

2023-08-02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3-08-02 10:38   좋아요 1 | URL
어머! 스캇님 소설을 쓰셨군요!
제가 투비를 안 보지만 스캇님 소설은 꼭 읽어볼게요. 지금 살짝 들어가 봤는데 총10화 완결하셨네요. 우선 대단하시고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