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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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02년에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 니콜 키드만, 줄리안 무어, 메릴 스트립 주연의 <The Hours>로 영화화되었다.

영화는 못 봤으나 유투브에 몇 장면이 올라와 있어 봤는데 유명한 세 여배우의 훌륭한 연기는 물론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 인물의 심리를 영상으로 잘 담아낸 듯 보였다.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 살고 있는 세 여자의 하루 동안의 삶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먼저 프롤로그에서 1941년 3월 28일 버지니아 울프가 주머니에 돌을 잔뜩 넣고 강에서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923년 런던 교외에 살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을 쓰고 있고, 194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 로라 브라운이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으며, 1990년대 말 뉴욕에서 살고 있는 클라리사는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불리는데, 소설 속 댈러웨이 부인의 이름은 또 클라리사이다.

소설은 이 세 여인의 하루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데, 이 세 인물을 연결해 주는 것은 바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란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한 권도 읽어 보지 않았으나 <댈러웨이 부인>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댈러웨이 부인이 꽃을 사러 나가면서 시작되는 하루는 파티가 끝나면서 마무리되고 소설은 이 하루동안 댈러웨이 부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생각의 흐름을 보여준다.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이 작품 역시 이런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세 여인의 평범하면서도 긴박한 하루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여자들의 시간들, 그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우울과 불안, 그럼에도 불쑥 찾아오는 삶의 희열과 의지, 그러다 또 다시 얼굴을 내미는 무기력.

이런 반복되는 시간들을 견뎌내며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세 여자를 통해 시대는 다르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같은 어려움과 아이러니를 품고 있음을 알게된다.

이런 삶의 위태로움은 마지막 클리리사와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작가 리처드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내가 이 일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당신도 알잖아. 파티와 시상식, 그리고 그게 끝나면 이런저런 시간, 그게 끝나면 또 이런저런 시간."

"파티에 안 가도 돼. 시상식에도. 당신은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고."

"그래도 그 시간들 the hours 은 남아 있어, 그렇지 않아? 하나의 시간, 그러고 나면 또 그런 시간. 그 시간들을 당신이 다 견뎌낸다고 해도 또 그런 시간이 있어. 세상에, 또 그런 시간이라니. 지긋지긋해."

 p.292,293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지만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사고의 폭은 그 끝이 안 보일정도로 얼마나 풍성한지 의식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하며 읽느라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난 달에 읽고 한 번 더 읽으려다가 못 읽고 이제야 간단한 소감을 남긴다.

이 책은 뚜렷하진 않지만 매우 섬세하게 짜여진 작품이라, 두 번째 읽을 때 그 재미가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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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자기만의 방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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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산미가 입 안에 확~퍼지는 언제 마셔도 좋은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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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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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필립 로스의 책. 지난 달에 읽었는데 이제야 글을 남긴다.

한 노인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대학살'이라는 단어였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p.162)

 

 

이만큼 늙는다는 것에 대해 직설적으로 처절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과장같지만 겪어보면 절대로 과장이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에 서글프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노년을 바라고 상상한다.

 

 

p.135

그는 늘 안정에 의해 힘을 얻었다. 그것은 정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정체였다. 이제 모든 형태의 위로는 사라졌고, 위안이라는 항목 밑에는 황폐만이 있었으며,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치열하게 살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평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은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유로운 산책, 일 년에 한 번하는 편안하고 조금은 럭셔리한 여행, 건강을 위한 식단,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취미 생활 등 젊은 시절의 고생을 이런 노년으로 보상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노년에 안정이란 없음을, 진통제로도 듣지 않는 육체의 고통 속에서 그 누구도 곁에 없음을 깨닫는 그 외로운 순간들. 하루가 다르게 나약해지는 자신의 모습과 매일 대면해야 하는 노년에 안정이란 얼마나 뜬구름 같은 것인지,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겠지' 싶었다.

'안정'이 아닌 모든 것이 '정체'된 노년이라니...

거기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보람보다는 후회로 가득차 있다면 그 상실감과 허망함은 육체의 고통과 함께 노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삶이란 참으로 가차없구나' 싶었다.

 

 

p.83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주인공이 딸에게 하면서 결국엔 자신에게 했던 이 말이 책에서 가장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이것이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힘이 되는 말이 아닐지...

 

그러나 이런 주인공도 주변 사람들의 죽음과 자신의 수술을 앞두고 한없이 나약한 어린아이같이 온갖 상념에 빠져든다.

 

p.169

그녀는 어떻게 자살했을까? 서울렀을까?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약을 꿀꺽 삼켰을까? 마침내 약을 먹은 뒤에는 소리를 질렀을까? 죽고 싶지 않다고. 그냥 그 무지막지한 통증과 맞설 수 없었을 뿐이라고.

 

 

'대학살', '정체', '이질감', '통증', '무력감', '고립'...이런 단어들 앞에서 인간이 느껴야하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생각해 본다. 늙고 병드는 건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왜 부끄러움과 초라함의 고통까지 겪어야 하는 것일까...

 

세 번의 이혼과 세 자녀를 둔 주인공. 가정파탄의 원인은 늘 그에게 있었다.

세 자식의 행복한 유년을 빼앗고, 아내들에겐 배신감과 상처를 줬으며 능력있고 따뜻한 형에겐 질투심까지 느껴 사이가 멀어지게 한 조금은 찌질한 그러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늙은 나이에 또 다시 수술을 해야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곁에 있어줄 사람을 생각하다가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그로 인한 가책에 가슴을 치며 절규한다. 자신은 아버지에게 어린아이로서 받아야 할 사랑과 보호를 다 받았으면서 왜 자신은 내 자식들에게 그러지 못했는지 처절하게 뉘우친다. 늙고 아픈 가운데 느끼는 처절한 외로움, 게다가 그 외로움이 지난 날 자신의 과오로 생겨났음을 깨달았을 때의 그 수치심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p.165

한번 용기를 내어 부탁해볼까? 다짜고짜 형한테,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 생각 좀 해보는 동안 그 별채에서 두어 달 지낼 수 있냐고 물어볼까? 수술을 받은 뒤 회복기에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형과 함께 지낼 수 있다면......

 

 

내 주위에 남아있는 얼마 안되는 사람들을 그려본다. 가족, 친구들, 소소한 모임으로 만나고 있는 사람들...모두가 이런 보통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니 연민이 느껴진다.

죽음을 앞 둔 외롭고 슬픈 노년의 삶을 버티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함을 느낀다.

나중에 홀로 남은 노인이 되었을 때 '내 삶이 그래도 '보통'은 되었지' 라고 생각하며 눈감고 싶다.

 

다시 한번 읽어본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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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산수유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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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어울리는 커피입니다. 커피에서 은은한 봄내음이 나네요. 산뜻하면서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맛. 오랜만에 마셔본 알라딘 커피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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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3-07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거 주문해서 받았는데! ㅎㅎ 이제 마셔봐야 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0-03-11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유혹적인 문구입니다. ㅋ

coolcat329 2020-03-12 14:26   좋아요 0 | URL
저 한 봉지 더 샀답니다~^^
 
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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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6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몇년 전 읽다 만 데미안을 지난 달에 완독하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문장이다.

내 안의 깊은 곳에 나도 모르는 커다란 힘이 있어 그것과 만날 때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세상의 법과 제도, 규칙, 타인의 시선에 늘 자신을 검열하며 살아가야 하는 나의 의식과는 달리, 내 안의 무의식은 나도 모르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니 한 개개인의 고귀함을 보여주는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 모른다.

 

보통 데미안은 청소년이나 젊을 때 읽으면 좋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어느 연령대라도 좋은 책이란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먹는다고 사람이 진정 자기 인생을 살게 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의 노예가 되어 내 안의 목소리를 전혀 못 듣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종교를 광적으로 의지해 자기 자신은 물론 이 사회, 나라까지 들썩이게 한 무리들을 보니 더욱 데미안이 생각이 난다.

소설 속 피스토리우스 말처럼 '그들은 세계가 자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모두가 다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믿습니다. 아멘!" 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 그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진정한 나 자신에 다다르는 길은 실로 험난하지만 그 과정은 아름답기도 하다.

다음의 에바 부인의 말처럼.

 

p.190

그건 늘 어려워요, 태어나는 것은요. 아시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가요?

 

'모두가 인간이 되라고 기원하며 자연이 던진 돌'이기에 던져진 장소 그 모습은 모두 다르겠지만 각자 짊어진 자신의 운명에 맞서 살아가야 한다. 온전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삶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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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3-04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었는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문학동네 걸로 사 놓고 못 읽고 있어요.
읽었다는 이유로 손이 가게 되지 않네요. 그러나 꼭 다시 완독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