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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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속의 영원>은 그 모든 위기 속에서도 수천 년을 살아남은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마음껏 누리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스페인의 고전문헌학자이자 작가인 이레네 바예호(Irene Vallejo 1979~)로 2019년 출간 직후 엄청난 찬사와 함께 여러 상을 수상하였고, 번역 출간되는 곳마다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저자의 작가로서의 큰 성취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저자가 책에 바치는 찬가로 느껴졌다. 저자의 그런 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수많은 파괴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책의 신비로운 생명력과 마주할 때는 나 또한 기뻤고, 숱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결국엔 642년 이슬람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는 장면에서는 정말 가슴에 통증이 느껴져 몇 분 간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갈대 속의 영원>은 2부 구성으로 1부는 '미래를 상상한 그리스', 2부는 '로마의 길'이다. 두 시대를 배경으로 각 시대의 문자와 책, 도서관, 책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고대와 중세, 현대를 아우르는 여러 자료들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런 방식이 전혀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엔 이 모든 이야기가 책이라는 경이로운 주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갈대 속의 영원>은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에게 그야말로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는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어둠을 몰아내고, 이야기를 통해 혼돈과 공생하는 법을 배우고, 언어의 공기로 모닥불을 부채질하며, 낯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먼 거리를 여행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를 공유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다'(p.511)라고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으신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책으로 <갈대 속의 영원>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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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11 1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캣님이 이렇게 극찬하시다니 읽어봐야겠군요~!! 이미 보관함에 있는데 어려울거 같아서 대기중입니다 ㅋㅋ

coolcat329 2023-10-11 11:55   좋아요 1 | URL
어렵지 않지만 깊이가 없진 않습니다. 새파랑님~ 이 책 좋아하실 거예요~😉
 
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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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는 과거를 돌아보는 8편의 이야기를 통해 영원할 것만 같았던 관계의 어긋남, 여성의 열정과 욕망을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체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름의 빌라‘와 ‘흑설탕 캔디‘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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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04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름의 빌라에서 표제작이랑 흑설탕 캔디가 제일 좋았었다고 썼었는데 ㅋ 그런데 내용은 기억이 안난다는...

coolcat329 2023-10-04 08:06   좋아요 1 | URL
그렇잖아도 새파랑님과 통했다고 생각했어요~

여름의 빌라는 주인공이 독일부부와 캄보디아 여행간 이야기이고 흑설탕은 할머니가 프랑스 할아버지와 연애하는 이야기에요. 이제 기억나시죠?😉

새파랑 2023-10-04 08:14   좋아요 1 | URL
앗..다시읽어봐야겠습니다...
 
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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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은 1984년 공쿠르 상 수상작으로 프랑스령 베트남을 배경으로 15살 소녀의 욕망, 비정상적이고 가난한 가족으로 인한 아픔과 외로움, 수치심, 분노 등을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탄 배 위에서 소녀는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난다. 이 만남으로 소녀는 겉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삶의 고통에서 빠져나와 쾌락에 자신의 몸을 내맡긴다.


12살 차이의 중국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15살 소녀의 파격적인 모습은 1992년 장 자크 아노의 동명 영화에서 꽤나 적나라하게 묘사되었지만, 소설은 두 사람의 에로틱한 관계보다는 사춘기 소녀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해나가는 감춰진 심리에 주목한다. 


나는 그가 내 몸을 즐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몸을 어떻게 누리는가를 바라보았다. 그런식으로 육체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내가 바라던 것을 넘어, 내 육체의 숙명에 적합한 곳까지 나를 데려갔다. (p.118)


나는 이 상식을 깨는 이야기가 작가의 실제 이야기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읽으면서 아니 에르노와 콜레트 생각도 났다. 프랑스 여성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설명할 때 '솔직함과 당당함'이라는 단어는 늘 따라다닐 거 같다. 

가독성이 좋지도 재미있지도 않았지만 여성의 욕망을 독특한 방식으로 탐색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여인을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것은 화장과 화려한 보석에 있는 게 아니라고 소설 속 화자는 말한다.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의 주체가 나임을 아는 것이 여자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는 사실, 내가 이 책을 통해 깨달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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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9-16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도 영화도 보지 못했지만,
오래 전 <라망>의 몽환적인 이미지로만
강렬하게 기억되는 그런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오리엔탈리즘의 향기도.

coolcat329 2023-09-16 16:46   좋아요 0 | URL
라망이 뭐지? 검색 찾아도 안 나와서 뭐지? 하다가 아! 연인이 불어로 라망이지! 했어요. ㅋ
92년 당시 저는 고딩이었지만 이 19금 영화를 몰래 봤답니다.ㅋㅋ 순진한 저는 충격을 받았다는...관능적이고 몽환적이라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지만 영화를 이해는 못했던 거 같아요.

물감 2023-09-16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흑 저 이거 읽다 포기한...

coolcat329 2023-09-16 16:50   좋아요 1 | URL
물감님 이해합니다. ㅎㅎ
번역이 이상한가, 원래 글이 이런가 갸우뚱하며 물음 표시한 곳도 두세 군데 되네요. 관계는 파격적인데 야하지도 않고 ㅋㅋ

페넬로페 2023-09-16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로만 봤는데
책으로 읽고 싶은 소설이예요.
영화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 같더라고요~~

coolcat329 2023-09-16 16: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만 치중해서 보여줬어요. 책은 전혀 야하지도 않고 서사보다는 화자의 생각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파편적으로 나오니 읽기 쉽지 않았어요.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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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과학을 소재로 한 인문학 잡담‘이라고 소개했지만, 나에게는 ‘잡담‘이 아니었다. 역시나 물리학과 수학은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뇌과학과 생물, 화학은 재미를 넘어 신기하기까지 했다.

저자는 인문학이 당면한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이 물질 세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다. 과학으로 맹자와 칸트의 철학을 새롭게 이해하고, 공산주의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생물학을 통해 재미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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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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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8월 15일 인도 독립일에 1001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 중 독립하는 순간, 자정에 태어나 새로 탄생한 인도와 그 운명을 함께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 한 국가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한 개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버무려 그야말로 인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엄청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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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8-28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다 말았는데... 다시 도전해야지 싶습니다.

coolcat329 2023-08-30 09:09   좋아요 1 | URL
읽으면서 <백 년의 고독>과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뭐가 더 좋은지 결정을 못 내렸습니다.
둘 다 너무 매력적인 걸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