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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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사람들. 그 어쩔 수 없는 나라 사랑. 제국을 관리하도록 훈련을 받았고 온 세상의 파도를 다스리도록 양성되었으나, 그 모든 것을 빼앗긴 사람들. (p.169)]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e 1931~2020)가 1974년 발표한 작품으로 '카를라를 찾아서(The Quest for Karla)'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수십 년 전 소련 정보부가 영국 정보부에 심어 놓은 '두더지(이중 첩자)'를 색출하기 위해 은퇴한 전직 요원 조지 스마일리가 비밀리에 수사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말 리얼한 스파이의 세계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숨 막히는 첩보전을 기대한다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 않고 '인생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교차'시켜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바로 이런 점이 많은 평론가들이 르 카레의 작품을 단순 첩보 소설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깊이가 있는 소설로 평가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조지프 콘래드(Joseph Conrad 1857~1924)의 <비밀 요원>이 많이 생각났다. 존 르 카레의 이 걸작이 <비밀 요원>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실감했다. 르 카레가 '스파이 소설의의 대가'라고는 하지만 이런 장르를 탄생케 한 작가는 분명 조지프 콘래드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십수 년 전에 사서 읽다가 중도 포기하고 팔아버린 부끄러운 전적이 있다. 그러다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 몇 년 전 다시 사서 이번에 드디어 완독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책이 오타가 꽤 많고 번역이 그다지 좋지 않음을 느꼈다. 그래서 이 복잡하면서도 치밀한 내용이 사람들에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번역 때문에 별 하나를 빼려다 말았다)


영국 어느 평론가의 말대로 '스파이 플롯과 보편적 주제의 완벽한 융합'을 이루면서 냉전이 고조되던 한 시대의 상황을 잘 담은 훌륭한 작품이다. 

콘래드의 <비밀 요원>과 르 카레의 <팅커...> 둘 다 어둡고 쓸쓸하지만 전자가 희극적인 요소가 있었던 반면 후자는 좀 더 클래식한 품격이 있다고 할까...

르 카레의 책들을 조금씩 모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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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8-02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콘래드의 <비밀요원>꼭 읽어봐야겠네요!!

coolcat329 2023-08-03 09:14   좋아요 1 | URL
네~~미미님 꼭 읽어보세요.
스마일리의 외모가 어디서 왔는지 아실 수 있답니다. 더운 날 건강히 보내세요!

새파랑 2023-08-04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래드의 영향력이 이 작품에서도 보이나보군요~!! 존 르카레는 안읽어봤는데 ㅋ여름엔 역시 스파이 소설이죠~!!
 
체실 비치에서 (영화 특별 한정판, 양장)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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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북서부의 작은 마을 출신의 역사학을 전공한 에드워드와 중산층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플로렌스. 두 사람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 1년 간 교제하다가 결혼식을 올리고 이제 막 체실 비치로 신혼여행을 왔다. 

두 사람은 앞으로 함께할 나날들을 꿈꾸며 '어딘가 더 높은 곳으로 오르리라는 기대'를 잔뜩 품고 있지만 두 사람은 자신만의 걱정으로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은 바로 첫날밤이다. 보수적인 가치관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은 아직까지도 순결을 지키고 있는데, 에드워드는 그동안 참았던 욕망 때문에 첫날밤에 과도하게 흥분해 잠자리를 망칠까봐, 플로렌스는 어린 시절의 어떤 일로 인해 섹스에 대한 혐오감과 수치심을 가지고 있어 잠자리가 마냥 두렵기만 한 상황이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점점 시간은 다가오고 두 사람은 어떻게든 그 일을 치르기 위해 침대로 향하는데...이런 두 사람의 심리를 알고 첫날밤을 몰래 지켜보는 독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언 매큐언(Ian McEwan 1948~)은 <속죄>를 통해 처음 만나 단번에 좋아하는 작가로 등극한 작가이다. <속죄>는 지적이면서도 섬세한 문장과 탁월한 심리묘사가 빛나는 소설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소장하고 싶어 사기까지 했다. 

근데 이번에 읽은 <체실 비치에서>의 심리묘사는 정말로 돋보인다. <속죄>보다 스케일은 작지만 두 남녀의 심리를 차분하면서도 품격 있는 문체로 보여줘 독자는 두 인물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다.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된 두 사람. 작가는 '그들은 어떻게 만났고, 왜 이다지도 소심하고 순진했을까?'(p.48) 물으며 두 사람의 입장을 회상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서로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에드워드와 플로렌스,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현실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을 갖지 못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서로의 모습과 분위기에 반해 사랑에 빠졌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 사랑은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자유와 해방으로 이끌지 못했다.  


작가는 도대체 이들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또 묻는다.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방해하고 있는가? 그들의 성품과 과거가, 무지와 두려움과 소심함과 까탈스러움이, 권한과 경험, 느긋한 태도의 결핍이 그랬고, 그 다음엔 막장에 다다른 종교적 금기가, 영국인 특유의 민족성과 계급이, 그리고 역사 자체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뿐이었다. (p.117)]


작가는 이 두 사람의 문제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국의 보수적인 가치관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은 비록 현실에서는 자유와 해방을 갈망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몰랐다. 일례로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와의 섹스를 그토록 갈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로렌스를 자연스럽게 관계로 이끌 세련됨이 부족했고, 플로렌스는 섹스를 그저 안내서로 학습하면서 억지로 깨우치려고 한 데서 알 수 있다. '성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 남녀 사이에 이토록 중요하구나...'다시 한 번 느꼈다. 


길지 않은 중편 분량의 소품 같은 책이지만 두 남녀의 심리 묘사가 눈부신 작품이다.

처음 연애를 시작하시거나 누군가와 썸 타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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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21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분들께 추천한다니 ㅋ 뭔지 알거 같습니다 ㅋ
제가 이책을 젊었을때(?) 읽었어야 하는데 ㅋ 저도 심리묘사가 흥미롭더라구요^^

coolcat329 2023-07-21 19:24   좋아요 1 | URL
그게 참 중요하더라구요...😅🤣😂
이 소설은 이언 매큐언의 경험이 아닌가...싶을 정도로 묘사가 참 깊어서 말이죠~😅

Falstaff 2023-07-21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흑... 오늘이 중복, 복달임으로 육회 잔뜩 쐬주에 비벼먹고(비윱니다, 비유), 좀 얼큰해서 맥주 한 캔 딴 다음에 쿨캣님 페이퍼 읽다가, 자판에다가 맥주를 왈칵.... 흑흑흑....
복달임을 해서 그런지 역자 이름이 하필이면 우달임이라 재밌다고 댓글 쓰려다가 말입죠. ㅜㅜ

coolcat329 2023-07-21 19:27   좋아요 1 | URL
어머! 자판 망가지지 않으셨나요? ㅠㅠ
오늘 맛나게 술 드셨군요~~
자판 문제없길 바랍니다.

근데 역자 이름이 그러고보니 재밌네요~ㅋㅋ
부를수록 이쁜 이름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7-21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토너, 라는 소설에도 신혼여행 가서 첫날밤을 능숙하게? 치르지 못해 실패한 신혼여행이 되고 말지요. 그들은 인정하기 싫어했지만...
금기시 되어 있는 성문화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coolcat329 님이 글을 잘 쓰셔서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읽고 싶어지네요. 제가 읽게 된다면 님의 덕분, 입니당~~

coolcat329 2023-07-21 21:52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스토너도 그랬죠. ㅠㅠ
소설 시대 배경이 1962년인데 당시 영국 사회가 굉장히 보수적이었더라구요.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 추천합니다. <칠드런 액트>도 좋았어요.

레삭매냐 2023-07-25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 읽으면서 그것
참 참 참하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로도 나와 있다고 하는데
책과 어떻게 다른 느낌일 지
궁금하네요.

coolcat329 2023-07-26 17:42   좋아요 1 | URL
저도 영화는 못봤어요. 여주인공이 <속죄>에서 그 xx라 싫어서요. 😖

2023-08-02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3-08-02 10:38   좋아요 1 | URL
어머! 스캇님 소설을 쓰셨군요!
제가 투비를 안 보지만 스캇님 소설은 꼭 읽어볼게요. 지금 살짝 들어가 봤는데 총10화 완결하셨네요. 우선 대단하시고 축하드려요.
 
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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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은 166회 나오키 상 수상과 함께 최초로 일본 미스터리 4개 부문을 석권, 무려 9관왕을 달성한 요네자와 호노부(1978~)의 장편 역사 추리 소설이다. 묵직한 느낌의 책을 좋아하는 나는 제목과 표지, 무엇보다 9관왕이라는 타이틀에 처음부터 끌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재미있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려와 읽어볼까 하던 차에 알라딘 이웃인 레삭매냐님의 리뷰가 이 책을 바로 집어 들게 만들었다. 


소설은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 시대 통일을 눈앞에 둔 1578년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오다 노부나가의 장수로 전쟁에서 여러 무공을 세운 아라키 무라시게는 반역을 일으켜 아리오카성에서 농성을 벌인다. 이런 무라시게에게 노부나가의 군사(軍師)인 구로다 간베에가 투항을 권유하러 찾아오지만 무라시게는 간베에를 흑뢰성(黑牢城 지하감옥)에 가둔다. 여기까지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간베에가 아리오카성에 갇혀 있던 대략 1년의 시간은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데, 작가는 그 1년의 시간을 4개의 미스터리로 채워 넣는다. 


<흑뢰성>은 영미권에서 후던잇(whodunit)으로 불리는 본격 추리물이다. 

인(因)과 과(果) 사이에 있는 네 장의 이야기마다 각기 다른 트릭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노부나가의 군대가 점점 압박해오는 상황에서 도와주기로 한 모리 가문의 군은 오지 않고 기괴한 사건들이 일어나니 당연히 성 안은 혼란과 의심으로 술렁이고 군사들의 기강도 흐트러져 성주인 무라시게는 반드시 사건을 풀어야 하는 상황.


무라시게는 고민 끝에 지략이 뛰어난 간베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음침한 지하 감옥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간베에는 매 사건마다 의미심장한 힌트를 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라시게는 사건을 다시 점검하면서 추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독자도 같이 추리할 수 있어 재미있다. 너무나 오랜만에 정교한 트릭의 본격 추리물을 읽다보니 나 또한 오랜만에 머리를 썼는데, 아! 4장에서 내가 범인을 맞췄다는 거 아닌가!!! 사실 1장부터 막연한 심증으로 '그 자'를 쭉~ 의심해 왔는데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했지만 역시나 나의 의심이 맞았던 것이다. 


<흑뢰성>은 초반에 살짝 진입 장벽이 있는 소설이다. 왜냐하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일본의 전국 시대가 배경인 왜색(倭色)이 매우 짙은 작품으로 그 시대의 계급 체계와 지명(현 지명과 다름), 문화, 가치관을 잘 알지 못하면 처음엔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다. 무사들의 이름도 엄청 많이 나와 헷갈리고 무엇보다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가치관과 신념이 지배하는 시대라 글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러나 초반의 이 장벽만 넘으면 나도 모르게 아기자기한 정교한 사건에 빠져들게 된다. 전국 시대라는 큰 스케일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소품 같은 사건들이 이 소설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가끔 머리를 쓰기 위해서 본격 추리물을 읽어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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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7-18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

아마 저도 그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로 예열을 하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독서 미션이 아니지 않았나 싶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지명과 인물명
그리고 당시 상황 등에 대한 예비
지식이 있다면 더 흥미진진하게 만
날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합니
다.

잇달아 읽은 <사무라이 윌리엄>
도 추천하는 바입니다.

coolcat329 2023-07-18 17:33   좋아요 1 | URL
그렇지 않아도 ‘레삭매냐님은 좋겠다‘ 생각했어요. 😅
처음 프롤로그 읽다가 책을 덮고 전국시대 역사 검색해서 대충이나마 공부하고 보니 좀 편해지더라구요~^^
오랜만에 본격 추리소설 즐거웠네요.

초록비 2023-07-18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도 이 책은 제목 자체가 진입장벽이었는데, 이 리뷰를 읽으니 훅 끌리네요! 재미있을 것 같고요.

coolcat329 2023-07-18 17:37   좋아요 0 | URL
초록비님은 저보다 훨씬 쉽게 읽으실 거에요~~사실 배경을 잘 몰라도 읽다보면 감이 와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7-1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셀럽 두분이 추천하시면 무조건 읽어야겠네요~!! 요즘 일본작가 책을 연달아 읽어서 국가를 바꿔보려 했는데 ㅋ

얄라알라 2023-07-2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요런 장르를 ˝후던잇˝이라 하는 군요! 느낌 팍 오는 단어이지만 찾아보니 a specific subgenre of crime fiction,

여름엔 스릴러, 추리소설이 제격!^^ coolcat님과 매냐님께서는 흑뢰성 마니아 동기가 되셨네요. 초록비님, 새파랑님도 곧 조인하실 느낌!
 
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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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아, 사람아!>는 '인간'과 '인간다움'에 대한 작가 다이허우잉(1938~1996)의 깊은 고뇌와 깨달음이 담긴 자전적인 성격이 짙은 작품으로 1980년에 발표되었다. 

다이허우잉은 1938년생으로 상하이 화둥(華東) 사범 대학 중문학부를 나와 1960년부터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1966년 문화대혁명이 시작되고 혁명 전사로 활동하다가 반혁명 분자로 몰려 고초를 겪는다. 그 후 1980년부터 상하이 대학에서 문예 이론을 담당하면서 소설가로서 창작에 전념, <시인의 죽음>, <사람아 아, 사람아!>, <하늘의 발자국 소리> 등을 남겼다.


<사람아 아, 사람아!>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집단 광기의 시대를 살아내야만 했던 중국 지식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인간을 중심에 두고 쓴 소설이기에 각 장의 제목은 등장 인물들의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고, 10명의 인물이 총27장에 걸쳐 번갈아 가며 등장,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의 매력은 1인칭 시점으로 다양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역사의 거친 파도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온몸으로 헤치고 나온 각 인물들의 굴곡진 인생, 그리고 그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속에서 드러나는 각기 다른 생각과 가치관들이 인물들의 섬세한 내면 묘사를 통해 나타난다. 


다이허우잉은 문화대혁명 시기 사상의 자유를 빼앗긴 채 '길들여진 도구'로 전락한 자신을 반성하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봄으로써 '원래 나는 피와 살이 있고 사랑과 증오도 있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인간'(p.473)임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그 깨달음을 토대로 나왔음을 작가는 후기에서 밝힌다.


[나는 인간의 피와 눈물의 흔적을 썼고 비틀려진 영혼의 고통스런 신음을 썼고, 암흑 속에서 솟아오른 정신의 불꽃을 썼다. "영혼이여, 돌아오라!"고 외치며 무한한 환희와 더불어 인간성의 회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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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7-15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려 신영복 선생이 번역을 하셨
다니 더 궁금해지네요.

문화혁명, 좀 질리는 주제이긴
하지만 땡기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coolcat329 2023-07-16 19:36   좋아요 0 | URL
중국 소설을 너무 안 읽은 거 같아서 읽어봤어요. 마지막에 살짝 울컥했네요. 😥
 
더블린 사람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3
제임스 조이스 지음, 진선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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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무대로 더블린을 골랐는바 이 도시가 나에게는 마비의 심장부로 보였기 때문이지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의 소설집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은 총 14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으로 구성, 1914년 발표되었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가 <더블린 사람들>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첫 번째 이야기 '자매'에서 화자인 소년의 생각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매일 밤 나는 창문을 응시하면서 마비라는 말을 나직하게 중얼거려보았다. 그럴 때마다 그 말은 언제나 내 귀에는 (...) 생소하게만 들렸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나에게 그 말이 어떤 나쁜 짓을 일삼는 죄받을 존재의 이름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그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공포감에 사로잡혔으나 이내 그 말에 오히려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것이 저지르는 끔찍한 소행을 눈여겨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p.10)]


제임스 조이스는 더블린을 마비의 중심지로 보고, 자신들이 마비된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더블린 사람들의 병든 삶을 15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하게 보여준다. 더블린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마비의 모습은 정치, 종교, 문화의 부패, 속물 근성, 알코올 중독, 무지함, 경제적 궁핍, 용기의 부재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 중에서도 카톨릭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과 부패, 그런 막강한 카톨릭의 영향 아래에서 개인의 자유와 정체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아일랜드인들의 모습이 나에겐 가장 암울하게 다가왔다. 


이번에 제임스 조이스의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조이스가 소설은 단 4편만 썼다는 것과 작품의 이해와는 별개로 <더블린 사람들>이 꽤나 재미었었다는 사실이다. 생각보다 잘 읽혀서 내가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 역시나 읽고 나서 '이게 뭐지?' 하고 당황했지만 그래도 읽는 순간은 매우 재미있었다. 

작품의 이해는 뒤의 '해설'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해설을 먼저 읽고 책을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는 최대한 감추고 '철저하게 궁핍감이 물씬거리는 스타일'로 썼기에 독자는 작가가 말하지 않은 의미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독서를 원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단 4편의 소설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가 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알게 되어 기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중고책으로 나오면 살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되풀이해서 읽어야 할, 충분히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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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6-30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이스 작품이 난해하다고 알고 있는데 잘 읽힌다는 거죠? 흠.
제가 아일랜드 쪽하고는 상성이 진짜 안맞는데 이런거 보면 또 혹해버려요.
하지만 전 단편집을 읽지 않습니다. 온리 장편 ㅋㅋㅋ

coolcat329 2023-06-30 19:06   좋아요 2 | URL
난해한데 읽히기는 잘 읽힙니다. ㅎㅎ 저도 단편보단 장편이 훨씬 좋은데 조이스 장편은 정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요.😉

새파랑 2023-06-30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임스 조이스를 <더블린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완전 좋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었는데 완전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율리시스>를 사긴 샀는데 왠지 읽고싶지가 않더라구요 ㅜㅜ

소장용 완전 추천합니다~!!

coolcat329 2023-07-01 10:43   좋아요 1 | URL
네~정말 기대 이상이었어요. 왜 제임스 조이스를 그토록 많은 학자들이 좋아하고 연구하는지 알겠더라구요. 근데 나머지 세 장편은 참 읽기 겁납니다.
그래도 <젊은 예술가...>는 도전해 보려구요~

레삭매냐 2023-07-15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사서 얌전히 모셔두고
읽지 못한 책이네요.

coolcat329 2023-07-16 19:38   좋아요 0 | URL
역시 가지고 계시군요. 😅 저는 이 책 대만족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