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지낸 사람 중 가장 뛰어나고 현명한 친구인 셜록 홈즈와 함께하는 특권을 누렸던 이번 모험과 관련된 사건은 1895년에 발생했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노트에 그 사건을 기록했던 당시에는, 세상 사람들이 사건의 전모를 듣기까지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1918년에 갈등의 연기가 다 사라지자, 나는 이 이야기를 비밀로 묶어두는 요인들이 더는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도 내안의 무엇인가가 아직은 이 비망록을 출간할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연신 속삭였다. 

따라서나는 이 이야기를 셜록 홈즈가 다룬사건 중 아직 출간되지 않은 다른 많은 사건과 함께 수많은 여행으로 찌그러지고 닳아빠진, 주석으로 된 공문서 송달함에 넣어채링 크로스의 ‘콕스 앤드 컴퍼니(Cox & Co)‘의 금고에 보관했다.

나는 내가 죽고 나서 50년이 지난 후에, 이 특별한 연극무대에올랐던 모든 배우가 다 세상을 떠나고 한참 후에야 헨차우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의 눈앞에 펼쳐질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의학박사 존 H. 왓슨
1919년 5월 6일, 런던

"왓슨, 인간이 이런저런 힘을 행사하고 있지만,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대해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네. 그것들은 쉬질 않는법이니까. 우리 인간들은 어쩌면 셰익스피어가 말한 대로 ‘동물들의 귀감‘ 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간의 노예라네."

홈즈는 큰 소리로 웃었다.
"의뢰인인 모양인데, 친구? 저 방문객이 따분한 구덩이를 빠져나오게 해주는 사다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잽트는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미묘한지라 세상에 알려지면 엘프베르크 가(家)에 불명예와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서요. 자, 두 분께서 이게 필사적인 문제라는 걸 정확히 아시도록 하기 위해 먼저 3년 전쯤에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블랙 미하엘을 뺀 모든 사람이겠죠."
"맞습니다. 미하엘과 그의 공범인 ‘헨차우의 루퍼트‘는 제외해야겠군요."

홈즈의 목소리에는 희미하게 조롱하는 듯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냉정한 이성을 높게 보는 반면, 취약한 감정을 아주 싫어하는 홈즈로서는 잽트가 말하는 사랑 타령이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짜증나는 일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을 게 분명했다.

"좋습니다. 지금까지 떠들어댔던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 루리타니아 왕국의 모든 미래를 대재앙 직전까지 몰고 간 최근의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홈즈는 의자에 몸을 파묻고 파이프를 뻐끔뻐끔 피우며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흥분한 채 잔뜩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걸 드러내는 신호들 반짝반짝 빛나는 눈, 가볍게 오므린 입술,
찌푸린 눈썹 - 이 빤히 보였다.

루퍼트는 귀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하엘이 어리석게도 물려줬던 젠다 성을 차지했습니다. 루퍼트가 청색당을지회하고 있는 곳이 바로 그 성입니다. 루퍼트는 이직 폐하께 해가 되는 행동을 직접적으로 취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음울하고 불길한 위협입니다. 

"말씀대롭니다. 홈즈 씨. 루돌프 라센딜이 사라졌습니다!"

"제 경험으로 미뤄볼 때,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주중요한 것일 때가 자주 있더군요. 판단은 제게 맡겨주시죠."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선생은 제게 아직 모든 걸 다 잃은 게아니라는 희망을 주셨습니다."
"대령, 이 사건은 수심이 깊은 시커먼 물과 같은데, 우린 아직바닥까지 들여다보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홈즈의 성격 중 하나는 극히 중요한 정보를밝혀도 좋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즉 가장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입을 꾹 다물고 밝히지 않는 것이었다. 정말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불끈 성질이 나곤 했다.

어쨌거나 지난 경험으로 미뤄봐서 지금 이 문제를 가지고 따지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홈즈가 조개가되고 싶다면 그것을 비틀어 열 방법이 없었다.

"모피어스(Morpheus,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꿈의 신)의 품 안에서 푹 잠들었나 본데?"

"경보를 울려 경찰에 알리면 우릴 잡고 늘어져서 우리의 수사를 심각하게 방해만 할 걸세." 홈즈가 설명했다.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탐정과 함께하는 생활이 결코 따분할 리가 없었지만, 홈즈와 함께 사건 수사에 뛰어들 때면 나는때론 마치 전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간 것처럼 감각들이 고조되는 경험을 하곤 했다. 그때는 아주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모든 두려움이 싹 사라지고 모든 신경이 한층 더 민감해지고두뇌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작동됐다. 

친구와 함께한 수많은 모험을 기록하면서 이런 느낌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험들을 전달하는 데는 털끝만큼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홈즈가 다룬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발표한 내 문학 작품을 홈즈 자신이 조롱하고 폄하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홈즈의 말대로 하자면, 바로 이 로맨틱한 분위기였다

한 번은 홈즈가 이 점을 혹평했다.
"자넨 일련의 강의가 돼야 했던 것들을 이야기 나부랭이로 전락시켰어. 모든 사물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유일하게 중요한 특징인, 원인에서 결과까지의 엄격한 추론을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했어야 하는데, 모든 문장에 일일이 색채와 생명을 불어넣는실수를 저지른 걸세."

홈즈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엄격한 추론‘이 너무높게 설정되어 있어 자신이 벌인 수사의 극적인 결과를 인식하지 못할 때도 가끔 있었다. 내가 그 사건들에 ‘색채와 생명‘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셜록 홈즈는 지적인동물이고, 수사를 벌이면서 자극받는 건 그의 정신이었다. 일단게임이 시작되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새삼 알게 해주는 그런 감정을 홈즈는 느끼지 못했다. 

"정말 딱 그대로였소, 홈즈 씨.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걸 다 알고있는 겁니까?"
"이미 획득한 자료에 근거를 둔 일련의 추리와 관찰을 통해서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날 찾아온 녀석이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데, 작은 셰룻(필터 없는 궐련)을 필 때 내놓은 담배 케이스에H.H.‘ 라는 이니셜이 찍혀 있는 걸 봤습니다."

칼던 클럽 Caritor dub, 영국 보수당 본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디오게네스 클럽의 입구가 있었다. 이곳은 런던에서 가장 기묘한 클렇으로, 사교성이 전혀 없는 신사들의 편의를 위해 운영되는 곳이었다. 델라스 사건의 수사를 시작하면서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홈즈는 그 점을 이렇게 설명했었다.

"자네도 알겠지만, 이곳 런던에는 숫기가 전혀 없다든가 혹은태생적으로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지. 그러면서도 안락한 의자와 최신의 정기간행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란 말이야. 디오게네스 클럽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시작된 곳이라네. 

회원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게 허용되지 않아.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 ‘외부인 접객실‘에서는 예외가 인정되지만, 회원들끼리 말을 하다가 운영위원회의 지적을 세 번 받으면 탈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네. 형은 이곳 창립회원 중의 한 명이었고, 나도 한 번 가보니까 분위기가 아주 편안하고 좋더군."

"넌 정말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구나, 셜록." 마침내 마이크로프트가 즐거움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위태로운 정치적 음모에 스스로 뛰어드는 걸 보면......."
내 친구가 메마른 웃음을 터뜨렸다.

"친애하는 마이크로프트, 이번에는 정치적 음모라는 놈이 내집 문을 두드렸다오."
"언제는 그렇지 않았더냐? 그건 그렇다고 해도, 네가 그런 문제들을 처리한다고 덤벼들기만 하면 내 책상 위로 문제가 날아들더구나."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바로 네가 그 사람일 것으로확신한다."
"고마워, 형." 홈즈는 조용한 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믿을 수 있는 왓슨도 함께 가는 것이겠지?"

나의 보즈웰 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형도 잘 알잖아?

※ 보즈웰(James Boswell)은 17세기 이후의 영국 시인 52명의 전기와 작품론을 정리한 10권의 영국시인전>으로 유명한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의 전기 작가인데, 홈즈의 숭배자이자 동료인닥터 왓슨과 마찬가지로 존슨의 일거수일투족을 일기로 남겼다.

홈즈는 홀슈타인의 주머니로 손을 뻗어 담배케이스를 꺼냈다. 테이프를 떼어내자 그가 이미 예측했던 대로 ‘HH‘라는 각인된 이니셜이 드러났다.
"테이프가 비록 이니셜은 가렸지만, 이곳에 있는 문장(紋章)은덮지 못했네." 홈즈는 왕홀(王勞) 위에 앉은 독수리 문양이 찍혀있는 반대편 모서리를 가리켰다.
"홀슈타인 가문의 문장일세."

"사실일세. 굉장히 오만한 녀석이라, 감히 이런 세세한 것들까지 관찰해서 연역적인 추론으로 그 뜻을 해석하고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도 않았던 것이네."

 ‘사악한 친구들의 사랑은 두려움으로 변질된다‘ 라는 셰익스피어의 말(희곡 <리처드 2세>에 등장하는 대사)이 이런 상황에 딱 들어맞을 것이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다 말해주지 않을 겁니까? 전 이유도모른 채 행동하는 건 딱 질색입니다."
"때가 되면 다 말해드리죠.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시오. 내 생각은 아직 머릿속에서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그곳을 정찰한후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할 필요가 있거든요. 필요 이상오랜 시간 맹목적으로 행동하게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드리리다."

"사람들 속에 자리 잡은 오만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취약한 것이라서 절 늘 웃게 만들어서 말입니다."

‘루돌프 왕‘은 장갑을 끼면서 흥분한 기색이 번득이는 눈길로날 지그시 쳐다봤다.
"준비됐나, 왓슨? 이제 게임이 시작됐네."

루퍼트는 조롱이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폐하께서도 분명히 알고 계실 텐데……. ‘싸우다가 도망친자는 살아남아 다음날 다시 싸울 수 있다‘는 말이오."

"자네가 느리다면, 나는 아예 기어가고 있었던 셈이군."
‘아, 그렇긴 하지만, 자네가 관찰한 걸 추리의 대상물로 변화시키는 데 항상 어려움을 겪는 편이라고 하는 게 더 공정하겠지.
나야 그런 일로 먹고사는 사람 아닌가."

홈즈의 설명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지냈지만 홈즈가 추측한다는 걸 인정한 건 그때가 유일했다. 그리고 그 추측은 딱 들어맞았다. 이러니 셜록 홈즈는 어림짐작조차도 예술로 승화시킨다고 믿을 수밖에.

"왓슨, 자넨 여전히 로맨티시스트로구먼." 홈즈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불길을 뚫어지라 노려봤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자네가 옳을 거라고 믿고 있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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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까이 있으니 오히려 갈 생각을 못하는 거죠. 그게 이유에요."

"평생에, 그것도 운이 좋을 때,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벌써부터 믿어지는 걸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누구나 평생에 단한 번 만나는 게 아닐까요?"

그녀는 캄파리를 한 잔 더 하고 싶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처음엔 썩 좋아하지 않았던 이 음료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더러 그런 것들이 있었다, 처음엔 썩 좋아하지 않았다가 언제부턴가 즐길 정도로까지 익숙해져서 종국에는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이.

"평소 이 시간에 아무것도 안 허요?"
"아무것도요. 잘 자는 거? 당신은요?"
"특별히 없어요."
그것도 특별한 거예요."

"얘기를 듣는 할머니의 얼굴을 직접 봤어야 하는데.…. 내 생각할머니는 그렇게까지 불행하지 않아요. 그럴 여력도, 젊음도 없다고 할까. 하여튼 불행과는 또 달라요."
남자는 물었다. "그럼 뭔데요?"

식료품상은 대답했다. "글쎄, 그걸 뭐라고 해야 할까? 더 이상 붙일 이름이 없소. 더 이상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고, 그래 봤자 무슨 소용이겠소?"
사라는 대꾸했다. "어쩌면요."
식료품상은 말했다. "어쩌면 고단함, 고단함이라고 할까."

"왜 나한테 바람피우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거야?"
"글쎄? 가끔은 당신한테 진실을 얘기하고 싶은가 보지."
그녀는 그가 빙긋 웃는 걸 보았다. 그는 말했다.
"하긴 진실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말이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곳에 좀 익숙해진 건 사실이야. 그렇지 않아?"
그는 담뱃불을 껐다. 그대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자크는 대답했다. "난 익숙해지지가 않아, 그나마 루디가 있고 바다가 있으니 견디지만."

사라는 말했다. "여기는 다른 곳이든, 어디선가 휴가는 보내야하니까. 안 그래?"
"아마도, 하지만." 그는 머뭇거렸다. "난 그런 사고방식을 썩 좋아하지는 않아."

"난 떠나고 싶어. 여행이 하고 싶다고. 여행이 하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야. 2년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여행만 해 봤으면."

"내가 지성을 발휘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됐으니까."
"오만이야. 게다가 지성 따위 난 아무래도 좋아."
"말은 늘 그렇게 하지. 하지만 난 점점 내가 지성을 쓸 일이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지 않아. 그건 정말 최악의 오만이다."

 "안녕." 남자는 인사했다. 사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짐칸 상자로 허리를굽혀 수경을 천천히 꺼냈다. 그의 얼굴이 흔들거리는 사라의 발끝을 스쳤고, 그는 그 발끝에 키스했다. 아무도 보지 못했고, 볼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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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이번 휴가가 갑갑하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우리들은 대체 뭐가 부족한 걸까? 이렇게 모두 모여 서로 어울리고 사랑하는데 말이야. 대체 뭐가 더필요한 거지?"
"아마도 낯선 사람 아닐까? 이곳에서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과 신기할 정도로 단절돼 있잖아."

"그렇긴 해, 어쩌면 우정만큼 낯선 사람들과 우리를 단절시키는것도 없을 거야."

"넌 한 남자랑 사흘 이상을 만난 적이 없잖아. 그런 건 배워서 알수 있는 게 아니야."
"뭐가?"
"낯선 사람의 가치.."
"그래도 이해는 할 수 있어."
"그렇지 않을걸, 한 남자랑 사흘 이상을 지내 본 적이 없다면…."


"그게 너희 부부 두 쌍이 다 나한테 그러고 싶은 의욕을 북돋는본보기여야 말이지."
"난 오히려 우리 부부는 제법 고무적인 본보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어떤 부부도 그렇지 않아, 심지어 가장 이상적인 부부조차사랑을 장려하지 않는다고, 아니야. 너도 부부의 틀 안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거야."

다이아나는 미소 지으며 선언했다.
 "체험된 모든 사랑은 변질된사랑이다. 잘 알려진 얘기잖아."

"그거 알아? 가끔씩 너는 참 네 얘기를 안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거?"
"내가 워낙에 아무 생각이 없거든. 가끔은 생각 자체가 뭔지 아예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그건 누구나 조금씩은 있는 생각이고, 내 얘기는 그런 뜻이 아니잖아. 왜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거야?"
"그 생각은 더 이상 안 하거든."

"혼자서만 눌러두기 힘든 말들이 있어. 난 네가 나에 대해 석연치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게 싫어."
"네가 그렇게 말한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이해했어,
그러니까 그 얘기는 더 안 해도 돼."

나도 우리가 어느 선에선, 그러니까 잘못 표현하거나 거짓으로 말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선에선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이전도, 이후도 아닌 딱 그 경계에서. 

하지만 그래도 난 기를 쓰고 침묵을 고수하는 사람들보다 그 경계에 부딪쳐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 경계를 허물고 표현해 보려애쓰는 사람들이 더 좋아. 그래, 어쨌든 나한텐 그 사람들이 더나아 보여. 너는 적어도 일주일 전부터 나한테 품고 있는 감정을말하지 않은 채 가슴에 담아 두고 있어. 난 그게 싫어. 너한데 상처가 될 테니까. 확신해."

"어쩌면 말보단 다른 걸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말과 똑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우리를 똑같이 홀가분하게 해 주는 다른 거."

"날 이해해줘, 이미 벌어진 일이야. 난 주워 담지 못할 말을 해버렸고, 넌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아. 이제 그 모든 게 우리 사이에 가로놓였어. 네가 마치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듯이 군다면,
내 말은 엄청난 무게를 갖게 돼. 본래 의도했던 것보다 몇 천 배는 더. 착잡하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모든 면에서 가장 겁 많은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큰 위험을 무릅쓴다는 거.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감히 절대 엄두를 낼 수 없는 것까지."

"공포심과 위험은 결국 같은 거니까."
"그럴지도, 위험을 무릅쓸 용기를 주는 게 바로 공포심일 수도 있지. 혼자서 두려움에 떠느니 차라리 뭐든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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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가 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신호, 즉, 갑자기 눈을 빛낸다거나 입술을 앙다물거나 하는 행동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저런 사람들을 대할 땐 말이지, 저들이 하는 이야기가 자네에게 전혀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굴처럼 입을다물고 말 테니까. 지금처럼 어깃장을 놓으면서 들어야 필요한 정보를얻을 수 있지." 홈즈가 나룻배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말했다.

보스콤 계곡의 비밀 (1891)
"자백을 한 거군." 내가 불쑥 말했다.
"아닐세. 그런 뒤에 자기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네."
"엄청난 일을 겪은 뒤에 그렇게 말한다면 아무래도 수상하지 않은가."
홈즈가 말했다. 그 반대야. 내게는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도 같다네."

프라이어리 학교 (1904)
"각하, 저는 누군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자에게 범죄에서 파생한 다른 범죄에 대한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버 블레이즈 (1892)
"하나의 바른 추리는 또 하나의 바른 추리로 이어지게 마련이죠."

"왓슨, 자네도 알다시피, 런던의 범죄 세계를 나만큼 속속들이 아는 사람도 없지.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범죄의 배후에 모종의 세력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의식해 왔네. 뿌리 깊게 조직을 이룬 이 세력은줄기차게 법을 위반하고 법의 절망을 무너뜨리면서 범법자를 감싸 주고 있었던 거야. 사기, 절도, 실인같이 아주 다양한 시건을 맡으면서 이힘의 존재를 계속 느껴 왔지. 

내가 개인적으로 자문을 해 주지 않은 수많은 미해결 범죄에도 이 세력의 힘이 뻗어 있다고 추리할 수 있게 되었데, 오랫동안 이 세력을 은폐한 장막을 걷어 내려 애썼고, 마침내 실마리를 잡아 추적하기에 이르렀지. 그리고 숱한 우여곡절 끝에 수학계의 유명 인사인 모리어티 교수의 존재를 알게 된 거야."

그가 외쳤다. "역시 그는 천재야. 이게 제일 놀라운 점이지. 그는 런던을 주름잡고 있는데 그에 대해 들어 본 사람이 없다니. 그래서 그가 범죄 사상 최고의 인물로 꼽히는 기겠지. 왓슨, 진심으로 말하는데 그 자를 무너뜨려 이 사회에서 몰아낼 수 있다면 내 경력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그 다음부터는 현역에서 물러나 조용하게 지낼 작정이네."

"방에 앉아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모리어티 교수가 나타나더군, 왓슨, 난 어지간해선 눈 하나 깜짝 않는 사람이네. 하지만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던 남자가 내 문지방을 밟고 서 있는 걸 보자 화들짝 놀랐지. 

그의 외모는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어. 아주 키가 크고 비쩍 말랐지. 하얀 이마는 유독 튀어나왔고 두 눈은 움푹 패어 있더군, 단정하게 면도를 했고 안색이 창백했지. 그 교수 특유의 고행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공부를 많이 해서인지 어깨는구부정하고 고개를 약간 앞으로 빼고 있었지. 호기심 많은 파충류처럼아주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버릇이 있더군."

"자네는 내 능력을 알고 있겠지, 왓슨, 하지만 나는 3개월이 지난 뒤 마침내 나와 지적으로 동등한 적수를 만났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증오심이 그의 기술에 대한 감탄에 묻힐 정도였다네."

노우드의 건축업자 (1903)
"범죄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런던은 모리어티 교수가 세상을 떠난뒤로 유난히 지루한 도시가 되고 말았네." 셜록 홈즈가 말했다.

홈즈가 말했다.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이건 그레고리 경위에게 부족한자질이기도 해, 우린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해서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을 바탕으로 행동해서 타당성을 입증했네. 자, 어서 계속가 보세."

복잡하게 뒤엉킨 실타래가 완전히 풀리는 것 같았다.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왜 지금까지 이 명백한 사실을 알지 못했는지 이상할 따름이었다.

"띠다! 얼룩 띠!" 홈즈가 속삭였다.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순간 박사가 두른 기이한 머리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박사의 머리카락 속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흉측한 뱀의 마름모꼴 머리와 잔뜩 부풀어진 목이 보였다.

"늪살모사야! 인도에서 제일 위험한 뱀이지. 박사는 물린 지 10초 만에 죽었네. 폭력은 폭력을 쓴 사람에게 되돌아가고, 함정을 판 사람은자기가 판 함정에 빠지는 법이지." 홈즈가 탄식하듯 말했다.

"세상에, 홈즈, 정말 못 말리겠군. 몇 세기 전에 태어났다면 자넨 틀림없이 마법사로 몰려 화형당했을 거야."

뼈가 시리도록 추운 밤이었다. 우리는 얼스터 외투를 껴입고 목에 머플러를 둘렀다. 밖에 나가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별들이 차갑게빛났다. 지나가는 이들의 입에서 권총이 뿜어내는 연기 같은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푸른 카벙글의 모험(1892)

☆"사실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범죄는 아무 목적 없이 저질러진 것이지."

등나무 집 (1908)
솔직히 말해서 나는 홈즈가 말한 방법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살인의그림자가 드리운 낡은 집, 기묘하고 심상치 않아 보이는 사람들, 거기접근했다가 당할지 모르는 위험, 법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도있다는 사실 등이 내 열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홈즈의 얼음처럼 차가운 추리에는 그가 권하는 모험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있었다. 이런 모험을 감행해야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마자랭의 다이아몬드 (1921)
단단한 체격에, 멍청하고 고집스러우며 길쭉한 얼굴의 프로 권투 선수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문가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홈즈의 싹싹한 태도는 그에게 전혀 뜻밖이었다. 그는 홈즈의 말에서 어렴풋이 적의를 느꼈지만 어떻게 맞받아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왓슨, 자네니까 하는 말인데 난 대단히 유능한 범죄자가 됐을 거라는생각을 항상 한다네."

"탐정 일을 해 오면서 범죄자가 한 짓보다 내가 그 범죄자를 알아낸 것이 더 몹쓸 짓이었다고 느낀 적이 두어 번 있네. 덕분에 이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내 양심을 속이기보다 영국 법을 속이는 쪽을 택하지."

공포의 계곡 (1915)
플록은 중요한 인물이네.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인물이대단하기 때문이지. 상어의 길잡이 노릇을 하는 방어나 사자 주변을어슬렁거리는 자칼을 상상해 보게, 무시무시한 동료의 동반자 구실을하는 하찮은 것이라면 뭐든지 좋아. 게다가 왓슨, 그가 접촉하는 거물은 단순히 무서운 존재만이 아닐세. 사악하기 짝이 없는데, 그것도 지상에서 가장 사악하다고 할 정도라네. 그래서 내가 폴록을 지켜보게된 걸세. 

 자네에게 모리어티 교수 이야기를 한 거 기억하겠지?"
"과학적인 두뇌를 소유했다는 유명한 악당 말인가? 범죄자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리......."
"치켜세우지 말게, 왓슨!" 홈즈가 비난조로 중얼거렸다.
"아니, 난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네."
"놀랍군, 정말 재치 있어! 뜻밖의 순간에 능청스럽게 말하는 재주가 늘었군, 왓슨 앞으로 자네와 이야기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어." 홈즈가 외쳤다.

토르 다리의 문제 (1922)
"그렇다면 가정 교사와 그의 관계는 어떻게 된 거야? 자넨 그걸 어떻게 알아낸 거지?"
넘겨짚은 걸세, 왓슨, 그냥 한번 찔러본 거지."

등나무 집 (1908)
"해고되어 불만이 많은 하인보다 더 좋은 소식통은 없지. 다행히 그런사람을 한 명 찾아냈네."

실종된 스리쿼터백 (1904)
"댁의 이름은 들어 본 적 있소, 셜록 홈즈 씨. 댁의 직업도 알고 있는데,
내가 가히 좋게 보지 않는 직종이지."
(암스트롱) 박사님, 그 점에 있어서는 이 나라의 모든 범죄자가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등나무 집 (1908)
"아직 진상을 다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 어쨌든 자료를 모으기 전에 왈가왈부하는 건 잘못이야. 자기도 모르게 가설에 맞추려고 정보를 왜곡할 수도 있으니까."

"저는 여러분들께 정당한 게임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처럼 소득도 없는 일에 여러분의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생각하고요. 그래서 오늘 아침 조언을 드리려 왔습니다. 제 조언을 딱한 마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만두시죠."

맥도날드와 화이트 메이슨은 어리둥절해하며 그들의 유명한 동료를바라보았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경위가 외쳤다.
"여러분의 수사 방식으로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실을찾을 가망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교육에는 끝이 없지, 왓슨, 교육은 배움의 연속이고, 마지막에 가장 위대한 것을 배우는 법이지. 이번 사건에서는 배울 게 많아. 돈이나 명예를 얻을 수는 없더라도 꼭 해결해 보고 싶다.."

 너도밤나무집 (1892)
"도시에서는 법이 어쩔 수 없는 일도 여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어.
아무리 험한 뒷골목이라도 아이기 괴롭힘을 당해 비명을 지르거나 술주정뱅이가 난동을 피우면 주변 사람들이 동징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 사법 기관이 아주 가까이 있어서 누가 신고만 해도 재깍 경찰이 달려오고, 범죄와 심판대 사이가 고작 한 걸음 차이라네."

"저는 사람의 두뇌가 텅 빈 다락방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한 가구로 이 다락방을 채워야 하죠. 멍청한 사람은 우연히 접한 것까지 마구잡이로 채워 넣습니다. 그래서 유용한 지식이 밀려나거나 다른 것과 뒤섞여 있어 막상 필요할 때 꺼내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능숙한 장인은 자신의 두뇌이자 다락방을 채우는 데 아주 신중하답니다. 긴요하게 쓰일 도구만 고르고, 이 도구들을 순서대로 잘정리해 두지요. 

이 작은 방의 벽이 고무로 되어 있어서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집어넣으려면 이미 아는 지식을 버리고 공간을 마련해야 할 때도 있죠. 그러니쓸모없는 사실이 유용한 지식을 밀어내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장기 입원 환자 (1893)
"그자가 비록 형편없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아직 영국 법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위, 당신이라면 잘 알 겁니다. 영국 법은 그를 지켜 주지 못했지만 정의의 칼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요."

홈즈가 말했다. "왓슨, 그렇게 된다면 내가 헛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할수 있겠네. 내 수사 기록이 오늘 밤 끝난다고 해도 담담하게 과거를 돌아볼 수 있을 거야. 

런던 공기는 내 덕분에 더욱 감미로워졌지. 1천 건이 넘는 사건을 다루면서 나는 내 힘을 허투루 쓴 적이 없어. 최근에는인위적인 사회에서 발생하는 피상적인 문제보다 자연의 본성 자체를살펴볼 수 있는 문제를 조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지. 

내가 유럽의가장 위험하고 유능한 범죄자를 체포하거나 파멸시켜 일생의 위업을이루는 날, 자네의 회고록도 막을 내리게 될 걸세, 왓슨."

나는 홈즈가 단서를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렸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변화였다.
그는 지나가는 구경꾼처럼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반짝이는 눈과 한층 기민해진 태도에서 억제된 흥분과 긴장의 흔적이 엿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게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왜 형이 직접 해결하지 않지? 형도 나 못지않잖아."
"그럴 수도 있겠지, 셜록. 하지만 이건 세세한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의문제야. 네가 나에게 정보를 줘. 그림 난 저 안락의자에 앉아 전문가의탁월한 견해를 들려주지. 하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철도 계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엎드려서 돋보기를 들여다보고 하는 건 내 장기가아냐. 그러니까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너야. 네가다음 서훈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면……….."


내 친구는 씩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그저 이 일이 좋아서 할 뿐이야." 그가 말했다.

춤추는 사람(1903)
"자, 왓슨, 이번에는 완전히 허를 찔렸다고 솔직히 털어놓게." 그가 말했다.
"그래, 맞네‘
"그렇다면 그 사실을 종이에 쓰고 서명을 하게."
"왜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어처구니없이 간단한 추리라고 말할 테니까."

 주홍색 연구(1887)
"저는 그자를 잡을 겁니다. 박사님, 제가 잡는다는 쪽에 이 대 일로걸 수도 있어요. 이 모든 일에 대해 박사님에게 감사를 드려야겠군요. 박사님이 아니었더라면 그곳에 가지 않았을 테고, 그렇다면 지금까지 접한 사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사건을 연구할 기회를 놓쳤을테니까요. 

주홍색 연구 말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나 같은 사람이 예술적인 용어를 사용해도 괜찮겠죠? 삶이라는 무채색 실타래에 주홍빛 살인의 기운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실타래를 풀어서이 주홍색 실을 뽑아낸 뒤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낱낱이 드러내는 것입니다

여섯 점의 나폴레옹상 (1904)
"식탁 위에 커피가 있네, 왓슨, 문 밖에서 마차도 기다리고 있고."

"그런데 저는 홈즈 씨가 왜 이번 사건에 손을 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교육을 위해서입니다, 그렉슨 경위. 교육 때문이죠. 세상이라는 이 오래된 대학에서 아직도 지식을 찾아 헤매는 겁니다. 자, 왓슨, 이번 사건으로 자네의 기록에 또 하나의 비극적이고 기이한 사건을 추가하게 되었군. 그런데 아직 밤 8시도 안 됐어. 지금 코벤트 가든에서 바그너의오페라를 상연하고 있으니 서둘러 가면 2막부터 볼 수 있을 걸세."

아서 코난 도일은 장편 소설 4권과 단편 56편 속에서 셜록 홈즈와존 왓슨을 파란만장한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와 더불어 노련한 구성과 세부 표기 방식, 1887년 첫 등장 이후 한 세기 넘게 홈즈와 왓슨을 문화 아이콘으로 구축한 유머의 놀라운 조합을 선보인다. 홈즈의 팬들에게는 상상력이 풍부한 홈즈의 세계에 버금가는즐거움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며, 영문과 함께하는 1일 1편 셜록홈즈 365)에서 그 즐거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자, 독자들이여, 서둘러라.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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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는 어둠 속에서 앞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그동안신중하게 개발해 오기도 했다.

홈즈가 시험관 속에 시험지를 담그자 그것은 곧바로 탁한 진홍색으로변했다. 홈즈가 외쳤다. "마침 결정적일 때 왔군. 이 시험지가 계속 푸른색으로 남아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걸세. 붉게 변한다면 생명이달린 문제라는 뜻이고, 흠!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외쳤다. 홈즈,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네. 우리가 맞춰 왔으니 교활하고 끔찍한 범죄를 막을 수 있겠군."
"정말 교활하고 끔찍하지. 의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일류 범죄자가 될 수 있어. 대담한 데다 지식까지 갖추었으니까."

"이번 사건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자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내겐 크나큰 지적 즐거움이었지. 솔직히 말해 극단적인 수단을 취할 수밖에없다는 게 안타깝기까지 하네. 자넨 지금 웃지만 이건 내 진심이야."

홈즈가 말했다. "위험은 내 일의 일부지."
모리어티가 대꾸했다. "이건 위험이 아닐세, 피할 수 없는 파멸이지."

네 개의 서명 (1890)
내 머릿속은 우리를 찾아왔던 손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미소와 깊고 그윽한 목소리, 그녀의 삶에 드리운 기이한 사건그녀가 17살 때 아버지가 실종되었다고 했으니 지금은 27살일 것이다. 아주 좋은 나이였다. 청춘의 자의식이 잦아들고 경험이 쌓이면서조금은 진중해지는 시기였다.

"저는 사소한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오래전부터 믿어 왔습니다."


그 무렵 나는 홈즈를 통 만나지 못했다. 결혼을 하면서 사이가 멀어졌기때문이다. 나 자신의 온전한 행복과, 처음으로 가장이 되어 맞닥드리는소소한 일상에 온 관심이 쏠려 있었다. 반면 보헤미안의 기질을 타고나모든 종류의 사회적 간섭을 기피하는 홈즈는 계속 베이커 스트리트에있는 하숙집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오래된 책들에 파묻힌 채 일주일은코카인에 취해 있다가 그 다음 일주일은 야망을 불태우는 식으로 약물에 나른하게 취한 상태와 예리한 본성이 불꽃을 피우는 상태를 오가면서 지냈다. 여전히 범죄 연구에 몰두했으며, 비상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경찰이 포기한 사건에서 단서를 추적하여 이를 해결했다.

"왓슨, 자네는 이상적인 추리가를 즐겨 묘사하는데,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면 그 한마디 말로 모든 상황을 간파했어야 하네."

하지만 셜록 홈즈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며칠씩, 심지어 일주일 내내 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건을 거듭 생각하고, 조합해 보고 모든 관점에서 뜯어보았다. 그래서 기어이 문제를 풀거나, 아니면자료가 부족하다는 결론이라도 내려야 직성이 풀렸다.

기어 다니는 남자의 비밀 (1923)
날은 맑았지만 쌀쌀했기 때문에 따뜻한 외투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풍이 불었고, 점점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이이따금 반딜을 가리곤 했다. 우리를 이 자리로 이끈 기대감과 흥분이없고, 우리가 그동안 관심을 보였던 기묘한 일련의 사건을 마무리 짓게 될 거라고 내 친구가 장담하지 않았더라면 뒤숭숭한 불침번이 되었을 것이다.

홈즈 씨가 적이 아니라 우리 경찰 편이라서 천만다행입니다." 내 친구가 창문의 걸쇠를 능숙하게 풀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경위가 말했다.

"예외는 없네. 예외를 두면 원칙이 소용없어지는 걸세."

"그런데 왜 식사를 안 하는 거지?"
"끼니를 걸러야 정신이 또렷해지기 때문이지. 왓슨, 의사로서 자네도인정할 거야. 소화 기관이 가져가는 만큼 두뇌에서 혈액을 잃게 된다.
는 사실 말일세. 나에게는 두뇌야, 왓슨, 다른 장기는 부속 기관에 불과하다고. 그러니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건 두뇌지."

홈즈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내 자존심에 금이 갔네, 왓슨, 하찮은 감정이긴 하지만 내 자존심이 짓밟혔어. 이 사건은 이제 내 개인적인 문제가 되었으니 신이 내게 건강을 허락하는 한 악당들을 뒤쫓을 걸세.
내게 도움을 청하러 온 사람을 죽게 만들다니…..."

"그런데 자네는 자극적인 것을 피하려다가 사소한 사건에 치우치게 된건 아닌지 모르겠군."
"결국은 그렇게 된 셈이지. 하지만 내가 사용한 방식은 신선하고 흥미롭지 않은가. 내가 대답했다.

"참 나, 이보게. 치아를 보고도 직공인 줄 모르고 왼손 엄지를 봐도 식자공인 줄 모르는 대중이, 말도 못 하게 부주의한 대중이 분석과 추론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보기나 할까?"

"우리는 항상 다른 가능성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것에 대비해야 하네.
그것이 범죄 수사의 제1 규칙이지."

그는 침실로 들어가더니 이내 온화하고 순박한 비국교도 목사가 되어나타났다. 챙이 넓은 검은 모자와 헐렁한 바지, 하얀 넥타이, 인자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은 영국의 성격과 배우 존 헤어나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홈즈는 단순히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었다. 그는 분장할 때 맡는 새로운 역할에 따라 표정과 습관, 영혼 자체까지 탈바꿈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범죄 전문가가 되는 바람에 연극계는 뛰어난 배우를, 과학계는 냉철한 연구자를 잃은셈이었다.

"오늘 아침 8시 경 나는 일자리를 잃은 마부 차림을 하고 집을 나섰네.
마부들은 동료 의식이 강해서 자기들끼리는 감추는 게 없어. 마무의일원이 되면 필요한 건 뭐든 알 수 있다네."

내 평생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스펀지 아래 남자의 얼굴이 나무껍질처럼 벗겨져 나갔다. 덕지덕지 붙은 갈색 얼룩이 사라졌다. 얼굴을가로지르는 섬뜩한 흉터와 밉살스러운 비웃음을 머금은 뒤틀린 입술도 사라졌다. 

홈즈가 뒤엉킨 빨간 머리를 홱 잡아채 벗기자 세련된 외모의 남자가 창백하고 슬픈 일굴로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검은 머리카락에 매끄러운 피부의 남자는 눈을 비비고는 잠이 덜 깬눈으로 어리둥절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날씨가 궂은 밤이었어요. 밖에서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빗줄기가 요란하게 창문을 두드렸죠. 거친 빗소리 사이로 겁에 질린 여자의 비명이 터져 나왔어요. - 헬렌 스토너

"지금은 복수 같은 건 생각하기 마제오, 복수는 합립적으로 이어질거라고 봅니다. 하기만 상대방이 그물을 쳐 두었으니 우리도 그들을켜야 합니다."

"왓슨, 내려가서 문 좀 열어 주게. 정숙한 사람들은 벌써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이니 말이야."

생각에 잠겨 있던 홈즈가 대꾸했다. "사실 정황 증거란 까다로운 문제지 한 사람을 범인이라고 정확하게 가리키는 것 같다가도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니까."

바스커빌 가문의 개 (1902)
"제가 알기로는 선생님이 유럽 제2의 전문가라고….."
"그렇군요. 그런데 유럽 제1의 영광은 어느 분이 차지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홈즈가 다소 신랄하게 물었다.

"정밀한 과학 수사 이론에서는 베르티옹 씨가 단연 뛰어나지요."
"그렇다면 그분과 상의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과학 수사 이론에 한정해서 그렇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독보적이십니다. 제가 무심코 한 말 때문에기분이 상하지.…."
"잠깐, 모티머 선생, 홈즈가 말했다.

"이번 사건은 어리석을 정도로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내가 다룬 가장고전적인 사건도 사소한 데서 시작되었지. 그러니 그 어떤 것도 하찮게 볼 수 없어. 자네도 기억할 테지, 왓슨, 내가 애버네티 가의 끔찍한일에 주목하게 된 것도 어느 무더운 날 파슬리가 버터에 가라앉은 깊이 때문이었다네."

"대체로 여느 사건이라면 대충 귀띔만 해 줘도 그와 비슷한 오만 가지사건이 떠올라 감을 잡을 수 있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유례를찾을 수 없을 만큼 특이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그가 말한 시간에 호주머니에 권총을 찔러 넣고 모험을 앞둔 긴장감에 사로잡혀 이륜마차에 홈즈와 나란히 앉아 있으니 옛날로 되돌아간느낌이었다. 홈즈는 냉정하고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가로등 불빛이 그의 냉랭한 얼굴을 비추자 생각에 잠겨 찌푸린 눈썹과 굳게 다문 얇은 입술이 보였다. 

런던이라는 범죄자들의 어두운정글 속에서 우리가 어떤 야생 동물을 쫓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노련한 사냥꾼인 내 친구의 태도를 보니 심상치 않은 모험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홈즈의 금욕적이고 침울한 얼굴에 가끔 내비치는 싸늘한 비웃음은 이번 모험의 사낭감에게 그리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결혼 생활이 만족스러운가 보군, 왓슨, 예전에 봤을 때보다 몸무게가3.5 kg 정도 늘은 것 같네."
3g이야!"
"그럼 좀 더 생각해 볼 걸 그랬군, 아주 조금 더 말이야, 왓슨."

귀족 독신남 (1892)
의자를 끌고 이쪽으로 오게 내게 바이올린을 건네주고, 이게 우리가풀어야 할 유일한 문제는 쓸쓸한 가을밤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거니까."

"언론 기관은 무척 유용하다, 왓슨, 어떻게 활용할지만 안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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