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지현 옮김 / 별글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인과 바다”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2년 전에 이미 읽었다. 박찬국 씨의 저서를 읽다가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 바로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라는 부분을 읽고 관심을 가져 구매했다. 디자인적으로도 퍽 만족하여 샀던 기억이 있다. 처음 읽었을 때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최근에 어디 멀리 갈 일이 생겨 심심할 때 읽을 용도로 가져갔는데 그때의 인상이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나에게서 이상적인 인간이란 도스토옙스키의 미쉬낀 공작이나 알료샤가 아니라 오히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인 거 같다. 노인은 가난하고 가족도 없으며 육체적으로도 뛰어나다고 할 수 없으나 그 누구보다 강인하다. 무엇 때문에 강인하다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노인이 고기와 사투하기 전부터 이미 강인한 인상을 받았다. 사람이 참 견고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던 거 같다. 노인이 바다에 나가 고기와 사투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손에 상처가 생기고 쥐가 나고 어깨와 등으로 줄을 고정시키면서 겪는 고통이 내게도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나타난다. 노인의 심리도 그런 것에 초연하기보다는 고통스러워하고 때로는 스스로 다그친다. 현재 부재한 것에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서글픈 감상도 든다. 하지만 노인은 결단코 포기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자신을 가다듬으면서 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인간적인 심리를 보이고 악조건을 가졌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 거기서 나는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이상적인 인간을 발견했다.



노인이 고기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사실 니체 생각이 많이 났다. 노인은 고기를 존중하고 고기의 강함을 인정한다. 심지어 고기를 사랑하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데도 노인은 진심으로 고기를 죽이고 싶어 한다. 나는 여기서 니체가 적을 대하는 태도가 생각났다. 적을 존중하고 인정해라, 심지어 사랑하기까지 하라, 그리고 꼭 죽여버려라. 우리가 진정한 적에게 가져야 할 태도란 원한이나 증오가 아니라 존중이다. 존중을 하고 죽이는 것, 증오나 원한을 가지고 죽이는 것보다 훨씬 유쾌하지 않은가



상어에 대한 해석은 아직도 혼란스러운 점이 많다. 남의 성과를 가로채는 부정적인 인간상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은데, 사실 상어 입장에서는 억울한 것 아니냐는 반발심리가 들었다. 어긋난 해석일 수도 있지만 누가이기든 상관없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이 이기든 고기가 이기든, 가치 있는 적을 만났을 때부터 싸움 자체가 중요한 거지 그 승부는 그리고 그 전리품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싸움으로 내가 더 강인해졌다는 것에 의미를 찾으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싸움에서 이길 때마다 살코기를 찾는 게 멋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소설의 인상 깊은 구절로 마무리하려 한다. 인간은 파멸 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