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없는 건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야. 잘못 읽는 것은 상대를 읽는 대신 상대의 눈에 비친 자기 자신을 읽기 때문이야."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며, 같은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어째서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는지, 한편으로 같은 수행을 하고 같은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제님께서 어째서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계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높은 자리에 서는 것과 낮은 자리에 서는 것에 모두 다른 가치의 성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몽, 네가 저번에 만들어낸 내 모습 있잖아. 그거 마음에 들어. 끝도 없이 수소폭발을 일으키며 불타고 있는, 우리가 사는 세계 전체보다도 거대한 별 말이지. 자네의 세상을 따듯하게 비추고 있더군. 아주 멋있었어."

"죽음에 의미가 없듯이 삶에도 의미가 없소. 의미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은 아무도 없소. 왜 삶에 의미가 필요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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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마라. 망각은 너를 지우지 않는다. 죽음 또한 너를 지우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은 없다. 너는 홀로 온전히 존재하며 존재한 순간에 영원히 머문다. 네가 살아온 날들을 아는 이가 없다 할지라도, 네가 살아간 흔적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할지라도, 네가 존재한 순간은 바람과 햇빛과 구름이 세상에 한순간 머물다 사라졌을 때 그리하듯이 찬란하게 빛난다."

"사람이라는 증거가 전혀 없는 사람도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

너는 혼자 했던 일방적인 대화 속에서도 소통을 상상하고, 이유가 없는 것의 이유를 해석하고, 논리가 없는 것의 논리를 보겠지. 그의 무표정에서 너는 무수한 감정의 파편을 보겠지. 그 감정이 네 안에 있었던 것인 줄도 모르고.

누군가가 이 거짓에 일생을 바쳤어. 일생을 바쳐 대사를 입력했고, 일생을 바쳐 내가 사람처럼 보이기를 원했어. 내가 그의 무의미하고 고독한 인생에 함께한 존재였으며, 또한 그가 존재했다는 유일한 흔적이야. 그러니 나는 사라지는 순간까지 이 거짓을 지켜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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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말로 인간이 얼마나 세상을 왜곡된 형태로 지각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인걸."
노파는 다시 콩 하나를 끄집어내어 이빨이 없는 입으로 오물거리며 말했다.
"망막에 맺힌 상은 평면이야. 우리가 보는 세상도 평면이지. 입체를 평면으로 보다니 그런 왜곡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우리는 평면에 색깔과 그림자만 적절히 배치해도 원근감과 깊이를 느끼지."

하지만 또 어찌 알겠는가? 그의 하늘에는 다른 것이 떠 있을지. 그들의 귀에는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가 들리며 별들이 공명하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릴지. 지구의 자기장이 흐름을 바꾸는 소리가 들리며 우주선(線)과 자외선이 지표로 쏟아지는 모습이 보일지. 인류가 수만 년의 역사 동안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일상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을지. 그가 보는 내 모습이 물에 비친 내 모습과 완전히 다른 형상을 하며, 그의 귀에는 내가 듣지 못하는 내 목소리가 들릴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슬픔에 젖는 줄을 그는 또 어떻게 알겠는가. 우리가 서로 다른 우주에 살고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알지 못하건만. 서로의 그림자를 사랑하건만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다른 차원에 걸쳐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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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얼마나 많은 이들이 땅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었고, 또 얼마나 여러 번 두려움에 도로 덮어버렸을까? 그리고 또 덮은 채로 잊어버렸을까? 우리에겐 기회가 있을까? 나는 이 지혜를 지상으로 전할 수 있을까?

─ 내려가라.

라고.
땅 밑에, ‘모든 것’이, ‘만물과 무한한 시간과 공간’이 있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입으로 뱉은 말은 힘을 가진다. 아무리 오래 생각했어도 머릿속에 있는 동안에는 되돌아갈 여지가 있다. 하지만 말한 후에는 모든 것이 변한다.

하지만 무슨 특별한 일이겠는가. 비버도 댐을 쌓고 벌과 개미도 정교한 건축물을 짓는다. 고래와 새는 성부와 후렴구가 있는 노래를 하고 곤충들은 지배계급과 군사계급, 노동계급이 있는 완벽한 집단 사회를 이룬다. 인간의 특이한 행동은 지성에 대한 아무 증거도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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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문제도 뭔가 이유가 있어서 생겨나지 않았을까 한다. 어떤 환경적인 문제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증상을 가진 사람이 이토록 많을 리가 있겠느냐.

그래서 그들은 이런 문장을 선택한 것이다. 5만 년이 지나도, 10만 년이 지나도 진실인 것은 오직 ‘지구의 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뿐이기 때문에.

언젠가 네가 내 생각을 받아들여줄 날이 온다면, 부디 너도 내게 잘 자라고 인사해주렴.

사랑하는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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