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제각각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법률가는 논리나 과학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의에도 의존할 수 없다. 사실 소크라테스도 자신이 무고하다고 아테네의 장로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갈릴레이도 교황을 설득하지 못했으며, 예수그리스도도 예루살렘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 P385
목록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걸. 이브는 깨달음을 얻었다. 목록이 반드시 숙녀가 되기 위해 참아야 하는 것들의 카탈로그일 필요는 없었다. 얼마든지 계획과 포부의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즐거운 일. ‘하지 말라‘가 아니라 ‘하라‘는 일들의 목록! 목록을 좌우하는 것은 생각이었다. - P403
사람의 성격이 항상 뭘 배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야. 찰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존심이 너무 강하거나, 고집이 너무 세거나, 수줍음이 너무 많아서 새로운 교훈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 살다 보면 시련이나 고난을 통해 교훈을 얻을 때가 많은데, 그런 교훈을 얻기 위해 치르는 대가를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끝내 배우지 못하는 교훈 중 적어도 절반은 마음만 달리먹으면 쉽사리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통찰력은 나이를 먹으면 자연히 생긴다. 그때는 새로운 교훈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찬란함을 받아들일 시간도 기운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 만들어낸 무지 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다. - P435
이렇게 청소를 끝낸 집 분위기가 찰리에게 잘 맞았다. 어느 날 집에 들른 오랜 친구는 찰리가 20년 넘게 산 집이라기보다는 작은 기차역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정확한 표현이었다. 누군가가 어딘가로 향하는 길에 잠시 멈춰 서는 곳. 사람은 무거운 몸으로 말년을 맞을수도 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맞을 수도 있는데, 찰리는 반드시 후자를 택하고 싶었다. - P438
이런 게 삶의 웃기는 측면이지. 찰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성인들이 사실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일을 꼭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게. 처음에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 실체를 부여한다. 그렇게 그 생각이 형태와 입체감을 갖추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머뭇거리는 마음을 말로 물리치고, 그 자리에 그 생각을 실천했을 때 생길 것이라고 짐작되는 좋은 점들을 하나씩 차례로 가져다 놓는다. 본능과 혹시나 하는 마음과 상식도 말로 물리친다. 그러다 보면 그들 중 누구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꼼짝없이 움직이게 된다. - P438
특히 더 기운이 빠진 것은, 만약 올리비아가 탑에 갇혀 있다면 그 탑을 만든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된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교회에서 배운 그 세 가지 미덕으로 지은 탑이었다. 협박꾼의 사진에서 그녀가 본 것도 너무나 오랫동안 순종하며 살아온 탓에 어쩌면 두 번 다시 열정이나 고집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여자의 모습이었다. - P444
한때는 관객의 갈채를 받고, 동료들이 우러러보고, 길에서 낯선 사람에게 이름이 불리는 생활을 했으니, 이렇게 명성이 이지러지는것을 겪으며 어떻게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오늘, 1939년 3월 19일, 베벌리힐스의 중심부에 있는 아시엔다에서 그는 하찮은 존재가 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것이다. 이 악당의 집에 다시 들어가, 화려한 사람들 사이를 뚫고 한 번 더 나아갈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허깨비처럼 행동한다는 점이 다를 뿐.
"넌 전혀 중요한 인물이 아니야." 아시엔다 정문에 도착한 그는 빙긋 웃으며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아니야!" - P459
할리우드에서 빈털터리가 되면, 모두의 농담거리가 된다. 그것이 두 번째 규칙이었다. - P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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