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이가 내 거절의 이유를 이해해줬고, 그것을 계기로 내 안부를 더 섬세하게 물어보기도 했으며, 자신도 그런 적이 있다며 대화가 시작되기도 했다. 단절일 줄 알았던 거절은 서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적절하게 진솔하고 정중한 거절은 오히려 나와 상대방의 시간을 모두 소중히 여기는 존중의 표현이다. - P81

삶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성실했고,
내일이 오지 않을 듯이 열심히 살아낸
당신이 선물해준 시간 - P89

묵묵하기로 소문난 판다도 수틀리면 앞구르기로 의사 표현을 한다. 큰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고, 이빨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앞구르기라니. 하찮은 발끈이지만 그렇게라도 의사를 표출하는 판다가 나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P102

이제 꽤나 베테랑이 되었다고 생각한 직장 생활에서도 아직 선배의 배려와 격려가 필요할 때가 있고, 이제 갓 발을 들인 화가의 영역에서는 유능한 경력자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런 어리숙함과 어색함이 나쁘지만은 않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에서 언제나 신입이지 않을까. 신입이라면, 억지로 능숙한 척을 할 것이 아니라 도움을 청하고, 질문하고, 열심히 배우면 된다. 아직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새로이 배워갈 수 있다는 것이 설렌다. - P112

아침이 와도 아마 골칫거리는 그대로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불어났던 자괴감은 덜어졌고, 바닥을 치던 자존감은 지켜냈다. 그리고 다시 눈 뜰 힘이 생겼다. 채워진 힘으로 다시 내 자신을 일으킨다. - P116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늘 아래 풀지 못할 실타래는 없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그동안 당신이 가장 안전하길 바란다. - P116

혼자서 괜찮다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응원을 먹고 살고 있었다. - P122

조선시대에 지어진 《석보상절》이라는 불경 언해서에서는 아름다움의 ‘아름‘을 ‘나‘로 해석했다고 한다. 아름다움은 나다움과 맞닿아 있는 감각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저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이 다르다. - P132

아름다움은 자기만이 알아볼 수 있는 언어다. 그래서 나다움이 고민될 땐, 내가 감탄하는 순간을 들여다보면 된다. 그리고 그 감탄을 누군가와 나눌 때, 아름다움은 순간을 넘어 추억이 된다. - P132

다시 학생이 된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 다시 묻는 일이었다. - P155

상대가 도움을 줄 때 감사히 받고, 누군가 내가 필요할 때 기꺼이 손을 내미는 것, 어쩌면 그게 정말 독립적인 어른인 듯하다. 빚을 지면 갚으면 된다. 빚을 잘 갚으면 그 관계는 빛이 될 테다. - P170

인생은 깔끔하게 소분되지 않는다. 계산으로 딱 떨어지게 하루를 채우는 것보다, 약간 낭비가 생기더라도 내가 무언가를 느끼고 누릴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들이는 게 더 중요했다. - P176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누구도 같은 걸 보지 않는다.
같은 시간, 같은 풍경 속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 P185

그렇게 알차게 채워진 평소의 하루도 좋지만,
그렇게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만으로는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 인생에 우연히 재미있는 일이 들어올 틈을 만들어 줘야 한다. - P199

그렇지만 애매하다는 건, 반대로 마음을 바꿔 먹으면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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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주인공은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며 비극의 문을 연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유연해지려 한다. 나를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모든 나를 품은 채 리어왕과는 달리 내 인생을 희극으로 살아간다. - P31

이방인이 되어 바라본 시선이, 그저 보통의 하루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만들었다. 왜 내 하루는 그렇게 보지 못했을까? 그렇게도 못 견디게 떠나고 싶었는데, 막상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으니 내가 떠나온 곳이 그리워졌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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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 안에서 사라졌는데, 다른 사람에게 진실된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마음은 왜 사라지지 않은 걸까요, 남아 있는 인간의 뇌가 잘못된 걸까요, - P127

해파리 사냥 꿈에서 만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던 건 분명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일 거예요. 나는 내 생각으로 움직이고, 나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요. - P143

타임머신이 없으니 그때의 나를 구하러 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현재와 앞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될 때까지의 나를 구하고 싶어요,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서 말이에요. - P143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 P137

모든 것이 뒤늦은 후회뿐이었지만 마지막으로 나는 나 자신으로서 행복해지고 싶네. - P146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멋진 일이 있다는 것을 분명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요.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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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後悔도 획수가 많네요, 이런저런 후회도 써보면 납득할 수 있을까요, 나는 내 인생을 어쩌지 못했다는 걸.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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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기 전, 나는 내가 집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잘 몰랐다. 같이 사는 사람의 기척과 섞여 의식하지 못했는데, 남편이 세상을 뜬 뒤 내가 끄는 발 소리, 내가 쓰는 물 소리, 내가 닫는 문 소리가 크다는 걸 알았다. 물론 그중 가장 큰 건 내 ‘말소리‘ 그리고 ‘생각의 소리‘였다. 상대가 없어, 상대를 향해 뻗어나가지 못한 시시하고 일상적인 말들이 입가에 어색하게 맴돌았다. 두 사람만 쓰던, 두 사람이 만든 유행어, 맞장구의 패턴, 침대 속 밀담과 험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던 잔소리, 농담과 다독임이 온종일 집안을 떠다녔다. 유리벽에 대가리를 박고 죽는 새처럼 번번이 당신의 부재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야 나는 바보같이 ‘아, 그사람, 이제 여기 없지⋯⋯‘라는 사실을 처음 안 듯 깨달았다. - P228

그런 시간이 있었다. 사람 얼굴을 보려면 자연스레 하늘도 같이 봐야 하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세상의 높낮이가 있었다. 그런데 엄마를 잃고 난 뒤 그 푸른 하늘이 나보다 나이든 이들이 먼저가야 할 곳을 암시한 배경처럼 느껴졌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영원히 좁혀질 수 없는 시차를 유년 시절 내내 예습한 기분이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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