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에서 춤추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 #절벽위에서춤추다 #이시모치아사미 #이연승 #블루홀6 #출판사 #도장깨기

* 블루홀6 도장깨기 50번째 책을
고르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시리즈물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엄두가 안 났고, 그 외 책들은
전부 두꺼워 보였다.
결국 가장 얇은 책을 골라 들었는데,
그게 바로 이 책이었다.

* 슬픈 눈망울을 한 소녀의 표지와
'절벽 위에서 춤추다' 라는 제목.
이렇게 예쁜 아이가 왜 하필 절벽에서....?
라는 의문을 품으며 책장을 펼친 순간,
나는 무섭게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 휴양지인 나스 고원의 한 리조트.
그곳에는 성별도 연령도 제각각인 열 명이 모였다.
스쳐 지나가도 서로를 모르고 살았을 이들이
한데 모인 이유는 살인,
아니 그들만의 표현으로는 복수였다.

* 이들은 풍신 블레이드사의 제품,
풍신 WP1의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이었다.
그 제품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삶을 잃고,
꿈마저 잃은 사람들.
집단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거대한 기업 앞에서
그들의 힘은 너무 미약했다.
결국 그들은 같은 피해자와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전 직원, 그리고 소비자 단체
관계자 두 명이 힘을 합쳐 직접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 그들의 목표는 간단했다.
자신들을 파멸로 몰아넣은 풍신 블레이드의
간부 세 명을 제거하는 것.
첫 번째 살인은 계획대로 완벽하게 성공했고,
팽팽하던 긴장감은 조금 느슨해졌다.
다음 목표까지 하루가 남자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 잠깐의 휴식 뒤,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동료의 시신이었다.

* 배신자가 있는 걸까?
아니면 그들의 복수를 방해하려는
누군가가 숨어 있는 걸까?
혹은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한 또 다른
원한의 주인공이 등장한 것일까?

* 순식간에 이들은 '함께 복수하는 동지'에서
'서로를 의심하는 적'으로 변해버린다.
하지만 이미 한 건의 살인이 벌어진 이상,
경찰을 부를 수도 없다.
리조트에 갇힌 채 범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하는 그들.
그리고 하나둘 늘어가는 희생자들.
X는 누구인가?
그들은 끝까지 복수를 완수할 수 있을까?

* 무심코 가장 얇다고 집어든 책이었는데
그 내용은 벽돌책 못지않게 꽉 차 있었다.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 속에서 치밀하게
논리 싸움을 벌이며 범인을 추리하는 사람들.
탐정은 없지만, 평범해 보이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아군과 적군의 아슬아슬한 경계는
제목 그대로 절벽 위에서 춤추는 기분이었다.

* 나는 결국 범인을 맞히지 못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감탄했다.
작은 단서 하나까지도 모두 복선으로 회수하는
작가의 솜씨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제목의 진정한 의미!
절대 멈추지 않을 그 마지막 춤!! 크~

* 한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떠오르면서
현실적인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으려나~
기사라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

* 탄탄하게 짜인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와
복수극의 절박함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 완전 강력!! 추천!!!
그리고 저는 이제 이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 떠납니다!

* 출판사 도장깨기 50/90

#복수 #리조트 #연쇄살인 #배신자
#아군 #적군 #풍신 #기업 #피해자
#가습기 #살균제 #집단소송 #유가족
#소비자단체 #클로즈드서클 #추리소설
#복수극 #소설맛집 #소설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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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매 문학동네 플레이
유은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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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귀매 #유은지 #문학동네 #책장파먹기

* 오랜만에 책장 파먹기를 하려고
책장을 뒤지다 눈에 띈 귀매.
이 책을 사놓은 지 벌써 1년,
정작 왜 구매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좋아, 그렇다면 펼쳐보자!

* 큰 기대없이 책을 펼쳤는데,
첫 장면부터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쯤 되니,
'대체 왜 이렇게 묵혀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부산을 찾은 혜린은
숲 속에서 신비로운 하얀 말을 만난다.
그 말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할머니의 말에 따라
혜린은 그 말을 데려오게 된다.
물론 실제의 말은 아니고, '비적'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얀 목각 인형이다.
그날 이후, 비적은 늘 혜린의 곁을 지켰다.

* 시간이 흘러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게 된 혜린은
대학원생이 되어 종교민속학의 권위자인 교수와 함께
다대포 어망 축제를 보기 위해 부산을 다시 찾는다.
그곳에서 동창인 민경을 만나는데,
그녀는 근무하는 학교가 어딘가 이상하다며
불안을 토로한다.

* 사실 혜린은 어렸을 적부터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것을 보는 아이였다.
비록 비적 때문이기는 했지만 무당조차 점사를
보아주지 않을 정도로 특별한 존재였고,
'문화인류학과 무당'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 세계에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 혜린은 민경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사실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 마을에는 귀매가 들끓고 있음을.
그래서 비적을 민경에게 맡기며
그녀를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말을 바꾸며
예정되어 있었던 조사가 무산되고,
혜린은 성진과 함께 몰래 뒷산에서 제사를
지켜보라는 교수의 명을 받는다.

*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금기를 어기면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교수의 명을 거역할 수도 없다.
그렇게 뒷산으로 향한 혜린은 그곳에서 오래도록
터를 잡고 있던 도깨비 아저씨,
김서방을 만난다.
그리고 원치 않는 부탁을 받는다.
"이 마을을 떠도는 존재들을 없애 달라."

* 하지만 혜린에게 귀를 물리칠 힘은 없다.
비적의 힘을 빌린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설상가상으로 민경이 귀매에게 죽임을 당하고
비적마저 사라지고 만다.
도깨비는 약속을 어기면 화를 부른다.
혜린은 과연 약속을 지키고,
비적을 되찾아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건
문화인류학과 종교민속학의 고증이었다.
이 책이 개정판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초판은 무려 20년 전, 내가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학문적 내용이 이렇게 정확하다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또한 배경 설정도 탄탄하다.
가까운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먼 역사는 가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모든 흐름이 현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서술은
그야말로 도파민 폭발이었다.
종교민속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성진' 캐릭터의 지식 수준이었다.
대학원생은 아니어도 최소 학부생인데
문화인류학, 민속학적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처음에는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인 줄.
마지막에 저지른 실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어서
그야말로 쌍욕이 저절로 나왔다.

* 하지만 그 점만 제외하면 정말 완벽했다.
책을 읽으며 과거에 직접 보러 다녔던 당제와
달집 태우기 장면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문화인류학과 민속학은 언제나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는 사실을.

#문화인류학 #무당 #도깨비 #당제
#현지조사 #물귀신 #종교 #민속학
#만신 #비적 #백마 #다대포 #어망축제
#당할머니 #K오컬트 #혼문 #서낭당
#소설추천 #한국소설추천 #오컬트

#북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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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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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나의살인계획 #야가미 #천갑재 #반타 #협찬도서


* 최근 나를 사로잡고 있는 출판사 반타!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 '나의 살인 계획'은

제목부터 내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완벽한 트릭으로

'그'를 죽이겠다는 범인의 다짐이 담긴 이 책.

나는 평소에 완전 범죄란 없다! 라고 믿는 사람이기에,

이 문장만으로도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거기에 작가의 이름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혹시.... 그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


* 데스노트 뮤지컬만 10회 차 이상 관람자다!!

엘에 빙의한 기분으로 숫자들과 데이터,

그래프를 분석해서 이 세상의 규칙을 뼈저리게 알려주지!

자, 시작할까? 게임 스타트!!


* "오늘, 나는 또 살해 당했다."

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

이 문장 하나로 이미 쫄렸지만,

무서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커서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주인공 다치바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이

죽는 이야기에 묘하게  끌렸다.

그 덕분에 미스터리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성장했고, 성인이 되자 자연스럽게 그 성향을 살려

미스터리 소설 편집자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 나카야마 출판사에 어렵사리 입사한 뒤,

그의 커리어는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게다가 그는 '소설가 bot'이라는

인터넷 상의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을 통해 그가 미스터리 업계에서 단숨에

잘나가는 편집자로 떠오르는 과정은 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나의 뒷목을 얼얼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만큼 신선하고 충격적인 방식이었다.


* 하지만 높은 곳에 오른 만큼 떨어지는 것도 쉬웠다.

다치바나가 맡았던 신인 작가가 다른 중견 작가의

플롯을 도작했다는 논란이 터지면서

그는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결국 문예부에서 밀려나 논픽션부로 좌천되었고,

그동안의 노력과 명성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다행히 상사의 배려로 사건 자체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문예부의 촉망받던 에이스가 아닌

평범한 논픽션부 편집자가 되어

그저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한 통의 원고가 도착한다.

그 원고는 소설의 형식을 빌린 살인 예고장이었다.

"추락한 천재가 다시 미스터리 소설을

만들지 못하게 된 지금,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를 죽이기로 했다.

그것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완벽한 트릭으로."


* 이 문장을 읽자마자 다치바나는 확신했다.

이건 자신이 평생 봐왔던 작품들 중

100점 만점인 작품일 것이라고.

그는 이 완벽한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매료되었고,

마치 야가미 라이토와 엘의 게임처럼

도전장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게임의 막이 오르기 시작한다.


* 하지만 이 게임은 단순히 머리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반드시 죽어야만 끝나는, 데스게임이었다.

그리고 승패는 생각보다 쉽게 갈렸다.

그 이후에 이어진 사건들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 책을 읽는 내내

어머나!

세상에!

응?

뭐라고??

라는 감탄사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이야기였다.


*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임팩트를 위해 넣은 장치라고 생각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판별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한 단서라는 걸 깨달았다.

이 미지의 X를 추적해 나가면서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뒤 나는 결국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치밀하고 완벽한 플롯이었다.


* 주인공이 소설 편집자이다 보니

편집자의 일과 출판계 내부 사정이 디테일하게

묘사된 점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편집자가

작가와 부딪히며 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현실감 넘쳤다.

다만,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인플루언서 미사의

활용이 조금 아쉬웠다.

그녀의 영향력은 충분히 폭발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스토리 속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다.

만약 미사의 영향력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면

더욱 극적인 전개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 또한 F의 정체를 나는 비교적 빨리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약간 김이 새는 느낌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모든 것이 드러나는 순간!

그야말로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와, 이걸 이렇게 연결시키다니!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가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아름다운 일'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완벽한 살인 트릭과

신선한 플롯,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전개까지.


* 처음에는 조금 부족하다 느꼈던 부분조차

결국 이야기 전체를 완성시키기 위한

잠시 쉬어가는 구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놀이공원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짜릿함을

책 속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 나의 살인 계획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 소설이 아니다.

읽는 내내 독자를 시험하고, 혼란에 빠뜨리며,

마지막에는 처음부터 다시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완벽한 심리 게임 같은 작품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다시 첫 문장을 떠올리며

'오늘, 나는 또 살해 당했다.'

라는 문장을 곱씹게 될 것이다.


@ofanhouse.official

#잘읽었습니다 

#편집자 #살인계획 #살인예고 #살인예고장 

#도작 #좌천 #데스게임 #소설 #완벽한 #트릭 

#반전 #롤러코스터 #심리게임 #소설추천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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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기담
남유하 지음 / 소중한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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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양재천기담 #남유하 #소중한책 #협찬도서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책 친구님들 사이에서 워낙 입소문이 자자했던 책이라
단편 모음집임에도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 이미 여러 피드에서 제목과 줄거리를 접해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가 '고양이를 죽인다'는
내용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었다.
얼마 전 반려묘를 떠나보낸 나로서는
그 한 줄만으로도 읽기 전부터 긴장이 됐다.
혹시라도 충격을 받을까,
청심환이라도 준비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과 함께 책장을 조심스레 펼쳤다.

* 책은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행히 첫 번째 이야기에서 고양이를 죽이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고양이를 죽인 후 그 업보로 인해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는 꽤 익숙한 플롯이었다.
첫 이야기치고는 무난했지만, 역시 시작으로는
적당히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었다.

* 두 번째 이야기 '품은 만두'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기괴한 만두집,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고
더 갈망하게 되는 그 비밀스러운 맛.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도시 전설 같아
오싹함과 동시에 현실감이 들었다.

* 세 번째 '고강선사유적박물관'은
나를 가장 긴장 시킨 이야기 중 하나였다.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이 밀랍 인형으로
나타난다는 설정도 소름 끼쳤지만,
무엇보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배경이라는 점이 무서웠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평소 익숙하고 편안했던 공간이 순식간에
공포의 무대로 바뀌는 경험이었다.
특히 고고학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어
관련 지식을 알고 있기에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 네 번째 이야기 '시어머니와 티타임'은
가장 무섭게 느껴졌다.
공격을 행하는 주체가 어느 순간 휙 바뀌면서
예측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흑주술이나 영혼 결혼식을 연상 시키는 장면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이의 반격까지!
그리고 홍차를 너무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휴, 당분간은 커피만 마셔야겠다.

* 다섯 번째 '기억의 커피'는 정말 신선했다.
과거의 기억 하나를 되찾는 대신
현재의 기억을 하나 잃게 된다는 설정은
많은 괴담을 읽어온 나에게도 낯설고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기억 속에 감춰져 있던
반전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 여섯 번째 '차판기와 철용 씨'는
슬픔이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사회에서 약자로 불리는 사람들의 삶이
그 속에 담겨 있었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복수를 한 그의 마음이 쉽게 헤아려지지 않아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 일곱 번째 '내가 죽기 전날'은
가장 의문으로 남은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이게..... 왜..... 기담이지.......?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SF 장르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내 DNA 때문에 이야기의 핵심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다.

* 마지막 이야기 세 개의 수수께끼가 있는
'사유지'는 늘 스쳐 지나가던 일상적인 공간조차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도사린 어둠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절대 남편한테 첫 번째 질문을 하지 않을테다!

* 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와
단편적인 구성 덕분에 병원에서 접수 후
기다리며 읽기 딱 좋았다.
일상 속 소음과 섞여 느껴지는 가까운 공포가
피부 밑으로 스며들 듯 천천히 나를 잠식했다.

* 그러면서 나도 안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언제, 어디서든 당할 수 있다는 공포.
책장을 덮으며, 앞으로도 욕심 부리지 않고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하게 되었다.

@chae_seongmo
@sojoonghanbooks
#잘읽었습니다

#양재천 #기담 #도시전설 #일상 #공포
#호러소설 #기담소설 #살 #고양이
#만두 #얼그레이 #시어머니 #박물관
#자판기 #타임머신 #사유지
#소설추천 #소설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한국문학 #한국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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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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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교실이혼자가될때까지 #아사쿠라아키나리 #문지원 #블루홀6 #출판사 #도장깨기

* 계속되는 블루홀6 도장깨기!
올해 안에 남은 책을 다 읽으려면 부지런히 달려야한다.
학교 배경 + 초능력이라는 키워드에 끌려 선택한 책.
학생들과 초능력이라니,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싶었는데...
첫 문장은 예상과 달리 너무 암울했다.

*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학생 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교장의 말로 시작된 소설은 단순한 학원물이 아니라,
자살처럼 위장된 사건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였다.

* 주인공 2학년 A반 가키우치 도모히로.
그는 등교를 거부한 같은 반 친구 미즈키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다.
죽은 세 학생은 자살이 아니라 살해당했으며,
범인은 초능력을 가진 사신이라는 것.
처음에는 터무니 없는 얘기라 치부했지만,
가키우치에게 도착한 한 통의 편지로 인해
상황은 뒤집힌다.

* 그 편지에는 학교에는 대대로
능력을 지닌 학생이 존재하며,
이번 33대 수취인이 바로 너다! 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적혀 있었다.
가키우치를 포함해 총 네 명의 수취인.
그리고 그중 한 명이 학생들을 죽이고 있다.

* 숨진 학생들이 남긴 기괴한 유서 ㅡ
"나는 교실에서 너무 큰 소리를 냈습니다.
조율되어야만 합니다.
안녕!"
이 문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초능력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 소설은 초반부터 모든 의문을 쏟아내고,
가키우치는 여러 번의 고민과 실패 끝에
진실에 접근해 간다.
그는 명석한 추리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학생이기에
독자 또한 함께 헤매며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 그리고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나의 마음은 씁쓸하게 가라앉았다.
작품이 그려낸 교실의 풍경이
내 학창 시절과 겹쳐졌기 때문이다.
나는 모두와 두루 어울리고
목소리도 큰 학생이었는데,
혹시 내 곁의 누군가는 그 속에서
소외되고 힘들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같은 교실에 있다고 해서
모두 친구일 필요는 없다."
라는 예전에 들었던 오은영 박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왠지 목구멍 안쪽이 콱 막힌듯한
씁쓸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 이 작품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교실 속 스쿨 카스트, 목소리가 큰 학생과 작은 학생,
겉과 속이 다른 관계들...
결국 학교라는 작은 사회와 졸업 후에도 이어지는
사회적 카스트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첫 장을 펼칠 때는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역도처럼 무겁고
깊은 생각만이 남아있었다.

* 출판사 도장깨기 49/89

#교실 #학교 #초능력 #연쇄자살 #연쇄살인
#사신 #수취인 #조율 #복선 #마술사
#본격미스터리 #카스트 #스쿨카스트
#계급 #학원 #초능력자 #두뇌싸움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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