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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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여신을 하루 빨리 보고 싶어서
파수꾼이 끝나자 마자 바로 펼쳐 보았다.
한 뼘 더 성장한 레이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와 더불어 콩닥콩닥 설레기까지 했다.

* 그 날도 어김없이 경내를 청소하던 레이토에게
세 명의 어린 아이들이 찾아왔다.
하나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고
하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다른 하나는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었다.

* 그들은 일반 관람객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만든 '시집'을 경내에 비치하고
판매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레이토는 난감했지만 아이들의 간절한 부탁에
손수 돈통까지 만들어주며 자리를 내주었다.

* 아이들이 만든 시집은 레이토의 예상대로
잘 팔리지 않았다. 아니, 아예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청년이 돈을 내지 않고
시집을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뒤쫓아가 잡은 레이토는 돈을 내놓으라며 성화지만
우연히 만난 시의 주인 유키나는
그냥 돌려보내는 대신 독후감을 써달라고 한다.
그 시는 읽고 싶은 분께 드리고 싶어서
만든 시집이니 괜찮다고 했다.

*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에도
레이토의 일상은 시끄러웠다.
기념식을 하던 남성인 갑작스레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게 된 것이다.
녹나무의 촛불도 제대로 끄지 못하고,
종무소 문단속도 못하고 레이토는
구급차에 같이 타게 되었다.

*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서 강도상해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범인은 얼마 전 시집을 가져간 그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경찰은 월향신사에도 찾아와
수색을 시작한다.
범인이 녹나무 속에 숨어들었기 때문에
흔적을 찾는다는 것.
그런데 왜, 레이토도 감시하는 거지?

* 한순간에 의심을 받게 된 레이토는
치후네 이모와 함께 '해피 카페의 날'을 찾아갔다.
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이모가 고민을 이야기 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을 찾은 것이다.
거기서 만난 어린 소년, 모토야.
모토야는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인지장애가 생겼다.
그런데 그 인지장애가 조금 심하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 전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토야에게 레이토는
찰나의 한 순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병원에서 모토야를 다시 만나고
우연한 계기로 그가 신사에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그 일은 시작되었다.

* 유키나의 시집을 본 모토야는
순간적으로 생각난 이미지를 그려냈다.
그 그림을 본 유키나는 모토야가
시의 감정을 잘 읽어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엮어보기로 했다.
유키나는 글을, 모토야는 그림을 그리는
공동작업 형태의 그림책을.

* 매일 기억을 잊는 모토야에게
그 작업은 쉬울리가 없었다.
레이토는 항상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고,
유키나는 어린 동생과 아픈 엄마를 돌봐야 했다.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태어난 놀라운 이야기.

* 그 그림책을 낭독하는 사람도,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한 발자국 멀리 서서 책을 보는 독자도
감동 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마지막엔 정말 남편이 놀릴까
몰래몰래 눈물 훔치느라 애를 썼다.

* 아이들의 손에서 탄생한 이야기는
어른들의 머리를 띵~ 울리는 것이 있었다.
책을 덮고 나서 생각해보니 지금까지의 일은
모두 선한 영향력을 발생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성선설을 믿는 사람이다.
모태신앙이 불교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윤회, 지옥도 철썩 같이 믿는다.
그래서 늘 내가 착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 모든 것은 언젠가 나에게 돌아온다고 믿는다.
이 책도 그랬다.

* 손수 돈통까지 만들어서 자리를 내어준
레이토의 작은 행동이 이렇게
대단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 증상이 심해지는 치후네 이모와
모토야의 마지막 장면은 오열하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마냥 슬프지는 않고,
가슴 속에 따뜻한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지금, 현재가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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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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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사실 파수꾼의 후속작인 여신을
먼저 받아봤었다.
심지어 파수꾼을 읽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기록해 놓은 것도 없고
여신을 읽으려고 보니 내용이
어렴풋하게 떠오를 뿐 선명하지 않았다.

* 대충 주인공의 이름과
녹나무의 파수꾼이 어떤 일을 하는지만
떠오를 뿐이었다.
당시, 도서관에서 빌려 봐서 책도 없었다.
그래서 책도 받으면 좋지! 라는 마음과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 주거침입, 기물파손, 절도미수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 레이토.
꼼짝 없이 감옥에 가겠구나 싶었는데
구세주가 나타났다!
레이토는 존재조차 몰랐던
엄마의 이복 언니, 즉 레이토에게는
이모가 나타난 것이다.

* 이모인 야나기사와 치후네는
한 눈에 봐도 부자 이모였다.
이모는 레이토의 사건을 무마해 주는 대신에
조건을 하나 걸게 된다.
녹나무의 파수꾼이 되라는 것.

* 동전 던지기로 운명을 결정했던
레이토에게 파수꾼 역할은 안 할 수가 없었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액의
변호사비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등 떠밀려서 시작된 파수꾼의 일.
그런데 이모는 이게 어떤 일인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 낮에는 경내를 청소하고
밤에는 기념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의 사항과 밀초를 건네준다.
녹나무 안에서 사람들이 염원을
드린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
그건 말로는 설명이 안되니
직접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 혼자 일을 시작하고 스스로를
견습생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을 때,
묘한 여성이 어슬렁 거리는 것이 보였다.
녹나무의 기념은 무조건 혼자여야만 하고,
그때는 파수꾼도 그 근처에 갈 수 없는데
이 여자는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 시작한다.

* 찬찬히 사연을 들어보니,
내심 고개가 끄덕여 지는 레이토.
'아빠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
녹나무에게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미의 말에 슬슬 동조하게 된다.
작전 세우기를 핑계로 유미와 자주
만남을 갖게 되는 레이토.
이 와중에 이모님의 호출도 간간히 있다.

* 유미의 이야기를 듣고,
이모님께 꾸중을 들으면서 지내다 보니
슬슬 녹나무의 '기념'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믐달엔 예념을, 보름달엔 수념을'이
기본이었던 것이다.

* 이와 더불어 녹나무에 기념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동시에
치후네 이모님에게 배우는 것 또한 많아졌다.
수념을 하기 위한 규칙 또한 이해가 됐다.

* 아빠는 얼굴도 모르고,
엄마는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레이토에게는 후미 할머니만이
유일한 가족이었다.
어느 날 이모라는 분이 나타나서
직장도 구해주고, 옷도 사주고,
같이 여행도 간다.

* 레이토는 그렇게 마음이 쑥쑥 성장해갔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치후네에게,
조실부모하고 형제도 없는 레이토에게
그 둘은 유일한 혈육이었다.
유미네 가족을 보면서,
또 소키의 속마음을 들으면서
'가족'이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 처음에 레이토는 염세적인 시각과
자기 비판을 늘어놓는 아이었다.
그런데 책의 마무리 쯤엔 어느새
이모에게 도움도 주고, 지켜 줄 수 있는
어엿한 가족이 되었다.
위로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 한 사람의 성장이 녹나무 하나로 인해
극단적으로 변했을 리는 없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누군가의 성장에는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관심, 사랑과 꾸중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 이모의 마음을 들은 레이토의 기분을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외로웠던 둘에게 '가족'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어서 참 기분이 좋았다.
한 번 읽었던 책이라 페이지를 넘길수록
슬슬 기억도 났다.

* 그래도 페이지를 덮을 수는 없었다.
그때, 그 시절에 내가 느낀 점과
지금의 내가 느낀 점이 참 달랐기 때문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몇 번씩 녹나무를 찾는 건가?
싶기도 했다.
사람을 성장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니까.

* 책을 읽다 보면 두 번째 읽었을 때가
훨씬 더 좋은 책이 있다.
나에게는 이 책이 그랬다.
추리소설 대가로 알려진 작가님의
눈물 쏙 빠지는 힐링소설.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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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my
강진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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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꽤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미 책탑은 높게 높게 쌓여져 있었고,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 안에
리뷰 작성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신청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이 책이 너무 좋다는 누군가의 단 한 마디 때문이었다.
'그래~ 게으름 피지 않고 읽어대면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신청했고, 그래서 받아볼 수 있었다.

* 잠들기 전에 잠깐 몇 페이지만
읽고 잔다는 것이 어느새 끝을 봤다.
한 번 펼치니 절대 덮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 분께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 곽부성을 닮은 한정철을 담임으로 둔 나는
이 반의 반장이었다.
'형제 축산'에서 일하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형제 축산의 사장님은 내 또래의 딸을 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딸과 친하게 지내라고 윽박지르지만
엄마는 그 아이가 까졌다는 이유로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한다.

* 그 아이의 이름은 변민희.
엄마의 말처럼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혔을지언정,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를 일찍 갔다.
수학 문제를 풀고 있던 도중,
민희가 학교에 왔다.
미화부장이 잃어버렸다던 mymy를
돌려주러 온 듯 싶었다.

* 그런데 그 날로 민희는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담임인 한정철을 좋아했던 민희가
가출을 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정철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도 함께.
형제 축산이 있는 시장에서는 민희가
죽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어른들의 소문은 아이들보다 무섭다고 생각했다.

* 경찰과 담임에게 불려가도 나는
민희와 한 약속을 지켰다.
못 본 척 해달라는 그 약속을.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래도 민희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 회사에 다니던 그 때,
엄마의 가게 주변에서 아파트 단지
공사 이야기가 나왔다.

* 그 공사 현장에서 나온 하나의 시신.
변민희였다.
15년 전 사라졌던 그 친구는
그렇게 시체로 돌아왔다.
변민희의 시체가 나왔다는 소식이
뉴스로 도배 되면서 나도 경찰에 불려나가게 되었다.
민희를 목격한 마지막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그때서야 15년 전 하지 못했던
진실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아, 물론 양심에 찔린다거나 그래서 그런 건 아니다.
단지, 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 엄마의 가게를 해주면서
나는 손대서는 안될 돈에 손을 댔다.
변민희의 시체가 나오면서 내 일은
묘하게 틀어져 버렸다.
회사에서도 짤리고, 5년을 만났던
남자와도 헤어지게 되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는 엄마 옆으로 갔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변민희와
또 다시 엮여야 했다.

* 변민희의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살인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게 뭐지?
일이 돌아가는 모양새가 어째 이상하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았고
큰 거짓말은 더더욱 큰 거짓말을 낳았다.
혼자서 애쓰며 머리를 굴려본다.
'역시! 나는 이런 쪽으로는 재능이 있다니까~' 하고.

* 그렇게 '나'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현재를 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지?
라는 한 문장만 머리에 뱅뱅 맴돌았다.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은
공포까지 밀려왔다.

*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판 난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었다.
가스라이팅인가 싶을 정도로,
이럴꺼면 대체 애른 왜 키우나 싶은
엄마의 언행도 불쾌했지만
그 밑에서 자란 나의 언행은 더 불쾌했다.

*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서 조금은 다정한,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 줄 알았는데
전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도 분명 이런 모녀 사이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속에
물 살이 빨라지고 회오리 치는 곳,
갑자기 뚝 떨어지는 바위를 밟은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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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를 마중하러 왔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7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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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음과 모음에서 서평단을 모집했던 책이다.
청소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소개 내용이 너무 흥미로웠다.
K-고딩, 타임슬립, 추리활극.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 너무 좋아하는 장르라서 서평 신청을 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책을 보내주셨다.
때는 2024년, 한 고등학교 여학생의 이야기였다.

* 그날도 18이라는 단어와 함께 아침을 시작했다.
나는 그래도 학교 가는 것에 큰 불만을
두지 않았었다.
요즘 학생들은 특히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을
들은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장면들이 나왔다.

* 당번이라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
그리고 극심한 생리통으로 인한 조퇴.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며
그 아이는 생각했다.
'오늘 누가 내 이름을 불러 준 적이 있나?'라고.

* 그 흔하딘 흔한 이름 석자.
그게 뭐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눈을 떠보니 매우 낯선 공간.
긴 터널을 지나 백 참의 댁 막내 아가씨로 태어났다.

* 정신은 2024년, 18세의 고딩이지만
신체는 갓난아기.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도 그것은
말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애기씨로 9년을 살았다.
백 참의 댁 막내 백모월로.

* 몸종이자 친 자매와 같은 연시와 같이
놀다가 들어왔던 집.
그 집은 더 이상 모월이 알던 집이 아니었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연시와 함께
마루 밑에 숨어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오빠가 포승줄에 묶이고
집이 불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 그렇게 연시의 손을 잡고 도망치 듯 나온 집.
가족은 아무도 없고, 지금 당장 먹고
자고 할 곳도 마땅치 않아
무작정 산길을 걷고 또 걸었다.
사람이 있는 곳은 위험하니까.
그렇게 우연히 산 속의 오두막에 사는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월.
그리고 모월은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비록 타임슬립한 곳이지만
백씨 가문의 막내 딸, 자신의 이름을 찾을 때가.

* 처음부터 끝까지 연시와 함께였던 모월은
한양으로 가서 '사정을 탐구하는 사람',
즉 탐정이 된다.
가방끈도 짧고, 역사 지식도 짧지만
그래도 조선 여자들의 삶을 생각해서
남장도 하고 이름도 바꾼다.
그렇게 시작되는 또 다른 모험.

* 그 과정을 그려내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친구도 만나고, 기댈 수 있는 어른도 만나고.
보통 타임슬립이라고 하면 굉장한 역사적 지식과
그것을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가던데
우리의 모월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 지식이라고는 미래에서 가지고 있는 것 뿐이었고
역사는 관심도 없었으니까.
내심 영화와 드라마를 생각하며 자신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모월! 아니, 우리 서경이는 그렇지 않았다.

* 그래서 더 정이 갔다.
역사적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조선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줘서
참으로 기특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연시를 위한 모월의 선물.
괜히 코 끝이 찡해져서 애써 눈을
깜빡거리며 참아야 했다.

* 천방지축 말괄량이, 어른의 말은 죽어도 안듣는
K-고딩이 때와 장소에 맞추어서
어른이 되어 가고, 진정한 '나'를 찾아서
떠다는 길에 함께 해서 참 행복했다.
음음, 이 맛에 청소년 소설 읽는 거지!

* 책을 덮고 나서 이름,
내 이름에 대해 생각해 봤다.
넓을 보에 연꽃 연자.
모태 신앙이 불교이기 때문에
스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다.
뭐, 전혀 연꽃 같은 외모는 아니지만.
그래서 나는 어렸을 적 부터 스님들께
'이름 값 하고 살아라~'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 나는 지금 그 이름 값을 하면서 살고 있나?
넓은 연꽃처럼 세상 모든 것들을
포용하라는 뜻이라던데,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졌을 때,
연꽃 타고 올라왔다고 맘씨 좀 곱게 쓰라던
할매의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 지금은 이름값 못하고 살면 어떠냐~
내가 행복하면 됐지! 라고 살고 있는데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착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다.
잘 보관해 놨다가 우리 조카들이 조금 더 크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읽어보라고 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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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들의 메아리
바버라 데이비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퍼블리온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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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책 애호가들을 위한 그냥 문학 미스터리도 아니고
매혹적인 문학미스터리라니,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 경쟁력이 어마어마 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책을 만나볼 수가 있었다.
약 600페이지의 긴 책이지만
막상 펼쳐보니 밤을 새서 읽게 되었다.

* 열두 살 때, 책에 손을 대면
책들의 감정이 느껴지는 애슐린.
그녀는 그것을 책의 메아리라고 불렀다.
불행한 어린 시절에 그를 치유하고
위로해 준 것은 단 하나.
책이었다. 책방의 주인인 프랭크 아저씨도.

* 재능을 숨기고 홀로 책들의 메아리를 듣는 애슐린에게
의문의 책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 책을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
폐허가 된 심장이 느껴지는 그 책의 제목은
<후회하는 벨> 이다.
지은이도, 출판사도 없고 판권지도 없다.

* 그리고 그와 꼭 맞는 짝이라고 생각되는 책이
또 우연히 애슐린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이란 제목이다.
<후회하는 벨>을 남자가 썼다면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은 여자가 썼다.

* 여자는 높은 지위와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를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뜻인
벨이라고 불렀다.
더 세인트 레지스 호텔의 무도회장,
벨의 약혼 축하 파티에서 둘은
첫눈에 반하게 된다.

* 남자는 영국인 기자로, 당시는 전쟁 중이었다.
작가를 꿈꾸고 있으며 잘생긴 외모지만
부도, 명예도 없는 그런 남자.
헤밍웨이의 헤미라고 불리는 그 남자를
이토록 사랑하게 될 줄은 그 여자도 몰랐다.

* 1941년에 있었던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면서 애슐린은 거의 확신하게 된다.
이 책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며,
등장인물들은 다 실존 인물이라고.

* 하지만 책에는 그 어떤 단서도 없다.
그들은 철저하게 본명을 가리고 애칭을 썼으며,
그 주변인들 조차도 그러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
이 글을 누가 썼는지, 정말 있었던 일인지에 대한.

* 그러나 애슐린의 그 호기심은
그녀를 묘한 곳으로 이끌어갔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최대한 알아보고,
책을 가져다 준 사람을 만나도 보고.
그렇게 애슐린은 한 쌍의 책이 끝나가면서
그 진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독자까지도.

* 책은 1984년 애슐린의 시점,
1941년 벨과 헤미의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게 된다.
벨과 헤미의 시점은 한 쌍의 책 속의 본문이고
애슐린의 시점은 그 책을 읽고
그녀가 느낀 점이나, 새로 알아낸 것들,
그리고 그녀의 과거와 그녀가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 반짝이는 첫만남을 시작으로
눈이 부시다가 나중에는 그들의
배신과 분노, 이별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한 페이지, 두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경악과 감탄을 내뱉는다.

* 벨이 누구인지는 거의 처음부터
쉽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헤미의 정체는 정말이지...... 아휴......
도파민 뿜뿜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또 읽다 보면
"여기에 내가 있어"라는 한 문장으로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었다.

* 벨과 헤미.
애슐린과 이선.
시간과 세대를 넘어 계속 되는 사랑을 보며
서글퍼지기도 했고, 잔잔한 미소를 띄게도 했다.
한 쌍의 책을 둘러싼 미스터리,
수수께끼를 푸는 한 여자의 추리,
아리고도 찬란한 로맨스까지.
감정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다.

*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이 책은 나의 인생책이 되었다.
애슐린을 오래된 책들의 치유자로
표현하는 것도 좋았고,
시점이 열릴 때 마다 위에 적힌 문장드도
너무 좋았다.
애슐린의 희귀본 서점 이름인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야기'처럼
절대 일어날 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책을 읽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다.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적극 추천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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